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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그녀의 북카트

2010.08.09 10:14

idtptkd 조회 수:459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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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최근에 건실하게 살려고 끊은 것들이 몇 개 있다. ‘최근’이라기에는 꽤 기간이 길게 잡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끊어‘왔다’라는 진행의 의미를 살리자면, 최근이다. 우선 술이다. 위 때문에 소화자체를 못 시키고, 주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위로 밀어치는 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끊은 거다. 원래 술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못 마시는 사람이 되었다는 건 짜증나는 일이다. 그리고 다음은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주로 익명게시판에 기웃거리면서 자신은 상식으로 똘똘 뭉친 교양인인 것처럼 행동했다. 오히려 평소에는 상식보다는 자신의 즐거움이나 편안함을 최고로 치지만. 그리고 가장 ‘오랜 기간 끊어온 것’이 있다면, 북쇼핑이다. 사실 나는 그리 지성인이 아니다. 잘 치면 일주일에 한 권. 잘 안 치면 한 달에 한권 정도를 읽는다. 그래도 책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주변에서 읽는다고 생각했지만, 정확히는 인터넷에서 책을 지르는 걸 좋아하는 거다. 그 탓에, 편의점도 아닌데 24시간 yes를 외치는 인터넷 서점의 플래티넘 고객이 되기도 했었다. 3달간 순수 구입 금액이 30만원 이상이면 되는 등급. 즉, 한 달에 10만원을 쏟는다는 거다. 물론, 책 외에 잡다한 것도 구매할 수 있긴 했지만, 주요 대상은 책이었다. 나는 아마도 ‘미래에’ 공부하게 될 거라고 생각된 외국어 교재와 읽을 지도 모를 책들을 구입을 했었었다. 철저히 과거형이었다. 이제는 꼭 읽을 거라고 생각되는 거나, 할인이 많이 되어있는 책이 아니면 잘 사지 않는다. 대학생의 몇 안 되는 혜택인 ‘도서관’을 잘 이용하면서 조금 증상은 나아졌었다. 아니, 그래보였다. 왜냐면 책을 사는 것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나에게 도덕적 비난을 한 사람은 없었다. 만약 내가 책 대신 구두를 모으거나, 옷가지를 샀다면 주변에서는 나를 소비에 열광한 사람으로 만들었을 거다. 택배를 기다린다는 말에 ‘한심하다’소리를 했었을 거다. 하지만 나의 소비 대상은 책이었다. 취미에 ‘독서’를 적기에는 상당히 민망한 수준인데도, 나는 책을 질렀었고, 택배를 기다렸고, 주변에서 뭘 샀냐고 물으면 구두나 옷을 지르는 다른 여성들과 비슷한 표정을 하면서 ‘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주변의 반응은 ‘책이 좋아?’라는 표정과 뭔가 나를 대단하게 봤다. 사실 내게는 책을 모으는 것은 한 번을 신을까 말까한 구두를 모으거나 사진빨과 사이즈의 부조리로 인해 인터넷 옷쇼핑을 하는 그녀들과 그리 다를 것은 없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어쨌건, 나는 스스로 나에게 그런 진단을 내렸고, 나는 ‘소비’에 열광하고 있다는 판단과 함께 책을 지르는 걸 그만뒀었다. 바로, 9일, 즉 오늘이 되기 전까지는!
 한 출판사의 할인이 시작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출판사의 책들과 나는 그리 인연이 없었다. 모두가 엄청나다고 말하는 책도 내가 읽었을 때는, 그 의미를 알기 힘들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 책은 그렇지 않았다. 그 책 자체가 그 출판사에서 나오는 소설책들과 성격이 달랐고, 나와 잘 맞았다. 그 작가의 책은 내가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이 있었는데, 나는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지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 읽지 않은 책 역시 그 출판사에서 나와 있었다. 그리고 9일, 그 책은 50%의 할인을 하였다.
 일부러 할인을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분명 12시가 좀 지나자 나는 자연스럽게 그 출판사를 검색했고, 50%가 할인된 책들의 ‘목록’을 살펴봤다. 그 책을 찾는 게 아니었다. 이왕 할인 된 거, 읽을 만한 다른 책이 없나 살펴보는 거였다. 요새 거의 최대 할인되어서 50%까지가 대부분이니까. 그렇지만, 정말 아쉽게도 내가 미리 생각해둔 책 외에는 읽고 싶어 하는 책이 없었다.
 나는 우선 내가 읽고 싶어 했던 책을 북카트에 집어넣었다. 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 그래서 배송료가 붙었다. 순간 생각했다. 비록 책의 소비를 줄이기는 했지만, 내게는 ‘배송비 무료 쿠폰’이 있었다. 이대로 책을 결제해버리는 게 ‘현명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의 비용이 드는’ 선택이었다. 그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중독자의 뇌는 어디 다르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내가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바보스럽게 ‘국내 도서’를 클릭했고, 최근 나온 신간과 광고하고 있는 도서들을 살펴봤다.
