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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이상한 나라의 시우

2010.10.08 04:27

시우처럼 조회 수:246 추천:2

extra_vars1 여긴 대체 어디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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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르륵


 


 이런. 몰래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문짝 따위가 내 계획을 방해한다. 덕분에 나는 교실에 들어가려던 자세로 순식간에 굳어지고야 말았다. 쉬는 시간 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갈 걸. 뒤늦은 후회가 태풍처럼 몰아 닥쳤다.


 


 “빨리 자기 자리로 들어가.


 


 나 때문에 수업이 끊겨버린 탓인지 교단 위에 서있던 선생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엄한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얼른 눈 앞에 보이는 빈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아까부터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는 자리에 앉은 후에도 좀 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1학년 3, 학생증에 쓰여있고 반 명패에 써있던 낯선 숫자들. 원래 2학년이던 내가 갑자기 1학년이 된 것도 황당한데, 들어오기 전 잠깐 살펴본 교실의 모습은 그야말로 타인의 교실일 뿐. 게다가 지각생의 신분으로 낯선 교실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떨리고 부끄운 일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아는 얼굴은 없었다. 물론 맨 뒷자리에 앉아버린 탓에 대부분 뒷모습 밖에 보이질 않았지만, 그 역시도 익숙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번엔 좀더 고개를 들어 칠판을 바라보았다. 수학시간인 듯, 칠판에는 숫자와 기호, 도형들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다.


 


 하아. 과고생들은 다들 저런 초특급 문제들만 푸는 건가? 척 봐도 학년 수준의 문제는 분명 닌 듯 싶었다. 어찌어찌 학교는 찾아오긴 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가 더 문제였다.


 


 나는 엄습해오는 막막함 멍하니 칠판을 바라보았다. 선생은 한참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는 열심히 침을 튀기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침 햇살에 분산하는 침방울이 선명하게 보였고, 분필이 칠판에 맹렬히 부딪치며 심하게 다닥거렸다. 저 양반 뭔가 신났군. 어느덧 분필소리는 박자를 타기 시작했다.


 


 “이병민 학생.


 


 그런데 선생이 설명을 하다말고 갑자기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아마도 칠판에 적어놓은 문제를 풀어보라는 모양이었다. 쯧. 누군지 몰라도 명복을 빈다. 보아하니 완전 어려운 문제인 것 같은데 말이지. 그렇게 잠깐이나마 불쌍한 중생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여기저기서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잠시 어리둥절하던 나는 이내 거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방금 전 선생이 날 부른 거였군.


 


 그야말로 말초신경이 오그라드는 느낌과 함께 다시 칠판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괴물녀석이 있었다. Lv. 99의 초절정 보스 몬스터. 장비라곤 나무 칼에 천조각을 기워 만든 거지 같은 방어구가 전부인 나 같은 저렙 유저sms 눈만 마주쳐도 그 순간 온몸이 굳고 즉사코야 마는 천외천의 존재. 왠지 그 옆으로 보이는 선생의 표정이 얄궂어 보였다.


 


 “나와서 이 문제 풀어봐.


 


 큰일났군. 난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잇. 모르겠다. 못 풀면 못 푸는 거지 괜히 쫄지 말자. 이래뵈도 싸나이 이시우는 그렇게 담이 쪼잔하진 않다고. 난 마음을 다잡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갔다.


 


 마침내 칠판 앞에 선 나는 분필을 집어 들었다. 그나저나 저 선생은 자기 수업에 늦게 들어왔다고 이런 식으로 골탕을 먹이나? 지금 돌아서면 아마도 한번 당해보라는 듯 득의양양하게 웃고 있는 그 낯짝을 볼 수 있겠지.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아마도 행렬이었던가? 암튼 그런 식의 문제인듯 해 보였다. 하지만 이건 말로만 들어봤던 수학 올림피아드 문제 정도쯤 되는 것일까? 대체 이희귀 망측한 문제는 뭐란 말인가. 바닥을 기는 성적 중에서도 그나마 수학을 제일 잘하는 편이였지만 이건 도저히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질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난 행렬 2학년때 배운 것 같은데 말이지. 그런데 여기 1학년 교실 아니였던가?


 


 ...


