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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수필 호박전에 대한 단상

2009.12.30 10:05

권비스 조회 수:350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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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밀가루음식을 좋아한다.

온갖 면종류와 수제비 그리고 수많은 전들도 좋아한다.


 


 예전부터 아버지가 호박전을 해주시곤 했는데,


이런 나의 식성 때문에 호박전은 식탁에 올라온


그 자리에서 바로 없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버지께서 호박전을 만드실 때 고추를


첨가(?)하기 시작했는데, 그 양도 무시못할 정도고


향도 진해서, 호박전이라는 이름보다는 고추전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정도였다.


 


 매운음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추는 맵다기보다는


특유의 고추맛을 가지고 있고, 그 고추맛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호박전킬러본능에 제동을 걸수 밖에 없었다.


 


 나의 호박전을 고추들로 부터 구해내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릴수 밖에 없었다.


보기에는 조금 안좋았지만 밀가루 부분과 호박부분만을


골라서 먹기 위해 고추를 골라내며 깨작 깨작 나의 호박전을


정복해 들어가기 시작햇다.


 


 하지만 고추의 갯수가 너무 많고, 분포가 너무 넓어


제대로 호박전의 맛을 느낄수가 없었다.


또한 고추가 조리되는 도중 향이 퍼졌는지, 고추로부터


반경 1cm 부분은 전부 고추향이 났기 때문에, 고추를


골라 내서 먹더라도 고추맛을 완벽하게 피할수 없었고,


미처 골라내지 못한 고추를 씹을때면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수 없었다.


 


 내가 하고 있는 짓을 보자니, 음식을 먹는 다기 보다는


뭔가 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음식을 먹는 즐거움


보다는 고추에 대한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나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노동의 상황과 나의 맛있는 호박전을 더이상


맛볼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깊은 슬픔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고추때문에 호박전을 포기하기에는 호박전의


그 아름다운 자태의 유혹이 너무 강했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고추를 신경쓰지 않고, 호박전을 먹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곧 엄습해올 고추향 생각에 나는 두눈을


탁 감았다. 하지만 고추향에 신음할꺼라는 예상과 다르게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물론 기존의 호박전과는 사뭇


다른 맛이었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의 오묘한 호박과 고추의


조화를 느낄수 있었다. 나는 깨달음의 찬 눈동자를 반짝이며


눈을 다시 뜬후 모든 호박전을 그자리에서 배속으로


집어 넣었다.


 


 


 


 크나큰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인생도 이런 것이 아닐까


누구나 살아가면서 난관이나 장애물에 부딪칠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 난관이나 장애물을 피해 쉬운길만을


골라 걸어가는게 옳은 방법일까.


 내가 끝까지 고추를 골라내며 호박전을 먹었더라면,


호박전을 다 먹기는 커녕 중간중간 느껴지는 고추향


때문에 호박전 먹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나는 나의 호박전의 힘을 빌려 감히 말해본다.


난관과 장애물에 부딪칠 준비가 된 사람만이


난관과 장애물을 이겨내며 인생의 참맛을 느낄수


있을꺼라고!


 


 고추가 무서워 호박전을 못 먹는 이들아.


이제 눈을 탁 감고 호박전을 입으로 집어 넣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