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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영웅의 발자취 1 - 도래(到來)

2010.08.13 08:21

비벗 조회 수:224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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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드디어 도착했군! 저 곳이 다섯 시련의 기사님의 생가!”


 


“이게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어. 내가 이 곳에 오게 되다니!”


 


청년 학자들이 기쁜 마음을 못 가누고 한 마디씩 외친다. 데니스
도 한 몫 거든다.


 


“위대한 시올리나 경께 영광 있으리!”


 


여학자들도 -그처럼 시끄럽진 않았지만- 흥분을 숨기지는 못했다.
우리 용병 애들조차 술렁술렁 설레고 있는 터에 학자인 그녀들이 차
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늘 있는지 없는지 조용하던 노학자 어르신도 눈물을 글썽거리며
크게 외친다.


 


“영웅 기사님께 영광 있으리!”


 


난 일드를 보았다. 이 녀석은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목적지도 모
르던 녀석이었건만 지금은 설레는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한다.


 


“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데, 도착하고 나서 함부로 이것저것 만지
면 안 된다. 탐색하러 온 건 저 분들이고, 우린 호위하러 온 것뿐이
니까.”


 


“에이, 선배님도 참. 그 정도는 알고 있슴다.”


 


상기된 얼굴로 못미더운 소리를 한다. 에이, 알아서 하겠지.


 


멀리서 자그맣게 보이던 건물이 조금씩 다가가며 그 모습을 드러
냈다. 음, 역시 세월이 세월인지라 폭삭 삭은 건물이다. 원래 어떤
크기의 어떤 건물이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지금은 지붕도 없는 폐허
가 되어 있다. 아마 나무가 썩어서 무너졌거나, 발굴대가 탐색 과정
에서 무너지지 않게 제거하거나 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영웅기사님의 생가 앞에 다다랐다.


 


보기엔 그냥 폐가였지만, 왠지 모두들 감동에 몸을 떨고 있다.
페넬로페는 눈물까지 글썽거린다.


 


그 심정, 이해한다. 기사의 딸로서 느꼈던 그간의 설움을 보상받
는 기분도 들겠지.


 


늘 뒤에서 따르던 노학자가 이번엔 앞장서서 대문을 젖히고 장원
에 들어섰다. 학자들이 그 뒤를 따르고, 우리들도 슬금슬금 대문을
지났다. 꼬랑지엔 5기 애들도 따라붙고 있다. 지금 야영지를 만들고
식사 준비를 해야 할 녀석들인데…….


 


흐음. 저놈들도 임펠런 국민인데, 잠깐만 놔두자.


 


넓지 않은 장원은 의외로 볼만했다. 건물은 다 썩고 무너졌지만,
정원의 연못과 커다란 소나무는 건재하다. 무성하게 자란 잡초만 어
떻게 하면 지금도 정원으로서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노학자와 청년 학자들이 다 무너진 건물에 들어섰다. 어째선지 여
학자들과 데니스는 밖에서 기다리는 눈치다. 아홉 명 들어가기에 좁
아 보이지는 않는데, 왜지?


 


페넬로페와 웃으며 대화하던 데니스가 날 발견하곤 웃으며 다가왔
다.


 


“정말 좋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영웅이 나신 곳을 찾아와 그 기상
을 느낄 수 있다니 말이야.”


 


음, 썩은 나무에서 기상이 느껴지는 겁니까?


 


“그런데 왜 다 같이 들어가시지 않습니까? 더 무너지거나 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내 질문에 데니스는 웃었다.


 


“아, 넌 몰랐겠구나. 이 건물은 지하로 3층까지 이어져 있어. 마
법의 기운이 남아 있어서 1층 바닥은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먼저
오신 학자분들은 말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두 조로 나눠서
들어가기로 했지.”


 


앗, 그런 건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닥터 컨프턴.”


 


“원, 별 말씀을.”


 


얘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여학자들도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있었
다. 인사도 하기 전에, 릴리아가 타박타박 뛰어와 내 오른쪽에 섰다.


 


“푸로리, 저 나무, 뭐야?”


 


“아, 소나무라고 부릅니다.”


 


왜 하필 나한테 묻는지는 모를 일이다. 데니스와 늘 붙어있는 페
넬로페 아가씨는 그렇다 쳐도, 상냥한 아우렐리에 아가씨랑 같이 있
었으면서 말이야. 내가 그 입장이면 신나게 이것저것 물으며 수다를
떨었을 텐데.


 


당연하단 듯이 유리에도 달려와 내 왼쪽에 섰다.


 


“푸로리~ 푸로리~ 헤헤.”


 


“예에, 예에.”


 


유리에는 정말, 무척, 많이 사랑하는 애완동물을 볼 때의 초롱초
롱한 눈빛으로 날 본다. 끙. 기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모르겠
다.


 


난 양쪽에 두 아가씨를 달고 페넬로페와 아우렐리에 아가씨께도
인사했다.


 


“긴 여정에 불편하신 점은 없으셨는지요, 레이디?”


 


“응, 고생했다, 루포리.”


 


그러면서 페넬로페는 데니스의 곁으로 가서 달라붙었다.


