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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사립과학수사연구소

2009.02.06 13:26

idtptkd 조회 수: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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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경고문
한글 경고문
1.이 글은 픽션입니다.
2.이 글에 쓰여진 단체나 사람과는 실제 관련이 없습니다.
3.이 글에 쓰여진 사건은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4.이 글에 쓰여진 정보대로 하는 것에 의한 문제는 본인 책임입니다.
5.이 글을 쓴 사람은 정상이 아닙니다.
6.이 글이 환불 및 교환이 되지 않습니다.
7.이 글에 쓰여진 이름과 성격의 관계 없습니다.

영어 경고문
1.This is fiction.
2.Don't try this at home.
3.Don't try this at office.
4.Don't try this at school.
5.Don't try this in Korea.
6.This is not refundable.
7.Don't check grammar.


 


1. 사립과학수사연구소


위치를 설명하자면, 아파트 광고의 그 뻔한 “지하철역으로부터 5분 거리”에, 아주 골목은 아니지만, 조금 골목에 그래도 빠져나가면 큰 길이 있는 집. 외향은 그냥 3층짜리 다세대주택 같아 보입니다. 실제는 안 그렇지만. 다만, 1층에 입구에는 1층으로 가는 계단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만 보입니다. 그 평범한 어린아이 자전거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가 바로 사립과학수사연구소입니다.


 


2. 월리를 찾아라


“연우 형, 같이 하자!”


“응”


우연이가 보조개가 쏙 들어가는 웃음을 지으면서 다가왔을 때, 불안감이 저를 덮쳤습니다. 아니, 덮치다 못 해 압사시키려는 것 같았습니다. 우연이 뒤에 시호가 아무렇지 않게, 쳐다만 보고 있는데, 입모양으로 ‘도와줘’라고 했지만 그걸 못 읽은 건지 읽었는데도 귀찮아서 안 도와주는 건지!


“응? 응? 안 돼?”


“저기, 나는 할 일도 있고…….”


“헤헷! 방금 없어졌잖아!”


“앞으로 생길거야!”


“그래! 같이 사과수를 하는 거야!”


“사과수?”


거기서 거기서! 거기서 대답을 하거나 질문을 할 타이밍이 아니라 도망쳐야할 타이밍이라고! 안 돼, 거기서 대답하면 안 되는 건데!


우연이는 또 웃으면서 자기 위치에서 한 바퀴 돌더니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미쳐버리겠네’라는 포스를 뿜기다 못해 발사하면서 말했습니다.


“‘지구가 내일 멸망하더라도, 나는 사과나무 하나를 심겠다’라잖아!”


“그거랑 나랑 뭔 상관이야!”


“왜! 내가 외계인이 된 이유는 ‘지구의 평화를 위해’였다고!”


“그거랑 너랑 뭔 상관이야!”


그렇게 거의 울먹이 듯 대답하는데, 시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우연이를 보고 말하는 게


“신고할까?”


였습니다. 순간 정신이 멍해지고, ‘이 녀석, 절대 안 돼’라는 느낌이 확확 왔는데 ‘신고’라는 말에 마음이 쓰라렸지만, 그렇지만!


“나 절대 안 해!”


“에? 무면허로 의사 일 하다 신고당하면, 장난 아닐 텐데…….”


그걸 그렇게 순진한 어린아이 표정으로 협박하지 마라.


우연이는 아직도 내 멱살을 외적으로는 귀엽게, 심적으로는 잔혹하게 잡고 있습니다. 시호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한 표정을 해서는 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대답했습니다.


“포기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포기하라고 말하지 말라고!


간신히 우연이를 떼어내고 도망치려는 순간, 몸이 기우뚱하더니 오른쪽 팔과 다리에 강하게 충격이고 가장 문제는 얼굴 오른쪽을 부딪쳐서 턱이 아파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아?’라는 느낌으로 부딪혔는데,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뜨니까 제 방이었습니다. 꿈을 꾼 것입니다. 그것도 처음 사과수에 들어왔을 때 꿈을. 왜 하필 그런 악몽을.


