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기타 무제

2010.08.10 05:30

페인넷 조회 수:263 추천:3

extra_vars1 폐쇄 된 인간의 심리 
extra_vars2 115196-1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 방 안에는 침묵이라는 것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침묵이다. 언제인지 모르는데 실수로 누군가가 진한 잿빛 물감을 내 방 안에 쏟았다. 그 순간부터 이런 침묵이 이어진다. 방 안의 공기는 물감이 섞여 폐기물이 되어 버렸고, 나는 그 것을 들이키기만 해도 속이 울렁인다. 당장이라도 몸이 녹아버릴 것 같다. 내 몸의 일부는 이미 끈적하게 녹아서 척 달라 붙어있다. 아마도 내 속이 울렁이는 이유는 전부 물감 떄문이다. 그 덕분에 내장이 좌르륵 녹았는데, 그것을 다 밷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 안이 뒤집어 지는 것 같다. 이상하게 토하기 싫어서 입을 막는데, 손가락 사이로 내장 덩어리가 자꾸 비좁고 튀어 나온다. 목이 아프고 너무 속이 울렁여서 가만히 있는데도 배를 꿰뚫리는 것 같다. 걸쭉한 물감이 내 등을 적신다. 힘이 빠져 돌아갈 것 같은 눈을 하고 혀를 쭉 내밀고 있는다. 그리고 침묵이 이어진다.


 


 …… 사실 모든게 환상이다. 나는 한 차원에 갖혀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햇살이 몸을 데워줄 정도로 감싸고, 땅에 메달린 풀들과 촉촉하게 젖은 흙은 부드럽게 내 발을 감싼다. 구름은 하늘의 꼭대기에 걸려있고, 채색된 풀과 꽃잎들은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나는 그 꽃에 살포시 다가가 꽃잎에 대고 향기를 맡아본다. 풋풋하지만 약간은 단내가 난다. 향기는 코에서 금새 사라져버린다. 그러면 나는 또 꽃잎에 다가가 향기를 맡고, 잠시 그것을 간직한다. 달아난다. 이번에는 아예 꽃잎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다. 잠깐 향기는 다가오는 것 같더니, 이내 사라지고 내 콧 속으로 파고 들어가. 내 코 안을 살살 간지르는 듯 했지만, 톱날을 꺼내어 내 코 안을 파버렸다! 고통에 놀라서 꽃잎에서 코를 급히 떼자, 모든 냄새들이 내 입 안이며 코 안이며, 파고 들어왔다. 말 없이 당연한 것 처럼 냄새는 나의 내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나의 피부를 벗겨 버렸으며, 내 머릿카락을 쥐어 뜯었다. 그리고는 썩은 풀의 뼈와 살을 채로 갈아 만든 시체 죽을 내 몸에 쏟는다. 들판은 푸르죽죽한, 덩이로 변한다. 나는 소리를 지르려 하지만 소리도 나지 않고, 햇살은 골통이 깨져 뇌수를 질질 흘리고 있었다. 여길 빠져 나갈꺼야! 히하하하! 아하하하하!


 


 후욱! 날카로운 숨을 한 번 들이키고, 눈을 뜬다. 햇살이 희미한 틈새로 새 들어나온다. 물감, 물감, 물감! 물감이 어딨지? 무서워, 너무 무서워, 이불 속에 머리를 처박고 떨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무언가가 내 몸을 갈기 갈기 잘라낼 것 같다는 두려움에 빠져 이불 속에 박혀서 발목만 부여 잡고 동동 구른다. 빨리 물감이 필요해! 난 물감 속에서 살꺼야! 부패되어 사는 게 더 편해! 덮어쓰고 있던 이불 사이로 햇빛이 들어온다. 공포에 질려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햇빛을 피해보려고 한다. 햇살에 닿으면 몸이 잘려 나갈 것 같아서 너무 두렵다. 지금은 평온해 보이지만 당장 저 모습이 변해서 날 죽이려 들 것이다. 이불 안에서 버둥버둥 거리며, 공포감에 숨이 넘어갈 지경이 된다. 순식간에 감정이 격양 되 이불을 벗어 던지고는, 얼떨결에 창문에 이불을 쑤셔넣는다. 방 안이 다시 물감으로 칠해진다. 그제서야 흥분된 숨을 고르고 안심한다.


