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무협 마선강림

2007.02.22 20:53

영웅왕-룬- 조회 수:475 추천:2

extra_vars1 序~第一章 
extra_vars2
extra_vars3 114712-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129939 
extra_vars7 1198985050 
extra_vars8

"기다렸다. 코가 비뚤어지게 마셔줄 오늘을!"



약간 작은 기루 안으로 들어선 사람은 놀랍게도 여인이었다.



"어이, 여기 술 한병이요~"



무림인 답지않게 등에 활을 매고 다니는 그녀는 백의경장을 입은 흑발 흑안의 아리따운 미모의 소유자 였다. 손가락으로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듯한 완숙미의 경지가 바로 이런 느낌일까?



"선배님. 술이 그렇게 좋습니까."



그녀를 따라 들어온 남자는 완숙의 경지에 다다른 사내였다. 강대한 풍채에 갈색머리칼의 갈색눈동자를 지닌 산뜻한 청의경장을 입은 사내는 눈을 부라리며 바깥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바깥에 서있던 선남선녀가 하나씩 들어왔다. 둘 다 사내와 여인의 젊었을 적처럼 그들 사부의 모습과 거의 똑같았는데, 그들 중 남자가 먼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사부님. 부르신 이유를."



사부와 같이 과묵한 남자는 그뒤 입을 다물고 있었고, 여인은 자신의 사부와 함께 첫사랑의 풋풋함이라도 경험한 열띤 표정으로 술이 나오길 기다렸다.



"밖에 서있기 뭐하지 않았냐? 그래서 불렀다."



제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기에-자신만의 지론이다.- 사부는 간략히 대답하고는 여인이 내온 술 한병을 건네었다.



"마셔라."



제자는 그걸 받아들더니 이윽고 꿀꺽 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 사부와 여인들이 마시기 시작했다. 이 기이한 행색을 본 사람들이었지만, 청의경장 사내에 풍채에 질려 아무말도 못꺼내고 그냥 조용히 음식만 들고 있었다.



"다 먹었다~"



기어코 술 3병을 채우고 나서야 행복하단 표정으로 취기에 올라있는 그녀를 보며 청의경장 사내는 한숨을 쉬었다.



"저처럼 그냥 취기를 내공으로 해소하면 그런 흉한꼴 보일 필요 없잖습니까 선배."



하지만 그의 말에 여인은 끄윽 하고 딸꾹질을 하며 말했다.



"그~러~면 술 ~사먹는 의미가 없잖아~"



혀가 꼬부랑 될 듯 말듯 하면서도 잘 말하는 걸 보니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의 제자는 아직 사부를 따라 갈 수 없기에 내공으로 해소 시킨 듯 했다. 그가 잠깐 사이에 전음으로 그녀의 제자를 향해 말했다.



'너는 저렇게 되지 말거라.'



그러자 그녀의 제자가 움찔했다. 아마도 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도데체 어떻게 하면 이런 교육이 가능한지 의문인 그였으나, 일단 그건 꾹 참고 지금은 갈 길 가야 될 참이었다.



"누누히 말하지만 그분에게 가면 함부로 굴면 안된다. 명색에 무림맹주지만 성격이 마교 교주 같거든."



그들은 바로 3황 5제 중 무상권제(武上拳帝)와 궁탄여제(弓彈女帝)로 유명한 전야제와 천기연이었다. 그들의 제자들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 제자들은 하윤주와 몽의 였다.



#



"수석장로(首席長老)님! 이것을."



검은 복면과 검은 망토로 온몸을 감싸고 눈만 밖으로 내놓은 사내가 마교의 수석장로 직위에 있는 무존이라는 사내를 향해 한통의 전서구를 내밀었다.



"으음. 교주 전용이로군."



자신에게 전서구를 준 사내와 별다를 것 없는 복장의 수석장로는 고개를 까딱이며 턱짓으로 축객령을 내리고는 이러저리 꼬불꼬불 이어진 미로와 같은 마교내부를 돌아다녔다.



