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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시나리오 계하의 기억 #51 ~ #73 (完) (수정1)

2007.11.15 11:36

Evangelista 조회 수:1276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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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성달의 방.


장면 바뀌자마자 재훈이 혼나고 있다. 성달은 의자에 앉았고 일규는 재훈의 뒤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눈치를 살핀다. 그에 반해 재훈은 무표정하게 서서 아버지의 얘기를 들을 뿐이다.




최성달 니가 정신이 있어? 엉? 왜 그런 걸 나한테 얘기도 않고 마음대로 결정해?


최재훈 죄송합니다.


최성달 죄송하다는 걸로 끝날 문제야? (여기서부터 목소리 작게 들리며 - 성량이 변한 것은 아니다 - 재훈이 이하 대사를 독백)


최재훈 (마음 속으로) 오복이 이 새끼……. 이럴 것 같아서 얘기하지 말라니까 결국 이렇게 나오셨다 이거지. 이제 시간도 없고, 어떡하지? 오복이는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되는데.


최성달 (이 대사는 재훈의 마음 속 독백과 함께 간다. 관객에게는 작게 들린다. 독백에 묻혀 버릴 정도로.) 내가 말했지. 중요한 일 있으면 아버지한테 먼저 얘기하라고. 네가 벌써 두목 된 거 아니잖아! 어떻게 이 자식은 가르쳐 놨더니 예의가 없어졌어? 응? 야, 최재훈. 최재훈.


최성달 최재훈! 듣고 있어?


최재훈 (퍼뜩) 아, 예. 죄송합니다.


최성달 딴 놈도 아니고 오복이랑 말이야. 네가 시작한 일이니까 네가 해결해. 지금 당장 오복이한테 갔다 와! 오 대 오 이상 우리한테 떨어지는 거 아니면 꿈도 꾸지 말라고 해.


최재훈 예? 손 잡는 건 문제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최성달 그건 잘 한 거야. 그래도 나한테 얘기는 했어야잖아!


최재훈 제가 오복이한테 가서 교섭하라는 거죠?


최성달 이 자식이 갑자기 왜 이래? 빨리 가.


최재훈 아버지. 오복이가 알려준 거 아니었습니까?


최성달 내가 그놈 얼굴을 봤으면 때려죽였겠지. 누군지는 말 못하고, 우리 애들 중 하나가 와서 가르쳐줬다.


최재훈 그럼 그 놈을 일단 족치십시오.


최성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야 임마! 너 아버지가 듣기 싫은 소리 좀 했다고 지금 앙심 품은 거야, 뭐야?


최재훈 그게 아니에요. 제가 오복이랑 그 얘기를 했을 때 그 자리엔 저하고 일규, 오복이하고 그 쪽 꼬붕 하나밖에 없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일규가 아니면 우리 애들 중 누가 그 얘기를 알겠습니까? 그 놈이 오복이파랑 연결돼 있는 게 분명합니다.


최성달 (자리에 슬쩍 앉으며) 그것도 그렇네. 야, 일규야!


김일규 아, 예, 예. 큰행님.


최성달 빨리 가서 진기춘이 들어오라고 해.


김일규 알겠십니더. (후다닥 밖으로 나간다)


최재훈 독단으로 그런 건 죄송합니다. 일은 꼭 제대로 돌려놓겠습니다만……. 시간이 좀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성달 뭐가 문제야?


최재훈 먼저 굽히고 들어간 이상 오복이가 떡밥을 물게 하려면 오복이한테 유리한 조건을 걸어 줘야 됩니다. 아마 오 대 오라고 하면 절대 안 들어 줄 겁니다. 사실 어제도 칠 대 삼으로 하자는 거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해서 생각해 보겠다는 대답까지 받은 거예요.


최성달 그렇긴 해도 말이다. 자존심 상하잖아.


최재훈 이건 어떻습니까? 우리 나와바리에서 몇 개 빼다가 오복이 주십시오. 그 대신에 오 대 오로 하자고 하면 괜찮지 않습니까?


최성달 그래도 우리 손해인 건 마찬가지 아니냐.


최재훈 오복이는 어차피 도시로 나가 봤자 또 거기서 만족하고 찌그러질 게 뻔합니다. 우리는 세력을 빨리 불려서…….




일규가 건달 정을 데리고 들어온다.




건달정 부르싰습니꺼, 큰행님.


최성달 야, 기춘이. 너 임마…….


최재훈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큰 소리로) 누구한테서 들었어?


건달정 아, 이거 와 이라십니꺼? 놓으소! (재훈을 뿌리친다. 역시 힘에선 재훈이 밀린다.)


최성달 일루 와 봐.


건달정 예. (재훈 앞을 지나쳐 슬금슬금 성달의 앞에까지 간다. 표정이 불안하다.)