천천히 방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싸한 느낌이 오른쪽 전반에 퍼졌습니다. 가장 아픈 건 턱이었지만요.


그래도 화장실에 가려고 거실로 나오니 역시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5시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화장실가서 정신을 차리고 거실 소파에 누워있었습니다. 이대로 잠들면 좋겠는데…… 물론,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네에, 아주 잘 알고 있죠.


생각해보니 유전자 분석해야할 것만 해도 밀려있습니다. 어제도 하다가 잤습니다. 가장 문제는 남고에서 중국에 수학여행 간 것 때문입니다. 뉴스에 중국에 수학여행 가서 성매매를 하는 학생들이 문제라고 했을 때만 해도 개무시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옛날 제 중학교 체육 선생님하고 똑같이 생기신 체육 선생님이 사과수를 들린 게 문제였습니다.


솔직히 어제도 막 사건을 끝내고 쉬려고 했는데, 정말 짧은 스포츠머리에 파란색 체육복을 입으신 덩치 좋으신 체육 선생님이 오셔서는 뭔가 민망한지 상자 하나를 들이댔습니다.


“애들 껍니더”


그 말 한마디뿐이었습니다. 옆에서 자신은 ‘국어 담당에 3학년 2반 담임’이라고 하긴 분께서 자세한 사정을 말해줬습니다. ‘애들이 가서 호텔 지하에 마사지라고 속인 성매매 현장에 갔다. 그리고 처벌을 해야 하는데, 그냥 따라간 애들도 있고 실제로 한 애들도 있다는데 애들이 말을 안 한다. 그렇지만, 학교 체면상 경찰에게 맡길 수 없으니 검사해 달라’는 거였습니다.


상자를 열었을 때, 경악한 건 한 팩에 담긴 15개의 콘돔이었습니다.


“우선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저는 고개를 들어서 두 선생님을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애들 피 뽑아 오셔야죠. 그래야 비교를 하죠.”


그 말에 다시 두 선생님은 내일, 즉 오늘 들리겠다는 말을 하고는 가셨습니다. 서로 엉켜있기까지한 콘돔을 만지는 건 저도 기분이 그닥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돈인데. 어이쿠, 야이, 고무 쪼가리 돈!


그러고 보니 외국 돈은 고무로 되어있다고 하긴 합니다만, 이건 좀.


어쨌든, 어제 막 섞여있는 탓에 추출된 것만 계속 추출되고, 정액과 질액이 섞여있는 가운데서 정액만으로 유전자 추출을 해서 11명까지는 찾아냈습니다. 아직 남은 콘돔은 5개입니다.


오늘 두 선생님 오시면, 애들 피는 알아서 양호선생님께서 뽑아다 주신 거 주겠죠. 빨리 끝내자는 생각으로 일어나서 2층으로 갔습니다. 사과수는 2개의 집이 한 복도를 두고 마주본 3층짜리 다세대 주택입니다. 101호는 저랑 우연이랑 시호가 살고 있는 평범한 집이지만, 다른 집들은 다릅니다. 102호의 경우만 해도 물리연구실로 총들이랑 화재 실험을 하는 기계들이 가득 있습니다. 지금 제가 가는 201호는 유전자 분석실입니다. 그래도 구색을 갖췄습니다. Biomek*이라던가, 산부인과나 큰 병원에도 잘 없는 Rape kit*도 있습니다.


*Biomek : 자동 DNA 추출기


*Rape kit : 성폭행을 당했을 때, 피해자에게서 증거를 추출하기 위한 키트.


아침에 일어나자 남의 콘돔을 만지고 있을 신세가 될 줄 몰랐지만, 정신을 차렸으니 일을 해야 빨리 쉴 수 있습니다.


