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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기타 열대야

2010.07.30 23:15

페인넷 조회 수:259 추천:1

extra_vars1 가상 서술자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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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한 말이지만, 8월의 여름의 날씨는 제법 지독하다. 선풍기 바람 조차 후덥지근한 폭염인 탓도 있지만, 짓궂은 태양이 낮에만 뜨거우면 모를까, 사람들이 잘 때가 되도, 그 놈의 숨막히는 열기가 몸을 휘어 감아서, 자꾸만 몸을 뒤척이게 한다. 종잇장 같은 이불이라도 차 날리고, 런닝에 팬티 바람에 선풍기 바람을 느껴보려고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밍밍한 열풍 뿐이다.


 


 나는 잠자리에 누운지 몇 분도 안 되서, 뒤척거리다가, 땀 범벅이 되버린다. 그러면 인내심이 바닥을 치는 것은 예사인데. 처음에는 못 참겠다. 게두덜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잠을 청해보려 하지만, 곧 무슨 요행이 있어도 좀 처럼 될 것 같지가 않아, 끝내 구태여 날 그렇게 못 살게 굴겠다면야, 네가 그나마 없는 곳으로 갈련다하고, 옷을 걸치곤 사방이 막힌 비좁고, 후텁한 공간을 후딱 빠져나와서 동네 산보를 나가버린다.


 


 문전을 벗어나면, 여름 밤에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시원하다는 것을 느끼는데. 약간 따뜻한 기운이 있음에도, 이상하게 바람을 맞으면서 앞으로 나가면, 온 몸이 시원하니 개운한 것이, 참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변두리 마을이거니와 여름 날의 밤, 홀로하는 산보가 그리 외롭지가 않다는 것도 묘하기도 하다. 짝 찾는다고 한종일 울어대는 매미소리도 끝이 없고. 껌뻑거리는 가로등 두고 주변을 조금만 살펴봐도, 괴물 같이 서 있는 나무에 놀라기도 하고, 군데 군데 갈라진 길, 마른 풀이며, 나뭇잎 타탁거리고, 풀 구석에서 색색거리는 귀뚜라미 소리를 보고 듣기만 할 뿐인데도, 길을 걷는 동안 후텁지근한 집 안에서 받은 열기가 씻겨나가는 듯이 차분해지고는 결코 혼자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묘한일이 아닐 수 없다.


 


 산책이 계속 돼, 가로등이 사라지고, 온통 캄캄해진다. 이 쯤되면 머리에 열도 빠져나갔겠다. 귀뚜라미, 매미 소리만 들리는 컴컴한 시골길이, 여름날 후덥지근한 그 것은 어디가고, 으슬하니 덜덜 떨린다. 이럴때면 꼭 하는 생각이 귀신 생각이다. 혹여나, 피눈물 뚝뚝 흐르는 귀신이 안광을 흩뿌리며 내 목을 조르면 어쩌지?하고 괜히 걱정하게 되는데, 그러면 인간이 확 어수선해져서, 몇 번씩 돌부리에 발 끝이 걸려 넘어지거나, 애꿎은 나무 뿌리를 걷어차선 발가락을 싸맨다. 그러는 와중 귀신은 무서워 휘이-하는. 괴기스러운 바람 한 번만 불어오면, 겁이 나서 제대로 아파할 겨를도 없이 걸음을 재촉한다. 어둠이 끝나고, 가로등 불이 보일 쯤이면, 산책 나올 적의 기세등등함은 어디가고, 실컷 겁을 집어 먹은 탓에 어찌나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가로등 빛을 타고 올라간다. 다큐멘터리와 같이 짧은 산책의 마지막은 언제나 회귀(回歸)다, 터벅터벅 집을 향한다. 슬슬 집이 그립다. 약간 심심한 점도 있기는 하다만은, 긴장 풀린 머리가 흐리멍텅해져서는 노곤한게 자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산책이라는 것은 본디 짧고 심심하게 끝나는 것이라며, 위로한다.


 


 집에 도착해서, 부리나케 옷을 벗어던지고 침대로 뛰어든다. 침대에 눕고나면, 내가 했던 짧은 산책이 마냥 길게 느껴지고, 더워서 잠도 안 오던 것이 머릿속에 무언가 확 풀어지면서 노곤함을 견딜 수가 없다. 늘어지게 한 번 하품을 하고 몇 번 뒤척여본다. 의식은 어느덧 몽롱한 세계 속으로 녹아들어 가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