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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공상과학판타지] 사냥꾼

2010.01.31 19:47

좀비사냥꾼 조회 수:317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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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깜깜하다. 마치 어두운 방 안에 나 혼자 있는 것만 같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나는 외로이 서있다.
여긴 어디지...? 도대체 어떻게 된건지 알수없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학교에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학교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낮선 공간임이 분명했다.
그때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그쪽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이쪽으로 걸어오고있다. 허나 누군지는 알수 없다. 어둠 속에서 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는 점차 커지더니 이윽고 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유정이었다.


"안녕"


한유정이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한다.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나는 어색하게 인사를 되받았다.


"아....안녕."


그런 내 모습이 웃긴지 한유정은 소리내서 킥킥하고 웃어댔다. 뭐야, 내 모습이 그렇게 웃긴가?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그냥 참고 넘어가기로 했다. 일단 이 곳이 어디이며 왜 내가 이런 곳에 있는건지 알아야한다. 한유정이라면 아마 알고있을지 모른다.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한유정이라면 뭔가 알고있을것 같다.


"그런데... 여기가 어딘지 알고있어?"
"응"
"어딘데...?"
"바로 네가 새로 태어날 곳이야."
"새로...태어날 곳?"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다. 내가 새로 태어날 곳이라니? 무슨 뜻이지? 아무래도 나를 놀리는 것같다.


"그게 무슨 뜻이야? 새로 태어날 곳이라니?"
"후훗. 그건 나중에 알게될거야."


한유정은 그 말만 남긴채 어둠 속으로 서서히 빨려들어갔다. 마치 어둠이 유정이를 삼키는 듯한 기분이었다. 조금 지나자 한유정은 아에 모습을 감춰버렸다. 어디 간거지? 어이~ 자, 잠깐 기다려!! 아직 물어볼게 남아있단 말이야! 나는 한유정이 사라진 곳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봐도 어둠만이 존재한다.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이 어둠 속에는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그때였다. 갑자기 바닥이 부숴지면서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나의 몸은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다리가 사라지더니 점점 몸도 사라져간다. 어둠은 모든 것을 삼키듯이 나의 몸도 삼켜가고 있다. 이,이대로 죽는건가...? 뭐...뭐지...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나는 잠에서 깨어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헉헉... 꿈이었나? 온 몸이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정말 악몽을 꾼 기분이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학생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다. 칠판 앞에는 선생님이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젠장... 수업 중이었다. 선생님이 나를 보며 한마디 했다.


"유시혁군. 무슨 악몽이라도 꿨나보지?"


선생님의 한마디에 주위 친구들이 모두 박장대소하며 웃어댔다. 제기랄. 쪽팔리는군. 수업시간에 잠잔 것도 모자라 소리까지 질렀으니 이건 놀림거리가 될수 밖에 없었다. 특히 마동훈 녀석이 내게 뭐라고 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나 마동훈 녀석은 웃겨죽겠다는 듯이 나를 보며 깔깔거렸다. 젠장. 저 자식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죄,죄송합니다..."


나는 선생님께 사죄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직도 마동훈 녀석의 웃음소리는 멈추질 않았다. 개자식... 언젠간 반드시 죽여버릴테다. 그나저나 아까 전의 꿈이 이상하다. 왜 하필 한유정이 꿈에서 나왔을까... 나는 옆자리를 쳐다보았다. 한유정은 무표정으로 일관한채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지 내가 쳐다보는 시선은 느끼지 못하는것 같다. 꿈에서 한유정이 내게 한 말이 떠올랐다. '바로 네가 새로 태어날 곳이야'
왜 자꾸 이 말이 머리 속을 맴도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꿈이었을뿐인데... 나는 머리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며 꿈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 더이상 생각하지 말자. 그냥 말도안되는 꿈이었을뿐이야...


딩동~ 댕동~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러퍼졌다. 칠판에 무언가 적고있던 선생님도 분필을 손에서 놓았다.


"자,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어요."


와아~ 학생들의 환호성이 고막을 자극했다. 그도 그럴것이 가장 행복한 점심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교실 밖을 나가자말자 학생들은 서로 앞다투어 매점을 향해 달려갔다. 매점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인 샌드위치는 갯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선착순으로 가야만 먹을수 있는 음식이었다. 1초라도 늦으면 단팥빵이나 먹어야하는 신세가 되기때문에 학생들의 경쟁은 언제나 치열하다. 매점으로 달려가지 않는 학생들은 대부분 도시락을 준비해온다. 친구들끼리 모여 도시락을 나눠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러고 보니 한유정은 뭘 먹지? 오늘 전학을 온 터라 친구들도 없을것이다. 나는 옆자리에 앉아있는 한유정을 향해 말했다.


