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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L.S. 특무강화중장갑보병중대 -

2008.06.21 12:47

Earthy 조회 수: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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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4시에 일어나 식사를 하는 중, 갑자기 비가 내렸다. 가랑비 정도로 매우 가는 빗줄기라 다들 적당히 피해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지휘용 텐트 한 쪽에 마련한 테이블 주위로 모였다.
 “비 계속 내리려나…….”
 텐트 입구에 서서 밖을 내다보던 지에가 슬쩍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대답을 한 건, 남들보다 한 시간은 늦은 5시에야 일어나서는 아직까지 저혈압 때문에 반쯤 정신이 나가있는 리세였다.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린다고 그러네― 많이는 안 내리고 계속 오락가락한다네―”
 기상 현황을 알려준 것은, 이미 오전 5시에 떠서 공중을 유유히 날아다니고 있는 조기경보기였다. 정확하게는 그 조기경보기가 지역 담당 공군의 기상 전대에서 받고 있는 기상 현황을 다시 전송 받은 것이었다.
 곧, 중대장이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미안하네, 기상 문제로 평가관들과 이야기를 하다 좀 늦었네.”
 그 말에 지휘실에 있는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아무래도 훈련 연기나 축소. 취소될 리는 없었으니 현실적인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대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이 정도로 작전에 지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보네. 그래서 일단 오전에는 큰 기상 변화가 없는 이상 본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어. 일단 오전 훈련을 끝내고 오후 일정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하겠지만, 지금은 그냥 훈련 내용에 변동이 없다고만 알아두도록 하게.”
 자세한 작전을 설명한 건 중대장이 아니라 리세. 치프 오퍼레이터답게 작전의 내용을 모두 파악한 것은 물론 각각의 소대가 행해야 될 자세한 임무까지 이미 머릿속에 넣어둔 상태였다. 하지만.
 “음―, 1소대는― 여기에서 여기까지 막고요, 2소대는 나머지―. 3소대는 내부에 들어가서 섬멸 작전을 시행― 이게 플랜 A고요―”
 저혈압답게 기운이라고는 전혀 없는 목소리로, 귀찮기 그지없다는 듯한 태도로 대충 지도를 지휘봉으로 쿡쿡 찍어가며 적당히 작전 지시. 하지만 그걸 말리거나 안 좋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훈련 때문에 그야말로 꼭두새벽에 억지로 일어나야 했던 그녀를 그저 동정할 뿐. 병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심각한 저혈압 때문에 아침에는 언제나 고생하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궁금한 점―?”
 이미 작전 내용은 훈련이 시작하기 전에 모두 파악하고 있는 상황. 어차피 거의 형식적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작전지시라 적당히 하는 시늉만 해도 별로 문제될 건 없었다. 평가관들이 조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음에 안 든다는 표시를 하긴 했지만 중대장이 따로 가서 약간의 조율을 거치고는 별 문제 없이 넘어갔다.
 “없으면 예정대로 6시부터 작전 시작할게요― 준비하세요―”
 평가관들에게는 이 훈련 작전의 발안자는 당연히 중대장인 걸로 말을 해둔 상태. 거기에 작전과가 손을 보았다는 정도로 넘어갔다. 하지만, 사실은 전부 리세가 혼자서 만든 계획이었다. 애초에 중대장은 이 부대에 대해서 어떤 전문성이 있거나 의지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 복무 중인 것뿐이었으니까.
 그렇다보니, 이게 실제 작전이라면 중대장의 지휘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날 상황이었지만 어차피 훈련이라 상황 설정 같은 건 전부 되어있는 상황. 그래서 어제처럼 리세가 쉬어도 훈련은 멀쩡히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전투원들이 밖으로 나갔을 때, 비는 어느 정도 그쳐있었다. 하지만 아직 해가 채 뜨지 않은 하늘에는 먹구름만이 가득해 금방이라도 다시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런 와중에도 지금 당장 사용이 가능하도록 새벽부터 일하며 기체 정비를 마무리해둔 정비반에게 알론조가 대표로 짧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재현은 원래 자신들이 할 일이라며 쓸데없는 소리 말고 훈련이나 잘 치르라며 손을 내저었지만.
 지휘소에는, 막상 치프 오퍼레이터가 책상에 엎드린 채 가(假)수면 상태로 휴식을 취하는 동안 그 부하격인 다른 오퍼레이터 3명이 상황 정리와 작전 시행 준비를 하고 있었다. 중대장은 그 와중에 평가관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중.
 “작전 개시 5분 전입니다.”
 그 말을 들은 리세가 겨우 몸을 일으키고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이곳으로 오면서 미리 현지 위성 시각으로 정확하게 맞춰둔 시계는 5시 56분으로 막 넘어가고 있었다.
 “대기 상황 확인하도록.”
 “예.”
 이미 전투원들은 전원 대기 중. 숙영지에서 작전지역까지 조별로 이동해서 바로 작전에 들어가는 걸로 짜여있기 때문에, 지휘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모두 모여 있었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혹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아직 근거리라 따로 통신망을 통하지 않고도 개별적인 장갑 단위의 통신이 가능했다. 그래서 알론조가 전원에게 통신망을 개방해 당부의 말을 한 것. 모두 [네!]라고 절도 있게 대답한 다음, 저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있었다.
