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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당근먹고 퐁당(5)

2010.01.23 00:47

coKePlay 조회 수: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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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곱게 돌아가지는 않을거라 예상했지만, 그 팔과 다리는 놀라운걸.모든 힘을 다잃은 네녀석의 발버둥 치고는 애교수준을 넘어섰어"


주위의 풍경은 다시 아까전의 아늑한 실내로 돌아왔다.
니스로크는 뒤에서 찔러오는 차가운 목소리를 들으며 방금전의 그 일이 결코 환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아직도 자신의 몸에 무수히 많은 결정들이
불의 온기를 쬐며 바닥을 축축히 적시고있었으니까.
"이제 너에게 선택권은 없어.여기서 모든걸 말하던가.아니면 죽어."
예의 그 장난스런 목소리였지만 내용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니스로크는 입술을 질끈 꺠물었다.좀전의 흉측한 팔과 다리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미 그는 평범한,아니 오히려 그보다 못한
인간의 몸을 하고있었다.도망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만일의 가능성을 대비해 입구도 그녀가 온몸으로 막고있었으니깐. 설령 여기서 어찌어찌 도망친다해도 얼마안가 붙잡히고 말것이다. 설령 그게 지옥이나 천국이라해도 말이다.


"휴우...너를 조금 얕봤던 것 같군"
니스로크는 몸을 일으켜 조금전에 부서졌다고는 믿기힘들정도로 멀쩡한 쇼파에 자신의 몸을 깊숙히 묻었다.
"괜찮아.나는 지금 이 상황이 무척 즐거우니까."
"어지간히도 심심했나보군"
그녀는 방긋 웃으며 니스로크의 맞은편에 앉았다.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차를 두잔쯤 마실 시간이 흘렀을까.이내 니스로크가 결코 떨어질것같지 않던 입을 열었다.
"너도 내가 마계에서 쫓겨나고 인간계로 넘어와 이런 상태였다는 것 까지는 알고있었겠지."
"물론.네 녀석은 요주의 인물이니까 언제나 너의 기운을 찾을 수 있도록 씨앗을 심어놨거든.갑자기 이리저리 들쑥날쑥하던 네 녀석의 씨앗이 갑자기 사라지니까 심장이 철렁하더라니깐?호호.참 나에겐 심장이없지?"
'......역시 적응이 안돼'
"쉽게 요약하자면 나는 신과 계약했다."
"오호?"
"얘기하자면 길다."
"얼마든지 들어줄게."
"혹시 당근가지고 있나?"
"........"


불과 몇년전 니스로크는 인간계로 추방을 당했었다.그것도 잠시간의 봉인이아닌 악마의 모든 힘을 잃은채 인간의 몸으로살아가는 굴욕적이고도 참기힘든 극악의 형벌로 말이다.
물론 이런 전례는 니스로크에만 한한 것이 아니다. 수천년의 시간만을 잡아놓고보면 그런 악마가 열 손가락 안에 들정도로 있었다.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힘을 잃은 상실감과 인간의 몸에 적응하지못한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니스로크도 예외는 아니였다.인간계로 쫓겨나 허약한 몸뚱아리만을 지닌채 크림산맥 깊은 숲속에 버려진 그는 처음 자신의 몸에 적응하지 못했고 쫓겨난 것에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졌다.
물론 그렇게 가만히 놔둔다면 니스로크도 결국 적응하지 못한채 산속에서 굶어죽거나 숲속에 맹수들에게 먹이로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천운이였을까.식도락의 악마라는 니스로크답게 그는 주위의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흙.자잘한 돌맹이,벌레 등 삼킬수 있는 모든 것들을.
그는 자신이 먹은 모든것을 아주 미약하지만 먹은 것의 기운을 축적하여 그 기운을 쓸 수 있었다.어떠한 물질 혹은 사람마저도.한때 그가 자신의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했을때는 정령계로 쳐들어가 정령들마저도 집어삼키며 날뛴적도 있을정도였다.
결국 정령왕들의 제제와  루시퍼의 근신처분으로 잠잠해졌지만 그의 그런 성격은 어디가지 않았다.
물론 돌맹이든 벌레든 무엇이든 소화할수 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예전의 자신의 힘을 되찾아 오히려 인간계에서 소환되어 받던 패널티의 일종이였던 자신의 힘에 3분의1 정도밖에 쓰지못하는
제약도 뛰어넘어 진정한 힘을 얻을 수 있을것이였다.그가 예전 그의 몸이였다면 말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니스로크는 이미 예전 그의 몸이아니였다.인간의 몸으로 그런 것들을 삼킬 수 있을리가 없었다.
"우...우웩"
입안의 우왁스럽게 집어넣던 손을 바닥에 붙인채 토악질을 해내어 내용물을 모두 쏟아냈다.
안그래도 약해져있던 내장이 더욱 말라비틀어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역시 안되는건가.크크큭"


니스로크는 바닥에 대자로 뻗은채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었다.
그대로 눈이 감겼고 시간은 밤으로 흘러갔다.굶주린 맹수들이 먹이를 찾을 시간이 온것이다.그대로 죽은듯이 쓰러진 니스로크 주위로 맹수들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채 침을흘리며 다가왔다.
눈앞에 맛있는 고깃덩어리를 씹어삼킬 생각에 온몸이 떨리는듯 몇몇은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천천히 즐기듯이 니스로크 주위로 달라들던 맹수들이 돌연 흠칫하더니 몸을 멈추어 산아래쪽으로 시선을 떨구었다.정확히 알테릭과 나인하트를 경계로하는 지점에 길이였다.
맹수들은 아쉽다는듯이 입맛을 다시며 산속 깊숙히 몸을 날렸다.
니스로크도 이미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정도는 알고있었고 오래전에 잠에서 깬상태였다.단지 눈만 감으며 죽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맹수들이 돌연 물러나자 왠지 안도감을 느꼈다.
피식
"이미 죽기로 마음먹은 주제에 좋은 감정이로군"
니스로크는 몸을 일으켜 조금전 맹수들이 바라봤던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횃불이였다. 니스로크의 마음속에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활활타오르는 횃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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