턱-


스르르르



그가 어느덧 한 동굴 벽에 이르러 그 벽을 밀자 그 안에 조그마한 석실이 있고, 돌로 만든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었다.



"교주님 무존입니다."


"으음. 무존?"



순간 무존의 코앞에서 갑자기 나타난 그를 보며 무존은 역시나 자신이 따르는 분이라 생각했다. 방금전 목소리가 들렸음에도 기척은 커녕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눈앞에 있는데도 눈을 감고 느끼면 없는 것 같이 느껴지다니. 인간으로썬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재주였다.


한편 3황 5제 중 한명인 마교검제(魔敎劍帝)인 교주 악천호는 6척의 훤칠한 키와 매와 같은 눈매 적당한 체구를 지닌 미중년이었다. 그는 숨지도 도망치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의 힘을 믿고 있었다.


그런 그의 표정이 지금 미묘하게 일그러졌다가 다시 활짝 폈다. 전서구에 두가지 내용이 있음을 암시하는 거였다.



"무존. 지금 즉시, 고치를 데려와라."



돌이어 무표정해진 얼굴로 호법원의 대호법(大護法)을 대려오라는 명을 받들었다. 잠시후 제집 드나들듯 호법원에 도착한 무존이 입을 열었다.



"천마혈검대(天魔血劍隊) 대주(隊主) 무존이 교주님의 명을 받들어 대호법이신 고치님을 모셔가기 위해 왔다!"



그의 웅혼한 내공이 담긴 목소리가 호법원이라는 금색의 양각된 간판을 흔들 정도로 울려퍼졌다. 당연히 그정도까지 했으니, 언제든지 깨달음만 있다면 극마(極魔)가 될 거마(巨魔)들이 가만 있을리 없었다. 우호법과 비슷한 실력이라고 알려진게 무존의 실력.



"무존 어른, 대호법께서 지금 막 일다경(一茶頃:차 한잔 마실 시간 약 15분.)이 끝나실 시간이오니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호법원 대원의 말에 무존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나는 사적인 볼일이 아닌 교주의 명령을 가지고 온 것이다."



그의 말은 즉, 공권력의 힘을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권력이라면 그들도 꽤나 곤란하다.



"알겠습니다. 지금 곧 모셔오도록 하지요."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던 호법원 부하 대신 화려한 녹의 경장에 등 뒤 날개뼈까지 기른 청발을 쓰다듬는 미중년이 매서운 갈색눈으로 사방을 훑다가 자신을 기다리는 중에 있는 혈의경장에 복면을 착용한 사내를 발견했다.



"어이, 무존~잘있었나?"


"잘있었냐 라는 말보다 지금 교주께서 기다리십니다."



그의 딱딱한 사무적 말투에 고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이쿠, 알겠다."



그 둘은 곧장 무존이 온 길을 되짚어 쏜살같이 교주를 향해 달려갔다. 아니, 적어도 일반인이 보기엔 날아갔다라는 표현이 부족함이 없을 경신술로 그들은 교주의 앞에 대령했다.



"호법원의 대호법인 고치가 교주께 인사올립니다!"



매일 같이 보는 얼굴이지만 형식상의 인사마저 무시할 정도로 마교의 체계는 비틀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엄했으면 엄했다.



"오냐. 내가 너를 일일히 부른 것은 뭔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겠지?"



교주는 때마침 자신의 애검(愛劍)을 쓰다듬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이런걸로 기죽었다면 대호법까지 올라가지도 못했으리라. 고치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를 싫어했다.



"하명하시길!"



그 말에 교주는 고치를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때문에 역사에 사장될뻔한 호법원이 되살아난것 아닌가?그는 고치의 성격이 맘에 들어서 호법원을 애용했다. 그것은 그의 아버지 악노진도 마찬가지였다.



"아아, 다름이 아니라 예성교의 신입생 입학식이 거슬려. 50년이 지난 지금 검선이나 마선의 제자가 무림에 나타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무성해서 말이야."