자, 콘돔을 한 놈 놓습니다. 정액반응검사를 합니다. 가변광원기*를 형식적으로 쏘아줍니다. 습관입니다. 어차피 축축 젖어있는게 있을 것 같지만, 묘하게 손에 잡고 쏴줘야 뭐가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리고 어차피 이 녀석들 다 엉켜있어서 다 묻어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예, 역시 반응을 보이네요. 추출합니다. 예, 들여다봅니다. 젠장, 쓰레기통에 좀 잘 버려놨어도 이 고생은 덜 할지 모르지만, 보는 순간 확 보이네요. 네, 질 상피세포랑 정자랑 엉켜있습니다. 정자들을 추출합니다.


*가변광원기 : 각각 다른 파장의 빛을 쏘아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지문이나 혈흔을 찾는데 씀


자, 이제 DNA분리, 정량, 증폭하면 끝입니다. 참 쉽죠? 젠장할.


어쨌든 정자만 죽어라 분리했습니다. 정말 많은데 죽어라 분리했습니다. 그렇게 눈 빠지게 분리해놓으니까, 8시입니다.


어차피 우연이나 시호나 9시나 되어야 일어납니다. 지들이 무슨 공무원이냐고요. 아니, 공무원 출근시간이 9시지, 기상시간이 9시인거 아닙니다.


어쨌든 정리를 하고 1층으로 다시 내려갑니다. 부엌에 들어가는 건 접니다. 언제 우연이가 ‘연우 형은 손으로 하는 건 다 잘 하는 거 같아! 요리, 꽃꽂이, 부검!’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어째서 순서가 ‘요리, 꽃꽂이, 부검’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간단히 냉장고를 여니 두부가 보입니다. 두부 된장찌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침을 준비합니다. 우선 밥을 확인하니 오늘 아침까지는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부지런한 성격이던가 요리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우연이의 경우는 어린애가 요리하는 것 같아서 불안해보여서 못 시키겠고, 시호의 경우에는 살벌해서 못 시키겠습니다. 당연합니다. 아마 우연이가 이제 고등학생이 되나 할 겁니다. 전에 주민등록번호 봤을 때, 16살이었으니까요.


시호의 경우에는 가끔씩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이거 칼?’이라고 물어오기에 살벌합니다. 우연이와 자기 말로는 기억을 잃어버렸다는데, 진지하게 양배추를 보면서 ‘이건 뭐지?’라고 물어오면 살벌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워낙 표정이 없는 녀석에다가 187이나 되는 사내 녀석에다가 말에 억양이 지나치게 없어서 질문인지 대답인지 명령인지 권유인지 부탁인지 협박인지 알 수가 없는데 말이죠.


어쨌든 찌개랑 국도 다 준비되었고, 밥을 푸는 것 정도는 시호 시키고, 반찬 꺼내고 수저 놔두는 건 우연이 시키면 됩니다. 9시가 되었지만, 일어나질 않아서 깨울까 고민할 때, 시호가 방에서 나왔습니다. 약간 졸린 눈으로 멍하니 쳐다보는데,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서워 보일 정도입니다. 분명 험악하게 생긴 건 아닌데, 아니 오히려 여자들에게 인기 있을 얼굴이지만, 지나치게 무표정이라서 말이죠.


“우연이 깨워서 아침 차려. 찌개 끓여놨으니까.”


“응”


그래도 말은 잘 들으니까 다행입니다. 시호는 우연이 방에 가더니 무언가를 끌고 나옵니다. 긴 막대모양의 쿠션입니다. 문제는 그 쿠션에 우연이가 붙어있다는 거지만요.


우연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잠에서 안 깹니다. 눈이 흐리멍덩합니다.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다가 저를 보고는 씩 웃습니다. 여전히 보조개가 들어가서는.


“혀엉”


“응?”


“아, 나 형이 너무 좋아.”


“넌 밥 주는 사람은 다 좋아하잖아.”


“내가 이래서 지구인이 너무 좋아.”


졸려서는 헛소리를 합니다. 시호는 여전히 말없이 밥을 퍼서는 우연이 일인 수저 놓기와 반찬 꺼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우연이와 저를 유심히 봅니다.