"점심시간인데 밥먹으러 안가?"
"난 좀 있다 먹을게"
"아...응. 그래."


한유정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혼자 눈을 감고 앉아있다. 도무지 성격을 알수없는 여자애였다. 나중에 먹는다니 자기가 알아서 먹겠지 뭐.
휴~ 나도 밥먹으러 가볼까나... 나는 매점으로 달려갈 필요도, 도시락을 준비해 올 필요도 없다. 어느때처럼 옥상에 가면 정세린이 나를 위한 도시락을 가져왔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만큼 속편한 놈은 없는것 같군...
내가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할때 마동훈 녀석이 내게 다가왔다. 역시나 올것이 왔구나...


"하하핫. 유시혁. 너 오늘 개그한거냐? 하하하핫!"
"............"
"너 비명소리 듣기좋더라. 다시 한번 해봐. 크크큭."
"....닥쳐"


제길. 역시나 이럴줄 알았다. 이 녀석에게 놀림거리가 되버렸다. 젠장. 이 녀석을 한대 때려줄까... 하고 생각도 해봤지만 이내 포기했다. 괜히 부잣집 도련님에게 상처를 내봤자 나만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깔깔대며 웃고있는 마동훈 녀석을 뒤로한채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가자 시원한 바람이 반갑게 맞이한다. 푸른 하늘 위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있다. 아직 정세린은 오지 않았나보다. 옥상에는 개미 한마리조차 보이지않는다. 보통 지금쯤이면 이미 와있어야 정상인데 오늘은 왠일인지 세린이의 모습이 보이지않는다. 하아... 배고파 죽겠는데 이 놈의 계집애는 왜이리 안오는거야. 세린이가 올때까지 옥상 위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난간에 기대있으니 편했다.


"여기 있었네?"


나는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정세린이 왔을거라 기대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한유정이 서있었다. 저 여자애는 왜 옥상으로 올라온거지...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한유정을 볼때마다 긴장이 된다. 특히 한유정을 처음 봤을때 느꼈던 꺼림칙한 기운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한유정이 내게 다가왔다. 왠지 꿈에서 본 장면이 생각난다.


"왜 옥상에 서있어?"
"아... 그냥 누구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흐음~ 여자친구?"
"아, 아니 여자친구는 아니고 그냥..... 소꿉친구라고나 할까..."


어색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한유정이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더욱 긴장되고 무언가 알수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한유정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너 혹시... 로어에 대해서 알아?"
"로어...?"


처음 듣는 말이다. 로어? 먹는건가?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잘 모르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한유정은 그런 나를 바라보더니 뭔가 생각에 잠긴듯 알수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한번도 들어본적 없어?"
"아...응. 처음듣는데..."


왠지 경찰관에게 심문 당하는 느낌이다. 뭘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는지 이해할수없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건가? 한유정은 또다시 생각에 잠기더니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럼 됐어."


그러더니 발걸음을 돌려 옥상을 내려갔다. 뭐야 대체... 겨우 저 말이 하고 싶어서 옥상까지 올라온건가? 한유정은 계단을 내려가더니 이윽고 모습을 감추었다. 휴우... 이제야 한숨 돌리겠네. 한유정이 가까이에 있을때는 무언가 숨을 조여오는 기운이 존재하는것 같다. 그게 무엇인지 알수는 없지만 확실한건 한유정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보통사람과는 틀린 기운이 느껴진다. 마치 인간이 아닌듯한...
옥상에 홀로 남겨진 나는 난간에 기댄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운동장에는 남자아이들이 공을 차며 놀고있었다. 재밌어보이는군... 자꾸 아까 전에 한유정이 한 말이 생각난다. 로어... 대체 뭘까? 그때 누군가 나의 눈을 가렸다.


"누구게~"


정세린의 목소리였다. 누군지 뻔히 아는데 이런 장난을 치는건 하나도 재미없다.


"너인줄 알고있으니까 빨랑 밥이나 내놔."
"치~ 내가 무슨 식모야? 너한테 밥만 주게"


정세린은 투덜거리며 도시락을 풀었다. 아기자기한 도시락 속에는 소시지, 햄, 야채, 멸치볶음 등 맛있는 반찬이 가득했다. 나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기때문에 항상 정세린이 나의 밥을 챙겨준다. 내심 고맙기는 하지만 세린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근데 아까전에 내려간 여자애는 누구야?"