김일규 (재훈에게 다가가) 흥분하지 마이소. 큰행님이 다 알아서 하실낍니더.


최재훈 (일규에게) 미안하다.


김일규 아입니더.


최성달 너 아까 나한테 했던 얘기 있지?


건달정 예.


최성달 그거 누구한테서 들었냐?


건달정 예? 아니, 기냥 지나가다가 들은깁니더. 누가 그랬는지는 잘 모르겄고.


최성달 그런 게 어딨어? 누가 그런 중요한 얘기를 길바닥에서 흘리나!


최재훈 코에 사마귀 난 놈한테 들었지?


건달정 아, 아니요! 그런 놈 모릅니더!


최성달 누구야? 사마귀는.


최재훈 어제 오복이랑 같이 있던 놈입니다.


건달정 진짜 모른다니께예!


최성달 실토 안하면 죽인다. 진짜다.


건달정 아니, 그게 아니라예.


최재훈 나한테 평소에 뭐가 불만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되지 않나?


건달정 (고개를 푹 숙이고) 예. 그 놈이랑 제가 친합니더. 그래가 밤에 들었십니더.




성달, 책상 아래의 벨을 누른다. 잠시 후 덩치 큰 건달 세 명이 들어온다.




최성달 네가 그럴 줄은 몰랐다. 얘들아. 저놈 정리해라. 죽이지는 말고. 적당히 주물러 줘라.


건달정 아닙니더! 기냥 좀 아는 사이인 기고 별로 그런 기는 아니고! (끌려나간다)


최성달 잘 하고 있는 애 욕을 하니까 그렇지!


최재훈 잘 한 건 아닙니다. 어쨌든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규야. 가자.


최성달 어디 가냐?


최재훈 오복이한테 갔다와야지요.


최성달 아, 그래. 맞다, 그랬지. 잘 갔다와라.




재훈, 일규와 함께 나간다.






#52. 세영의 방.


하반신을 이불로 덮고 좌식 의자에 앉은 세영. 표정이 굳어 있다. 아현이 싱글벙글 웃으며 죽을 떠먹여주는 참이다.




이아현 아플 때는 무리하면 안 돼.


주세영 이제 본심을 말해. 계속 그런 척 아닌 척 하지 말고.


이아현 난 늘 본심인걸.


주세영 거짓말하지 마. 아까도 재미없을 거라고, 진짜라고 소리소리 지르지 않았냐?


이아현 좀 흥분했었나 봐.


주세영 다리 위라니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거야?


이아현 그냥, 기억이 안 난다……. 그런 거지 뭐.


주세영 아냐. 기억하고 있지? 처음부터 안 잊어버렸던 거지? 안 그래?


이아현 (사이) 내가 그래서 무슨 이득이 있어? 그렇잖아. 나도 말야, 기억이 안 나서 미칠 것 같은 때가 많은데…….


주세영 내 약점을 계속 붙들고 싶은 거 아닌가?




아현, 죽 그릇을 내려놓는다.






#53. 4년 전. 사고 후, 병원 병실(개인실).


다리에 깁스를 하고 이마 쪽에 커다란 거즈로 만든 반창고를 붙인 아현이 누워 있다. 옆엔 병문안을 온 원영과 세영. 세영은 원영보다 조금 뒤쪽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원영이 사과를 깎는데 솜씨가 영 엉망이라 속살이 마구 베어진다.




주원영 인자 좀 괘않나?


이아현 (아현의 말은 성조가 거의 없다) 네.


주원영 면회거부라 그캐가 을매나 놀랐는지 아나? 세영이 왔다 캐도 안 한다카고.


이아현 머리가 좀 아파서 그랬어요.


주원영 세영이, 니 아현이한테 뭐 할 말 읎나?


주세영 (사이, 고개 숙인 채) 다행이다.


이아현 (멍하니 세영을 바라본다) 응.


주원영 우짜다 떨어진기고? 그 다리에서 솔직히 떨어지기도 좀 되지 않나?


이아현 어쩌다 보니까……. (세영을 힐끔, 사이) 어? 잠깐만.


주원영 와 그라노?


이아현 왜 떨어졌는지 생각이 안 나.


주세영 (고개를 번쩍 들고) 생각이 안 난다고?


이아현 (잠시 세영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허탈하게) 응. 안 나.


주원영 누구 거 있던 사람 기억나는 기 읎나?


이아현 아무 것도요.


주원영 거 참 이상타. 내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란다.


주세영 응, 그래. 갔다 와.




원영, 나간다.




주세영 (침묵) 미안.


이아현 뭐가?


주세영 정말 아무 것도 기억 안 나?


이아현 (쓸쓸히 웃는다) 응. 오빠. 나 너구리 좀 갔다 줄래? 밤엔 쓸쓸해서.


주세영 아, 그래! 이따 집에 갔다가 금방 가져올게.