 어차피 실제 작전 지역 같은 건 일일이 머릿속에 익혀둘 필요 없이 장갑 내부에 이미 저장이 되어있기 때문에 시야에 보이는 표시만 따라가면 그만. 따라서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건 자신의 행동 패턴이나 임무, 혹은 단순히 각오만을 되새김질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얼의 경우에는 가장 마지막 경우.
 “오늘은 어제 같은 짓 하지 말자, 제발 제대로 하자, 생각하고 움직이자, 제발…….”
 통신망의 송신 부분이 닫혀있는 걸 확인하고 난 이후로, 이얼은 계속 그런 것들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제 나름대로 반성하고 기분이 나아졌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장갑 안에 들어오자 다시 긴장이라는 감정이 온몸을 휘감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이게 땅을 파고 들어가는 것 같은 바보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긴장감을 없애기 위해 끊임없이 그렇게 중얼 거렸다.
 익숙해지면 이런 일도 필요 없겠지, 라는 생각을 자신의 생각 한구석에 둔 채로.
 곧, 시간은 정각 6시가 되었다.
 [지금부터 작전을 개시하겠다! 하달된 명령에 의거 전투를 실시하라!]
 커피 마시던 중대장도 시간이 되자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통신 장비의 마이크를 붙잡고 작전 개시 명령. 즉시 12명 모두 각자의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작전 지역은 지난번처럼 넓은 지역이 아니라, 일반 보병 부대라면 소대급 부대가 봉쇄 작전을 시행하는 정도의 크기. 실제로도 3개조가 각각 역할을 나누어 봉쇄 및 섬멸 작전을 시행하기로 되어있었다. 그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되다보니 숙영지에서 산을 하나 정도 넘으면 바로 작전 지역에 해당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숲길을 직접 달려가야 되는지라, 도착 예정 시간은 적어도 30분 뒤.
 거기에서 계획되어있는 대로 자리를 잡고 작전을 시작하려면 적어도 한 시간 이후에야 본격적인 평가를 시작해야 하지 않나, 그런 의사를 중대장은 평가관들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선은, 아예 키보드를 옆으로 밀어놓은 채,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리세에게로 향해있었다. 작전 시작 이후에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그녀 때문에 혹여 감점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다급히 어필하기 시작한 것. 나름 훌륭한 군인으로서 연구소 산하의 실험부대라는 한직인 것 같지만 진급에는 유리한 곳에서 꽤나 훌륭하게 지내고 있으니 문제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건 당연했다.
 그렇게 적당히 넘어가고 훈련 시작. 훈련 자체는 그저 시키는 대로 달리고 몇 번 몸이나 날리고, 그런 식으로 가상의 추적 대상을 지정된 장소까지 몰아넣은 다음에 전원 생포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적이었기 때문에 해당 장소까지 전술 기동한 다음 생포했다는 보고를 올리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그걸로 오전 작전은 마무리하고, 원래는 거기서 대기하다가 오후에 있는 다른 작전을 시행한 다음, 야간까지 이어지는 잠복 훈련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날아온 것은 숙영지 복귀 명령. 계획이 갑자기 바뀌었다고 했다.
 숙영지로 돌아온 다음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훈련 계획이 갑자기 바뀐 이유가 있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아하하.”
 빗물에 잔뜩 젖은 땅과 풀. 거기에 금속제로 된 평평하게 다듬어진 물체가 닿으면 상당수의 확률로 미끄러진다. 그런 이유로 몇 번이나 넘어졌던 이얼 입장에서는, 자신 말고 다른 소대의 사람들도 넘어졌다는 게 심히 위안이 되는 상황이었다. 기동 중에 여러 명이 몇 번이나 넘어지자, 결국 평가관들은 작전을 전부 중지하고 말았다. 차라리 이 근처에 불러다놓고 움직이는 거나 평가하고, 지휘부는 가상으로 전략을 지시하는 행동만을 평가하겠다는 것. 덕분에 전투원들은 모두 점심을 자신들의 텐트에서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후에 한다는 평가는 뭐라고 합니까?”
 지휘부에 가서 상황을 들은 건 알론조뿐. 여러 명이 넘어져서 덕분에 근처에서 기동 평가만 받는다는 이야기에 엘런이 그 기동 평가는 어떤 걸 하는 건지 물어본 것.
 “몇 명 정도만 해서 가볍게 몇 가지 지시에 따라 기동하는 걸 보겠다고 하는군. 참, 그리고 한이얼 하사에게는 사격 평가가 있다고 하니까 식사 마치면 정비부에 가서 관련된 사항을 확인하라고 했으니 한번 가봐. 사용 방법에 대한 설명이야 들었겠지만, 사격 전에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아, 예에…….”
 사격 일시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이 곳에 도착했기 때문에 언제 갑자기 하게 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을 거라 각오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갑자기 사격 시행 이야기를 들으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얼른 식사를 마치고 먼저 일어나서는 바로 정비부로 향했다.
 어차피 작전 중에 계속 비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비반에서는 비를 피한다는 명목으로 방수포를 씌워둔 상태.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계속 살펴보고 있는 남자. 그게 자신의 기체라는 걸 놓아둔 위치로 확인한 이얼이, 방수포 안으로 기어들어가면서까지 기체를 점검하고 있는 건 누굴까 싶어서 다가가자 마침 그 상대는 밖으로 기어 나오던 참이었다.
