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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혈액 중독자와 패배한 에란드 보이즈

2010.01.21 22:40

losnaHeeL 조회 수:334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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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월은 결국 또 햄버거냐고 투덜거리면서도 순순히 트레이를 들고 2층으로 향했다. 현금이 얼마 남지 않은 지갑을 보며 울상이 된 류화도 곧 뒤를 따라 올라갔다. 둘은 구석에 자리를 잡고, 각각 자신이 주문한 버거를 골라잡았다.


 


 


금방 포장지를 벗기고 한입 베어 무는 현월을 보며 류화가 말을 꺼냈다.


 


왜 하필 치킨이 들어간 걸 고르냐.”


뭐 어때서.”


그래도 왠지 햄버거 가게에 오면 닭이 들어간 건 잘 안 고르게 되지 않냐?”


이것도 맛있는데.”


맛의 문제가 아니라. 그 뭐시기냐. 왠지 닭고기 패티보다는 소고기 패티가 들어간 걸 시켜야 할 것만 같은 사명감 뭐 그런 게 느껴진다거나.”


안 그러는데.”


 


나만 그런가…….” 하고 류화는 소고기 패티가 두 장이나 들어간 햄버거를 입에 넣었다. 한 입 물고는 이렇게 먹는 도중에 왠지 닭고기 쪽도 먹고 싶어지지만 그래도.” 라는 말을 웅얼거렸다. 그렇게 시시껄렁한 대화가 잠시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코코아 두 잔이 올라간 트레이를 든 여자 두 명이 차례로 올라왔고, 콜라를 든 남자가 올라왔고, 혼자 햄버거 두 개를 든 남자가 올라왔다. 류화는 가장 마지막에 올라온 덩치를 손가락으로 지적하며 속삭이듯이 야 저거 정말 혼자 다 먹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혼자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이 생겼지?” 말했고, 현월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먹을 수 있으니까 샀겠지.” 하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 뭐 그렇겠지. 그런데 넌 언제까지 그 쬐깐한 상처 가지고 사람을 이렇게 털어먹을 거냐?”


갑자기 뭐래.”


아니 그렇잖아 임마. 벌써 이게 몇 번째야.”


별로 비싼 것도 아닌데 상관없잖아.”


오늘부로 내 지갑이 건기에 접어들었단 말이다.”


그게 내 탓이냐. 밴드 멤버들이랑 파티 한다고 매일같이 고기 먹고 술 마신 탓이지.”


…….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운요 누나가.”


…….”


?”


기우제나 지내볼까. 하하.”


하나도 안 웃기거든.”


 


류화는 입을 다물고 감자튀김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현월은 아직 반 정도 남은 치킨버거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아악!”


 


그 때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힘차게 자리에 앉아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어 모은 비명소리는 곧 아아아.”에서 흐이끄으으어허흐으흑.”같은 이상한 소리로 바뀌었다. 모두가 양손으로 왼쪽 눈을 가린 채 바닥에 쓰러져 움찍거리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햄버거 두 개를 먹어치우고 천천히 콜라를 마시던 덩치 큰 남자가 일어서 그에게로 다가갔다. 허리를 숙여 조용히 쓰러진 남자에게 말을 건다.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대충 예상할만했다.


 


무슨 일일까?”


 


현월이 말했다. 말없이 긴장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류화는 현월의 말에 반응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자.”


? ?”


일이 복잡해질 것 같으니까 먼저 뜨자고.”


나 아직 다 못 먹었…….”


나중에 먹으면 되잖아.”


 


류화는 그렇게 말하면서 현월이 들고 있던 버거를 빼앗아 적당히 구겨진 포장지를 뒤집어 덮은 다음 자신의 가방에 구겨 넣었다. 현월의 손을 낚아채고 계단 방향으로 재촉했다. 현월은 어리둥절했지만 다급한 류화의 모습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현월은 고개를 돌려 쓰러진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반쯤 감긴 왼쪽 눈에서 새빨갛게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생각하던 현월은 문득 쓰러진 사람의 뒤쪽 자리에 앉은 남자의 손가락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손톱이 떨어져나갔는데도 어느 정도 초연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더 이상 위층의 상황이 보이지 않게 되기 직전, 현월은 왠지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가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계단 쪽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금방 류화의 손에 이끌려 계단 모퉁이를 돌아 1층으로 내려온 탓에 정말로 눈이 마주쳤는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현월은 괜히 그 남자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속으로 후회했다.


 


누님? 금방 그쪽으로 갈게요. 지금 괜찮죠?”


 


현월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류화는 어느새 운요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


 


4화가 한 화 정도 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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