 


 역시 과고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헤헤 웃으면서, 모르겠는데요 하고 돌아서버리기라도 하면, 뒤통수에 레이져 빔을 쏘아대는 수학 선생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지는 뻔한 일이었다. 일단 열심히 푸는 척이라도 해야지. 그래야 저 선생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으리라.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나는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 나갔다. 하지만 평심을 갖는다고 열등생이 순식간에 우등생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마침내 나는 불편한 마음으로 분필을 내려 놓았다.


 


 뭘까? 이 황당무계함은?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 문제를


 풀은 거야?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내가 써놓은 풀이 과정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사실 문제를 풀면서도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긴 했다. 뭐랄까, 머리 속에 희끄무리한 장막이 조금씩 벗겨져 나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혹은 광명이 비춰지는 느낌? 하지만 아침 내내 정신이 없었던 탓에, 그리고 문제를 푸느라 집중을 해야 했던 탓에, 그다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지만 말이다.


 


 “잘 했어. 하지만 아는 부분이라고 해도 수업시간에는 집중 하도록.


 


 그렇게 내가 스스로의 업적에 놀라 잠깐 멍하니 서있자, 뒤편에서 아쉬워하는 듯한 선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문제를 못 풀면 제대로 한번 갈궈주려고 벼르고 있었겠지. 어이 선생. 내가 본의 아니게 당신의 계획을 방해 한 것만 같구려. 이거 참 미안하게 됐소. 하지만 강조컨대 이건 내가 한 일이 아니라오. 그러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구려.


 


 겨우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자리로 돌아가는 동안, 이번엔 반 아이들이 날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부러움과 견제가 반반쯤 섞인 애매모호한 시선들이었다. 으윽. 얼굴 피부가 따끔거리는 것 같아. 교단에서 자리까지, 난 그렇게 시선의 포화를 온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자리에 앉은 나는 차분히 상황을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니 아까부터 계속 상황만 정리하고 있는 것 같다.


 


 일단 내가 어떻게 저 문제를 풀게 됐는지는 도통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여태까지의 정황을 보면 아마도 이병민이란 놈의 몸뚱이에 내 영혼이 들어와 버린 것 같긴 한데, 그러는 와중에 뭔가 녀석의 학습능력 같은게 전이라도 된 건가? 아님 그저 지금 이 녀석 머리 속에 들어있는 정보를 끌어다 쓰는 건지도 몰라. 내 영혼이 들어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원래는 과고에 다니는 영재 중에 영재시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얼굴도 잘 나지고 머리도 똑똑해 진 거구만? 거참 이걸 좋아해야 해, 말아야 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세상에 머무를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다시 그저 그런 얼굴에 공부 못하는 인간으로 되돌아간다고 할지라도, 이 곳은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니니까. 엄마, 아버지, 그리고 동생 친구들. 나에게 소중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으니까.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어떻게 하면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 갈 수 있는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좀 더 상황을 파악하게 되면 분명히 방법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들어온 문이 있으면 나가는 문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탈출구를 찾는다면 난 망설임 없이 그 문의 손잡이를 잡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그 세상으로. 반드시 돌아가고야 말 것이다.


 


 마침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이제 쉬는 시간 인가? 난 긴장으로 경직되어있던 근육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어쩌면 날 아는 녀석들이 친한 척을 해올지도 몰라. 아니 확실했다. 무슨 일이 있어 학교에 늦었는지 궁금해서라도 반드시 접근해 올 테니까.


 


 나도 모르게 미간이 일그러졌다. 앞에 나가서 문제를 풀었을 때보다도 더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평소에 녀석이랑 친했던 녀석들이라면 내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챌지도 몰랐다.


 


 진정하자. 분명히 난 잘해 날 수 있어. 떨려오는 마음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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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만에 찾아뵙습니다. 이제 바야흐로 가을이 되었습니다.2


 


 저는, 저번주에 발매된 문명을 하다 자칫 타임 슬립을 당할 뻔 했으나 다행히 그 놈의 마수에서  빠져나와 학교는 그럭저럭 다닐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드디어 주인공이 마침내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처음 이 글을 기획했을 때는 이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학교에 도착할지는 몰랐는데 말이죠.


 


대체 이 글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요? 아니 무엇보다 끝낼 수는 있을련지...


머리속에 있는 걸 다 쓰려면 왠만한 책 몇 권은 나올 것 만 같거든요. 그렇게나 쓸 수 있는 필력이 제게 있는지 심히 걱정입니다.


 


아무튼, 건강하시고 조만간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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