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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이상한 나라의 시우

2010.12.13 05:35

시우처럼 조회 수:469 추천:1

extra_vars1 동물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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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말 듣고 있냐?”


 


 누군가 눈 앞에서 손을 흔들어댄다. 덕분에 흐리멍텅해져 있던 시야가 다시 초점을 맞춘다. 내가 언제부터 멍하니 있었지? 나는 정신도 차릴 겸 목을 오른쪽 방향으로 한계점까지 밀어 부쳤다. 두둑거리는 소리가 척추를 타고 두개골까지 울렸다.


 


 “왜?”


 


 그러자 입술 두꺼운 친구녀석이 사람이 말 할 때 좀 들으라며 길길이 날뛴다. 시끄럽게 나대는 꼴이 그냥 확 주둥이를 확 꿰매버리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든다.


 


 두 달 전, 그러니까 그 빌어먹을 8 27. 간신히 교실에 도착한 나에게 처음으로 아는 척을 해왔던 입술 두꺼운 녀석이 바로 지금 내 앞에서 인간이 도리가 어쩌고 하며 떠들어 대는 바로 이 녀석이었다. 이름은 신동현이라고 나 하고는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창이고 나발이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난 그저 처음 보는 녀석일 뿐인데. 하지만 지난 두 달 동안 어찌나 치근덕거리던지 이제는 내 입장에서도 꾀나 친해져 버린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오늘 약속 다 잡아놨다니까? 넌 그냥 와서 앉아 있기만 하면 되는 거지.”


 ?”


 


 갑자기 뭔 소리야? 약속이라니. 내가 모르겠다는 표정과 짜증난다는 표정을 반쯤 섞어 바라보자 놈의 미간이 심하게 꿈틀거렸다.


 


 아 진짜. 말하면 좀 들어라. 내가 여태까지 말했잖아. 오늘 여자 반 애들하고 미팅 잡았다고.”


 잠깐, 지금 뭐라고미팅? 미팅을 한다고?”


 


 내가 당황해서 묻자 녀석이 녀석이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그래. 7반 애들하고 이야기 다 해놨다. 내가 그 반에 아는 애가 있어서 말이지.”


 


 대체, 미팅이라니. 물론 예전의 나였으면 얼씨구나 먼저 좋아라 했겠지만 지금은 그다지 썩 내키지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귀찮게만 느껴졌다. 언젠가 떠날 세상이었다. 그 언제가 내일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일 수도 있었다.


 


 난 별로 관심 없는데?


 


 그러자 놈의 표정이 일순간 정지했다. 닫힐 새도 없이 떠들어대던 주둥이도 이내 좌우로 굳게 한 일자를 그렸다. 어찌나 야무지게 입을 다물었던지 턱 밑에 잘 여문 복숭아 씨 하나가 나타날 지경이었다.


 


 이병민.”


 


 녀석이 갑자기 목소리를 깔고 내 이름을 부른다. 사실 내가 대답할 이유는 없었다. 이병민?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정말 들어보지도 못했을 이름이었다.


 


 ?”


 난 네가 이런 녀석인지 몰랐다.”


 


 , 그러셔? 그런데 나도 내가 누군지 잘 모르거든?


 


 니가 저번에 미팅 좀 잡아 달라며?”


 내가?”


 


 난 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녀석은 두 눈을 꼭 감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심사가 꼬이는지 아래 입술을 깨문 채 신경질적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 진짜 요즘 왜 그래? 무슨 기억상실증 같은 거라도 걸렸냐? 자꾸 헛소리만 해대고 말야. 니가 방학 때 언제 7반이랑 미팅 좀 주선해 달라며?”


 


 또다시 내가? 라고 되물을 뻔 했지만 이윽고 방학 때면 내가 아직 이 세상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임을 깨달았다. 세상에, 이병민이란 놈. 공부만 하고 모범생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뒤에서 호박씨 까는 스타일이었던 거야? 게다가 미팅이라니. 과고생들은 공부만 하는 줄 알았더니만 이 녀석도 그렇고 앞에 신동현이란 녀석도 그렇고. 거참 대단들 하시네.


 


 그리고 최은정이 그러는데 이번에 혜진이도 나온대. 그래도 안 갈 거야?”


 


 하아. 대체 최은정은 또 누구고 혜진이는 또 누구냐고? 내가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자 녀석은 오히려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 김혜진 몰라? 아니, 애초에 니가 미팅 얘기 꺼낼 때도 다 걔 때문에 그런 거 아녔어? 딱 니 이상형이라며?”


 그랬었?”


 


 이런 상황에선 더 이상 발뺌할 순 없었다. 자기 이상형이라고 말했던 여자를 기억 못하는 바보 같은 멍청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알았어. 갈게.”


 


 그러자 녀석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어쩌면 내가 빠지면 깨지는 미팅이었던 것일까? 하긴 내가 봐도 잘생긴 얼굴이니 그 쪽에서도 내가 나오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 그렇다고 오해 마시길. 내가 말하는 건 내가 아니고 이 몸뚱이일 뿐이니까.


 


 그나저나 이 몸 주인이 좋아했다던 그 여자애는 어떻게 생겼을까? 왠지 이 녀석이 좋아할 정도면 엄청난 미녀일 것 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에이 모르겠다. 여기저기 새로 인연 만드는 건 그렇게 마음에 내키진 않았지만 그래도 혜진이란 애가 예쁜 모양이니 살짝 궁금하기도하고. 결국 나는 미팅에 나가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게다가 특별히 할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놀이기구 타고 동물원을 배회하기엔 나는 아직 솔로의 권능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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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시험기간 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신이 너무 없네요. 다른 분들 글도 좀 보고 댓글도 좀 달아야 하는데 말이죠.


아무튼, 이번주 목요일이면, 아니 레포트 까지 해서 토요일이면


이 지긋지긋한 학교와도 작별입니다. 생각해 보니 좀, 시원섭섭하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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