그는 애검을 쓰다듬던 종이에 내공을 실어 사뿐하게 고치의 품안에 날려보냈다. 품안에 담긴 내용을 고치가 속으로 읽고는 삼매진화(三昧眞火)로 태웠다.



'세상이 혼탁한시기가 찾아오고 그 세력은 사악하고 간악한 이교도! 그것을 제압할 선인이 나올지니.'



뭔가 이상한 내용이었다. 사악하고 간악한 이교도는 사파 아니면 특정 단체를 가리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인이라면 어떤 선인인지 모른다.



"그 내용을 숙지하고 기억해둬라. 그리고 우리 말고 내용과 가장 유사한 곳도 조사해서 대충 간추려놔."



그의 말에 일단 내용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고치가 무릎을 꿇으며 존명을 외친 뒤 그그긍 하는 소리와 함께 석실 밖으로 나왔다.



'어쨌든 검선 아니면 마선이다. 까짓건 검선이면 어떻고 마선이면 어떻냐?'



그는 진심으로 마교세력이라면 두 선인 전부는 몰라도 한놈은 끝장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럼 조사하려면 호법원 인원 가지고는 부족하지 않겠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마교의 최고참 수뇌였다.



#



깍아지른듯한 설봉. 언제나 눈이 덮인 그곳에서 붉은 점이 보석처럼 눈사이로 박혀들어갔다.



"쿨럭."



대치중이던 두 사람 중 백발의 흑의무복 노인이 왼쪽 무릎을 꿇었으나, 검을 지면에 박아 몸을 고정시켰다. 그의 옆구리에는 방금 생긴듯한 검상이 하나 나 있었다. 장기가 보이는 걸 보면 제법 아플텐데도 노인은 비명 한번 지르지 않으며, 오히려 괴기하게 살기(殺氣)가 뚝뚝 떨어지는 미소를 지었다.



"열받는걸? 제자따위 한테 이정도로 밀리다니. 좋아. 제 2차전을 시작하자 월영(月影)아!"



그는 왼손에 들려있던 검을 오른손으로 옮기며 말을 하면서 달려들었다. 그가 일보를 내딛자 순식간에 대치중이던 월영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검정복면을 쓰고 흑의 경장에 망토까지 걸쳐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월영의 움직임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노인이 내지른 일검이 어느새 그의 옆구리가 있던 자리를 꿰뚫었으나, 그의 옆구리는 이미 검날을 반치 정도의 차이로 피해있었다. 촌각을 백으로 쪼갠 듯한 시각. 달려들던 검날을 옆으로 세워 베기 동작. 아니, 나무꾼이 나무를 찍는 듯한 동작으로 힘있게 찍어갔다.



후웅-



크게 헛방을 날린 노인은 아차했다. 하지만, 후회를 할 만한 시간은 그 이상 주어지지 않았다. 월영의 손바닥이 어느새 노인의 턱아가리를 후려쳤다. 노인은 날아갔으나, 약 일장(3m) 정도 날아가다 허공에서 멈추어 재주넘기를 두세번 하더니 다시 공격 전의 자리로 착지했다. 상처에서는 어느새 지혈이 됬는지 더이상 출혈이 있지는 않았다.



'큰일이군. 남은 내공이 얼마 없어.'



노인은 이른바 필살기를 날리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자신의 수제자인 저녀석을 상대하기 위해선 양패구상(兩敗俱傷)을 하거나 동귀어진(同歸於盡) 자세를 임하는게 좋았다. 쓸데없이 상처도 입지 않고 이기던 시절은 이미 8년전 추억에서나 찾을 일이었다.



"마선무공 비기 마선지로(魔仙武功 飛技 魔仙指路)!"



어찌보면 복마검법(伏魔劍法)의 초식 중 하나인 선인지로(仙人指路). 아니 완벽하게 선인지로의 투로(鬪路)를 따라가는 검법이었다. 그렇지만 위력이나 초식의 변환. 그안에 담긴 이치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복마를 위한 것을 역천으로 바꾼 검법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그 무시무시한 투로를 밟아오던 백년정강(百年精强:100년 동안 제련한 강철.)으로 만든 검이 이윽고 허공에 무수한 살로(殺路)를 그려냈다.