#52. 개천 다리. 4년 전.


누군가의 시선. 다리 쪽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다. 주위가 시끄럽다. 구급차가 다리 위에 서 있고 곧 아래쪽 모래밭에서 인파를 헤치고 아현이 들것에 실려 올라온다. 아현이 타면 구급차가 떠난다.






#53. 마을 입구 바깥. 버스 정류장 뒤쪽. 4년 전.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아현. 그리고 옆엔 세영.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둘이 진지하게 서로를 쳐다본다.




주세영 (작은 소리로) 나도.


이아현 응?


주세영 나도 네가 좋아. 하지만 우린 친척이잖아.


이아현 좋은 건 어쩔 수 없잖아. 고지식한 소리 하지 마.


주세영 어쩔 수 없어.


이아현 결혼 안 해도 좋아. 오빠가 내 옆에 없어도 상관없어. 그냥 좋아한다고만 해 줘. (대답이 없자, 머리를 앞으로 내밀며) 그거면 된단 말야. 응?


주세영 가자. 명애 누나가 저녁 만들어 준댔으니까 빨리 사 가야지.




세영, 앞으로 걷는다. 아현, 고개를 숙이고 뒤따른다.






#54. 개천 다리. 4년 전.


하늘엔 뭉게구름이 피어 있다. 난간에 기댄 세영이 가만히 서 있는 아현에게,




주세영 왜 불렀어?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 못 해. 나도 힘들다고.


이아현 그런 거 아냐. 저기 시가지 봐.


주세영 (그 쪽을 보면서) 왜?


이아현 애드벌룬 띄워 놨는데 안 보여?


주세영 안 보이는데.


이아현 가까이 가 봐.


주세영 (걸어가며) 몇 걸음 간다고 해서 저기 있는 게 보이겠어?




세영이 등을 돌리고 가는 사이 아현은 개천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난간 위에 선다.




주세영 아무래도 안 보이는데. (돌아보며) 넌 눈도 좋다……. 뭐 하는 거야? 위험해. 내려와.


이아현 좋아한다고 해 줘.


주세영 이 바보가! (다가가려 하는데)


이아현 가까이 오면 뛰어내릴 거야!


주세영 그러려면 그러던가. (다가간다)


이아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오지 마. 진짜 뛰어내릴 거라고…….


주세영 (아현의 등 뒤, 난간에는 올라가지 않은 채) 그것 봐. 어차피 못 뛰어내리잖아. 내려와.


이아현 (운다) 왜 그 한 마딜 안 해 주는 거야.


주세영 (양팔을 내밀고) 천천히 앉아. 옳지. 그리고 한 쪽 다리를 먼저…….




한 발을 든 아현이 균형을 잃고 기우뚱거린다. 깜짝 놀라는 세영.




주세영 몸 뒤로 젖혀!




세영이 급한 마음에 팔을 휘둘러 다리를 잡으려는데 그만 손으로 다리를 치고 만다. 힘에 밀린 세영의 배가 아현이 떨어진 후의 난간에 부딪혀 상체가 앞으로 굽는다. 순간 화면 검게.






#55. 개천 다리. 4년 전.


돌아오면 세영이 주저앉아 있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덜덜 떨며 아래를 내려다보려는데 자동차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다리 건너편 저 먼 쪽에 세워 둔 트럭에 누가 타는 중이다. 갑자기 세영 일어나 마을 쪽으로 달린다.






#56. 세영의 방. 현재.


#52에 이어서.




주세영 그 트럭 기사가 본 줄 알고 겁이 났었어.


이아현 (냉소) 그랬어?


주세영 왜 기억상실인 척 했어?


이아현 그게 괴롭히는 데 편했으니까.


주세영 그래. 늦었지만, 미안하다.


이아현 지금 와서 밝혀지면 골치 아프겠지? 오빤 잘 나갈 거라고 예정돼 있는 화가니까. 주위가 시끄러워질 지도 모르는 얘긴 묻어 두는 게 낫잖아?


주세영 그런 거 아냐.


이아현 오빠. (다가앉으며 슬쩍 안긴다) 아직도 내가 좋아?


주세영 (분위기에 도취되어) 조금은.


이아현 응. (고개를 들고 세영의 얼굴 바로 앞에서, #30에서의 그 공허한 표정으로) 난 그 때 이후로 오빠가 싫어졌어.


주세영 윽.




세영, 급히 밀어낸다. 나동그라지는 아현. 세영이 일어나려다가 죽 그릇을 엎는다. 결국 일어나 숨을 몰아쉰다.




이아현 (일어나서 생긋 웃고는) 죽 다시 담아 올게. (나간다)






#57. 폐공장. 오전 열한 시 쯤.


선글라스를 낀 재훈, 옆에 일규. 건달 셋. 두들겨 맞아 쓰러진 건달 정.