 “어, 김재현 준위님?”
 “메야, 동무였나?”
 손에 휴대폰, 아니 PDA가 들려있는 걸로 봐서는 내부에 있는 전자 부분을 점검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생각이 맞았다는 건 바로 다음에 이어진 재현의 말이 증명해 주었다.
 “내래 동무 기체 오늘 사격이라 해서, 그 기능이 전자적인 부분에서 멀쩡히 움직이는 지 확인하던 기야. 막상 한 번도 안 써봤으니 한번 확인은 해 봐야 되지 않겠나?”
 “예, 뭐……. 잘 움직입니까?”
 “계속 점검은 해뒀으니끼니. 잘 움직이니 걱정하지 말라. 방수포 벗겨줄 테니, 한번 해볼라우?”
 “아, 아니…… 준위님이 괜찮다고 하시면 충분합니다. 틀림없이 멀쩡히 돌아갈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번 해보는기 좋을 기야. 혹시 모르니끼니 한번 해보자우. 방수포 벗기는 거 좀 도와주게.”
 “아, 예!”
 방수포를 벗기고는 바로 이얼은 장갑에 올라갔다. 예전에 실수로 한번 눌러본 적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 한 번도 총신을 꺼낸 적은 없었으니 사실 한번 눌러서 되는지 확인해보는 과정이 필요하긴 했다. 사격하러 가서 해보려다가 그 때 가서 안 되면 곤란하니까.
 어느새 다른 정비부원들도 나와서 장갑의 준비를 시작했다. 그 때문인지 재현은 어느새 영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얼른 버튼 눌러 봐! 아직 탄 안 넣었으니까 총신 시험만 해보고 너 내려야 돼!”
 잠시 버튼이 뭔지 헷갈렸지만, 곧 기억이 났다. 네 개의 버튼 중 몸에서 가장 가까운 것. 오른손으로 슬쩍 누르자, 곧장 장갑의 백팩이 열리며 구경이 커다란 두개의 파이프가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오른쪽 어깨 위에서 하나로 이어지며 다른 접합부로 어깨에 고정. 그 뒤에 백팩에서 총기와 연결된 베어링 막대가 드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더니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장착 완료. 이전을 떠올려보면 탄이 장전되는 과정인 걸로 짐작되었다.
 “멀쩡히 잘 움직이는군. 좋아, 일단 내려와.”
 “예.”
 이얼이 다시 버튼을 눌러 총기를 집어넣고 나서 장갑을 앉은 상태로 돌린 다음 입구를 열고 내려오자마자 곧장 정비부원들이 백팩에 탄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길이는 발끝에서 무릎 정도. 구경은 예의 36mm. 정확하게 여섯 발이 백팩 안쪽에 들어갔다. 미리 장치가 되어있는 고정쇠에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는 걸로 봐서는 처음부터 6발 만탄(滿彈)으로 설계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백팩과 비슷하게 생긴 다른 상자를 가지고 오더니 거기에도 탄 여섯 발을 채워 넣었다. 뭔가 하고 가까이 가서 봤더니 위에 손잡이가 달려있는 게 아무래도 상자 같았다. 탄은 양손에 두개씩 드는 게 한계일 정도의 무게이니 여섯 발에 철제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상자 무게를 합치면 사람이 들 수 없는 무게인 만큼, 장갑을 이용해서 옮겨야 되는 거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고.
 “탄이 열두 발이나 되네요?”
 옆에 서서 지시를 내려가며 정비부원들이 움직이는 걸 지켜보고 있는 재현에게 그렇게 말하니 어이가 없다는 눈빛과 함께 이렇게 대답했다.
 “열두 발이라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저 상자 네 개 한꺼번에 쌓아서 묶은 걸로 두 개는 들고 가야 되는데. 너 오늘 오후 내도록 계속 사격할 거야. 적어도 오십 발은 준비해야 된다고 그래서, 백팩 여유분은 전부 동원하고 있단 말이다.”
 실제로, 몇 분 뒤. 탄이 들어있는 박스 여러 개가 사람 키 정도의 높이로 두 개나 쌓여있고 그것들은 철제 프레임으로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당연히 제일 위에는 들고 갈 수 있게 손잡이가 달린 상자가 올라가 있었고.
 “그런데 이거 사격 중에 제가 교체할 수 있어요?”
 “음. 아직 그건 어려워서, 사격장에 우리 부원 두 사람이 기계 가지고 따라갈 거다. 이번에 사격 해보고 백팩을 전투원 혼자서 교체할 수 있을 방법을 찾아봐야지.”
 요컨대, 아직 이건 어디까지나 시험기이니 지금도 계속 테스트를 하고 개조를 시행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 재현은 아직 완벽한 장갑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면서 다른 기체를 점검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혼자 남은 이얼이 밤에 모기에 물린 팔을 벅벅 긁고 있자니, 곧 중대장과 평가관들이 정비부가 있는 공터에 왔다. 물론 목표는 이얼이 아니라 정비하는 모습을 보는 거였기에 눈길 한번 안 준다지만.