한유정을 말하는 건가... 옥상에 올라오면서 서로 마주쳤나보다.


"아...그냥 우리 반에 새로 전학 온 학생이야."
"흐음~ 그래? 굉장히 예쁘던데..."


물론 예쁘기는 하지... 허나 나는 뭔가 꺼림칙해. 그 여자애한테서 알수없는 기운이 느껴진단 말이야. 어쨌든 밥이나먹자. 나는 세린이가 가져온 음식을 개걸스럽게 먹어치웠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소시지는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했다. 그럴때마다 세린이는 야채도 같이 먹어야 몸에 좋다며 항상 잔소리를 했다. 오늘도 역시 변함없었다.


"편식하면 몸에 안좋아! 야채반찬도 먹어야지."
"하아~ 알았어. 알았어. 먹으면 될거아냐."


나는 세린이의 잔소리에 못이겨 결국 야채반찬도 꾸역꾸역 먹어댔다. 어느새 도시락은 깨끗이 비워졌고 나의 배도 불러왔다.


"잘먹었다. 하아~ 그럼 낮잠이나 자볼까나."
"엥? 또 잔다고?"
"그럼 당연하지. 나는 학교에 자러 오는 사람이거든."


나는 자랑스럽게 말을 내뱉고는 옥상에 놓여있는 물탱크 위로 올라갔다. 나는 항상 점심시간에는 이 곳에서 낮잠을 청하곤 한다. 특히 물탱크 위에 누워있으면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않고 편하게 잠을 청할수 있었다. 정세린은 '잠팅아!" 하며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나의 잠을 방해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물탱크 위에 등을 기대고 눕자 시원한 감각이 전해져왔다. 아~ 편하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불현듯 걱정이 들었다. 아까 전에 꿨던 악몽이 또다시 이어지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에 쉽사리 잠에 빠져들지못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렸을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위험해...


응? 무슨 소리지? 또 꿈인가?


위험해...


어디서 들리는 목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내 머리 속을 울리는 소리였다. 나의 몸 속에서 들리는 소리같다.


위험해...


순간 나는 눈을 떴다. 푸른 하늘이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는 여전히 물탱크 위에 누워있었다. 옥상 위에는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럼 대체 누가 내게 말을 한거지? 위험하다는 누군가의 간절한 메시지... 목소리는 매우 간절하고 긴박해보였다. 꿈은 아니었던것 같다. 내 몸 속 어딘가에서 들리는 소리같았다. 대체 어떻게 된거지... 한유정이 전학을 오고 나서부터 무언가 알수없는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것 같다. 수업시간에 꿨던 꿈도 이상하고 한유정이 내게 했던 말도 이상하며 방금 전의 위험하다는 목소리도 이상하다... 모든 것이 이상했다. 아 젠장. 내가 요즘 더위를 먹었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는 1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미 점심시간은 끝나고 수업이 시작했을 것이다. 너무 오래 잠을 잤나보군. 정세린은 이미 다 먹은 도시락을 들고 내려간지 오래였다. 방금 전의 위험하다는 목소리... 굉장히 절박해보였는데... 누구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나한테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려는 신호였을까? 그렇다면 대체 누가? 나 자신이 위험을 감지하고 나에게 깨우쳐주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수 없었다. 허나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생생한 목소리였다. 아, 젠장. 모르겠다.
나는 물탱크 위에서 내려와 옥상을 내려갔다. 수업시간이라 그런지 복도에는 아무도 보이지않았다. 지금 교실로 들어갔다간 선생님에게 호된 잔소리를 들을게 뻔하다. 특히 마동훈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듣기싫다. 그냥 매점에 가있을까... 그게 나을것 같다. 나는 계단을 내려와 1층 매점으로 향했다.
내가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누군가 모습이 보였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뭐지...? 조폭이라도 되는건가? 검은 정장에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남자였다. 나이는 30대가량 되어보였으며 얼굴에는 큰 흉터자국이 있었다. 아무리봐도 영락없는 조폭이었다. 오, 젠장! 이거 잘못 걸렸다간 큰일나겠군. 허나 다시 되돌아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는수없이 가던 길을 재촉했다. 설마 고등학생에게 손을 대지는 않겠지... 계단을 내려가고있던 나와 올라오고있던 검은정장의 남자가 서로 마주쳤다. 나는 되도록 시선을 피하고 계단을 내려가려 하는데 검은정장의 남자가 나의 어깨를 붙잡았다. 헉... 설마... 나는 순간 온 몸이 얼음이 된듯 경직되었다. 검은정장의 남자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혹시 유시혁이냐?"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있지? 이거 정말 큰일이군. 만약 여기서 내가 유시혁이라고 대답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이 조폭같이 생긴 남자는 분명 위험했다. 나의 직감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아닌데요"


그래. 난 유시혁이 아냐. 그러니 제발 좀 가라...