김일규 (건달 정의 어깨를 발로 툭툭 치며) 행님. 인나소.


최재훈 (넥타이를 조금 풀며) 일으켜.




건달 둘이 건달 정의 양 팔을 붙잡고 일으켜 세운다.




최재훈 난 너희같은 부류가 제일 싫어. 불만 있으면 직접 와서 이야기하란 말이야. 뒷다마 까는 건 상관없지만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건달정 (얼굴이 부어터져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온다) 어……. 죄송합…….


최재훈 (얼굴을 바싹 가져다 대고) 와 그랬는교? 기춘이 행님?


건달정 (신음 소리만)


최재훈 만날 협객 협객 소리나 찌끄리쌌제, 이기 뭐 실속이 없지 않은교. 안 그라요? 기춘이 행님.




재훈, 발을 들어 건달 정의 복부를 걷어찬다. 두 건달이 그를 놓아 주자 힘없이 쓰러진다.




최재훈 오복이 만나러 가자. (세 건달에게) 너흰 수고했어. 들어가 봐.




건달들이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는 앞으로 재훈과 일규 걸어나간다.






#58. 오복이 운영하는 고리금융 사무소.


책상 세 개에 서류들이 조금 쌓여 있다. 구석에는 커다란 열대식물이 화분에 서 있는데 너무 높아서 천장에 닿아 구부러져 있다. 창문 바로 앞에 있는 오복의 책상 위로 액자에 넣어진 휘호, 한자로 義死忠身이라고 쓰여 있다.


오복은 자기 책상에 앉아 있고 구석 소파에 오복이파 건달들이 대여섯 명 앉아 있는데 그 중에는 건달 갑도 있다.


건달 병의 안내를 받아 재훈이 일규와 함께 들어온다. 쫓겼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일규는 계속해서 건달 병과 으르렁대며 눈싸움을 한다.




양오복 (일어서며) 어이쿠. 안 그캐도 연락할라캤는데 몸소 오시네. 야, 의자 하나 갖다드리라.




건달 하나가 재빨리 둥근 의자를 가지고 와 오복 책상 앞에 놓는다.




양오복 새끼야, 이기 말고 등받이 달린 걸루 가지와야제!


최재훈 괜찮습니다. 앉지요.




일규는 재훈의 뒤에 서고 재훈이 의자에 앉는다.




최재훈 어제 말씀드린 것 말입니다만.


양오복 아, 그거! 생각해 봤드만 명안인기요, 이게! 내는 좋소!


최재훈 아버지를 설득해 봤는데 아무래도 오 대 오 이상은 안 된다고 하셔서 말입니다. 송구스럽습니다.


양오복 어! 또 그리 얘기가 바뀠는교. 아따, 성달이 이거 깐깐하네.


최재훈 오 대 오는 안 되겠습니까?


양오복 글쎄요. 그기는 마 좀 생각을 해 봐야겠는데. (팔짱을 끼고 머리를 굴린다)


최재훈 (한숨) 그러면…….


양오복 아, 좋다! 마 내 양보하지요! 그래 하입시더! 어차피 손 잡으믄 파트너 아닌교! 좋은 게 좋은 깁니더. 대신에 성달이보고 담에 와서 술 한잔 쏘자고 하시오. 알았는교.


최재훈 아, 예.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부탁인데……. (뒤의 건달들과 오복을 번갈아 본다)


양오복 야, 니들. 좀 나갔다가 들어와라.




건달들, 우르르 나간다.




최재훈 감사합니다.


양오복 인자는 파트너요 파트너! 말해보시오.


최재훈 횟집 요리사가 죽은 것 있지 않습니까?


양오복 어뜬 놈이 쑤싰는지 시끄러워질 놈을 죽인 기요. 암만 내가 그 영감을 싫어해도 그래 대 놓고 그카진 안하요.


최재훈 오복이파에서 죽인 걸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


양오복 (인상을 팍 쓰며) 그기 시방 무신 소리요!


최재훈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는다. 일규가 깜짝 놀란다.) 부탁드립니다.


김일규 아니, 행님! 시방 뭐 하는 짓인교?


최재훈 키우는 부하가 있습니다. 정말 앞날이 창창한 놈입니다. 하지만 같은 조직에서 뒤집어 씌울 수는 없었습니다. 정말 쓸모없고 버리지 않으면 귀찮은 놈을 하나 밀어 주십시오.


양오복 (좀 누그러져서) 일단 자리에 앉으시고. 오히려 그런 놈을 갖다 썼다 배신하믄 귀찮소. 믿을만한 애를 데리다 쓰야…….


최재훈 그렇게 좋은 인재 낭비할 필요가 뭐 있습니까? 그보다 예전부터 우리 쪽 누구랑 친하게 지내면서 서로 정보를 흘리고 다니던 놈이 있다고 합니다. 그걸 쓰십시오.