 “우선 2소대에서 한명을 뽑아서 기동 테스트를 하도록 하고, 1소대에서는 롯소 조장에게 소대 지휘 능력 평가를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3소대는 막내가 특기 병과 사격을 한다고 했으니 각 소대별로 한명씩 차출하는 걸로 해두도록 하죠.”
 “그럼 나머지 인원은 어떻게 할 건가?”
 “원래 마지막 날에 하기로 되어있는 서면 평가를 지금 시행하겠습니다. 차출되는 세 명에 한해서는, 각 소대의 평균점에 맞추면 되지 않겠습니까.”
 “뭐,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럼 우선 기동 테스트부터 할 테니 2소대에서 한명을 뽑아서 준비시켜 두게.”
 “예, 알겠습니다.”
 평가관 중에 가장 계급이 높은 사람은 대령. 소령으로 진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대장에게는 어찌 보면 까마득한 존재일 지도 몰랐다. 예전에 징병제였던 나라 출신이다 보니 계급에 대해서 좀 더 강박적인 개념을 가진 중대장은 그저 한 없이 굽실거리고 있었다. 첫 인상이 ‘매우 군인다운 사람’이었기에, 이얼은 왠지 모르게 약간 실망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이긴 했지만.
 잠시 후, 2소대에서 하사 한 명이 불려왔다. 이미 그를 부를 예정이었는지 장갑은 정비가 마무리된 상태. 투덜거리면서도 장갑에 오르더니 몇 번 기동 점검을 하고는 바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미 평가관들은 적당한 장소를 골라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서둘러 출발시키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난 언제 나가지?”
 바쁘게 움직이는 정비부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의자 하나 들고 구석에 가서 앉아있자니 왠지 매우 무안했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그냥 멍하니 앉아있을 수밖에.


 



 숙영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터. 차량으로 10분 이내의 거리를 찾은 결과였다. 게다가 이얼이 사격을 진행하기로 한 곳과 매우 가깝기도 해서 임시 훈련장으로 삼고, 인근 부대에 그 사실을 통보했다. 어차피 인근 부대에서도 폐자재 임시 적재장 정도로 사용하는 곳이라 별 어려움 없이 허가를 받았다.
 평가관들은 차량 두 대를 세워놓고 방수포를 씌워서 만든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에 의자까지 가져다 놓고 앉아있었다. 우비를 입은 채 대기하고 있는 정비부나 통신 요원들은 그걸 보며 계급의 차이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훈련은 진행 중. 어차피 어떤 식으로 기동 테스트를 해야 할지 모르는 평가관들은 그냥 지켜보기만 하고 실제 지시는 작전부에서 내리는 걸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지시를 위해 작전부에서 나온 사람이, 내일 훈련 일정 다시 짜는 귀찮은 거 할 바에는 이런 단순 작업이나 해야겠다면서 나온 치프 오퍼레이터 리세 드뢰넨.
 손에 통신기를 들고는 평가관들의 테스트 시작 지시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평가관들의 옆에 있어야 하고, 따라서 현재 그녀의 위치는 방수포 바로 밑. 때마침 굵어지기 시작하는 빗줄기에, 우비를 입고 서 있는 요원들은 전부 그녀를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테스트 시작 시간은 현지 시각으로 13시 45분.
 20분에 걸쳐서 다양한 기동 자세를 평가받는 기동 테스트. 하지만 점점 안 좋아지는 날씨 때문에 과연 무사히 끝날 수는 있을까, 그런 생각에 중대장은 뒤에서 몰래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걸 눈치 챈 리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메뉴얼에 있는 대로―사실 그 메뉴얼도 리세가 개발부의 카인드 박사와 함께 만든 것― 기동 지시를 연이어 내렸다.
 그것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통신부 요원. 자신이 할 일은 어디까지나 비상시에 인근 부대나 지휘부와의 연락이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그냥 멍하니 서서 구경만 할 뿐이었다. 상당히 굵어지는 빗줄기를 온 몸으로 맞으면서 하염없이.
 “에휴, 죽겠다…….”
 기지개를 길게 펴면서 하품까지 길게 “하아아아암.” 하지만 그 때, 저 멀리 산 능선에서 왠지 이상한 것이 그의 눈에 보였다.
 “응?”
 평소에 시력이 좋다고 자부하던 그. 퍼붓는 빗줄기 속에, 왠지 거기에만 뭔가 미묘하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틀림없이 그저 멀쩡한 산. 나무가 거의 없는 완만한 능선 위에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졌다. 뭐가 있던가, 아니면 갑자기 비가 퍼붓는 기상 상황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어떤 자연 현상이 일어났던지. 어차피 훈련 과정에는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거기만 유심히 펴다보고 있었다.
 “너 뭐하냐?”
 그의 동기인 다른 통신부원이 훈련도 아니고 먼 산을 내다보고 있는 그의 모습이 이상했는지 말을 걸어왔다. 거기에 대답 대신 우선 손가락을 먼저 뻗었다.
 “저기, 뭐 있는 거 같지 않냐?”
 “어디?”
 “저기 산 능선 위에. 좀 이상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말야.”
 “흐음…….”
 동기의 말에 유심히 그 능선을 쳐다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동기가 자신보다 시력이 훨씬 좋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짐작했다.
 “지금 보이는 게 정확하게 어떤 건지 말 해봐.”
