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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강호기담(江湖奇譚)

2007.12.21 07:26

Rei 조회 수:650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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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서성(陝西省) 서안(西安)의 대로(大路) 귀퉁이 작은 초가집엔 스스로 장거사(杖居士)라 부르는 중년인이 살고 있다. 주변의 번쩍거리는 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집엔 매일같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렇다고 장거사가 신비의 무공을 익힌 무림인(武林人)도 아니었고, 기가막히게 점을 잘 보는 점복술사도 아니었다.


그는 단지 강호의 호사가중 한명으로 굳이 밀어 넣자면 기인(奇人)은 기인이었다. 날마다 정오가 지나면 느긋하게 마루에 앉아 삼삼오오 몰려든 사람들에게 한두가지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그 이야기가 그토록 재미있고 신비할 수 없어 장거사는 서안의 명물 중 하나였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 줄 생각이오!”


평소의 그답지 않게 느긋하게 호리병만 기울이며 시간을 보내는 장거사를 보다 못한 청년중 하나가 소리쳤다.


장거사는 사람들 틈에서 몰래 소리를 지른 청년을 정확히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장거사와 눈이 마주친 청년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글쎄...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한다...”


장거사가 발끝을 까딱이며 요리조리 생각을 해 보아도, 오늘따라 마땅한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모여든 사람들은 행여 장거사의 심기를 거스를까 싶어 숨소리도 죽여 가며 청력에 힘을 쏟았다.


한동안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생각을 하던 장거사는 갑자기 호리병을 내려놓고 느긋한 자세로 앉았다. 사람들은 장거사가 이야기를 시작하리라는 것을 알아채고 침을 꼴깍 삼기며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집중하기 시작했다.


“옛날에 산산(刪散)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 약관(弱冠)을 갓 넘은 듯한 사내는 낡은 피풍의(避風衣)를 입고 오른손엔 죽간(竹竿)과 우산(雨傘)을 합쳐놓은 듯한 기묘한 막대를 들고 있었다. 반대로 왼손에 이제 갓 10세를 넘은 듯한 여아(女兒)의 작은 손을 꼭 쥐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산산의 손을 잡은 빙사음(氷死陰)은 언덕바지를 오를 때부터 안절부절 못한 얼굴을 하더니 언덕을 넘어서자 아예 식은땀 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다리를 오므리며 어기적어기적 걷던 빙사음은 마침내 산산의 팔을 잡아당기며 신음 같은 한마디를 흘렸다.


“오라버니 쉬...”


잠시 산 아래로 펼쳐진 야경에 정신을 놓고 있던 산산은 빙사음의 말을 듣고 대경(大驚)하여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적당한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오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길을 벗어난 수풀로 빙사음을 데려가 소피(所避)를 보게한 산산은 한숨을 폭 내쉬며 힘겹게 옷을 입고 있는 빙사음에게 말했다.


“그렇게 참지말고 일찍 말하지 그랬느냐”


“죄, 죄송해요 오라버니...”


빙사음이 산산의 눈치를 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산산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널 탓하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거라, 딴 곳에 정신이 팔려 알아채지 못한 내 잘못도 있으니. 그나저나 아직도 옷 입는게 서툴구나.”


빙사음이 산산의 말을 듣고 허둥대자 산산은 다시 한 번 피식 웃으며 빙사음의 앞섬을 여며 주었다.


“널 탓하는게 아니래도, 날 때부터 자리에만 누워 있다가 일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서툰 것도 당연하지 않느냐, 너무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


산산은 빙사음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준 후 다시 빙사음의 손을 잡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 더 걸어가자 빙사음의 눈에도 아른거리는 성도(成都)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우와아...”


11세 평생 동안 눈밖에 보지 못한 빙사음의 입이 쩍 벌어졌다. 아마도 성도의 야경은 큰 충격이었으리라. 산산은 빙사음이 소리를 지르는지 마는지 관심이 없는 듯 한결같은 속도로 걷기에 열중했다.


빙사음의 걸음에 맞춘 탓인지 새벽녘이 되어서야 성도에 들어선 산산은 여관을 찾았지만, 늦은 시간이라 대부분의 객잔들은 문을 걸어 잠가 놓았다. 생전 처음 보는 풍경에 얼이 빠진 빙사음을 데리고 성도내를 전전하던 산산은 마침내 사천객잔(四川客棧)이라는 진부한 이름의 여관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어섭셔!”


늦은 시간까지 손님을 기다리던 점소이는 산산과 빙사음이 들어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문으로 가는지 호랑이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헬렐레 거리던 빙사음은 점소이의 외침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빈방 있나?"


"예, 예 물론입죠."


점소이는 넉살좋게 대답하면서도 산산과 빙사음을 날카롭게 훑어보았다.


'낡아 빠진 피풍의에 개방의 거지도 주워가지 않을 지팡이라... 옆에 여아는 그런대로 깔끔하게 차려입는다고 노력한 모양인데... 오랜 여정으로 헤진 것이 한눈에 드러나고 옷의 재질은 최하(最下). 요주인물들이군.'


"방은 2인실로?"


"아니, 1인실이면 되네."


점소이의 얼굴이 찰나동안 일그러졌다 펴졌다. 그 일련의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럽고 빨랐던지,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입을 한번 헛방아 찧은 것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우라질, 아무리 어리다곤 하나 남녀가 유별한데 거지같은 자식.'


점소이는 피실피실 웃으며 산산에게 열쇠를 건넸다. 산산이 빙사음의 손을 잡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점소이가 산산을 불렀다.


"저... 손님"


"응? 무슨 일인가?"


"그것이... 저희 객잔에선 숙박은 선불로 받는 관례가 있는지라 헤헤... 양해 좀 해주십사 하고..."


산산은 점소이의 생각을 눈치 채고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가타부타 하지 않고 허리춤에 있는 전낭에서 은자 하나를 꺼내 점소이에게 던졌다.


"며칠 묵어갈 테니 그 돈으로 부족해지면 말해주게."


점소이는 그제야 산산과 빙사음이 행색은 초라해도 돈푼께나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고 급히 고개를 숙였다.


방으로 들어간 산산은 침대에 앉아 습관처럼 빙사음의 몸에 진기(眞氣)를 흘려 넣어 진맥을 하곤 잘자라는 말과 함께 곯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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