“아냐! 밥 준다고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건 정상이 아냐.”


“아”


가끔 시호가 기억상실보다는 치매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 때가 바로 이럴 때입니다. 사람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보고는 나중에 따라합니다. 문제는 그걸 우연이가 하는 거에서 많이 따라한다는 겁니다.


전에는 장보러 마트에 갔을 때, 둘도 따라온 적이 있는데, 우연이가 제 팔에 딱 붙어서는 ‘초콜렛~! 팬케익~!’이라고 칭얼거렸는데, 시호가 그걸 유심하게 보더니 제 반대쪽 팔에 딱 붙어서는.


“초콜렛. 팬케익”


이라고 귀에 나긋이 말했습니다. 저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비록, 평균키지만. 정말 평균키라고요. 작은 편이 절대 아닌 겁니다. 아니, 정말 안 작다고요. 170대인 게 뭐가 문제라고. 어쩌라고요.


아니, 키가 문제가 아니라 어쨌든 저보다 한 뼘 큰 사내놈이 아무런 억양 없이 매우 차갑고 낮게 귀에 그런 말을 속삭였습니다. 협박보다 무섭습니다. 젠장, 온갖 협박을 다 당해봤지만, 그렇게 무서운 협박을 처음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깨달았습니다.


시호가 사람을 유심히 관찰할 때는 말해줘야 합니다. ‘저건 정상이 아니야’라고 말이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우연이가 숟가락을 입에 문 채 고개를 까딱까딱 거리며 졸고 있습니다. 밥상머리에 앉아서 뭐하냐고 혼내주기보다는 뭔가 측은합니다. 어린애가 저러고 있다는 거에 말이죠.


“우연아, 일어나서 밥 먹어.”


“응. 밥. 아침 먹어야해. 연우 형이 준 아침밥.”


“근데, 우연아. 너 학교 안 나가도 돼?”


“응? 괜찮아. 난 외계인이잖아.”


“너 또래는 이제 고등학생이잖아.”


그렇게 말하자, 우연이가 입을 삐쭉 내밀면서 ‘우웅’거렸습니다. 그리고 한술을 떠서 입 안에 넣었습니다.


“김우연.”


“응?”


시호가 갑자기 입을 열었습니다. 물론, 입을 너무 닫고 있는 것도 안 좋지만, 그렇다고 이 녀석 입 열면 가끔 곤란한 일이 많습니다. 뭐, 여기 사과수 세 사람이니까 그리 큰일은 아니겠지만, 밖에서도 그럴 수 있으니 정정해줘야 합니다.


“너 고등학생 되지 마”


“왜?”


물론, 우연이도 고등학생 될 생각은 없습니다. 우연이는 언제나 제 입으로 자기 직업에 관해서 말하니까요. 단순히 시호한테 반발하는 겁니다.


“내가 나이 들어 보이잖아.”


시호의 말에 물을 마시다가 사례에 걸렸습니다.


“헤에, 콜록, 콜록! 케헤.”


문제는 그걸 진지하게 말하는 겁니다. 물론, 시호의 정확한 나이도 모르고 정체도 모르지만, 이건 확실히 정정해줘야 합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


“…….”


이런 침묵은 나름 부정의 의미입니다. 또 어디선가 이 소리를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우연이는 그 말에 ‘시, 시호형’이라고 쳐다봅니다. 그리고는 졸려서 원래 몽롱했지만, 더 몽롱한 눈으로 보면서 말합니다.


“감동이야”


“뭐가 감동이야!”


저기에 감동받았다는 우연이도 이해가 안 갑니다. 하아, 이 사과수에서 그래도 정상인 사람이 하나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접니다. 저라고요. 아, 안 믿는 걸 믿게 만들 수 없지만, 이 정도면 정상입니다.


우연이는 계속 열렬한 눈빛을 보내지만, 시호는 그냥 밥을 먹습니다. 다행인 건, 우연이가 아무리 엽기적으로 굴어도 같이 상대해서 놀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만약 있었으면 미쳐 죽었을 겁니다.


