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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사립과학수사연구소

2009.02.08 14:42

idtptkd 조회 수:643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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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문


눈하고 팔이 아픕니다. 그리고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추출이 끝나고 나는 ‘삐’소리에 움찔합니다. 이럴 때는 양손잡이면 좋겠습니다. 오른쪽만 쓰니까 오른쪽 어깨가 아픕니다.


점심때가 다가오는 것 같아서 시계를 보니 딱 맞췄습니다. 그래도 15명 끝냈습니다. 예. 아직 85명이 남았지만.


101호로 가서 보니까, 거실에 둘이 없는 걸 보니 조사 중인 것 같습니다. 부엌에 가서 재료가 있나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애호박이 있고, 어제 장 볼 때 우연이가 칭얼거려서 산 바지락이 있어서 맛은 날 것 같습니다. 물론, 감자는 당연히 있습니다!


반죽을 빚고 준비를 했습니다. 딱 준비가 되었을 때, 불기 전에 세 그릇을 담았습니다. 아마 102호에 있을 게 뻔하니까, 부를까, 갖다 줄까 고민하다가 그냥 갖다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쟁반에 담아서 문을 열고 102호로 들어갔을 때, 컴퓨터 앞의 시호 표정을 심각해 보였습니다. 원래 무표정이라 표정이 좋았던 적도 없었지만요. 모니터에 띄워진 딱 보기에도 똑같이 생긴 지문 2개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우와, 수제비!”


우연이는 바닥에서 프린트 된 것들을 들여다보다가 반짝 웃더니 달려들었습니다. 102호는 컴퓨터와 총기류들이 있습니다. 한 방에는 아예 못 알아볼 커다란 기계와 4대의 컴퓨터가 있고, 다른 방에는 총들이 가득 있습니다. 남은 한 방은 화재 및 물리 실험으로 쓰인다는데, 여전히 이상한 실험실일 뿐입니다.


시호도 모니터를 보는 것을 그만두더니, 나가서는 간이 탁자를 가져와서는 펼쳤다. 다들 바닥에 앉아서는 간이 탁자에 그릇을 올려두고 먹기 시작했습니다.


“찾으니까 누구래?”


“예상과 달리 이름도 맞고 생년월일도 맞는데…….”


“맞는데?”


우연이가 괜히 일부러 시선을 피하고는 입을 우물거립니다. 평소에 꼭꼭 씹어먹지도 않는데, 유난히 열심히 씹고 있습니다. 저렇게 말을 안 하려고 할 때는 사건이 복잡해질 때입니다.


“왜? 이민갔대? 해외에 있대?”


“아니, 비자가 없는데. 최근 1년간 어떤 금융거래도 없어. 카드도 은행도 세금도. 의료기록은 당연히 없고.”


우연이가 그렇게 대답하고는 ‘화낼거야?’라는 식으로 쳐다봤습니다. 금융기록도 없고, 의료기록도 없다는 것은 어디서 시작해야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현재 주민등록증 상의 주소로 찾아가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괜히 그냥 수제비만 먹고 있는데, 우연이가 괜히 제 눈치를 살핍니다. 자기 잘 못도 아닌데 말이죠.


안심하라는 의미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또 보조개가 쏙 들어가게 웃습니다. 잘 생각해보니까, 어린애에 약한데다가 보조개에도 약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연이가 안 크는 걸까요. 너무 어린애 취급해서? ‘아아, 어머니의 마음’


“게다가 문제는 우리 말고도 그 사람을 찾는 데가 있어.”


또다시 우연이는 그런 말을 하고는 괜히 시선을 피하면서 수제비를 먹더니 ‘맛있다’라면서 웃습니다. 저거저거, 단순한 불안감과 복잡함을 뛰어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뭔가 제 대답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아서 조건부 대답을 해줬습니다.


“쫒는 게 ‘경찰’,‘군대’,‘팬클럽’만 아니면 돼.”


“풉”


그 말에 반응을 보인 건 시호였습니다. 여태껏 열심히 조용히 열렬히 수제비를 먹고 있다가 제 말이 웃긴건지 자신의 손으로 입을 가렸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런 소리 없이 어깨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웃는 데 참는 모양입니다. 나름. 어디가 웃긴 부분인지 잘 모르겠지만요.


우연이는 저의 대답에 ‘우웽’이라는 소리를 냈습니다. 아마도 이 3개 중에 하나인 모양입니다. 아, 젠장.


“연예인이야?”


“아니.”


“탈영병이야?”


“아니.”


“범죄자야?”


“웅.”


우연이는 괜히 제 기분 살핀다고 귀엽게 대답했지만, 절망적이었습니다. 범죄자라니. 범죄자라니. 뭐, 경범죄일 수 있습니다.


“죄목이 ‘살인’,‘강간’,‘인신매매’만 아니면 돼.”


