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_vars1 | 그녀와의 동거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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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진짜로 와버렸다.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그녀는 내 깊은 시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천진난만 하기만 하다.
"와 여기가 네 방이구나 의외로 깨끗하다."
하고 마치 자기 방인 양 내 침대에 멋대로 눕는다.
"와아 푹신푹신해. 매일매일 이런 촉감과 함께? 우훗"
그리고 그녀는 조금 흥미를 잃자 그 흥미가 이쪽으로 옮겨왔다.
"맞다! 우리 초면인데 소개도 안하고 ... 내 이름은 하지서야. 지서"
"...?"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지서라니...
"저도 이름이 하지서인데요?"
"나이는?"
"17살"
"동갑이네"
"네?"
"동갑이라고 말 놓고 잘 지내보자."
.... 뭐지? 이상한 위화감이 돈다.
하지만 지금 제일 문제는 그녀다.
내가 얼마나 곤란한지 알기나 할까?
그런데 더 곤란한 건 대화가 그대로 끝이라는 것이다.
나는 말을 잘 안하고 사므로 뭐라고 이야기거리를 끌어내고 싶어도 그럴 능력도 없다.
정적이 흐른다.
혼자 있을 때는 정말 좋은 시간이었는데 그녀가 있으니 이상하게 긴장이 된다.
문득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다.
그런거 있지 않는가. 내 옆자리에 누군가 앉았는데 그 사람이 누굴까? 궁금해지는 것
바로 그런 기분이었다.
그녀를 쳐다 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나는 타인의 눈을 잘 바라볼 수없다.
증상인즉 눈을 마주치면 말하기 힘든 불편함같은게 나를 자극한다.
그래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내가 외톨이가 된 이유중 하나 일지도 모른다.
눈을 바로 마주칠 수 없으니까...
사람을 대하는 것이 힘든 것이다.
아무튼 이 분위기 싫다.
빨리 나가고 싶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주무세요."
그녀의 얼굴을 보기를 포기하고 당장 그 자리를 뜨려고 했다.
"......가지마..."
가슴을 후벼들정도로 슬픈 목소리에 가슴이 내려앉을 듯하였다.
그 목소리에 내가 반응했는지 내 시선은 그녀의 눈으로 향했다.
'...어?'
볼 수 있다.
볼 수 있다.
사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던 내가
아무런 부담도 없이 그녀를 바라볼 수 있다.
"가지마..."
"....."
"날 혼자 놔둘 셈이야?"
한동안 나는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슬픔은 날 몽환적인 세상으로 이끌었고
나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우주가 그녀의 눈에 있다.
은하수같이 은은한 물결이 그녀의 눈에 흐른다.
나는 그 눈에 빠진 것이다.
어깨위로 5cm정도로 내려온 머리
주먹만한 작은 얼굴
오똑선 콧날
욕망을 일으키는 체리같은 입술....
마치 수선화를 보는 느낌이다.
귀여운 고양이를 보는 거 같기도 하면서 외로운 여우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혹시 내가 싫은거니?"
그 말은 나를 아프게 한다.
어린 날에 트라우마가 떠오른다.
과거의 난 많이 여렸다.
유소년 시절
나는 꽃을 기른 적이 있었다.
싹이 튼 것을 보고 기뻐하며 방방 뛰었었던 그 때
그 꽃이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그 꽃에 온 관심을 기울였을 때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게 됬다.
어느날 나는 그 무리와 어울리려고 용기내어 놀자고 말을 걸은 적이 있었다.
그 녀석들은 나와 더 이상 놀지 않았다.
그 때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혹시 내가 싫어?"
그들은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어린 마음에 난 상처는 의외로 잘 낫지 않는다.
그 때 무터 인거 같다. 흔히 있는 무리와 섞이지 못한것이...
"그런거 아니에요."
그녀가 무슨 과거가 있던 그건 아픈 상처가 분명하다.
동병상련의 처지라 알 수있다.
"그럼 왜 날 피하려고 해?"
"....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불편해?"
"아니니까 이제 그만 쉬세요. 피곤하실텐데"
"그럼 왜 말 놓지 않아?"
"그건...."
"거 봐 내가 불편한거잖아."
그녀가 씁쓸하게 웃는다.
"남과 대화한 적이 없어서 그래요."
"..."
"아직은 이게 더 편한가봐요."
그녀의 표정이 변했다.
이젠 좀 밝아진 듯하다.
그럼 설마 말을 안놔서 자기가 불편하다 생각한건가?
엉뚱한 여자다.
"하하 뭐야 그런 거였어? 편히 반말하는 게 더 좋을 테지만 불편하다면 어쩔 수 없지."