“아, 아, 아”


거의 다 먹었을 때,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입구가 닫혀있기에 초인종을 달아놨는데, 9시에서 오후 6시까지만 울리게 해놨습니다. 밤에는 장난치는 애들이 가끔 있어서 말이죠. 제가 다 먹어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나가서 건물 입구로 갔을 때, 건물 유리문 건너편에 오늘 온다는 체육 선생님과 국어 선생님이 서있었습니다. 제가 잠긴 걸 열고 문을 여니까, 상자하나를 또 줬습니다.


“거기 갔다는 애들 피 뽑아왔습니더”


그렇게 상자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국어 선생님께서 제 쪽을 보더니 물었습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한 일주일 내로. 결과는 학교 쪽으로 우편으로 보낼까요?”


“그래주시면 저희가 편하고요. 그럼.”


그리고는 두 분은 가셨습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들어가려고 했을 때, 뒤에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유리문을 다시 잠그려고 쭈그려서 잠갔을 때, 유리문 건너편에 누군가가 서있었습니다. 놀래서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자세히 보니까, 어떤 여자분 이었습니다. 얼굴에 주름은 없었지만, 풍겨지는 분위기로는 꽤나 나이가 있어보였습니다.


다시 잠근 걸 풀고 유리문을 여니까, 그 여자분은 저를 위아래로 훑으셨습니다. 키가 큰 것보다는 굽이 높아보였습니다. 살짝 보니 아주 위태로운 통굽이었습니다.


“예, 무슨 일로 오셨어요?”


“여기가 사립과학수사연구소라는 데 맞나?”


“예, 맞는데요.”


솔직히 좀 쫄았습니다. 약간 포스가 있으신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뭔가 냉정하고 계산적인 부잣집 사모님이라고 하면 믿겠습니다. 게다가 초면에 반말에다가.


“부탁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어서.”


“예, 들어오세요. 그럼.”


그렇게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통굽이 딱딱 소리가 나는 게 더 무서웠습니다. 다시 유리문을 잠그고 101호로 안내했습니다. 문을 열어드리자 마치 자기 집인 양 아주 편안하게 들어와서는 신발을 벗었습니다. 신발의 엄청난 굽을 실제로 보자, 더 무서워졌습니다. 이, 이 의뢰인. 보통 사람이 아니야.


의뢰인은 거실 소파에 우아하게 앉았습니다. 한 쪽 다리를 꼬는 것이 위압적으로 보였습니다. 우연이와 시호도 그 사이에 밥을 다 먹었는지, 치우는 중이었는데 의뢰인을 보고는 멈췄습니다.


우연이가 헤실헤실 웃으면서 의뢰인 건너편에 앉았습니다. 의뢰인에게는 어린애인 우연이를 의뢰인은 좋지 않게 봤습니다. 그런데도 우연이는 특유의 붙임성과 엽기성으로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사람 하나를 찾고 싶어서.”


“누군데요?”


“예전에 일하던 사람인데, 이력서가 아무래도 가짜 같아서.”


그러면서 의뢰인은 자신의 비싸 보이는 핸드백에서 반으로 접힌 서류봉투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노란색 서류봉투를 받은 우연이는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꺼냈습니다. 우연이 등 뒤에서 살짝 보니 평범한 이력서였습니다. 사진에 이름에 나이와 주소 정도 적혀있고, 자격증이나 이력란은 비어있었습니다. 우연이가 두 번째 페이지로 넘기자 자기 소개서였습니다. 자필로 된 자기소개서였습니다.


“이거 외에는 없나요?”


“여기 어린애 빼고 없어?”


의뢰인의 말에 우연이 옆에 제가 앉았습니다. 우연이는 입을 삐쭉 내밀었습니다. 괜히 헛소리 나갈까봐 우연이 입을 손으로 막았습니다.


“아, 그러면 이 사람을 찾고 나중에 연락드릴 연락처 좀 주실래요?”