 “아니, 그냥…… 비가 내리는 게 좀 이상하게 보여서. 저기만 미묘하게 다르지 않아?”
 그렇게 말해도, 이렇게 퍼붓는 빗속에서 그런 게 보일 리가 없었다.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래도 동기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자니 곧 그의 눈에도 이상한 게 틀림없이 보였다. 아니, 그의 눈에 이상한 게 보인 게 아니라 누구라도 뭔가 있다고 알아차릴만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었다.
 “어, 어―!”
 135mm 날개안정분리철갑탄. 속도는 약 초속 2000m. 이런 빗속에서는 그 초속이 느려진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1800m 이상의 속도는 충분히 나온다. 눈앞에 보이는 산에서 여기까지는 어림짐작으로 약 2km 정도. 즉, 그 포탄이 여기까지 날아오는 데에는 1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갑에서 채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떨어진 포탄. 그 충격으로 튕겨나간 하사가 자세를 바로 잡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고,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평가관과 중대장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멀리서 전차 포성이 들려왔다. 빗속이라 습도가 높아 음속이 빨라진다고 해도 전차 포탄의 속도보다는 느린 탓이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을 리세.
 “정비부, 장갑을 확인하세요! 통신부는 지휘부랑 통신 개시! 현재 공중에 경보기가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지원 요청하도록 하세요! 운전병, 빨리 출발 준비! 여러분은 모두 차량으로 대피하세요!”
 바로 닥쳐올지 모르는 2차 포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모두가 이 장소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통신부원들은 얼른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을 향해 통신기기를 들고 달려갔고, 정비부원들은 장갑의 입구를 열고 착용자의 상태를 제일 먼저 파악했다. 다행히도 하사는 멀쩡한 상태. 장갑에도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빨리 이동해요! 어서!”
 정비부원들이 몸을 숨기기 위해 장갑에서 뛰어내리고는 곧장 달리기 시작했고, 차량들 중 한대가 평가관과 중대장을 태우고 먼저 달려갔다. 다른 한대는 통신부원과 정비부원, 그리고 리세를 탑승시킨 후에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우선 언덕 밑으로 대피. 막 하사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두 번째 탄이 다시 공터에 떨어졌다. 바로 직전까지 차량이 있던 장소로.
 일단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상태에서는 퇴각을 하는 게 우선. 통신부원들이 아직 통신이 안 되었다고 했지만, 차라리 직접 지휘부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얼른 차량에 탑승하게 한 후 하사에게도 장갑의 고속 이등 기능을 사용하도록 지시, 그리고 곧장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
 다행히도 숙영지는 거기에서 꽤 높은 언덕 너머에 있어서 포격을 바로 당할 위험은 없다고 판단했다. 포탄이 날아오는 걸로 봐서 직사화기라는 것을 확신했으니까. 지휘부에 도착하게 되면 혹시나 인근 부대의 오인 사격이 아닌지 확인해보고 동시에 경보기에서의 정보 역시 획득해서 상황 파악에 사용해야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리세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갑작스러운 기습. 대체 전선에서 수백km는 떨어진 지역이 누가, 어떻게 이런 식의 기습을 가할 수 있는 것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제 오후에 있었던 프레이르와의 통화 내용도 머릿속에 떠올라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갑자기 정비부원들이 급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정비부원 뿐만이 아니었다. 왠지 모두의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급히 움직이는 사람들도 정확하게 무슨 일인지는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지만, 지휘부에서 워낙 급하게 여러 가지 주문을 해오니 그저 정신없이 움직일 뿐.
 “이얼이! 날래 탈 준비 하라!”
 “예, 예?”
 “다들 급하게 뛰어다니는 거 안 보임메? 날래 준비하라우! 지휘부에서 닦달을 하고 있으니 곧 다들 올 거야!”
 “아, 예!”
 그 말 그대로, 이얼이 장갑 입구를 여는 순간 전투원들이 전부 급하게 정비부로 달려 들어왔다. 뒤에 이어진 알론조의 지시에 따르자면, 일단 지휘부에서 전원 즉시 출동 대기 명령을 내렸고 그와 동시에 숙영지 철수 명령도 내려진 탓에 다들 이렇게 뛰어다니고 있는 것.
 평가관을 먼저 지프에 태워서 후방의 인근 부대로 급히 대피시켰다. 조금 거리가 있는 공군 기지에서 대기 중이던 조기경보기를 긴급 출동 시키고 이 지역 일대에 있는 모든 부대에 포격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적 습격에 대해 경고를 해두었다. 하지만 실제로 인근에는 그렇게 많은 부대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있다고 해봤자 인원이 그렇게 많이 않은 경비 부대나 보급창 정도에 지나지 않아 적이 습격했다고 하더라도 장갑중대에게 그리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주변 부대에서는 전차 포격은 물론 박격포나 자주포 등의 기타 포격 시행은 없었다고 합니다. 역시 적의 내습인 것 같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말에, 리세는 엄지손가락을 깨물었다. 그리고 중대장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게 말이 되나! 여긴 전선에서 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이라고! 장거리포도 아니고 바로 보이는 곳에서 포격을 받을 리가 없지 않나!”