양오복 증말이오? 그기 누구요?


최재훈 사마귀 난 놈입니다.


양오복 (생각하다) 허지만, 이제 두 조직이 친해지기루 했으니께 그걸 가지구 문제삼는다는 것두 쪼까 그렇지 않소?


최재훈 저희 쪽에선 이미 죽기 전까지 패 버렸습니다.


양오복 흐미, 진짜요?


최재훈 그리고 사마귀가 그 놈한테 어제 일을 말하는 바람에 아버지가 먼저 그걸 들으시고 이 얘기 자체가 깨질 뻔했습니다. 그거면 죄목은 충분하지요?


양오복 으음. 우짜란 말인교?


최재훈 죽여 버리십시오.


양오복 어이쿠, 그건 좀 그렇제!


최재훈 일벌백계라고 했습니다.


양오복 에또, 그라믄 알아서 하시오. 난 입 다물고 있을 거니께. 그래도 시끄러워지믄 좀 그라니께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는 기요.


최재훈 (일어서며) 감사합니다. 그럼 아버지께 말씀드리러 가겠습니다.


양오복 (활짝 웃는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오.


최재훈 안녕히 계십시오.


양오복 아참, 그란디.


최재훈 예?


양오복 그 어린놈은 그 생선장수 와 잡았다는교?


최재훈 (사이) 사연이 있어서 그랬답니다. (일규와 함께 나간다)






#59. 폐공장


매트리스에 앉은 일규와 서 있는 재훈.




김일규 말씀을 좀 해 보시소. 와 무릎까지 꿇고 그라요! 어뜬 놈이 심계룡이 쑤시가 우리 행님 오복이 앞에서 무릎 꿇게 만들었는교! 내 코뚜레를 꿰 가가 콧구멍을 남북통일시키뿔기요!


최재훈 나야.


김일규 예에?


최재훈 내가 그랬어.


김일규 아이고, 행님! 개새끼 한마리 못 때리 본 양반이 와 그랬십니꺼?


최재훈 글쎄.






#60. 계룡이 죽던 날 밤. #27과 같음.


고장나 어두운 가로등 아래, 골목에서 재훈과 일규가 담배를 피워 물고 있다. 장면 자체는 #27이고 이번엔 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김일규 다방에서 들은 첩본디 말입니더. 심계룡이가 누님을 조사 달라꼬 오복이한테 말할 끼라고 그랬답니더.


최재훈 그 인간이 왜?


김일규 모르겠십니더. 집이 어짜고저짜고 했다카든데예. 그래가 술 꼻아가지고 행패 놓다가 아가씨한티 뺨 맞고 쫓기났다캅니다. 그거 듣고 내 곧바로 뛰어 온기라예.


최재훈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하지. 넌 들어가 봐.


김일규 예. 조심하이소.






#61. 개천 다리 위. #60 이후. 한밤중.


만취해 비틀대며 걸어가는 계룡. 가방을 하나 메고 쭉 뒤따라오던 재훈이 다가가 말을 건다.




최재훈 심계룡 씨 맞으시죠?


심계룡 앙? 뭐꼬?


최재훈 불만이 굉장히 많으시다던데요.


심계룡 아 말도 마소! 빌라가 말이오. 빌라에 들어 있는 집이 내 앞에 톡- 떨어지는 긴디 말이오. 어디서 기집애 하나가 톡- 떨어지가 그걸 홀랑 처묵었다 이기요. 내가 열이 받겠소, 안 받겠소?


최재훈 들어드리죠. 저 쪽으로 갑시다.




재훈, 계룡을 데리고 다리 아래로 내려간다.




심계룡 내가 장중이 영감님이 집 한채 준다 그래가꼬 삼 년 전부터 그래 기대를 해왔는기요. 그란디, 뭐? 그래, 좋다 이기요. 아들 오믄 집 주야지요. 내 그건 이해할 수 있소. 그래도 이기는 아닌 기요. 영감님 지가 성인군자요? 와 사돈집 꼬맹이한테까지 죄 신경쓰믄서 집 한채를 냅다 바치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그 집에서 일해준 게 몇인데? 안 그라요?


최재훈 (장갑을 끼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쩌실 겁니까?


심계룡 들으소, 마. 양오복이 있지예. 임마가 최성달이를 미워하다 미워하다 몬해가 이젠 뭐 우짜다 보니 장중이 영감님까지 싫어하게 되얐다, 이기요! 그르니께 금마들한티 부탁해가 고 기집애 좀 조사뿌믄 그 집은 내한테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이기요!


최재훈 그렇군요.




재훈, 품 속에서 칼을 꺼내 그대로 찌른다.






#62. 어느 공터. 한밤중.