"...."
여자의 얼굴은 천여가지라더니....
이제 뭔 뜻인지 알거 같다.
"앞으로 한 지붕에서 같이 살 예정인데... 역시 반말이 좋을거 같은데..."
"뭐라고요? 같이 살아요? 그런게 어딨어요? 저는 ...."
순간 당황해서 머뭇머뭇거렸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내가! 저런 골칫덩어리랑 같이 지내야 된다고?
내 공간을 다른 이에게 내 줘야 한다니...
그럴 수는 없다. 하룻밤정도는 괜찮지만...
"내가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만이라도 부탁해,"
"..네?"
"사실 돌아갈 곳이 기억이 안나.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나. 심지어 내가 누구인지 조차 모르겠어, 눈을 떠보니 난 골목길에 있었고 왜 거기있었는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 그러고 있었구나...'
"그래서 곤란한건 저도 알겠는데. 저도 마찬가지 거든요. 당신이 우리집에 있으면 안좋은 소문나요."
"왜?"
"일단 부모님이 남녀가 한 지붕아래서 잔다고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또 남녀가 한 집에 있으면 뭔가 불결한 일이 있었다고 착각하고 색안경을 쓰고 뒤로는 안좋은 소리를 해가면서 저희를 그저 불결한 사람으로 여기겠죠."
"그건 .... 그렇구나.. 어떻게든 안될려나?"
저기요 어떻게든 안될려나? 가 아니라고요....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 자세를 취하더니 결심을 한 듯 일어선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여기서 못 박고 사는것도 실례라 생각하고 곤란하다니까...다른 곳 알아보지 뭐... 아주 짧았지만 나쁘진 않았어
. 다음에 나 보면 인사해."
그녀가 나가려 한다. 한편으로 무거운 짐을 던듯한 기분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찝찝하다.
그 찝찝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어서 그녀를 붙잡는다.
"어디 갈 데 있나요?"
"없어... 또 앉아있으면 너 처럼 누가 도와주지 않을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에요....
그 생각이 들자 문득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진 운이 좋아서 여기있다고 해도 밖에 나가면 얼마나 나쁜 사람들이 많은데... 세상 흉흉하고... 또 나처럼 도와준다고 하면 덥석 물어버릴지도 모른다. 또 그러다가 험한꼴 당할지도 모르고....아니지... 나랑 관계없는데 내가 왜 걱정을 하고 있지?'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었다.
그녀를 내보내는게 과연 옳은 생각일까?
그녀를 내보내는 게 그녀가 괴롭게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특히 저렇게 티없이 순수하고 예쁜 사람이라면 때가 묻은 까마귀들이 환장하고 달려들겠지.
늑대들도 그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겠고....
제길....
"일단은 여기 있으세요. 밤은 위험하니까요."
"아니야. 너에게 신세 많이 졌어. 이제 나갈게."
"괜찮아요. 하룻밤쯤은... 갈 곳도 없잖아요. 바깥은 추워요. 갈 곳도 없는데 감기라도 걸리면...."
'.. 무슨 소리하는거냐? 마치 걱정하는 거 같다?
아니야.. 그런거 아니라고....'
"... 훗 ... 너 그렇게도 내가 여기 있길바라는 거야?"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후끈후끈해서 ...
이게 ... 무슨 감정이지?
뭔가 변명을 하고 싶고 얼버무리고 싶다.
"아니 ... 뭐... 춥고 위험한데 오늘은 자라고... "
.... 몰라 될대로 되라
"그냥 여기서 살아요! 어디가서 험한꼴 당하지 말고..... 그러니까"
"고마워."
또 그 미소다.
이상한 기분이다.
고마워 한마디가 듣기가 너무 좋았다,
말 한마디에 따스함을 느끼는 것도 오랜만이다.
"아무튼 오늘은 제 방에서 자요. 전 나가서 소파에서 잘테니까."
"왜 너도 이리와서 자. 밖 춥다면서."
"남녀가 어떻게 한 침대에서 잡니까?"
"안 덥친다며."
"에휴... 그러니까 나가서 자겠다는 거에요. 잘 들어요. 남자는 늑대라 얼마든지 욕망에 몸을 맡길 수 있어요.
그걸 억제하기 위해서 떨어져서 자겠다는거 아니에요."
"뭐야~ 너 나 의식하는거지?"
"...."
"알았어. 그런 표정 짓지마. 잠깐 놀려본건데. 반응이 재밌네 쿡.. "
...하아
이렇게 우리의 만남이 시작됬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깊이 가까워질 수는 없었다.
그걸 알고 나서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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