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tra_vars1
extra_vars2 100139-6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 온 세상이 새하얀 도화지 같았다. 백지장이 원래부터 새하얗듯이 이곳도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하얀색이다. 이곳은 무의 공간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무. 처음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무. 그런 세계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에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정말로 무의 세계라면 아무도 없어야 했다. 그러나 한 소년이 서 있었다. 그는 이곳이 익숙한 듯 그대로 서 있었다. 서 있는 것이 원래부터 익숙한 듯 계속해서 서 있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움직였다.


  그의 이름은 이 현철. 최초로 우주에서 태어난 소년이다. 우주에서 태어났기에 불행했다. 원래 지구인은 지구에서 태어났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우주에서 태어났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숨도 쉴 수 없었다.


  그가 태어났을 때는 갓난아기였다. 비록 우주에서 태어났지만 그도 아버지가 계셨고 어머니가 계셨다.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적에는 모든 것이 정상인 아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는 태어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태어나자 숨이 막혔다.


  그가 태어난 장소는 우주선 속이었다. 당연히 공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태어난 아기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못했다. 그것은 우는 것이었다. 그는 우주에서 태어난 스트레스로 인해 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응애! 응애! 응애!”




  우주선 속에는 우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것은 남자아이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현철이의 쌍둥이 동생인 연아였다. 정말 인간은 모두 다른 것이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시각에 태어났는데도 누구는 우주에서 적응을 할 수 없었고 누구는 우주에서 적응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준수씨. 어쩌면 좋아요! 우리 아기가 울지를 않아요.”




“예나씨. 나에게 생각이 있소.”




“정말이요?”




“그렇소. 나만 믿으세요.”




  다행히도 현철이의 아버지 이 준수는 두뇌가 뛰어난 과학자였다. 준수는 아들을 위해서 숨을 쉴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주었다. 우주선에는 그가 필요한 모든 재료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만든 장치는 인공뱃속이었다.


  인공뱃속은 하나의 큰 캡슐이었다. 큰 캡슐이었고 속에는 물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보통의 물은 아니었다. H2O는 아니었고 특수한 액체였다. 그것은 어머니 뱃속에 있는 것과 똑같은 구조로 돼있는 액체였다. 아기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담겨있는 액체였던 것이다.


  이렇게 현철이는 겨우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남아있었다. 동생인 연아는 적응력이 뛰어나 보였다. 그래서 지구에 데려가도 적응해서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준수를 닮아서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철이를 지구로 데려갈 경우 지구에서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 어머니 손 예나를 닮아 적응력이 약했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예나는 자신의 DNA가 원망스러웠다.




“불쌍한 현철이.”




  현철이의 아버지 준수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철이를 위한 것일까. 그리고 답은 나왔다. 그것은 현철이를 우주에 두고 가는 것이었다. 마침 준수와 예나가 우주에 온 목적은 달성되었다.


  준수와 예나가 우주에 온 목적은 인공위성을 고치기 위해서였다. 그 인공위성은 한국에서 만든 유일한 마더 인공위성이었다. 하나의 거대한 인공위성으로 많은 수의 작은 인공위성들을 다스리는 인공위성인 것이다. 그런데 이 마더 인공위성이 고장 난 것이었다.


  마더 인공위성은 핸드폰 통신을 담당하는 생활용 인공위성이나 레이저빔을 발사하는 군사용 인공위성 등 여러 가지 인공위성을 관리하는 굉장히 중요한 인공위성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인공위성만큼은 그 어떤 문제를 일으켜서도 안됐다. 그런데 고장이 난 것이 보고 되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두 연구원을 우주로 보낸 것이었다.


  두 연구원은 모두 세계 최고의 과학 대학원인 카이스트 출신으로 학구열이 굉장한 엘리트였다. 비록 옛날에는 카이스트가 세계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대학원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온갖 분야로 선두에 서게 되자 세계 최고의 칭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준수와 손 예나는 그중에서도 차석졸업생과 수석졸업생이었다. 이 둘은 졸업한 후에도 광범위한 범위의 과학 분야를 관심가지고 발전시켜온 명성 있는 과학자였다.


  이 둘은 우주에서 3년이나 있었다. 비록 마더 인공위성을 고치는 일은 힘들고 고된 일이라 여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3년이나 우주에서 생활하면서 서로 호감이 극대화 된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우주에서 결혼식을 올려서 애까지 낳았던 것이다.




“지구에 도착할 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인데...”




“이미 지나간 일로 후회를 할 필요는 없소.”




“그래도 현철이를 오션 컴퓨터에 놔두고 가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오션 컴퓨터는 마더인공위성을 지배하는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울트라 컴퓨터였다. 원래 인공위성을 지배하는 컴퓨터는 마더컴퓨터라고 불리는 게 정상이지만 그것은 보통의 인공위성에 달린 슈퍼컴퓨터의 경우였다. 그러나 마더인공위성에 달린 울트라 컴퓨터에게 붙여주기에는 빈약했던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붙여준 이름은 바다였다. 바다는 옛적부터 어머니 같다고 불리었다. 그래서 의미상으로도 딱 맞았던 것이다.




“예나씨! 카이스트 차석 졸업생인 나 이 준수를 못 믿는 건가요?”




“호호호. 그럴 리야 없죠. 이왕 이렇게 된 것 나도 함께하겠어요!”




“고맙소! 우리 함께 현철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합시다!”




  두 부모님은 그렇게 현철이만 홀로 우주선에 놔두고 쌍둥이 동생인 이 연아만 데리고 지구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아무리 영양분이나 산소호흡의 걱정은 없어졌다고 해도 홀로 우주에 남겨진 현철이는 외로울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외로워도 울지도 못한 채 그저 아무것도 안하고 서 있었을 뿐이었다.


  온종일 서 있는 현철이.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 무의 세계의 정체는 바로 가상현실이었다. 마더 인공위성이 지배하는 인공위성중 하나는 가상현실의 서버컴퓨터를 탑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연구된 지 아직 1개월도 안된 것이었기에 아무것도 없었다.


  이 인공위성은 고작 1개월 전에 쏘아진 것으로 그저 새하얀 공간이었을 뿐이었다. 지금 한국에 있는 인재들 중에는 가상현실을 더 이상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그래서 1개월 동안 개발된 것도 내부가 아닌 외부뿐. 가상현실에 접속가능하게 하는 캡슐장치와 뇌과학에 대한 지나친 연구만이 있었을 뿐 아무도 내부에 신경 쓰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새하얀 공간으로 오래오래 남아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새하얀 도화지 같은 공간. 현실을 단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결단코 견딜 수 없는 공간. 그런 곳에서 현철이는 그렇게 무려 3년 동안이나 서 있었던 것이다.



-------------------------------------------------------------------------------------


혹시 유조아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다음 사이트에 가셔서 선호작등록을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유조아는 워낙 사람이 넘쳐나서 선호작수가 적으면 별로 안읽는것 같아서요. 


선호작수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읽는 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http://www.joara.com/view/book/bookPartList.html?book_code=249369&PageNo=1&page=&sl_chkcost=&sl_category=game&sl_search=&sl_keyword=&sl_chk=&sl_minchapter=&sl_maxchapter=&sl_redate=&sl_othercategory=&pageLo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