 그러다가 하단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추리소설 기획’이었다. 방학을 맞이해 집에 내려왔기 때문에, 현재 집에는 별로 책이 있지 않았다. 그래도 읽을 만한 책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랬다. 학교가 있는 서울집에는 아직 읽지 않은 추리소설이 적어도 80권은 있었다. 예전에 생일을 맞이해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80권을 지른 적이 있었다. 그 중 5권인가, 6권 정도까지 읽다가 멈췄었다. 동생은 책이 작고 표지가 붉은 색이었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빨간 책을 이렇게 많이 사냐고 놀리기도 했지만. 그렇지만, 내 머릿속에는 그 책은 서울집에 있는 거고, 현재 나는 내려와있기 때문에 읽을 수 없다는 생각만 했다. 결국 그 배너를 통해 들어갔고, 잘 모아둔 추리소설들 목록이 눈에 들어왔다. 몇몇은 눈에 익은 목록들도 있었다. 읽어볼까 생각도 들기도 했지만, 그러다가 담게 된 것은 51% 할인의 책이었다. 리뷰는 자세히 읽지 않았다. 리뷰의 평점과 제목만 읽었다. 왜냐면 추리소설은 가끔 스포일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렇게 두 권을 담았지만, 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이천원의 배송비. 이 때, 멈춰야했다. 아니, 적어도 나중에 생각하면, 그 때 멈추는 게 나았다는 생각이겠지만.
 나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리고 메모장에 서점에서 보고 읽으면 좋겠다 싶은 책들의 목록을 살펴봤다. 그리고 몇몇을 쳐서는 무작정 북카트에 집어넣었다. 어느새 책은 8만원어치가 되어있었다. 이러려던 게 아닌데. 나는 할인율이 낮은 책들을 wish list로 밀었다. ‘굳이’ 살 필요는 없겠지하는 책들도 밀려고 했다. 그러자, 4만 8천원이 되었다.
 평소에 그 인터넷 서점을 자주 이용하는 나는 이미 머릿속에서 계산이 되었다. 5만원이 넘으면 적립금 2천원을 주는데, 조금 만 더 사면 되겠다!
 그 순간 나는 담겨있는 책과 wish list에 밀려있는 책들의 가격을 비교하면서 2천원을 넘겨서 2천원을 받으려는 계산 짓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차피 책은 어디 가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읽으면 책 값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애석히도 내 독서취향은 ‘다독’으로 책을 한 번 읽고는 다시 읽지 않았다. 그런 내가 책을 지르는 걸 좋아한다는 건 엄청난 돈 낭비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러고 있었다.
 간신히 계산 후에 나는 오만원을 넘겨서 2천원 적립금을 받고, 가지고 있던 할인 쿠폰으로 2500원을 할인 받은 후에, 3만원 이상 결제하면 2천원 환급할인되는 체크카드를 이용해서 결제를 끝냈다. 그 과정을 매우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왜냐면 중간에 입력하거나 할 건 없었으니까. 그렇게 계산을 끝내고 난 후에, 빈 카트를 보다가 클릭질을 잠시 멈췄다. 카트를 표시하는 페이지를 살짝 내려서 봤을 때야 깨달았다.
 나는 맨 처음에 사려고 했던 그 책을 wish list로 밀어둔 것이다. 야밤에 정신없이 일을 저지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걸 알고는 멍하니 있었다. 문제는 이미 당일배송이 되는 책들만 담겨버려서, ‘배송준비중’ 상태로 넘어가버린 거다.
 나는 어리석게도 맨 처음에 해야 했던 대로 했다. 그 책을 담고, 배송료 무료 쿠폰을 써서 결제를 끝냈다. 게다가 그 결제도 포인트로 할 수 있는 범위였다. 가장 웃긴 것은, 나는 2950원의 책을 사기 위해 47,050원을 카드로 결제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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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가 살짝 섞여있는 팩션입니다 ㅇㅁㅇ


 


간만에 엽편썼습니다.


후우, 요새 너무 글 쓰는 거에 약간 겁을 먹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오늘, 북카트에 2950원 책(크레이지 플라밍고의 가을) 넣고, 지금


5390원 책(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제목은 이래도 추리소설) 넣고 있으니


왠지 저렇게 되어버릴까 갑자기 써버렸네요.


 


현재는 저렇게 두개만 들어가있는데=_=;;


어떻게 해야할 지 조금 걱정되요.


더 뭔가 지르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그렇지만, 아마도 안 지를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미 환급할인되는 카드는 이번달에 써서 ㅇㅈㅇ


또 환급할인 안 되거든요 ㅇㅁㅇ(자랑인가, 바보짓 홍보인가)


 


저렇게 지르면 좋겠지만...


아마도 전 다른 책들을 또 유심히 보겠죠ㅠㅠ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