슈슈슉-



하지만 빗나갔다. 그것을 갑작스레 받을 때 찢어진 망토를 제외하고는 단 한군데도 그는 찔린 곳이 없었다.



"허헛, 마선무공의 보법 마선보(魔仙步)를 대성하였구나?!"



노인은 짐짓 놀라는 목소리로 말하고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맹금류의 눈빛을 띄며 월영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무말도 없이 방어만 하던 월영이 이윽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허리춤에 차여있던 4척 길이의 흑색의 검신을 가진 흑오(黑烏)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웅-



시꺼먼 도무지 다른 보통의 은백색 검과는 달리 이렇게 까지 흑색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지 의심될 정도의 까만 검에는 작은 까마귀 하나와 검 이름인 듯한 '흑오'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흑오가 주인에 손에 들리자 작은 공명을 일으키며 피를 달라는 듯이 울어댔다.



훅-



숨 한번 짧게 들이쉴 촌각. 그의 몸이 허깨버처럼 순백의 공간에서 사라지더니 노인의 뒤에서 나타나 일정한, 그러면서도 일정치 않은 투로를 밟아가며 그의 등을 노렸다. 순간 노인의 눈빛 역시 이채를 띄며 그것을 방어했다.



"마선무공 비기 마선환영검(魔仙幻影劍)이라. 나쁘지 않아. 아니, 넌 너무 완벽하지."



노인의 말에도 자연의 북풍한설의 추위에도 개념치 않고, 기술명도 밝히지 않은 채 기분나쁜 마기를 일으키며 월영은 쉴새없는 파상공격을 펼쳤다. 노인의 어깨를 노리던 검이 막히면 오른발이 왼발의 추진력을 타고 그대로 얼굴을 노렸고, 각법이 막히면 다시한번 검을 크게 휘두르며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목숨이 몇개고 날아갔으며, 왠만한 무림고수라도 이들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눈으로 좆지도 못했다. 안력이란 것은 무림인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왠만한 무림고수가 그들의 움직임을 좆지도 못할 정도면 비무의 아니, 생사를 다투는 듯한 대결의 수준이 대충 알만 했다.



"하지만 마선환영검은 말이다."



노인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마선탈명검(魔仙脫明劍)의 투로면 파훼 끝이지."



순간 은백색의 검신이 고고히 비추던 상공의 달빛에 목욕을 그만하고 빛을 떨쳐냈다. 달빛을 반사하는 검을 순간적으로 빛을 잃게 하려면 도데체 얼마나 빠른 검이여야 하는 걸까? 노인의 검이 월영의 목젖에 닿았다.



"일수 뒤엔 삼수를 내다보아야 하는 법. 이라고 하셨지요."



목젖을 검극에 갖다댄 채로도 그는 여유로웠다. 나찰(羅刹)이라 할지라도 죽음을 받아들일 지언정 여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손가락 반뼘 마디만 찔려도 그대로 즉사일 수 있는 곳인데 그런 상황 어느 누가 여유롭겠는가?



스르륵-



노인의 몸이 쓰러졌다. 그의 표정은 경악 반 놀라움 반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면 기쁨이 가득 차 있었다. 심장에는 흑오가 손잡이 부분을 남겨둔 채 모조리 쑤셔박혀 등쪽을 뚫고 나와 있었다. 월영은 흑오를 빼내며 검집에 집어넣고는 복면을 벗었다.


흑요석 같이 빛나는 두개의 흑안과 진한 흑발. 꽤나 잘생긴 미남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직 앳된 걸 보니 성인이 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쓰러트린 상대를 보더니 베시시 웃었다. 이 모든 결투가 고작 일각밖에 안되는 시간이라면 누가 믿을까?



"드디어 겨우 탈마인가? 아직 멀었군."



