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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게임 피카레스크

2007.09.01 04:05

파가니니 조회 수:790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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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가시화된 현실― 놀랍게도 그 속에는 그것을 유일하게 부정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옷은 잔뜩 찢겨져있어 그것이 처절한 몰골을 증명했고 차마 그 앞에서도 무엇이 신념이냐고 되묻는 듯, 오히려는 당당하게 그 검을 들고 있었다. 현실은 우스웠다, 덧없고 유약하고 부숴져버릴 것만 같은 그것이 우스웠다. 신념이 무엇일까, 피차는 덧없고 의미없는 그것이 무엇인가.


 


…현실은 일말의 배려도 없이 그를 부쉈다. 눌려지는 고통, 표현할 수 없는 심연의 고통속에서 남자는 그 고통을 신음했다. 그래, 그의 노래는 카스트라토의 음악처럼 아름다웠다. 거세당한 혁명의 얼음은 너무나도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


.


.


 


"지옥과도 같더냐, 정말 고통이냐?"


 


잿빛의 옷차림, 허물없어 보이는 사이라는 것쯤은 충분히 겉으로도 증명되었으나 그 둘이 어떤 사이인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 추측해낼 수 없었다. 오직 하나 알아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의 잿빛 옷차림은 보편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갖추고는 했던 것이라는 것이다.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기계음과 같은 목소리가 잿빛의 늙은 노인을 향해 던져졌다. 이윽고, 그 목소리는 주황빛 석양에 의해 한 차례 날아갔고 바람에 휩쓸려 공기에 휩쓸려 저 멀리 어디사는 누군가의 숨결로 다시 재창조되고 있었다. 더럽고, 비위생적이고, 역겹고, 퇴폐적이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가혹한 반복이였지만 그건 평범했다. 아니, 마법사에게 있어선 오히려 그건 더욱 더 사랑스러웠다.


 


"너 자신의 신념을 믿거라."


 


잿빛의 노인은 숨결을 조용히 뱉어냈다, 단지 그뿐이였다. 몇십년 후에라도 좋았을 것이다. 어차피는 이루어질 일이였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흩어진 생명의 향기이리라― 창조의 역행, 만들어진 생명을 죽이고 다시 한번 이루어낸다. 익숙한 문장이였다, 창조와 파괴 그리고 재구축…그것은 신과 인간이 다를 것 없는 지나칠 정도로 당연한 섭리였다. 에슈얼은 생명을 주어담았다. 흑진주를 연상시키는 듯한 흑빛의 방안, 그는 금새 자신이 보았던 것이 꿈이였다라고 판단해내곤 침대 옆에 있는 램프에 불을 붙였다.


 


듣기 좋은 피아노가 알람이 되어 잠을 깨워버린 걸까, 그것이 아니면 장난스런 음악의 정령의 짓일까. 어차피는 어느쪽이던 상관없었다. 단지 방금의 악몽에서 자신을 꺼내준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을 뿐일 것이다. 에슈얼의 발끝은 어느샌가 천천히 움직여 문을 열고 다른 아공간을 향해 위험한 배려를 행하고 있었다.


 


'철컥.'


 


무거운 문소리와 함께 잠깐동안 망각하고 있던 기억이 그의 사고회로를 통해 돌아오기 시작했다. 호우문 큐러스, 그것이 에슈얼의 세컨드 네임이였다. 뮤코팩트 정, 시럽, 주, 베링거 따위의 우수한 이름이 훨씬 더 어울리는 모습이였지만 그로테스크한 그의 외형만으로 알아내기에 그의 정체는 조금 더 비밀스러웠다. 이 세상 모든 산물의 아버지는 신이였다, 조물주 혹은 창조주라는 미명하에 태어난 인간들이였다. 그러나 에슈얼의 아버지는 그런 것들이 아니였다. 실없는 농담으로는 창조주의 손자뻘이였다. 그의 창조주는 인간이였으니까말이다.


 


연주는 점점 더 관능적으로 에슈얼을 유혹했다. 딱딱한 발걸음이였다, 기계적인 발걸음이였으나 그것은 생명이 있었다. 계획적으로 용의주도하게도 에슈얼을 유혹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