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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공포 아캄의 외침

2010.08.05 09:54

느브므읏때 조회 수:246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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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뜬 나는 내 머리를 비집고 들어와 정신을 흔들어대는 비명소리에 또다시 눈을 감았다. 내 귓가에 바짝 붙어 연신 외쳐대는 죽은 자의 목소리와 어느 여인의 울음소리 그리고 인간이 아닌 알 수 없는 무언가의 목소리까지….


 


 미스캐토닉 대학(Miskatonic University) 합격과 동시에 아캄(Arkham)에 온 한 달 동안 나를 괴롭히는 소리였다. 눈을 뜨면 들려오는 이 소리들 때문에 더없이 잠을 원했다. 흠뻑 젖어 잠에서 깨어나지만 꿈에서의 기억은 사라져 있기에 더욱 잠에 빠지고 싶었다.


 


 내가 있는 곳은 낡은 5층 아파트였다. 원래는 기숙사에 있었지만, 그곳에서 나온 지 3주가 흘렀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나의 헛소리에 혐오스럽게 바라보던 룸메이트의 눈길을 견딜 수 없었다. 나와 함께 방을 쓰던 그 친구도 일주일 뒤에 나와 똑같은 환청을 듣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친구를 칼로 찔러 죽이고 환영을 보는 등 여러 이상증세를 보이다가 아캄 정신 병동 요양소(Arkham sanitorium)에 수용되었다. 최근에 듣기로는 그 안에서까지 환청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가 일주일 만에 미친것에 비하면 나는 지금 한 달 가까이 시달리고 있다. 오히려 나도 그 룸메이트와 같이 미쳐버렸으면 좋을 정도로 나의 상태는 심각했다.


 


 아캄의 분위기 또한 나를 괴롭히는데 일조하였다. 햇빛을 잘 들지 않아 항상 음울하고,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기쁨과 행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숨을 턱턱 막는 매운 공기 때문에 마치 공업지대 같았고 수돗물에서는 썩은 내가 나며 하수구 주위엔 쥐의 시체가 자주 보였다. 대학이 아니었다면 이런 곳을 진작에 떠나버리고 싶은 정도…. 그런데 이상하게 이곳 사람들은 이 아캄을 떠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고 그보다 많은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인간이 살기엔 좋지 않은 곳임에도,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는 살아서는 안 되는 곳임에도 이곳의 사람들은 무언가에 이끌려 정착하고 있었다.


 


 신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나는 어제 휴학서를 내고 왔었다.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빨리 벗어나서 내 고향 커스머스(Kusmous)로 돌아가고 싶었다. 작은 어촌도시인 우리 커스머스는 인스머스(Innsmouth) 마을 근처에 있는 곳으로 10년 전에 인스머스가 진입 금지 마을로 폐쇄되면서 인스머스가 행하던 대부분의 일을 커스머스로 옮기면서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었다. 물론 고속 성장을 이룬다고 하지만 아직도 다른 마을에 비해서 작은 마을이다.


 


 탁상시계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오후 1시. 보통 이때라면 한참 뜨거운 태양빛이 내리쬐고 있어야 하지만 창문 바깥으로 똑똑히 보이는 어두운 연기는 햇볕을 막고 있었다. 연기 속에서 악마의 얼굴 수백 개가 헤엄치고 있는 것은 결코 내가 헛것을 보는 것이 아닐 것이다.


 


 훌후투후루클루. 창문 밖으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나는 그 부름에 이끌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릴 뻔 했다. 나는 무심코 열었던 창문을 닫지 않고 멀리 보이는 미스캐토닉 강(Miskatonic river)을 보면서 멍하게 서 있었다. 탁한 공기가 바람을 타고 내 방안으로 들어왔지만 이제 익숙해져서일까 상쾌하진 않지만,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옷장을 열어 입을 옷을 꺼내었다. 겨울옷밖에 없었다. 검은색 청바지에 손목까지 오는 보라색의 골지 니트 티를 입고 갈색 코트를 걸쳤다. 숨이 막힐정도 였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옷을 다 입고 난 뒤에 나는 창가 옆에 놓아둔 여행 가방을 바라보았다. 어제 준비해놓은 짐이었다. 옷과 속옷 몇 벌 밖에 들어 있지 않은 간단한 짐이었다. 슬슬 떠나볼까 하고 짐 가방에 손을 뻗었는데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랐다. 바깥에서 귀를 통해 들리는 지금까지의 환청과 다른 안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너무 음침하며 갈라져 있었고 당장에라도 내 몸에서 검은색 연기가 풀풀 나올 것 같은 사악한 목소리였다. 이 목소리는 인간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텔레비전을 통해 본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 그 어느 것도 비슷한 게 없었다. 너무나 소름 끼치는 목소리에 나는 짐 가방을 구석으로 차 버리고 그냥 집을 나왔다.