 ‘어쨌든 실제로 포격을 받았잖아.’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 참으면서 리세는 다른 본부요원들이 급히 숙영지 이동 준비 하는 걸 지시하며 도왔다. 지휘부에는 전자 기기나 다른 장비들이 많아서 통신을 담당하는 오퍼레이터 2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부지런히 짐을 옮기고 있었다. 물론 중대장은 그냥 뒷짐을 진 채 왔다 갔다 하면서 괜히 신경만 쓰이게 만들고 있었지만. 리세는 문득, 그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그야말로 군인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딴 거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지만.”
 앞에 있는 모니터에 비닐을 씌워 밖에 우비를 입고 서있는 행정요원에게 넘겨주면서 리세는 마지막까지 켜져 있는 조기경보기에 연동되어있는 화면을 쳐다보았다. 아직 연료 주유가 끝나지 않을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륙이 늦어지고 있는 탓에 아무 것도 지상에서 고각으로 넘겨놓은 레이더 화면만 나오고 있어 별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혹시 포격과 연동에서 공중에서의 공격이 동시에 진행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끝장이니까 감시 용도로 일단 틀어놓은 상태. 물론 이 지역을 관할하는 레이더 부대가 따로 있어서 공중에 적기가 뜨면 바로 경보는 해줄 테니 어디까지나 만약을 위한 대처였다.
 “일단 지금은 먼저 안전지대로 피하는 게 우선입니다. 지금 정리가 끝나가니, 먼저 빠져 나가시죠.”
 “아, 으, 음. 그래야지.”
 일단 좀 빠져가서 머리가 식으면 그래도 좀 멀쩡해 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리세는 얼른 중대장을 전용 차량에 태워서 보내버렸다. 애초에 자신이 작전 담당으로 들어온 만큼, 중대장에게 이런 상황에서 지휘 역할을 맡으라는 게 사실 무리가 있긴 했다. 관련된 기술을 다루던 사람도 아니거니와, 애초에 지휘나 작전 관련보다는 보급 관련 특기를 가진 사람이었기에 지금의 중대장 자리는 그야말로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이 부대의 진짜 책임자는 연구 담당인 카인드 박사. 물론 그렇다고 아예 부대장을 일반 연구원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커리어를 세워줄 겸 해서 모셔다 놓은 것뿐이었다.
 “조기경보기, 지금 이륙했답니다.”
 “그럼 이 지역 정찰 정보는 언제 얻을 수 있지?”
 “20분 이내에는 가능합니다.”
 “좋아. 그럼 20분 내로 안전지대에 도착할 수 있게 서둘러야겠군. 나머지 장비 정리하고 차량 탑승해.”
 “예!”
 그렇게 지휘부 전원 대피 완료. 그 뒤로 정비부가 따라가고, 마지막으로 전투원들이 후방 경계를 하면서 이동하는 걸로 일단의 대피를 마무리했다.


 



 대피한 장소는 인근 부대의 연병장. 해당 부대의 건물에 따로 비는 공간이 없는데다가, 중요한 게 서로 의사소통도 거의 안 되는 처지라 도저히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저 장소를 제공 받은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밖에.
 지휘부는 그렇다고 치고 지금 진짜 여러모로 난감한 것은 전투원들이었다. 지역 부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임무 중에도 장갑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지나가는데다가, 슬쩍 다가와서는 만져보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비부원들이 “시크릿, 탑 시크릿!” 그러면서 쫓아내긴 했지만, 주변을 계속 얼쩡거려서 신경이 무지하게 쓰였다.
 [차라리 나가는 게 나을 것 같지 않아요? 엄청 거슬리는데.]
 가장 처음 불만을 터뜨린 것은 역시나 지에였다.
 [이럴 거면 그냥 보고 싶은 사람은 와서 보라 그러는 게 나을 것 같지 않아요? 멀리서 흘끗 거리니까 더 신경 쓰이잖아요.]
 “하긴 진짜 저 신기한 물건 보는 것 같은 시선은 기분 나쁜데요.”
 이얼도 동의. 하지만 그렇다고 일단은 미공개로 운영 중인 병기를 마구 공개할 수는 없었다. 지금처럼 비상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 해도, 나중에 국방성에서 이 부대에 기밀 유지를 위한 작업을 걸 것은 틀림없었다. 어제 대항군을 한 다른 부대 사람에게는 이미 그런 작전이 끝난 상태였고.
 [슬슬 정보가 들어올 시간이군. 어떻게 되던 간에 작전 지시는 내려올 테니 다들 준비하도록 해.]
 시야에 한쪽 구석에 있는 시계는 지금 현지시각으로 15시 0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조기경보기가 이륙했다는 보고가 들어온 지도 거의 25분 이상 지난 상황. 실제로도 지휘부에는 지금 막 조기경보기에서 직접 보내온 해당 지역 정찰 화면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예상외의 장면이 담겨있었다.
 “아니, 이거 뭐 어떻게 하라는 거야…….”
 리세는 엄지손가락을 더욱더 세게 깨물었다. 그리고는 결심을 한 듯, 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상하이 인근 상주 부대. 그 중에서 서쪽 부지를 임시로 차지하고 있는 시험용 부지. 지금 그 곳을 사용하던 부대는 전원에 가까운 인원이 훈련을 나간 탓에 텅 비어있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대부분이 그래도 남아있었기 때문에 아예 사람의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훈련 장소에서 전해온 소식 때문에 그 남은 연구원들은 거의 발칵 뒤집어져 있었다. 서류나 전자 장비를 들고 복도를 전속력으로 달려가는가 하면, 하나라도 놓칠 새라 정보란 정보는 죄다 긁어모으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어디론가 계속 전송하기도 했다. 여하튼 다들 엄청나게 바빴다.