 


아우렐리에 아가씨는 차분한 걸음으로 내 앞에 왔다.


 


“루포리. 먼 길에 고생했어요. 그나저나 우리 둘은 참 얘기할 기
회가 없네요. 그렇죠?”


 


그러면서 상큼한 눈웃음 한 번!


 


“제게 레이디 필모어를 모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정말 안타까
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다른 때, 다른 곳에서 기회가 주어지리라 믿
고 있습니다.”


 


음! 정말 그렇다. 우리는 새벽이 아니고선 둘이서 얘기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너무나도 슬픈 현실이지만 이제 몇 시간만 더 기다리
면 되지, 히힛!


 


내 여신님과 좀 더 대화하고 싶었지만, 눈치 없는 꼬마 아가씨가
날 잡아끌어 소나무 곁으로 데려갔다. 릴리아도 내 소매를 잡고 따
라온다. 흐음.


 


방금 전까지 내 앞에 여신님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 그루 소나무가 있구나.
이처럼 되는 일이 없는 용병은
그저 내일 새벽만 기다릴 따름이다.


 


“이히히, 푸로리 시인 같은 표정 짓네?”


 


아, 들켰다.


 


“푸로리, 소나무, 꼬불꼬불해.”


 


음. 유클리드엔 소나무가 별로 없는 걸까?


 


“원래는 곧게 자라는 나무인데, 이렇게 구불구불한 것도 있죠.”


 


릴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애써
설명을 해 본다.


 


“잎을 빻아서 차로도 쓰고 약으로도 쓴대요. 나중에 죽은 소나무
에서 버섯이 나는데 그걸 복령이라든가 뭐라든가, 아무튼 먹으면 몸
에 좋다고 그러던데요?”


 


또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유, 귀여워.


 


“소나무, 좋은 나무?”


 


“예에, 좋은 나무.”


 


그나저나 홀로 신난 유리에가 소나무 주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있다. 저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인데, 싶어서 그 쪽으로 다가
가자,


 


“꺄악-”


 


아니나다를까 돌부리에 걸린 듯 길게 날아가는 유리에.


 


그 쭉 뻗은 몸을 옆에서 받아내었다.


 


“이런, 말썽꾸러기 아가씨.”


 


말썽꾸러기 아가씨는 무척 놀란 듯했다. 옆에서 받다 보니까, 내
왼쪽 팔은 유리에의 가슴 언저리에서 그녀를 지탱하고 있다. 순전히
우연하게 그렇게 됐다. 그래서 그녀의 심장 박동이 팔을 통해 강하
게 전해지고 있었다.


 


음, 어리다곤 해도, 대공의 차녀 가슴에 팔을 댄 채 오래 있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난 살포시 그녀를 땅에 세워 놓았다.


 


“으아악, 죽을 뻔 했다아!?”


 


이상한 소리를 하며 씩씩거리는 유리에에게 살짝 웃어준다.


 


“그럼 제가 죽는다니까요?”


 


유리에는 깊이 감명 받은 표정으로 날 쏘아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정강이를 찬다. 생명의 은인에게 하는 인사 치곤 꽤나 폭
력적이다.


 


“살려줘서 고마워!”


 


한 방 더 찼다.


 


아무리 어린 아가씨래도 힘을 모아 부츠 끝으로 정강이를 차면
용병 아저씨를 아프게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나 역시 무척 아
팠지만 꾹 참고, 계속 웃어 보였다.


 


“히히, 이걸로 용서해 줄게?”


 


쳇쳇, 난 구해준 것뿐인데 왜 용서를 구해야 되는 거야?


 


속으로 불퉁대며 유리에가 넘어진 자리를 뒤적거렸다. 뭐가 감히
대공의 차녀 발을 걸어 넘어뜨린 걸까? 찾아서 칭찬 좀 해줘야겠다.


 


두 아가씨는 내가 뭘 찾고 있자 궁금해져서는 같이 쪼그려 앉았
다. 난 곧 동그랗고 두툼한 돌맹이 하나를 들어올렸다. 오오, 이것이
감히 저 말썽쟁이 아가씨를…… 응?


 


왠지 이 돌, 빛나고 있다?


 


“빛나고 있다?!”


 


“이상한, 돌!?”


 


왠지 이상한 감탄사들에 둘러싸인 난 빛나는 돌을 높이 들어올리
며 외쳤다.


 


“데, 아니, 닥터 컨프턴! 이 도, 돌 대체 뭘까요?!”


 


데니스는 아까 말했었다. 이 곳엔 아직 마법의 기운이 남아 있다
고. 이 돌은 빛나고 있다. 원래 돌은 빛나지 않는다. 돌이 빛나는
것은, 칼로 쳤을 때랑,


 


“마, 마법! 루포리, 그걸 당장-”


 


마법이 걸렸을 때뿐이다!


 


돌이 점점 뜨거워진다고 느끼며, 하늘로 던지기 위해 막 팔에 힘
을 주는 순간,


 


우리는 빛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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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하게 제가 한 말을 자꾸 어기게 되네요.
예. 오늘은 목요일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주 3회 연재하겠습니다.
앞으로 귀가시간이 좀 늦어지게 되어
일간연재는 어려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