"그럼 유시혁이 무슨 반인지 알고있나?"
"자...잘 모르겠습니다."
"흠... 알았다."


검은정장의 남자는 고개를 돌려 계단 위를 올라갔다. 휴우... 다행이다. 저 남자는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있는거지? 분명 나를 찾아온 녀석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원한이라도 있나? 생각해보니 많기는 많다. 어릴때부터 싸움을 자주했던 나는 동네 불량배들에게 표적이 되어있었다. 그렇다면 불량배 중 한명이 조폭을 고용했나보다. 쳇, 치사한 자식들... 어쨌든 다행이다. 검은정장의 남자는 계단 위로 올라갔는지 모습을 감추었다. 내가 한숨을 돌리고 계단 위에 서있는데 매점 아주머니가 나를 발견했다.


"시혁아! 너 외상 값은 언제 갚을거니?"


헉.. 아,아주머니... 그렇게 큰소리로 말하시면... 역시나 나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계단 위를 올라가던 검은정장의 남자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뚜벅뚜벅 다시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짜로 위험하다! 허나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않았다. 몸이 긴장해서인지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아 제기랄! 어서 도망쳐야돼! 검은정장의 남자는 이미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반갑다. 유시혁."


검은정장의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내게 말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이대로 가만있다가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어제 신문에서 봤던 기사가 떠오른다. 10대 청소년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기사였다. 그 주인공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 검은정장의 남자는 어느새 나의 곁에 다가왔다. 검은정장의 남자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한다.


"흠... 로어같아 보이진 않는데?"


로어...?! 한유정이 했던 말이다. 한유정도 분명히 내게 로어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검은정장의 남자도 내게 이런 말을 하는것이다. 뭐지...? 대체 로어라는것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이야?


"어쨌든 네가 유시혁이 맞다면 로어가 확실하군."
"아... 저,저기... 뭔가 오해하시나 본데요. 저는 로어가 뭔지도 모른다구요."
"그럼 잘됬군. 아직 각성하지 않았나보군."


각성...? 무슨 소리지? 아까부터 알수없는 말만 쏟아내고 있다. 어쨌든 한가지 확실한건 이 남자는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나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어디로 도망치지? 계단 아래에는 매점 아주머니가 떡하니 버티고있다. 아마 저 곳으로 갔다간 매점 아주머니에게 붙잡힐게 뻔하다. 하는 수없군. 위로 도망치자! 검은정장의 남자가 계단 위에 버티고 있긴 하지만 기습적으로 달려간다면 빠져나갈수 있을것 같다. 좋아. 하나,둘,셋!
나는 두 다리에 온 힘을 쏟아부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검은정장의 남자를 지나쳐 계단 위를 성큼성큼 올라갔다. 제발 쫓아오지 말기를... 허나 나의 기대는 헛수고가 되어버렸다. 등 뒤로 검은정장의 남자가 쫓아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악! 정말 나를 죽일려고 작정했나보다. 어디로 도망치지? 그래. 일단 선생님이라면 뭔가 도와주실지도 몰라. 일단 우리 반으로 도망쳐야겠다. 나는 계단 위를 올라가 3층 복도에 도착했다. 2학년 1반... 우리 반이 보였다. 우선 저기로 도망치자!
나는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수업에 열중하시던 선생님과 학생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선생님, 큰일났어요!"
"응? 무슨 소리야?"


다행이다. 지금 수업을 하고있는 선생님은 학생주임을 맡고있는 미친개였다. 비록 아침에는 내가 골탕먹이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반가운 적도 없었다. 미친개 선생이라면 어떻게든 나를 도와줄수 있을것 같았다.


"이상한 사람이 자꾸 쫓아와요! 도와주세요"
"뭔 헛소리야. 엉뚱한 소리하지말고 자리에 앉아라."


잠시 뒤, 검은정장의 남자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미친개 선생의 몸 뒤로 숨었다. 검은정장의 남자는 점점 내게로 다가왔다. 미친개 선생은 검은정장의 남자를 보더니 한마디했다.


"저기... 이 곳은 수업중입니다. 잠시 나가주십시오."


오! 역시 미친개선생이다. 조폭을 보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기색이다. 역시 믿을만하군. 허나 검은정장의 남자는 말을 들은체만체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보다못한 미친개선생이 검은정장의 남자를 제지했다.