 그 와중에 연신 히죽거리고 있는 사람이 한 명. 닥터 카인드였다.
 “갑자기 실전이라니, 이거 곤란하네―”
 옆에 있는 보조 연구원의 입장에서는 곤란하다면서 그야말로 싱긋 웃고 있는 자신의 치프야말로 곤란하기 그지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어쨌든 능력도 있고, 그만큼 생각도 있는 사람이니 무턱대고 실전이라면서 좋아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사람도 아니었으니 아마도 웃고 있는 타당한 이유 정도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뭐― 아직 시작은 안 했으니 별로 들어오는 건 없으려나―”
 그 때, 카인드 박사의 가운 앞주머니에 들어있던 휴대전화 벨소리가 작은 방 안에 울렸다.
 “아, 이럴 때 누구― 어?”
 긴급회선. 발신 장소는 현재 훈련을 나가있는 그 곳, 인도 차티스가르. 십중팔구 중대장이나 리세일 거라는 생각에 얼른 통화버튼을 눌렀다.
 “예, 카인드입니다.”
 [저에요, 리세. 지금 상황은 알고 계시죠?]
 “당연히 알고 있지. 그런데 작전 때문에 바쁠 시간에 왠 전화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
 [예, 아무래도 이 쪽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게 있어서 도움을 요청하려고 합니다. 지금 바로 그 쪽으로 현재 상황 정보를 보내드릴 테니, 직접 보시고 판단 해주세요.]
 곧장 닥터 카인드의 눈앞에 있는 모니터에 현장에서 보낸 항공 정찰 자료가 떴다. 처음에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보던 닥터 카인드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가장 처음 리세에게 던진 질문.
 “저기, 이거 그냥 평상시 사진 아냐? 틀림없이 이 지형 내에서 포격이 있었던 거 맞지?”
 [예, 확실해요. 직접 포격을 목격한 부대원도 있어요. 그 사람 말 들어보면, 직사화기 같은데 역시 전차겠죠.]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비가 오는 날이라서 그런가?”
 [이거, 남쪽에서 들여온 기술로 만든 카메라로 찍을 걸 텐데요. 사격 잔흔을 3일 이내에는 탐지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 건, 국방 연구소 사람들 아니던가요.]
 “열 감지 카메라에도 아무런 흔적이 없고, 잔상 확인을 해봐도 움직임이 전혀 없다니…….”
 일정 시간 전의 화면과 현재의 화면을 비교해서 그 차이로 적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것이 바로 잔상 확인. 적이 이동 중이라면, 설령 보호색으로 위장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두 장의 동일 지형을 놓고 비교했을 때는 확연하게 차이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걸 이용한 것이었다.
 [움직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단지 현재 위치 파악이 안 된다고 할까, 움직인 흔적만 발견되고 그 실체를 찾을 수가 없네요.]
 “흠, 확실히 그러네……. 뭐, 일단 이 쪽에서 알아볼 테니 그동안은 주변 경계 확실히 하면서 조금만 버텨줘. 추측이긴 하지만, 짐작이 되는 게 있기도 하니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하지.”
 [예, 상황이 좋지 않으니, 서둘러 주세요.]
 전화가 끊기고 난 다음에도 화면에는 계속 최신 정보가 갱신되었다. 이걸 다시 미국에 있는 국방연구소에 보내서 그 쪽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어서 조수를 시켜서 즉시 연락을 하고 데이터 링크를 걸도록 했다.
 연락은 받은 국방연구소에서 온 답변은, 파악에 걸리는 시간은 빨라도 약 1시간은 걸릴 거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것도 닥터 카인드가 예상한 것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나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괜찮을지 모르겠네……, 뭐 그만큼 실전 자료를 더 얻을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닥터 카인드는, 적어도 이 전투가 아군에게 피해가 되지는 않는 방향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상대의 전력이 아군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줄만큼 크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최전선의 수많은 부대와 인근의 경계를 맡고 있는 부대들을 모두 통과해서 들어올 수 있는 병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니까. 게다가 장갑중대의 전투력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확신도 가지고 있었으니, 절대 이런 실전에서 큰 피해를 입을 거라는 생각을 할 리가 없었다.
 


 


 [각 소대는 지금 전달된 포인트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도록. 현재 적의 위치가 파악이 안 되고 있는데다가, 목격자에 의하면 포격 직전까지 상대를 눈치 채지 못 했다고 하니 적이 시야에 잡히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히 경계에 임해주기 바란다. 이상.]
 이번 명령은 그래도 중대장이 내렸다. 물론 리세가 ‘건의’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읊은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명령이 내려진 이상, 이렇게 대기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당장 모두 장갑을 움직여 자신에게 배정된 경계 지점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각 소대가 맡은 범위가 넓으니 감시각을 최대한 넓게 해야겠군. 주변에 신경 쓰면서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즉시 보고하도록 해. 그리고 지금부터는 각 소대별로 명령 체계를 다시 분리하도록 하지. 각 소대 단위로 범위가 내려져 있는 셈이니 지휘 체계를 일원화 하는 건 지금으로서는 옳지 않을 것 같으니 말야.]
