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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혈액 중독자와 패배한 에란드 보이즈

2010.01.16 20:30

losnaHeeL 조회 수:229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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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찻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간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다시 찾아온 거지?”


 


찻잔을 기울인다.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눈을 감아버린다. 운요는 말없이 그녀가 찻잔을 내려놓기를 기다렸다. 잠시 동안 음료가 목을 넘어가는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마침내 찻잔이 자글자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닿았다. 그동안 운요는 계속해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목을 부러뜨려버리겠다는 식의 살의까지는 아니었지만 상당한 경계심을 표하고 있었음에도 그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듯했다.


 


저번에 얘기 드린 대로…….”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며 가방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운요는 그녀가 자물쇠를 열고 덮개를 들어 올리려고 하는 순간 재빨리 자신의 손으로 덮개를 눌러 저지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서 함부로 정체도 알 수 없는 것을 보이도록 허락할 것 같아?”


 


그런 운요의 발언에 그녀의 일그러진다. 일그러진다는 표현은 보통 슬픔이나 분노, 고통을 나타내지만,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졌음에도 웃는 것처럼 보였다. 얼굴을 반으로 나눠보았을 때 오른쪽은 기분 나쁠 정도로 주름지고 흉측한 모양새가 되어 있었고, 왼쪽은 단정하고 고운 그녀 본연의 얼굴에 입가만이 살짝 올라가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그 부자연스러운 상은 운요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저번에 말한 대로 보상을 하려는 것뿐입니다. 공교롭게도 제 수중에는 돈이 아니라 이런 것들 밖에 없거든요.”


 


상대의 기묘한 얼굴을 보고 운요가 그것에 주의를 뺐기는 사이에 그녀는 재빨리 나무상자의 덮개를 벗겼다. 형형색색으로 투명하게 빛나는 작고 아름다운 알갱이들. 모두 보석이라는 사실은 명료했지만 그 양이 믿기 힘들 정도로 많았기 때문에 운요는 순간 저것들은 전부 젤리빈즈가 아닐까하는 또 다른 답안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전부 진짜입니다. 돈으로 바꿔 들고 오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전 그렇게 많은 돈은 무거워서 들 수가 없거든요.”


 


운요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가진 젤리빈들을 쳐다보는 동안 어느새 상대의 표정은 다시금 본연의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건 너무 과한데…….”


 


운요는 다소 굳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가게 안의 부서진 부분들을 돌아보았다. 운요의 시선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 여자의 시선도 움직였다. 부서진 문을 자동차 덮개로 추정되는 비닐시트를 이용해 가려놓은 것, 부서진 테이블을 적당히 한쪽에 몰아놓은 것, 바닥의 박살난 부분, 상당히 많은 부분에 문제가 있긴 했지만, 역시 보석더미로 처리하고자 하는 것은 심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걸로 돈을 마련해야 할 만큼 돈이 궁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하지만 당신은 업자를 부를 생각조차 안하고 있죠.”


 


운요가 말을 멈췄다. 여자가 계속 말을 이었다.


 


돈은 있지만, 가게에 투자할 여유가 없다는 건 지금 어디선가 무언가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돈이 아직 당신들 수중에 있다. 아직 사용되거나 건네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결국 오지 않았던 한 사람. 그 사람이 무언가 일처리를 하기 위해 가지고 간 거군요. 지금은 그저 그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고요. 아직 상당히 시간이 남았겠군요. 24시간 이상 남았다면 우리 쪽에서 지금부터 추적을 시작해도 쉽게 찾아낼 수 있겠지요.”


설마, 지금 우리가 돈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


 


운요는 능청스럽게 대화를 넘기려고 했지만 상대는 운요의 말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여전히 평평한 템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냥 받으세요. 어차피 앞으로 돈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 이건 부서진 가게에 대한 보상만이 아니에요. 앞으로 당신들이 처하게 될 상황에 가장 필요하게 될 것을 주는, 일종의 선물입니다. 물론 상부에서 결정한 일이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드리는 거고, 이에 어떠한 속내나 악의는 없습니다.”


…… 앞의 발언은 협박이었군.”


이걸 받지 않으면 돈을 가지고 간 동료를 추적해 어떤 목적을 위해서 하는 일이건 간에 관계없이 진행할 수 없도록 하겠다. 협박이죠.”


너무하네. 이런 걸 순순히 받는 것도 문제라는 거 몰라? 도대체 무슨 꿍꿍이 속인지.”


말씀 드렸죠. 그저 호의에서 드리는 것일 뿐 딱히 다른 속내는 없다고. 어째서 호의를 표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이라면 글쎄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금 차를 마신다. 한 모금을 삼키고는 다시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입을 열어 어째서 호감이 생겼는가 하는 이야기를 한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하기가 어렵고 맥이 풀려버리고 마는 그런 대답이라 운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평소 잘 짓지 않는 표정을 하고 말았다. 그녀가 한쪽 눈썹만 치켜뜨고 매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 라고 응수하게 된 답은,


 


당신이 끓인 차는 정말 맛있거든요.”


 


그리고는 또 미소 짓는다.


 


 


 


---


 


간만에 한 편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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