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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수필 비 오는 새벽이 좋은 이유

2010.05.25 19:02

Yes-Man 조회 수:311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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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청하려 하다가 창밖으로 흐르는 비에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이미 자정은 넘겼다. 아침부터 오던 비는 자정을 넘겨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주황의 가로등빛, 그리고 그 주위를 맴도는 비.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소소하고 아담한 장관을 지켜보며 멍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목표라는 것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과는 조금 다른, 여분의 삶을 지향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무작정


연필을 들고 앉는 이유 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아련한


기분이 드는 이유 일지도 모른다


 


슬슬 더워질만도 한데


간단한 리듬과 함께 흐르는


시원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젠가까지 기억될지 모르는


순간의 나 자신과의 해후 때문인지도 모른다


 


                             -비 오는 새벽이 좋은 이유


 


어두운 새벽, 거리에는 사람이 없고 오직 빗방울 소리만 남았다. 그 소리는 꽤나 감성을 자극한다. 그래서인지 무언가 쓰고자 함이 없음에도 연필을 들고 멍하게 빈 공책을 바라보곤 한다. 사실 아련함, 긴장감, 설렘. 이 전부는 비슷한 느낌을 유발한다. 그리고 그것은 약간의 흥분과 함께 작음 웃음 또는 씁쓸한 웃음을 동반한다.


이 시를 쓸 쯤은 아마도 봄이 다가오며 두꺼운 옷이 조금은 더워질 때인 듯하다. 나뭇잎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 아스팔트 위에 떨어지는 소리, 고운 물 위로 물과 물이 합쳐지는 소리, 창가를 때리는 소리... 무수한 소리가 들려오지만 ‘비’라는 것에서 시작된 다양하지만 의외로 ‘간단한 리듬’인 것이다.


어둠은 사물을 보는데 있어 조금의 불편함을 만들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리고 고요함에 있어 지루하진 않지만 반복적인 비의 리듬은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나에게 있어 그것은 나 자신과의 ‘해후’이자 조금은 두려운 현실과의 만남이라고 하겠다.


새벽이 좋은 이유는 고요함과 선선함, 그리고 그에 따른 자유로움이다. 비가 좋은 이유는 단지 삶을 부여한다는 식상한 비유가 아닌 씻겨내고 새로움을 부여하는 조금은 주관적 견해 때문이다. 비가 사라지고 다시 해를 맞이했을 때 느껴지는 그 전과의 다른 작은 새로운 출발점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하겠다.


비 오는 새벽, 나는 별 방해 없이 자유를 즐긴다. 그리고 다음에 찾아올 새로움과 기대 설렘을 느끼며 차분하지만 조금은 흥분한, 조금은 긴장되지만 여유로운 그런 느낌을 즐긴다. 비오는 새벽이 좋은 이유는 단지 ‘나’이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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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데로 썼습니다.


역시 마음대로 자유롭게 쓰는 것이 가장 즐겁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