“풉”


그 말에 또 반응을 보인 건 시호였습니다. 조금 웃다가 다시 수제비 먹던 거 같더니 또 비슷한 말에 웃습니다. 또 입을 손으로 가리고 살짝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떨고 있습니다. 차라리, 그냥 크게 웃어! 아니, 그 전에 어느 부분이 웃긴 건지를 모르겠습니다.


제발, 우연아, 넌.


“우웽”


하지마.


3가지 중 하나에 걸린 모양입니다. 더 묻기 답답해와서 수제비만 먹었습니다. 우연이는 괜히 또 저를 눈을 동그랗게하고 쳐다봤습니다. 그렇지만, 우선 밥 먹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아무리 사과수지만, 밥 먹을 때 범죄 이야기 듣는 거 안 좋아합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소화가 잘 안 됩니다. 특히 밥 먹는데 그러면 잘 체합니다.


우선 제 걸 다 먹고 보니까 아침과 달리 두 사람은 벌써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밥만 아니면 빨리 먹는 우연이는 그렇다고 쳐도 시호는 중간에 웃을 때는 언제고 저보다 빨리 먹었습니다. 묘하게 진 느낌입니다.


“무슨 범죄인데?”


“납치 살인”


순간 숟가락 던질 뻔 했습니다. 의뢰인의 핸드백에서 괜히 백만원이 나온 게 아닙니다. 그건 당연히 그만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나온겁니다.


우연이는 그런 말을 하고는 순진하게 웃습니다. 보조개가 쏙 들어가게 웃습니다. 오늘따라 젓가락으로 보조개를 찔러주고 싶은 충동이 있습니다. 아, 우연이가 잘 못한 게 아닙니다. 아침에 문을 연 제 잘 못입니다. 그렇죠, 제가 잘 못한거죠. 젠장할.


“왜! 그래도 다행인건 있어!”


“뭔데?”


“용의자라는 거!”


“유력 용의자.”


우연이의 위로 뒤로 시호의 말이 그닥 충격은 아니었지만, 미움의 대상이 시호로 넘어갔습니다. 아, 예상은 조금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그렇게 확인을 당장 바로 해줘야하는 겁니까?


“어떤 사건인데?”


“여대생을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했고. 나중에 그 여대생이 시체로 발견되었대.”


“근데 왜 용의자로 의심받는 건데?”


“아, 이건 연우 형 분야다!”


우연이가 설명하다가 눈을 반짝이는데, 제 분야라면 더러운 사건입니다. 그래요, 제 실험에는 15개의 콘돔이 굴러다니고 있죠. 그래요, 깔끔할 수가 없죠. 저도 뭐 친자확인 이런 거나 하고 살면 좋겠습니다. 아아, 감동적인 친자 확인. 젠장, 피는 안 끌리는 모양이군요. 결국 진짜냐 가짜냐를 알아야하니까 말입니다. 그래요, 저는 그렇게 친자확인 감정서나 떼어주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생물과 관련되어서 좋을 거 없죠.


“왜? 거기서 콘돔이라도 발견되었나보지?”


“헉! 천재!”


우연이의 칭찬이 전혀 고맙지 않습니다. 괜히 복잡해지네요.


아, 근데 왜 콘돔이 발견되었는데도 우연이가 ‘납치 살인’이라고만 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절망감에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어서 시선을 마주치니까 우연이는 강아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아아, 어머니의 마음’ 제길.


“어떻게 된건데?”


“그게, 과실치사? 뭐, 그럴 가능성이 많다고 되어있더라고, 기록에는. 웅……”


“쾌락질식*. 에로틱 엑스피시에이션.”


*쾌락질식(Erotic asphyxiation) : 숨을 막거나 참아 고의로 뇌에 가는 산소를 차단시켜 발생하는 성적 쾌락.


“응응. 그거 가능성이 높다고. 외상이 없고 콘돔을 사용한 점에서 합의하 관계를 가진 것 같다고 되어있었어. 하지만, 따지자면 웅…….”


“교살*”


*교살(絞殺) : 목을 졸라 죽임.


“응. 교살!”


우연이의 ‘웅’과 시호의 뚝뚝 끊어지는 단어 설명으로 머릿속에 안 좋은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젊은 남녀가 쿵짝이 맞아서 여자네 집 부모님 돈을 뜯어내려고 납치를 꾸미고 서로 남녀상열지사를 하다가 실수로 죽여버린 겁니다. 그리고는 남자는 튄거죠.


근데, 쾌락질식이라는 말보다는 보통 저산소애호증이라는 말을 쓰는데, 뭐 그거야 단어가 틀리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시호의 영어 발음에 깜짝 놀랬습니다. 분명 기억을 잃기 전에 뭔가 대단한 녀석이긴 했을 겁니다. 굳이 영어를 발음할 때 굴리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웠습니다.