“흐음”


이상하게 저 의뢰인은 저만 보면 위아래를 훑어봅니다. 그리고는 탐탁지 않은 표정을 그대로 내비치면서 핸드백에서 고풍스러운 무늬가 새겨진 명함집에서 한 장을 꺼내서 건넸습니다.


『높바람


대표 강하연


02-xxx-xxx


01x-xxxx-xxxx』


빨간색으로 디자인된 명함이었습니다. 뒷면에는 가게 약도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카페 하나를 하고 있어. 거기서 일했던 앤데, 자세한 건 묻지 말고 좀 찾아줬으면 해서.”


“혹시 지문 있나요?”


내 질문에 의뢰인은 눈을 살포시 떴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굉장히 압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식탁에 앉아서는 남의 일 쳐다보듯 보고 있는 시호를 가리켰습니다. 그러자 의뢰인의 시선이 시호 쪽으로 갔습니다. 잠시마나 풀려난 것에 감사했습니다.


시호는 그런 의뢰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똑바로 쳐다봤습니다. 전혀 눈도 안 피하고.


“검색기에 접근할 수 있어요.”


“검색기?”


“지문 검색 말이죠. 만약 지문 데이터에 있으면 가능할거예요.”


그 말에 의뢰인은 안 믿는 표정을 했습니다. 하긴, 그래요. 저도 처음에 우연이가 ‘시호형이 얼마나 엘리트인데!’라면서, 경찰 지문 데이터를 뚫을 수 있다고 했을 때, 안 믿었으니까 그런 표정하는 거 이해갑니다.


비록 기억 상실, 아니 거의 치매 수준을 보이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컴퓨터와 잘 맞습니다. 오히려 정말 이해 못하게 타이핑해서 어떻게든 하더라고요.


“아마 이력서 정도는 맨손으로 냈을 거야. 그 뒤에는 그냥 서류로 보관했으니까.”


“아, 예”


역시 이기지 못했어! 무표정 시호도 이 의뢰인은 비웃었다! 약간은 이겨주길 바랬거든요. 솔직히 사람이 빤히 쳐다보면 조금 무안해지거나 해서 약간 눈을 돌리는데, 시호는 빤히 쳐다보기 하나는 정말 잘하는데, 이 의뢰인에게는 소용없었습니다.


마치 의뢰인은 제가 이야기를 꺼내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뭘 이야기 안 했나……’하고 생각했을 때 잊은 게 있었습니다.


“아, 의뢰비는……”


“사람을 찾으면 줄게.”


“약간의 계약금은 선불로 주셔야하는데요.”


“얼마 정도?”


거기서 얼마를 불러야할지 망설여졌습니다. ‘왠지 많이 불러도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나서요. 하지만, 더 시간을 끌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어쩔 수 없어요. 사람이 장사하다보면 사람 골라가면서 할 수도 있죠.


그 때, 손바닥에 뭔가 말랑하고 축축한 게 닿았습니다. 놀라서 손을 떼니까 우연이가 혀를 내밀면서 ‘메롱’이라고 말하더니 의뢰인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물론, 저는 그 때 우연이 등에 손을 닦고 있었습니다.


“카드 가능하고요! 근데 현금 DC되는데!”


우연이의 말에 의뢰인이 살짝 웃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명백한 비웃음인 건 우연이 빼고는 다 아는 사실이었습니다.


의뢰인은 그러더니 핸드백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탁자에 무언가를 내려놨습니다. 정확히 한 다발이었습니다. 은행에서 백만원 찾으면 주는 한 다발.


“이 정도면 되겠어”


그건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내리깔면서 명령을 내리는 거였습니다.


의뢰인은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나갔습니다. 우연이가 돈 다발을 쥐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한 장씩 세었습니다.


침묵이 거실 전체에 내려앉았습니다. 원래 시호 말없는 건 그랬다 쳐도.


“백만원이야!”