 


 기분이 매우 언짢아진다. 내 팔다리를 유심히 쳐다본다. 씻지 않아 때가 껴 있고, 한 손은 뚱뚱한데 비해 한 손은 말라있다. 다리는 새카맣다. 줄무늬가 생긴다. 바삭거리는 거미가 다리가 내 몸에 달려있다. 결국 나는 이 세계에 갇혀있다. 벗어날 수가 없다. 발발발 기어다니는 사회의 해충에 불과하다. 다른 곳에 손을 뻗기에는 너무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바퀴벌레가 기어가고 있다. 파리 채를 들고 힘껏 후려친다. 쉽사리 죽지 않는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게 화가 나서 계속 내려친다. 너무나 화가 나서 후려치고 또 후려친다. 납짝해진 바퀴벌레는 그 가는 더듬이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짜증이 확 몰려온다. 바퀴벌레 따위가 뭔데 쳐 들어 온건지, 계속 투정하는 소릴 중얼인다. 그러다가 방문에 눈이 간다. 그러고보니 난 격리 되어 있었지. 바깥의 괴물들이 나를 추방한 것이다. 처음에는 잘해 주는 척 하다가 그 들은 나를 죽여버리겠다면서, 그들의 법대로 나를 이 방에 감금시켰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대우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대우마저 끊기고, 나는 밖에 나가면 죽으니까 이 방을 나가지 못한다.


 


 … 힘 풀린 멍청한 눈으로 누워 있는다. 아니, 안 된다. 나는 물감 속에 빠지면 안 된다. 거대한 계획, 수 많은 괴물들이 계획한 이 거대한 음모는 나를 이 방에 가두고 거대한 물감에 빠뜨린 후, 나를 오염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나는 그 들이 예상하는 대로 행동 하면 안 된다. 그렇다. 어제만 해도, 역겹게 내 몸의 일부가 녹아 들러붙고, 나는 썩은 내장을 토해냈다. 그 흔적은 괴물들에게 지워져 남아있지 않지만, 더는 있다간 나는 끝내 그 들에게 배가 갈려 속이 텅 비게 될 것이다. 실험용 인간의 최후는 그거다. 나는 이 곳을 나가서 사회라는 괴물을 죽여버려야 해, 나를 이 곳에 몰아 넣는 실험을 계획한 괴물들에게 복수 할 것이다.


 


 흥분해서 속이 울렁인다. 배가 고프다.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옹알이면서 물을 계속 마신다 물은 허기만 면해줄 뿐 포만감은 주지 못한다. 먹고 싶어, 방 안이 팽창하고, 수축한다. 가만히 서 있는데 무언가가 날 흔드는 것 같다. 어째서 내 몸이 녹아 내렸는지를 알겠다. 나는 이 방에 소화되고 있다. 물감이 날 소화하고 있다! 끝내 난 실험 대상으로써의 가치를 상실하고 폐기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 거대한 위는 꿈틀거리고 있는거다. 불안함 때문에 몸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안 되, 도망칠꺼야. 괴물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간인 내가 죽을 순 없다. 밖에 나가야 되! 문이 어딨지? 어? 문이 어딨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나는 나가는 문이 어딘지 모른다. 이 좁은 세계를 초월 할 수가 없다. 물감이 서서히 밑바닥부터 차오른다. 발 끝이 치익하고 아려온다. 초조하게 뛰어다니며 문이 어딨는지 찾아본다. 찾았다! 찾았어! 발을 동동 구르며 문 앞에 선다. 물감에서 벗어 나야한다. 벗어나야 해! 문 손잡이를 양손으로 쥐어잡고, 강하게 비튼다. 그런데 힘 없이 문 손잡이는 휘어져 떨어진다, 탈출이 불가능 해 진다. 똑똑, 급한 와중 노크 소리에 문에 달린 렌즈로 바깥을 본다. 한 사람이 나를 문 너머로 노려보더니 손잡이를 몇 번 가리킨 후. 소리 없이 씨익 웃고, 렌즈가 튄 물감으로 막힌다. 이런 씨… 온갗 감정이 섞여서 머리카락이 하얕게 변하는 것 같다. 물감이 점차 차 오른다. 이상하게 무섭지가 않다. 불안할 뿐이다. 순식간에 내 코 밑까지 물감이 차오른다. 골골골거리며, 질식 하기 직전까지 간다. 그 순간 문뜩 깨닫는 것이 있다. 저 문은 알고 보니 미닫이였다. 사람의 웃음이 눈 앞에 아른인다. 문을 연다. 그 순간 나는 다시 눈을 뜬다. 어느새 잠든 모양이었다. 사방이 어두컴컴했다.


 


 꿈에서 깨자마자, 문 쪽으로 달려나갔다. 문은 미닫이가 아니었다. 렌즈 너머로 방 밖을 바라본다. 사람은 없었고, 갈증나게 얕은 야경만 있었다.


 


-


 


이런 글을 읽어주시는 분에 대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