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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이상한 나라의 시우

2010.09.09 09:12

시우처럼 조회 수:409 추천:3

extra_vars1 여긴 대체 어디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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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층 입니다


 


 버튼을 누른 후 심란한 마음에 공동현관을 서성거리던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황급히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이 곧바로 닫힘 버튼을 눌렀다.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이번엔 그 쪽도 나를 모르는지 아는 척이 없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런 안도감도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역시나 금새 흩어져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체 이건 또 누구신지? 나는 내 얼굴을 보며 그리고 처음 보는 교복을 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옆에 서있던 여자가 내 한숨 소리에 흠짓 놀라는 듯 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예전 얼굴이 그닥 잘난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말 이건 아니잖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도 계속 마찬가지였다. 아파트 정문을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도 무언가 얼굴을 비출만한 게 눈에 띄기만 하면 살짝살짝 내 모습을 다시금 확인하곤 이럴 수가, 하는 당혹감에 인상을 구겨야만 했다.


 


 다시 말해 지금 나에게 엄습해오는 정신적 공황의 정도는, 버스를 탔는데 교통카드가 읽히질 않아, 그런데 마침 현금이 없네. 그런데 뒤에는 얼굴에 한 가득 출근시간의 짜증을 담은 사람들이 눈에 불똥이 튈 것처럼 노려봐. 으악 어떡하지? 정도의 공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것이었다.


 


 사실 객관적 입장, 그러니까 성형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 내 목 위에 펼쳐져 있는 낯선 이의 얼굴은, 어제까지만 해도 내 아이덴티티를 설명해줬던 그 얼굴과 비교했을 때 조금은, 아니 상당히 우월한 구조를 가지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아. 얼굴이 잘생겨지다니! 그야말로 만복의 흥원이로세. 하고 기뻐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인간에게 제일 공포스러운 것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나는 지금 공포의 한복판에 서있는 셈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파트 밖의 풍경이 내가 알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지금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정신이 나갈 지경인데 거기다 밖으로 나왔더니 난생 처음 보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면 그만 길바닥에서 혼절했을지도 몰랐다.


 


 신이 있어 그 미친 작자가 나에게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게끔 했다면, 무엇보다도 내 정신건강 수준에 대해서 만큼은 훤히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야말로 모자람도 넘침도 없이 아슬아슬하게 몰아 부치고 있으니 말이다.


 


 버스 정류장도 어제와 같은 장소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지나가는 차에 내 얼굴이 비치기라도 하면 또 울컥하고야 만다.


 


 그래 정류장 위치 따위야 바꿔봤자 별로 재미도 없으니까 그대로 둘만도 해. 그런 것 보다는 나 같은 사람 갖고 노는 게 재미가 쏠쏠하니 그치?


 


 …… 어이, 장난하냐? 장난해? 혹시 정류장 위치만 제대로 갖다 놓고 학교는 없애버리고 그런가야? 일단 안도를 시킨 다음 뒤통수를 치는 그 맛? 그 맛이 기가막히긴 하지. 하지만 그래도 제발 그러진 말자. ?


 


 나는 서둘러 정류장 정보를 확인했다. 비록 교복은 달라졌다고 해도 학교는 그 장소에 그대로 있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마침내 내 눈이 평소에 타던 555-2번 버스의 존재를 확인하고, 늘 내리던 그 위치에 보정고등학교의 존재를 확인 하는 순간 나는 그야말로. 오랜 갈증을 해갈해주는 천상의 음료를 찾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 그나마 학교는 제자리에 붙어 있구나. 나는 그제서야 조금은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 듯싶었다. 뭔가 저 학교에 가면 어떤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루 밤 사이에 세상이 이렇게 뒤바뀐 이유. 내가 왜 이런 상황에 휘말리게 됐는지 조금은 알 수 있으리라.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조금씩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평소와 같다면 출근하는 사람들과 학생들로 북적거려야 할 정류장이지만, 아침부터 이리저리 놀라는 와중 꾀나 늦어진 모양인지 사람들의 수가 비교적 한산했다. 정류장엔 나처럼 지각을 면치 못할 몇몇 직장인과 학생들이 발을 동동 굴리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러다가 완전 지각하겠네. 학생주임으으으. 생각만 해도 치가 떨려. 내가 당신한테 혼나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난 줄 알지? 지각 좀 했다고 그렇게 멸시와 혐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말라고! 어제도 그래, 물론 머리에 힘 좀 주고 교복을 좀 줄여 입긴 했지만 그게 그렇게 혼이 빠지도록 혼나야만 할 사항은 아니잖아. ?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일에 화를 내고 있는 스스로가 한심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각 따위를 걱정하다니. 학생주임한테 혼나는 게 문제가 아니잖아. 내가 살아왔고 살아왔던 세상이 하룻밤 사이에 송두리째 흔들려 버렸는데. 그야말로 모든 게 변했는데. 줄여놨던 교복도, 부모님도, 내 자신도


 


 어쩌면 학생주임도 더 이상 그 학교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인데 웬수 같은 학생주임이라도 만날 수만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가 나와 같다면, 그 역시도 이상해져 버린 세상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을 같이 해쳐나갈 동료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침내 저 멀리서 555-2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저 버스를 타고 가보면 알 수 있겠지. 모든 것이 얼마만큼이나 뒤틀려 버렸는지. 마음속으로는 절실히 언제나와 같은 학교의 모습 이길 기원하지만 장난스러운 신이 여기서 멈출 것 같지는 않으니까. 그야말로 이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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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희 학교의 개강후 수강신청 정정일 첫날이었습니다.


 


방학중에 집에서 수강신청을 하다가 철저히 실패한 경험을 했던지라


오늘만큼은 반드시 성공하리라 라는 다짐과 함께 정규 수업이 끝나고도


2시간을 기다려 학교에서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했습니다만,


 


집에서 하나 학교에서 하나 별반 다를게 없더군요.


그래서 오늘도 역시 완벽한 실패를 맛본 후 


터덜터덜 6시의 꽉찬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했죠.


 


2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학교 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로 소설을 썼습니다.


하지만 개방된 장소에서 글을 쓰자니


주변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는 것 같아 집중이 자꾸 흐트러지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더군요.


사실 그들에겐 저와 저의 소설은 전혀 관심거리도 아니었겠지만


원래, 소극적인 사람은 어느정도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법이니까요.


 


아무튼, 오늘은 이래저래 힘든 하루였습니다.


여러분은 즐거운 하루이셨는지요.


 


끝으로 밤공기가 많이 차졌습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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