재훈이 드럼통에 불을 피우는 중이다. 불은 잘 타오른다. 피 묻은 옷을 벗어 함께 태운다.




최재훈 (몸이 떨린다. 여태 숨을 몰아쉰다) 귀가가 늦는 놈이라……. 다행이지.




들고 온 가방에서 새 정장을 꺼내어 입는다. 꼬깃꼬깃 주름이 가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63. 폐공장. #59 이후.




최재훈 그랬어.


김일규 술 취헌 놈 소릴 진담으로 들으면 우짜요!


최재훈 일 프로라도 가능성은 없애야 돼.


김일규 (울화통이 터진다) 그건 그렇다 칩시다. 오복이 앞에선 와 무릎 꿇었는교. 자존심도 읎는교!


최재훈 난 아현 씨한테 미움받기 싫어.


김일규 아악 진짜! (머리를 긁는다) 행님요. 와 그라는교!


최재훈 정리 좀 하자. 아현 씨 이제 올 거야. 시간 다 됐어.


김일규 우짜실 작정이오?


최재훈 정리한다니까. 피곤해.


김일규 무신 소리요?


최재훈 칼이 쑥 들어가는데 있잖아. 손에서 팔로, 몸으로 감각이 오는데, 아 내가 진짜로 사람을 죽이는구나. 그리고 그 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이러는 거야. 뭐꼬? 한 번 더 찔렀더니 살려주이소. (사이) 찌르는 걸 연습해 놔서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죽이려고 몇 방 더 찌르다가 내가 미쳐 버렸을 걸.


김일규 (애처롭게) 행님.




전화벨이 울리고 재훈이 전화를 받는다.




최재훈 예, 아현 씨. (사이)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오십시오. 드릴 말씀이 있어요. 중요한 겁니다. (사이) 예. 그럼. (끊는다)


김일규 사람 직있다고 말할 낍니꺼?


최재훈 그런 거 아냐. 더 중요한 거야.






#64. 술집. 밤.


원영과 세영. 소주를 마신다.




주원영 요 메칠 힘이 읎다, 니.


주세영 일시적인 거야. 괜찮아.


주원영 무신 일 있는 기제?


주세영 형. 형이니까, 내가 형한테만 이야기할게.




TV가 비추어진다.




앵  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 김모 씨, 속칭 케이가 어제 저녁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김씨는 현직 경찰을 총으로 쏘고 부인을 살해하려다가 그 경찰관의 재치 있는 대응에 결국 체포되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현장을 연결하겠습니다. 박수경 기자.




다시 원영과 세영.




주원영 (말 없이 소주를 들이킨다)


주세영 그래서 이제, 너구리는 내가 싫대.


주원영 니는 아직도 좋아하나?


주세영 모르겠어. 약간은 그럴지도 몰라.


주원영 내가 보기엔 아현이 절대 니 안 싫어한다. 이건 내가 보증한다.


주세영 형은 걔를 몰라. 악마라고 해도 좋아. 그 정도로 냉정해.


주원영 니가 그래 생각해가 그런 거 아이가? 원래 안 그런 아가 인자 와서 우째 그라겠노?


주세영 (침묵)


주원영 잘 생각하래이. 그리고 똑바로 결정해래이. 뭐하믄 둘이 해외로 날라뿌든가.


주세영 형님. 사촌이에요.


주원영 그른 기 어데 있노? 원래 예술가믄 한딱까리 하는기다. 그래도 된다!


주세영 (피식) 웃기고 있네.


주원영 (자기 잔에 소주를 따르고 세영의 잔에 가져다 부딪친다) 마시라!






#65. 장중 주택.


원영과 세영이 서로를 부축해 가며 들어온다. 명애가 바로 다가온다.




하명애 뭐 하다 이제 들어와요? 계룡 씨 죽인 깡패 죽었어요!


주원영 뭐. 뭬야.


주세영 (인상 찌푸린다) 술이 다 깨는구만.




명애가 녹화한 테이프를 비디오덱에 넣고 재생한다. 뉴스 장면이다. 절벽 아래, 경찰들이 모여 있고 시체 하나가 실려 나가고 있다.




앵  커 (다른 앵커다. 이 방송은 지방방송이니까.) -는 심모 씨를 살해하고 다리 밑에 시체를 유기한 채 달아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목격자의 말을 들어 보겠습니다.


김일규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목소리도 변조. 하지만 옷은 오늘 그가 입었던 옷이다.) 내사 마 어두워가 잘 안 보있지만 말입니더. 으메, 시체 또 봐야 되는교. 아, 못 본다구요. 다행이네잉. 아까도 확인했지만서두 그 어깨에 문신, 그게 딱 그기요. 저 사람이 심(삐-) 데리고 다리 밑으로 가는 걸 내가 가다가 봤지예.