탈마! 세상에 사파 마도를 추구하는 인물들 중 그 누가 그 경지에 안들고 싶겠는가?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는 물론이고 최강의 힘이 약속된 경지. 게다가 죽을 때 겪는 산공의 고통을 없애주는 절대의 경지. 탈마라니! 이 젊은 나이에? 그런데 그것을 하찮게 여기다니! 생사경이라도 노리는 것인가?! 반박귀진에 이르러 있는 노고수 일수도 있으나, 그의 나이는 불과 18세에 불과했다. 섬섬옥수 같은 그의 손이 새하얀 눈을 집었다. 돌연 크게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하!!!!!이제부턴 내가. 이 흑월영(黑月影)이 마선이다!"



그는 조촐하지만 묘비를 하나 구해서 세우고는 하산했다. 그 묘비에 적힌 주인은 다름아닌 50년전 세상을 가지고 놀았던 인물 중 하나인 마선이었다.




동각(同刻:같은 시각.)



땅거미가 어수룩하게 질 무렵, 황혼의 절정에 다다른 노을이 그 섬세함을 뽐내며 서쪽으로 지고 있었다.



"요염함이 달빛과 같도다."


"두려움은 달그림자와 같으니."


"검선의 길에는 한치의 거짓도 있어서는 안된다."



황혼의 섬세함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람은 다름아닌 18세의 미공자이었다. 하지만 이 미청년은 그 젊은 나이에 놀랍게도 화경이라는 인간이 아닌 경지에 입각한 존재였다. 능히 살기로 일반인을 죽일 수 있는 경지. 게다가 신선이 입을 듯한 백의경장과 어우러진 검은 폭포수 같은 허리까지 기른 흑발과 온화한 검은 눈이 한마리 백로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6척에 조금 못미치는 키는 오히려 적당한 매력이었다.



"풍채가 가히 내 제자라 할만 하구나."



그 옆에 있던 백발의 같은 백의경장을 입은 노인이 껄껄 하고 인자한 웃음을 지어냈다. 키는 5척을 조금넘는 정도.



"과찬이십니다."



그 말에 짜식, 겸손하긴 이란 생각을 하며 노인이 껄껄 웃었다. 그러다 문득, 웃음이 멈췄다.



'마선 그자는 어디서 뭘할까?'



그는 그게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자기한테만 제자를 길러서 최강으로 만들겠다고 떠난 놈이 50년 내내 소식이 없다. 설마 제자를 50년씩이나? 녀석 성격이라면 10년이면 다른 놈으로 바꾼다는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바로 정파무림의 신선. 검선이었기 때문이다. 제자는 그런 검선을 향해 지긋이 보고 있다가 물었다.



"저, 한가지 청하고 싶은 것이 있사옵니다."


"으..응? 청하고 싶은거? 뭐냐, 말해보거라."



겉모습만 신선이지 입은 신선이 아닌 그를 향해 제자는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그냥 세상 구경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또래의 실력자들과 겨뤄보고 싶습니다."



확고한 의지표현. 자신의 제자는 이런게 없었다. 자신이 하자면 하자는 대로 따라오는 녀석이었지, 의지를 표현하는 녀석은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녀석 아직 짝 도 없구나.'



어릴 적 무공 수련 시켜주겠다고 대려와놓고 여자친구 하나 없이 적적하게 보내게 한 것에 검선은 못내 마음이 미어져왔다.



"안그래도 맹주 자식한테 전서구(傳書鳩) 날라왔단다. 나야 뭐, 답장 안써주니 녀석이 내 생사를 확인할 길이야 없을거고. 그래! 이왕에 너도 이름 좀 날려라. 밖에 나가면 예성교란 곳이 있다. 그곳에 가서 입학하면 될거야. 세상은 넓고, 이세상에 화경은 차고 넘치니까."