우연이는 어린애답게 헤실헤실 웃었습니다. 하지만, 불안해졌습니다. 겨우 직원을 찾는데 돈을 아무렇지 않게 내놓고. 그것도 준비된 현금입니다. 현금은 거래 내역이 남지 않습니다. 물론, 보통 사람들이 심부름 센터정도로 인식하는 사과수에 왔으니 거래 내역을 남기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우연이에게서 이력서를 뺏어 꺼내보았습니다. 이름은 ‘최진수’. ‘86년생’이고, 증명사진의 얼굴은 유난히 크고 굵은 테의 안경 때문에 전체적 인상이 어눌해보였습니다. 나중에 안경 지우라고 시호한테 시켜야겠습니다. 그 외에는 주소가 있지만, 조금 이상한 느낌이었습니다.


“은평구 노유1동?”


“노유1동은 광진구 소속이야”


시호의 말에 시호를 쳐다봤습니다. 기억상실인 주제에 가끔씩 사람들도 모르는 소리를 해줍니다. 도대체 기억을 잃기 전에 뭘 했는지 의심되지만.


그렇다면, 주소도 잘 못 되었고. 이름과 나이는 당연히 가짜일거고.


“우연아, 가변광원기 가져와봐.”


“응!”


우연이는 폴짝폴짝 뛰더니, 나갔습니다. 백만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탁자에 놔둔 채.


우연이 뒷모습을 보면서 뜨끔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제 고등학생에 들어갈 녀석이 키가 너무 작습니다. 160이 채 안되니까요. 여자애라면 귀엽구나 해주겠지만, 남자애가 그렇다는 거에 약간 그렇습니다.


밥을 주는 입장에서 ‘영양이 부족한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아, ‘어머니의 마음’


금방 우연이는 가변광원기 상자까지 들고 옵니다. 종이를 비추니까 여러 지문들이 보입니다. 손이 작은 건 아예 우연이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의심되는 게 3개 정도 있습니다.


근데, 저렇게 손이 작다니. 너무 어린애 어린애 했지만, 요새 고등학생 되면 다 큰다는데 아직도 우연이는 작습니다.


제가 측은하게 보니까, 우연이가 갸웃하더니 보조개가 쏙 들어가게 웃습니다.


잘 먹여야겠습니다. ‘아아, 어머니의 마음’


“연우 형.”


“응?”


“남고 일 빨리 끝내고 이거하자.”


그래그래. ‘아아, 어머니의 마음’ 응?


결국 일 독촉이었습니다. 저렇게 보조개가 쏙 들어가게 웃으면서 독촉을 하는 군요. 역시, 아무리 그래도 사과수의 대표는 김연우가 확실합니다.


“알았어. 알았어.”


“근데, 혀엉”


“응?”


“나 점심에 수제비 먹고 싶어.”


눈을 글썽이면서 쳐다봅니다. 왜 난 어린애한테 약한 거냐고!


결국 고개를 끄덕여줬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안하고 있는 시호를 쳐다봤습니다.


“그러면, 지문 채취하고 시호는 그걸로 검색해줘.”


그리고 아이들 샘플이 들어있는 상자를 들고 201호로 향했습니다. 어차피, 반복 작업만 하면 됩니다. DNA 추출하고 증폭 시키고 비교하고.


201호에 도착해서 샘플을 열었을 때, 경악했습니다.


“100명을 언제 하라고!”


하루만에 100명을 뽑았다는 것도 경악스럽지만, 아무리 단순 작업이더라도 반복을 100번이나 혼자서 해야 한다는 거에 경악했습니다. 그래그래. 일주일 후에 결과 준다고 했으니까. 틈틈이 하자.


우선 점심때까지는 해야겠습니다. 젠장할, 수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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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완결내자!


 


라는 생각으로 쓰고 있다가,


 


살리기 운동(?)을 하길래


 


갑자기 붙여넣습니다.


 


무려 A4 8쪽 짜리...


 


 


35장 이내로 이야기를 완결 지을 생각입니다.


 


갑자기 와서 글 올리고 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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