앵  커 범인은 조직폭력배로서 심씨와 직접적인 원한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 그가 자살함으로써…….




세영, 2층으로 뛰어올라간다.






#66. 아현의 방.


세영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니 아현이 등을 돌리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깜짝 놀라 그를 돌아본다.




이아현 왜, 왜?


주세영 계룡이 죽인 놈이 죽었다.


이아현 죽어?


주세영 어깨에 문신이 있다던데. 깡패들은 다 마찬가지겠지만.


이아현 아냐. 재훈이나 일규는 문신 안 새겼어.


주세영 그건 누구야?


이아현 오늘 아침에 본 게 일규. 일규가 형님이라고 하는 게 재훈이.


주세영 하여튼간에. 뭐 아는 것 없어? 이상해서 그래.


이아현 몰라. 재훈 씨도 오복이파 사람들이 그랬을 거라고 했는데……. (문득 일어서며) 그런데 왜 갑자기 들어와서 이러는 거야? 술은 또 그렇게 취해서! 오빠가 나한테 큰소리칠 자격이 있어?


주세영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바 아니야. 이번엔 내가 한 번 물어보자. 너, 내가 좋아?


이아현 (사이) 나, 오늘 고백 받았어.


주세영 어떤 놈인데?


이아현 있어. 잘 생기고 머리도 좋고 돈도 많은 사람.


주세영 (비틀대다 벽을 꽝 친다) 상관없어. 진짜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옛 기억이 돌아온 건지 모르겠지만, 이제 내가 좋아서 어쩔 수가 없어.


이아현 안 돼. (몸을 떨며) 난 오빠가 싫단 말야. 얘기했잖아.


주세영 정말이야?




술 때문인지 숨을 몰아쉬며 피로한 눈으로 아현의 얼굴을 응시한다. 아현, 울먹거린다. 세영이 다가가 안는다.




주세영 정말이냐구.


이아현 (사이) 거짓말이야. (눈물)




긴장 풀린 세영이 쓰러져 버린다. 아현이 이불을 덮어 준다. 털썩 주저앉는데 들어오는 명애.




하명애 얘기 끝났어?


이아현 있었어요?


하명애 뻗어 버렸네.


이아현 (웃는 얼굴로 눈물을 닦으며)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67. 마을 입구. 4년 전.


#43과 같은 장면. 시선의 주인공은 재훈이다. 깔끔하게 차려 입은 그는 아현에게 다가가 말을 붙이려 하나 버스가 서고 세영에게 아현이 뛰어가는 바람에 기회를 놓친다. 재훈은 나무 뒤에 숨어서 그들을 살핀다. 그들은 즐거워 보인다. 돌아서서 사라진다.






#68. 성달의 방. 4년 전.


성달과 재훈. 성달이 화분에 물을 주는데,




최재훈 아부지예.


최성달 왜?


최재훈 주씨 집에 젊은 놈 하나 새로 왔든디, 가 누군지 아십니꺼?


최성달 주세영이 왔나 보네. 영감님 손자다. 그림 공부 한다던가?


최재훈 서울에서예?


최성달 어, 그렇지.






#69. 재훈의 방. 4년 전.


아버지의 방과는 달리 평범하다. 평범한 침대에 평범한 책상, 그리고 벽에 평범한 거울이 있다. 재훈이 입 모양을 확인하면서 뭔가 연습하고 있다.




최재훈 아. 음. 아. 나는. 나는. 나. 는. 밥. 묵었냐. 밥. 먹었냐. (사이) 새끼들, 재주도 좋제. 이래 어려븐 걸 우째 다 하노?






#70. 개천 다리 위. 4년 전.


재훈이 길을 가다 다리 위에서 옥신각신하는 것을 본다. 자기도 모르게 재빨리 개천 변 숲으로 들어간다. 갑자기 아현이 다리 밑으로 떨어진다. 재훈은 뛰어 나가려 하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세영은 주저앉는다.


잠시 뒤 세영이 달아나는 것이 보인다. 그가 사라지자마자 곧바로 재훈이 다리 밑으로 뛰어 내려간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71. 폐공장. 밤.


재훈이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바닥에 꽁초가 수북하다. 일규가 목을 꺾어 소리를 내며 들어온다.




김일규 마 인타뷰하자고 쌩 난리를 치서 도망나오느라 죽는 줄 알았소.


최재훈 수고했다.


김일규 어차피 차인 긴데 억지로 또 사람 하나 쥑일 필요는 읎지 않았는교.


최재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빵 가긴 싫어.


김일규 참말로 누님도 사람 못 봅니데이.


최재훈 아냐. 내가 그냥 못 기다린 거야. 거절당할 걸 확인하려고 그런 거지.


김일규 그란 깁니까?


최재훈 애초에 기회가 왔을 때 난 못 잡았어.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버린다. 빨갛게 타들어간다.