 


 식은땀이 났다. 가을이라지만 겨울옷을 입고 있는 것 치고는 너무나 싸늘했다. 햇빛이 들지 않는 아파트 복도는 너무나도 어두웠고 마치 호러 영화에 나올 것 같이 등이 깜빡거렸다. 한동안 문에 기대어 가만히 있었다. 귀에서 빗소리가 들렸다. 비가 오지 않는데 들린다면 이것도 새로운 환청이리라. 상관없다. 이제 환청도 익숙하다. 복도를 지나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에 옆집에 사는 노부부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나를 한번 쓱 쳐다보더니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을 서로에게 중얼거리더니 나를 마치 바퀴벌레 대하듯이 몸까지 돌려가며 스쳐 지나갔다. 그들의 눈에서 무척이나 불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무척 화가 났지만 이런 일에 화를 낼 만큼 내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저 걸음을 빨리해서 이 아파트를 벗어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밖으로 나가니 도시 전체에 깔린 스모그가 눈에 들어왔다. 도시는 이제 막 끝나가는 여름을 맞이한 듯이 후끈거렸다. 희뿌연 스모그 넘어 미스캐토닉 강이 흐르는 다리 위에서 무언가가 번쩍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노란 불빛. 두 개의 빛이 나를 향해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몇 번 껌벅거리더니 곧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이 우주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녀온 것 같이 길게 느껴졌다. 저절로 등이 굽어졌다. 온몸이 지쳤다. 아직 아침도 먹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내 차가 세워진 길옆에 <리비도>라는 작은 카페가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곳을 들어갔다. 아파트 바로 맞은편에 있는 곳이었지만 이 카페를 오늘 처음 들어가는 것이었다. 사람은 많지 않았다.


 


 카페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80년대 복고 스타일이었지만 점장은 어울리지 않게 호텔 웨이터같은 차림이었다. 점장은 들어오는 나를 보더니 흠칫하고 놀라더니 잠시 뒤에 인사하였다. 나는 에스프레소 한잔에 이 카페의 이름에 가져온 것 같은 리비도 와플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창가의 빈자리에 앉아 코트를 벗어 옆 의자에 걸쳤다. 카페에 틀어놓은 에어컨 때문에 추웠지만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바깥의 어두운 거리를 보고 있자니 휴양지에 온 듯 편한 느낌이 들었다.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고 있다가 골목길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쥐를 발견했다. 쥐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찍찍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또 새로운 환청이다.


 


 “손님, 에스프레소와 와플 나왔습니다.”


 


 점장의 목소리에 일어나서 커피와 와플을 가지고 왔다. 자리에 앉아 아까 쥐가 있던 골목길을 보았다. 갈색 털의 고양이가 쥐를 잽싸게 물고 달아나는 걸 보았다. 환청으로 들리는 쥐 소리는 고통에 차있었다. 수십의 환청 속에서 들리는 작은 쥐 소리. 이내 관심을 끊고 아침 겸 점심의 티타임을 가졌다.



 


 


 


 


 밖으로 나와 바로 차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중고차 매장에서 산 일본 차인데 값이 쌀 뿐만 아니라 관리도 잘 되어 있어서 좋았었다. 세일럼(Salem)에 자주 들렸었는데 세일럼까지 가는 드라이브를 즐겼었다. 하지만, 지금 아캄에 온 이후부터는 거의 타지 않았고 그래서 관리도 안 되어 있어서 먼지 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지금 나에게 드라이브는 사치일 뿐이다. 차를 출발시켰다. 길 위의 수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갔고 환청도 점점 차에 속도가 붙자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인스머스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서 미스캐토닉 강을 지나 서둘러 도시를 빠져나갔다.


 


 차를 출발하는 순감부터 도시를 나와서까지 무언가가 계속 나를 쫓아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히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미스캐토닉 강을 지나면서 잠깐이나마 나를 창문 밑으로 떨어지게 유혹했던 환청이 다시 들려서 잠깐 정신을 잃기도 했었다. 다행히 주변의 차는 나밖에 없었고 잠시 전체적으로 차가 휘청거리긴 했지만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가속 페달을 세게 밟았다.


 


 아캄에서 완전히 벗어나자 나를 괴롭히던 환청들이 사라졌고 우울했던 기분까지도 풀어졌다.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가다가 인스머스로 향하는 안내판(현재는 커스머스로 교묘하게 바뀌어 있었다.)이 보이는 위치가 되자 갓길에 차를 세워서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이었다. 공기까지 향기로웠다. 스모그가 아닌 구름을 보는 것도 근 한 달만 이었다. 뒤를 돌아 아캄으로 향하는 길을 보았다. 같은 선상의 길이었건만 아캄으로 향하는 길엔 어두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그 속에서 수많은 악마의 얼굴이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저것이 환영일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뱀의 아가리 같은 아캄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계속해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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