예성교를 물론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가야지 밖에 나가면 코 앞 엎어지면 있을 거리에 있지는 않았다. 거기에 밖에 화경이 차고 넘칠리가 만무했다. 다만 그가 얘기한 것은 3황5제였다. 나중에라도 제자는 신분을 밝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것이다. 자신이 가르친 무공은 애시당초 검선의 무공. 신선천무공(神仙天武功)이다. 50년전 무공이 미공자에게서 샘솟아났을리 없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르러 젊어졌을 가능성이나 그의 제자. 아마 무림녀석들은 이 아이를 자신의 제자인 것을 눈치 챌 것이다.



"괘..괜찮겠습니까 사부님?!"



그의 표정은 약간 들떠있었다. 평소에 차분하고 침착하던 그와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하긴 화경이 차고 넘친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당연했다. 일반인이 했다면 농담이지만 검선이 한 건 무게가 다르다.



"허 거참, 믿어라. 나만 꾹 미더!"



검선의 말에 제자는 베시시 웃었다. 검선은 그 순진한 웃음이 너무 좋았다. 뒤통수 마저 후려칠 수 없게 만드는 능력이 저녀석에게서 보였다.



"비련(飛鍊)아. 앞으로 꽤나 귀찮은 날파리가 붙을 거다. 여자라면 모르겠지만 남자라면 확실하게 손을 써라."



마지막으로 검선은 온갖 음모와 권모술수(權謀術數)에 능한 녀석들이 자신의 제자인 비련을 노렸을 경우를 생각했지만, 이녀석의 성격상 자신을 암살하러 온 사람에게 도리어 인사하고 차 한잔 내줄 녀석인 만큼 당부 할 수 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그의 얼굴에 함박꽃이 핀 걸 보면 지금까지 어지간히 놀고 싶은 걸 참았나 보다. 그 모습을 보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더이상 일말의 말릴 마음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후후. 화경인 내 제자 건들수 있는 놈도 없겠지만, 만약 건들어 놓으면 묵사발 내놔야지.'



검선은 속으로는 이 괴물같은 제자를 사랑하는 엄청난 팔불출을 방풀게 했지만, 이미지는 고고한 신선처럼 기상을 높이세우고 제자와 함께 지내는 마지막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보게 마선. 도데체 언제 올거야 자네는?"



이미 마선이 하늘의 별이 되어있는 것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그는 별빛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밤하늘은 은하수를 드리울 만큼 밝았다.


 


------------------------------------------------------------------------------------------------------------------


 


이미 스토리 전개는 엉망진창에 초스피드 전개를 이룩하고 있습니다. 설정이 주 부분이라고는 하지만 너무하다는 생각 마저


드는 걸 제 스스로 느끼는 걸 보면 아직 한참 노력해야 되나 봅니다.. 역시 무협은 어려워요 ㅇㅅㅇ;;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 백도전설(白道傳說) [3] Rei 2010.07.19 268
73 백도전설(白道傳說) [3] Rei 2010.07.16 217
72 백도전설(白道傳說) [2] Rei 2010.07.16 236
71 작품명: 必殺 [2] Mr. J 2010.04.11 500
70 절명검(絶命劍) 서, 1편 [1] 노독행 2009.07.21 632
69 복수찬미가 허무공 2009.06.23 603
68 복수찬미가#5 허무공 2009.06.20 603
67 복수찬미가#4 [2] 허무공 2009.06.15 657
66 복수찬미가 #3 [1] 허무공 2009.06.02 622
65 복수찬미가 #2 [1] 허무공 2009.06.01 682
64 복수찬미가 #1. [2] 허무공 2009.06.01 687
63 벽력활검(霹靂活劍) [7] Bryan 2009.02.06 868
62 강호기담(江湖奇譚) [2] Rei 2007.12.21 648
61 강호기담(江湖奇譚) [4] Rei 2007.12.21 651
60 카스의 신전 탈환 khas 2007.08.23 841
59 지존농부(至尊農夫) [2] 게임 2007.08.15 805
58 지존농부(至尊農夫) 여는 장 게임 2007.08.13 762
57 마선강림 영웅왕-룬- 2007.02.23 3736
» 마선강림 [5] 영웅왕-룬- 2007.02.22 475
55 마선강림 [6] 영웅왕-룬- 2007.02.22 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