김일규 인자 우짤 낍니꺼?


최재훈 도시정벌이나 해 볼까. (웃는다.)


김일규 (웃지 않는다) 재미 읎소 그거.


최재훈 (한숨, 미소) 좋잖아. 우리 같이 부와 명성과 권력을 손에 넣는 거다. 어때? 괜찮지?






#72. 고등학교 교실.


창 밖에 무수히 떨어진 낙엽이 보인다. 교복을 입고 창 밖을 바라보는 일규. 쉬는 시간이지만 수능을 앞둔 고3 교실은 거의 정적이다. 옆에 경식이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다.




김일규 그라고는 마 유학가뿠다.


강경식 아, 예에.


김일규 야, 누님 동상아. 우째 생각하노? 우리의 그 도시정벌의 꿈은 말이다.


강경식 아니 지는 누나가 일규 행님이랑 아는 사인지도 몰랐는데예.


김일규 (안 듣는다) 그래가 내도 수능을 보기로 했지.


강경식 (놀란다) 진짭니꺼?


김일규 새끼야, 와 그래 놀라노?


강경식 건다, 아니 행님들이 대학 공부한다는 건 처음 들어가지고예.


김일규 임마, 사람 무시하나? 내 이번에 공부 억씨로 해서 백 팔십 점 나왔데이. 가능성 있제!


강경식 막장인데예.


김일규 무신 막장이고!


강경식 오백 만점에 백 팔십이믄예, 갈 데가 읎는데예.


김일규 사백 점 아이가?


강경식 오백 점입니더.


김일규 행님들이 사백 점이라 그캤는데.


강경식 무신 빗살무늬 토기에 죽 끓여 묵던 시절 얘깁니꺼?


김일규 그기 은젠데?


강경식 거 보소. 가망이 없다니께예.




교실 뒷문 두드리는 소리. 돌아보니 아현이다. 청바지에 청잠바를 입고 머리를 뒤로 묶었다.




이아현 경식아. 외숙모가 도시락 갔다주래. 어떻게 이 학교는 여태 급식을 안 하니?


강경식 (아현에게 가며) 아, 사 묵을라캤는데.


김일규 (뒤따라간다) 누님, 잘 계싰는교?


이아현 (일부러 인상 찌푸리며) 말 걸지 마 깡패야.


김일규 이라기요?




이 즈음 종이 울린다. 그나마 움직이던 학생들이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아현 (웃는다) 농담이야. 요즘 뭐 해?


김일규 (자랑스럽게) 수능 공부 한다 아입니까.


이아현 정말? 몇 점이나 나와?


김일규 (자신감이 사라진다) 백 팔십점예.


이아현 내가 지금 봐도 삼백 점은 나오는데. 무리네. (경식에게) 그치?


강경식 (시선 피하며) 잘 모르겠네.


김일규 마 시간 있잖아! 괘안타!


강경식 수능 다음준데예.


김일규 (사이) 맞나.




그에 맞춰 선생이 들어온다. 경식, 슬그머니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김일규 아, 좆같네 진짜.




아현도 슬쩍 뒤로 빠져 돌아간다. 의아해하며 돌아보니 선생 역시 어쩔 줄 모르고 선 채다. 일규가 쳐다보니 슬그머니 시선을 돌린다. 일규 가만히 있다가 짐짓 크게 헛기침을 하며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김일규 수업 하소, 마.




김일규(N)     행님이 혈기에 사람 직이 놓고 을매나 고민했는지 아마 내 빼고는 아무도 모를 끼다. 아니, 내도 잘 모르겠다. 사람을 안 직이 봐가. 어려서 그란 기다. 행님이 군대만 갔다 왔어도 안 그랬을끼라고……. 누님은 말했다. 어쩐지 주세영이랑 비교하는 것 같아가 기분은 안 좋았다.






#73. 개천 다리. 겨울.


두껍게 입은 아현과 일규. 난간에 기대어 있다. 일규는 등을 대고, 아현은 배를 댔다. 아현은 자기가 떨어졌던 곳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김일규 그라도 마, 행님은 얻은 게 있을 낍니더. 표정이 엔간히 편해 보였으니께요.


이아현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 재훈 씨 좋은 사람이야.


김일규 그라니께 내가 아즉 붙어 있는기라요. 행님 봐도 말하지 마소. 내가 입 나불대싼 거.


이아현 (사이) 내가 그 때 승낙했더라면 유학 안 갔겠지?


김일규 그건 내가 싫십니더.


이아현 왜?


김일규 (씨익 웃는다) 행님이 아깝십니더.


이아현 (미소) 사실 그래.


김일규 그래 나오믄 재미 읎잖십니꺼.


이아현 그래서 넌 뭐 얻은 거 있어?


김일규 (사이) 낙방 통지예.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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