 방금 전까지는 모두 한자리에서 일제히 움직이거나 대기하고 있으니 가장 선임 조장인 알론조가 모든 지휘를 맡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작전이 조 단위로 내려온다면 더 이상 그런 지휘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전투원은 소대, 즉 조 단위로 움직이고 있었으니 이러는 편이 더 익숙하기도 했다.
 린든조가 맡은 범위는 기지에서 가까운 대신에 앞이 탁 트여서 경계를 해야 할 범위가 넓은 곳이었다. 엘런은 처음에 횡대 일렬로 넓게 서서 각자 구역을 담당해 감시하려고 했지만 그걸 애니가 반대했다.
 [범위가 좌우보다는 직선상으로 넓은 편이니 그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닐 것 같습니다. 차라리 각자 특기에 맞추는 게 어떨까요?]
 [특기?]
 [예. 가령 이얼 군은 저격수이니 만큼 안면 부위에 있는 카메라가 스코프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지대에서 가장 원거리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으면 되겠죠. 지에의 경우에는 미사일 발사병이라 저격수만큼은 아니더라도 카메라에 확대 기능이 있습니다. 중간에 일정 범위를 정해서 맡기도록 하죠. 나머지 범위는 저와 린든 조장님으로 커버합니다.]
 [음…, 한이얼 하사와 첸지에 하사의 생각은 어떤가? 한이얼 하사는 아직 한 번도 장갑 착용 상태로 저격을 해본 적이 없어서 원거리 주시 능력이 좀 떨어지는 건 아닌가 싶은데.]
 원거리 주시 능력이 떨어지다니, 사실 이얼에게 그런 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일안 스코프로 보던 것보다 원거리를 직접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카메라로 보는 게 편한 건 당연한 사실. 시야의 움직임이 크다고 해도 일안 스코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괜찮습니다. 할 수 있어요.]
 [좋아.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럼 한이얼 하사와 첸지에 하사는 지금 즉시 우측의 고지대로 이동해서 경계를 개시하도록.]
 [예!]
 [그리고 밀러 중사는 여기에서 근거리 우측을 맡도록 해. 내가 좌측을 맡지.]
 그대로 경계 시작. 지금 장갑 중대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현지 부대에서도 나름 비상 상황을 걸고 경계 강화를 지시한 상태이지만, 그걸 믿고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 전투원들은 최선을 다해 경계 범위 내에 집중했다.
 상대를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경계. 이것이 길어진다면 당연히 집중력이 떨어져 적을 놓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대한 빨리 상대의 정체를 파악하고 대처 방법을 마련하거나 토벌하지 않는다면 부대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대단히 높았다. 아니, 부대원들은 그럴 가능성이 높을 거라 생각했다.
 부디 무슨 방법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뾰족한 수가 나와라. 그렇게 빌면서 이얼은 고개를 좌우로 계속 돌렸다. 자신이 맡게 된 범위를 다시 상하로 일정 구역만 나누어, 좌우로 번갈아가면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길 반복하고 있는 중. 경계의 기본 수칙에 매우 충실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30분이 넘도록 경계를 하는 동안에도, 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과연 여기에 적이 있기는 한 걸까. 실제 공격을 받았다는 사람이 있으니 적 자체가 존재치 않는 건 아닐 테지만, 이 지역 내에 적이 움직이고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적이 여기에 있는 것도 확실치 않은 거 아닌가요?]
 이얼과 같은 의문을 지에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얼과는 다르게 바로 그런 의문을 말로 꺼냈다. 대답한 것은 당연히 조장인 엘런.
 [사실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야. 여기까지 들키지 않고 들어올 수 있는 건 매우 고도의 기술로 자신은 엄폐할 수 있는 상대라 하더라도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거야. 특히 상대가 전차라면, 한꺼번에 대량의 전차가 움직인다면 당연히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으니까 말야. 그렇게 극소수라면, 과연 이렇게 이미 경계 태세를 갖춘 곳으로 직접 쳐들어올까, 그런 의문이 먼저 들긴 하는군.]
 그리고는 잠시 말을 끊었다. 이야기를 한다고 잠시 경계에 소홀해졌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전방에 집중하면서 지금 이야기를 하다가 놓친 부분을 다시 제대로 되짚어 보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적의 습격을 대비하기 위함이지 적을 찾아내기 위함이 아니잖아. 이런 숲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을 찾아내려면 차라리 경계보다는 수색이 낫지 않겠어? 안 그래?]
 [솔직히 적이 있는 곳을 찾아서 때려잡는 게 제 스타일이라는 거 아시잖아요. 그냥 답답해서 해본 말이에요.]
 [뭐, 조금만 참아줘. 곧 정체를 알아내게 되거나 위치를 알아내면 수색에 들어갈 테니까 말야.]
 하지만, 그건 너무 아군의 편의에만 맞춘 생각이었다. 애초에, 적이 아군의 행동을 기다려줄 이유가 없는 것이니까.
 시야에서 조금 벗어난 남쪽 지점에서, 전차의 포격 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그것도 연이어 3번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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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리 중이야 용어가 앞 편과 많이 다릅니다.
영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