"이보쇼. 내 말이 말같지 않아?"


미친개선생은 검은정장의 남자를 붙잡았다. 검은정장의 남자는 손을 뻗더니 미친개의 얼굴을 잡았다.


"으...아아..."


미친개의 얼굴을 쥔 손에 힘을 주자 얼굴이 터져버렸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나왔다. 꺄아악! 이 광경을 보고있던 학생들은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뭐...뭐냐 이건...
미친개선생은 얼굴이 피범벅이 된채 땅바닥에 쓰러졌다. 자...장난이 아니잖아 이거... 저 녀석 정말 위험하다! 인간의 힘이 아니다. 맨 손으로 사람의 얼굴을 부셔버린다는 것은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저 녀석 정체가 뭐지? 처음에는 단순히 조폭이라 생각했지만 그건 아닌것 같다. 위험하다!
검은정장의 남자는 쓰러진 미친개를 뒤로하고 내게 다가왔다. 나도 미친개처럼 죽게될지도 모른다. 공포에 질린 학생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교실 밖으로 도망쳤다. 혼비백산이었다. 그 중에는 마동훈 녀석도 눈에 띄었다. 훗. 겁쟁이 자식... 나를 버려두고 혼자 도망치는구나. 쳇.
검은정장의 남자는 점점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여기서 죽고 마는건가... 아직 고등학생 밖에 되지않은 어린 나이인데... 여기서 죽는다니 말도 안돼! 나는 점점 뒷걸음질 쳤다. 허나 헛수고였다. 나의 뒤에는 이미 벽이 가로막고있었다. 도망칠수 없다! 교실 안에는 이제 나와 검은정장의 남자만이 남아있다. 아니... 한명 더 있군. 한유정이 눈에 뛰었다. 저 여자애는 왜 도망치지않고 여기 남아있는거지? 게다가 전혀 놀란 기색조차 없다. 무표정으로 일관한채 이 쪽을 바라보고있다. 어,어이 이봐... 어서 도망쳐. 너도 위험하다구!


"사냥꾼이 여기까지 잘도 찾아왔네?"


한유정은 검은정장의 남자를 보며 말했다. 사냥꾼? 무슨 소리야.


"흠... 네 녀석도 로어인가?"


검은정장의 남자는 한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또 다시 알수없는 대화가 오고간다. 로어가 뭔지... 게다가 사냥꾼이 무슨 뜻인지 나는 알 겨를이 없다. 다만 확실한건 한유정이든 검은정장의 남자이든 뭔가 인간의 세계와는 동떨어져있다는 것이다.


"유시혁. 어서 도망쳐."
"에...엥?"


한유정은 내게 다가와서 도망치라고 말했다. 어,어이 이봐... 나 혼자 도망치라는거야? 그럼 너는 어떡하고?


"여긴 내가 막아볼게. 그러니 어서 도망쳐!"


설마... 이 검은정장의 남자와 맞설 생각인가? 저 녀석이 무섭지도 않나? 허나 한유정의 의지는 확고해보였다. 이봐. 여자의 힘으로 막을수 있는 상대가 아냐. 방금 미친개도 당하는걸 봤잖냐...


"너, 너는 어쩔려고?"
"이 녀석의 타겟은 내가 아냐. 바로 너야. 너를 죽일려고 온 사냥꾼이야."
"하...하지만 나 혼자 도망칠수는 없어."


여자를 혼자 내버려두고 도망칠수는 없다. 특히 검은정장의 남자는 누구든 순식간에 죽여버릴 정도로 괴력을 소유한 자이다. 그 순간, 검은정장의 남자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위험하다! 허나 한유정이 검은정장의 남자를 막아섰다. 검은정장의 남자가 주먹을 휘두르자 한유정이 발차기로 막은 것이다. 대...대단하다! 가녀린 체구에서 저런 발차기가 나오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어서 도망치라니까!"


순간 정신이 든 나는 어쩔수 없이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한유정의 말대로 저 녀석은 나를 노리고 온것 같다. 게다가 한유정의 실력이라면 어쩌면 저 녀석을 막을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자를 혼자 내버려두고 도망치는건 모양 빠지긴 하지만 어쩔수 없다. 나는 교실 밖으로 도망쳤다. 교실 안에서는 한유정과 검은정장의 남자가 서로 싸우고 있었다. 어디로 도망치지? 일단 옥상으로 가자. 옥상이라면 눈에 띄지 않겠지... 나는 옥상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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