괜히 생각에 빠져있을 때, 역시 도와달라고 하는 게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연아, 상현이 형한테 연락했어?”


“웅. 내일 올 때, 그 문제의 콘돔이랑 여러 가지 자료들도 가져오라고 했어! 잘 했어?”


그렇게 칭찬을 노골적으로 바라는 얼굴을 하는 우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보조개가 쏙 들어가게 웃습니다. 어쩔 수 없죠. 백만원이나 이미 받아 먹었으면서 찾으러 가야죠.


아, 상현이 형은 좀…… 괴짜기는 한데, 착한 사람입니다. 경찰 쪽 사람이라는데, 매번 바쁘지도 않고. 그래도 경찰 쪽에 뭔가 권력이 있는 사람 같습니다. 정확히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불법인 사과수의 모든 일을 봐주고 오히려 정보나 그런 것을 찾아줍니다. 물론, 그렇게 도와주는 만큼 사과수가 한 일이 착한 일일 경우 공치사는 다 자기가 받아먹습니다. 괜찮아요, 저희는 돈을 먹으니까요.


“그러면, 당연히 의뢰인…….”


순간 의뢰인 이름이 안 떠올라서 기억해내려고 하자, 시호가 미리 챙겨놨는지 컴퓨터 옆에 놓여있는 빨간색 명함을 건네주면서 말했습니다.


“강하연”


“맞아! 의뢰인 지문도 비교해봤지? 괜히 속였을 수도 있으니까. 어떤 사정일지도 모르고. 명함 한 장을 완전히 믿는 것도 그렇고.”


시호는 말없이 모니터를 가리켰습니다. 아까 수제비 가져왔을 때도 계속 쳐다보고 있던 거였습니다. 시호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두 지문은 ‘87%’의 확률로 같은 사람의 것입니다. 하나는 국가의 데이터를 스리슬쩍해서 가져온 것이고 하나는 봉투에 있던 것을 입력한 것 같습니다.


“응. 그래서?”


“일치.”


“강하연이 맞다는 말이야?”


시호는 대답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도 의뢰인까지는 속이지 않았다는 거에 안심했습니다. 그냥 범죄자 하나 쫒으니까, 여러 가지로 조금 복잡하지만, 뭐 못 잡으면 선불금 받는 것 정도로 하면 됩니다.


그렇게 조금 스스로 위로하고 있을 때, 우연이가 괜히 꼼지락 거립니다. 우연이를 괜히 어린애 취급하는 게 아닙니다. 어린애같은 짓을 하니까 그럽니다.


“아직도 나한테 말 안 한게 있어?”


“화 안 낼거지?”


저런 게 어린애라는 겁니다. 그냥 말하면 되지, 먼저 화낼거냐고 물어서 사람 화내지도 못하고 합니다.


“안 낼게.”


“진짜?”


그러면 저렇게 표정이 밝아집니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가장 큰 테러를 하고 갑니다.


“그 우리 찾는 ‘최진수’라는 사람이 죽인 여대생이 ‘강하연’이야.”


아, 젠장.


화내지 말아야한다고 계속 생각하면서 표정을 굳어집니다. 우연이는 그러면서 ‘화 안 내기로 했지?’라는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시호는 다시 모니터에 ‘87%’를 쳐다봅니다.


이건 쫒는 사람이 ‘범죄자’라는 것도, 그것도 ‘살인범’이라는 것보다 더 충격적입니다. 지금 이걸 그대로 믿으면 ‘죽은 사람이 와서는 자기를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꼴이 되니 말입니다.


하지만, 귀신은 지문을 남기지 않습니다. 귀신은 조상신이랑 어쨌든 저한테 좋은 일 해주는 귀신 외에는 절대 안 믿습니다. 자조적으로 입에서 말이 빠져나갔습니다.


“또 상현이 형만 좋은 일 시켜줄 것 같네.”


엄청 더럽게 복잡한 사건을 맡아버린 것 같습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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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부정남님//그렇죠. 안 그랬다가는 너무 많이 걸리죠. 확실히 걸리죠. 심하게 걸리죠.


에테넬님//이미 이런 걸 쓰는 자체가 정상이... 아, 손님 환불 안된다니까요. 예, 추리물은 식사시간과 아침에 읽으면 안 좋습니다. 그렇죠, 범죄 관련으로 하는 것도 참 못 할 짓이죠. 전 그래서 그냥 취미로만, 응? 뭔가 말이 이상하군요;


핑크팬더님//저도 그렇게 판타지성 없이 이리저리꼬여서 완벽한 반전을 만들어내는 수사물을 쓰는 분을 부러워합니다. 저는... 수습이 안되는 편이라서요;;


 


아, 뭔가 저질렀는데.


이 다음에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합니다.


 


...어쩌죠.


 


어떻게든 완결은 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