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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이상한 나라의 시우

2010.10.18 09:07

시우처럼 조회 수:298 추천:2

extra_vars1 여긴 대체 어디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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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웬일이냐 네가?”


 


 그리고 얼마 있지도 않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나 처음 듣는 목소리였지만 그에게로부터 발산되는 불길한 깝죽거림의 기운만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닐지도 몰라. 나는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떴다.


 


 눈 앞에는 부담스러운 입술의 두께를 가진 느끼해 보이는 녀석이 서 있었다. 날 바라보는 두 눈이 상당히 능글맞아 보였다. 아마 방금 이 녀석이 말을 건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뚫어지게 날 바라보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무튼, 대답을 해야지.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야 말로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이니까.


 


 ?”


 


 그리고 마침내 내 입에서 나온 대답이란 것은 과히 놀라운 것이었다. 이런 얼빠진 대답이라니. 방금 전에 분명히 자연스럽게 대응하기로 했잖아?


 


 어쭈, ’으응?’. 너 더위먹었냐?”


 


 그러니까 내 말이! 난 내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 녀석 말을 들어 보니 표정도 가관인 모양이었다. 안 돼 이래서는 안되지. 결코 의심받을 여지 따윈 만들어선 안 된다. 난 이시우라는 인간으로써 이 장소가 전혀 낯설지 않고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있으니까. 아니 적어도 그렇게 보여야만 한다. 그러니까 안면에는 항상 이렇게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고


 


 뭐냐, 그 표정은? 좀 징그럽다?”


 


 , 실패인가?


 


 장난 좀 그만 치고. 무슨 일이야? 왜 늦었는데?”


 


 여보게 이름 모를 친구, 지금 설마 나한테 아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본 겐가? 그 구구절절 한 이야기를 여기서 다 털어놓으라고? 그건 이쪽에서 정중히 사양하도록 하지. 게다가 진실을 말하기엔 이 자리의 품격이 현격히 떨어지니까 말이야.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여기서 가만히 입다물고 있는 게 상책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네가 대답 없는 나를 가지고 오해로 점칠 된 상상의 나래를 펼칠지도 모르는 일이고. 예를 들자면, 어제 밤에 외계인한테 납치 돼서 온갖 잔인한 실험을 당하고 정신이 붕괴되거나 기억을 잃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마침내는 친구의 몸에 또 다른 인격이 들어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결국 공포에 질린 녀석이 뒷걸음쳐 도망치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외계생물전담반이 날 정부의 비밀 실험실로 끌고 가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 물론 나는 외계인에 납치된 적인 없지만 말이야.


 


 


 


 정말 없나?


 


 나는 다시 한번 나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다. 설마 내가 외계인한테 납치 돼서 이 모양 이 꼴이 된건가? 하지만 그런 중요한 의문조차, 내 말 씹어대니까 맛있니? 그럼 내 주먹 맛도 보여줄까? 하며 험악한 눈빛과 함께 심지어는 주먹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녀석의 얼굴을 보니 그다지 시기적절 하지 않은 듯 했다.


 


 그게 말이지그러니까 개학식이 내일인 줄 알았다고나 할까?”


 


 먹히려나? 생각해보니 순간적으로 떠올린 것치곤 그럴듯한 변명거리였다. 왜 드라마 같은데 보면 가끔 개학일을 잘못 알아서 학교에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애들 도 있고. 좀 흔한 이야기긴 했지만, 그만큼 또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의 그런 예상과는 다르게 입술 두꺼운 친구는 상당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볼 뿐이었다. 뭐야? ? 이 정도면 퀄리티 있는 설정이잖아?


 


 니가 이젠 완전 맛이 갔구나? 지난주에도 학교 나온 새끼가 웬 헛소리야. 게다가 개학한지가 언젠데.”


 


 머리 속에서 적색 경보가 울려대기 시작했다. 이런 멍청이. 아침부터 내 기억과 현실이 들어 맞았던 적이 있었어? 그런데도 이렇게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내 기억을 믿어버리다니. 게다가 방금 전에 수업하고 있었잖아. 개학식부터 매몰차게 수업을 나가는 학교라니. 그런 학교가 세상에 있을 리가 없잖아.


 


너 이상해. 아까부터 혼자 웃었다 심각했다. 무슨 약했냐?”


 


 약이라니설마그 약?


 


 에이 농담이지? 무슨 청소년이 무섭게 약을 한다고나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농담이지롱 하면서 썰렁하게 웃어대는 녀석의 얼굴을 기대하면서. 하지만 그 놈은 장난이 아니라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볼 뿐이었다.


 


 세상에 맙소사.


 


 나란 녀석은 대체 이 세계에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닌 거야? 예전에 공부 잘하는 애들 중에 집중력 높인답시고 마약 하는 애들도 있다고 하는 소릴 들은 적은 있지만. 마약 중독자라니. 그럼 난 이제 약 안 먹으면 손 덜덜 떨고 방 구석에서 가까이 오지마 가까이 오지 마하면서 허우적거리는 그런 인생이 된 거야? 그런 거야?


 


 


 


 웃어? 지금 설마 웃었어? 너 이 녀석 친구잖아. 아무리 마약 중독자라고 해도  친구 인생이 걸린 일인데. 내 인생이 걸린 일인데 감히 그렇게 웃어?


 


 뭘 그렇게 정색하냐? 그러니까 왜 늦었냐고! 형님 농담 따먹기 할 시간 없다.”


 


 내가 분노의 일격을 날리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는 찰라, 뭔가 위험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그 녀석이 맥 빠지는 소리를 한다. 허허. 농담... 농담이라. 하긴 농담이겠지. 마약이라니 그럴 리가 없지.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뭔가가 자꾸 머리 속을 후벼 파는 기분이다. 난 간신히 손바닥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 계속 이런 식이면 오늘 안에 절명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저 녀석. 입술 까진 녀석. 일단 내 눈앞에 이 녀석부터 어떻게 좀 해야 하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 보는 녀석한테 다짜고짜 화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또 괜히 혼자 심각해져서 병신짓거리를 한 건 내가 맞으니 할 말도 없고. 아 진짜. 저놈도 그렇고 내 자신도 그렇고 정말 맘에 안 든다.


 


 그런데 자꾸 넌 뭘 캐묻냐? 그리고 내가 왜 너한테 이런걸 일일이 보고해야 되는데?


 


 에라 모르겠다. 난 그냥 뻗대기로 작정했다. 게다가 이 몸뚱이 주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교우관계는 어떤지 그런 것들을 전혀 모르는 상황이니 내가 뭘 말해도 즉석으로 꼬투리 잡힐게 뻔한 노릇이었다. 이럴 때는 그냥 대충 두리뭉실 말하는 게 최선일터.


 


 왜라니? 이따가 담임한테 까이기 싫으면 미리부터 변명거리 좀 만들어 놔야 할 거 아냐.”


 ?” 내가 놀라 물었다.


 담임이 너 오면 점심 때 교무실로 오라고 했거든.”


 


 , 담임이라니!


 


 담임이라면 완전 꼬치꼬치 캐물을 텐데. 게다가 이 녀석 말처럼 선생한테까지 배째라 식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쩌지? 어쩐다? 뭐라고 말하지?


 


 흔들거리는 시선 너머로 약 올리듯 웃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 이 녀석 친구 아녔냐? 그런데 저 따위 표정이라니. 친구가 교무실 불려가는 게 그렇게나 좋냐? 좋아? 나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그 녀석의 고릴라 주둥이 같은 면상을 한대 패 버리고픈 충동을 간신히 참아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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