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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tra_vars1 목잘린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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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하지 마! 우린 그녀석을 끌고 지옥으로 가는거다!"


 


[무속신앙인]이 저절로 열린 문을 지나서 들어온 곳은, 살인현장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듯 했다.


"음...시체라, 소품인가?"


시체는 그저 안경을 쓴 40대쯤으로 보이는 사람 같았다.


흰 의사가운은 그대로 입혀져 있었고, 손에는 주사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방 여기저기에서는 빈 관들이 흩어져 있었다.


"빈 관이라...설마 여기서 상대해야 하는 녀석들인가?"


조금 더 들어와보니, 돌아가는 나선의 모양으로 된 회벽이 보였다.


왠지 어딘가의 위에다가 덧칠해 놓은 듯 했다.


 


"쉭!"


어디선가 투명한 창이 날아왔다.


아무래도 크루세이더가 쓰는 마법 중에 이와 비슷한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지?"


집 안의 그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머리가 없는 몸과 떠다니는 머리였다.


머리는 뭔가 이상했는데, 그냥 회색의 조각상으로 된 머리였다.


"...폴더가이스트인가?"


"죽인다."


머리의 입에서 기계같이 무표정한 음색의 말이 나왔다.


 


머리 없는 몸통은 귀검사와 똑같은 동작을 하고 있었다.


하는 것도 그냥 평이해보이는 에쉔포크, 단공참...다만 옛날 육군 장교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하얀 바지와 중간의 하얀 무늬는 식별 가능했다.


"이 녀석들도 쓰러트리면 되는 거겠지."


가차없이 '저 하늘의 별'을 써서 몸통을 날려보냈다.


석고상머리가 문제였지만, 어차피 가까이 다가와서 창을 날리는 주문만 할 뿐이기에


그렇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HP가 줄어들자, 몸통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방해할거냐! 저 녀석을 지옥으로 끌고 가야돼!"


'...그래봤자 어차피 이 던전의 규칙이란게 널 처리하는거잖아...'


단순했다. [무속신앙인]의 생각도, 이 던전을 만든 사람의 생각도.


그 악명높았던 이계던전의 실패 이후, 한 형태의 던전만 자꾸 만들어온게 화근이었다.


누군가의 말대로 '스토리따윈 아예 스킵해도 될 것'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어느 역사에 있는건지 소설에 있는건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알려고 하면 귀찮은걸까...?


 


[무속신앙인]이 목없는 검사의 HP를 낮추자, 또 목소리가 들렸다.


"내 목을 자르고 다시 살린 녀석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냐!"


그런데, 검사의 목을 자른 것으로 추정되는 그 녀석은 죽어 있었다.


즉, 그 시체를 가지고 돌아가서 무엇을 할 것일까...


'풋, 크레용신쨩이 왜 생각나지...?'


아무래도 그는 자신의 지옥으로 시체를 가지고 내려가서


토끼인형 패는 것처럼 그 시체를 마치 인형 패듯이 스트레스해소용으로 쓸 것 같았다.


어차피 시체가 견딜 리도 없겠지만.


 


목없는 검사의 HP가 다 없어져갈 무렵, 석고상 머리가 부서졌다.


"아아아! 내머리! 내머리!"


그리고 그는 [무속신앙인]을 공격하려다 멈추고, 시체 가까이로 다가간다.


"그, 그래, 이 녀석이라도 데려가야겠어...!"


목없는 검사는 시체 앞으로 가서 시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질질 끌고 갔다.


아무래도 체온이 떨어졌다는 것은 신경 쓰지 못하는 모양이다.


 


소용돌이가 그려진 석벽으로 목없는 검사가 향하는 도중,


[무속신앙인]의 캐릭터 위에 자막이 떴다.


"그만둬, 어차피 죽은 사람이야. 이거, 시체라고."


...멈춰선 목없는 검사.


그의 머리없는 목에서는 알 수 없는 말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었다.


"뭐라고...시체라고! 아니, 그전에 내가 시체를 집었단 말인가?!"


당황한 목없는 검사.


"시체가 되었다...그 말인가? 시체라니, 아니, 이 녀석이 시체가 되었다니!"


 


그리고 질질 끌리는 것을 이기지 못한 시체의 손이 촥 하는 소리와 함께 띁겨졌다.


"에잇, 시체라니! 시체라니 이놈~!"


팔은 일부러 잡아뜯어놓은 것처럼 뜯겨진 채,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안돼, 안돼!!! 이 녀석이 시체라니...웨스트 이놈, 네놈의 영혼은 어디로 내빼고 이 시체만 남겨놓은거냐...!"


아무래도 목없는 검사는 웨스트라고 말한 사람을 산채로 끌고 갈려고 했나보다.


하지만, 시체가 된 그에게 지금 어쩌라는걸까?


"이건 말도안돼...말도 안된다구..."


약해지는 소리와 함께 목없는 검사는 하얀 회색으로 변해가면서 하얀 잿더미로 변하면서 무너졌다.


마치, 모래시계의 모래언덕 위에 쏱아지는 모래처럼.


 


그리고 소용돌이 모양의 벽이 부서졌다.


예전에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어떤 게임같은 모습이지만...


다음엔 어떤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