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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나스루딘의 모험

2010.10.18 01:17

다르칸 조회 수:442 추천:3

extra_vars1 개똥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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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은 당신이 생각하는 추억 속의 그 어떤 장소보다도 풍요로운 곳이다. 남쪽에는 밑바닥의 자갈이 보일 정도로 맑은 나우즈강이 흐르고, 동쪽으로는 사시사철 푸름을 잃지 않는 베센 숲이 우거져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굳이 꼽는다 하면, 붉은색 벽돌에 파란색 지붕이 덮여진 작은 이층 벽돌집과 그 주변 언덕배기일 것이다. 대체 누가 언제부터 그 장소에 집을 지어두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 집을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당신의 아버지, 혹은 그 아버지의 아버지 어쩌면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그 파란지붕의 집은 언덕에 세워져 있었다. 그곳은 수많은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삼년 전부터 나스루딘이 살고 있었으므로 버튼사람들은 항상 그곳을 나스루딘의 언덕이라고 불렀다. 그 언덕의 주인인 나스루딘은 어떤 소년인가 하면, 아주 유쾌하고 영리한, 그러니까 어느 지방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 또래의 악동들 중에 한명이었다. 그는 다양하고 신기한 방법들을 고안해내서 주위 사람들을 된통 혼내주길 즐겨했다. 대개가 건넛마을에서부터 허락받지 않은 포도주 두어 통을 훔쳐와 마을사람들에게 선물한다던가, 북쪽에 있는 넓은 블루베리농장의 새침데기에게 거미를 풀어놓아 소녀를 기절시키는 그런 장난들이었다. 그러나 삼년 전부터 독립해서 이 언덕에 살면서 소년은 제법 착실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유명한 건축가이자, 나스루딘의 외삼촌인 뮬라 보이스가 더 이상 심한 장난을 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오래된 이층집을 수리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점점 늙어가던 파란지붕의 집은 아담하고 아름다운 작은 정원을 얻었으며, 깔끔하게 새 단장을 하게 되었다. 그 집이 얼마나 새롭게 바뀌었냐면, 거미줄이나 쳐 있던 창고에는 치즈나 맥주 따위가 진한 냄새를 풍기며 숙성되기 시작했으며, 무너져가던 거실에는 모자이크 식으로 수가 놓인 카펫과 보라색의 그럴싸한 소파가 놓여졌다. 부엌엔 몇 명의 친구가 놀러 와도 끄떡없을 탁자와 의자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끓일 수 있는 원형난로도 있었다.


소년은 이제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나 베이컨과 달걀, 옥수수 빵으로 차려진 조촐한 아침식사를 즐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는 오늘도 불러오는 배를 두드리며, 두부처럼 연하고 부드러운 햇살을 맞이하기 위해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정원으로 걸어 나왔다. 나스루딘은 무척이나 광란에 젖어 있었던 자신의 지난 생일을 천천히 곱씹으며, 커피를 세 모금 째 마셨다. 그리고 저쪽 언덕 끝자락에서 본적 없던 그림자를 보았다. 그 그림자는 먼지가 겹겹이 달라붙은 더러운 잿빛망토를 두르고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후드를 눌러쓰고 있었으며, 낡고 헤져서 도저히 신발이라곤 부를 수 없을 만한 가죽구두를 질질 끌며 언덕을 넘어오는 중이었다. 남루한 여행자가 나스루딘의 앞에 당도하자, 당돌한 소년은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브하그완이 이르시길, 이웃은 모두 친구이니 반기고 사랑하라! 요 근방에선 본 적 없는 얼굴이군요? 여행자씨.”


여행자는 나스루딘을 보고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벗어젖혔다. 사실 그는 키가 무척 큰 편이어서 아직 나스루딘이 성인이 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목을 젖혀서 올려다보아야 했다. 이방인은 무척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짙은 갈색 눈동자와 눈썹을 지니고 있었으며,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드문드문 머리카락이 세어 있었다.


“내 이름은 라즈니쉬라고 한다네, 키 작은 신사님. 오늘은 아침햇살이 지나치게 명랑한 것 같군!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주체할 수가 없어.”


라즈니쉬는 말투, 행동에서 아주 짙은 여유로움이 묻어나왔다. 그는 그 비루한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의 잘나가는 재벌 같기도 했으며, 이름 높은 왕국의 임금처럼 보였다. 그런 모습은 가난뱅이 모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나스루딘은 바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랑이 아직 뭔지도 모를 계집애는 좀 거칠게 다뤄줘도 좋겠지요? 우리를 비추고 싶어 애가 좀 타겠지만, 어떤가요? 라즈니쉬. 지혜로운 사람과 차 한 잔 마시고 싶어지는군요.”


집주인의 초대는 썩 예의바른 것이었으므로 여행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껍게 안내를 받았다. 거실의 한편에는 쓴 적이 없는 것 같지만, 깨끗이 청소가 되어 있는 벽난로가 있었고, 붉은 테두리로 장식 된 동그란 창문에서는 햇살이 천천히 스며들어왔다. 무엇보다도 라즈니쉬의 마음을 끈 것은 벽난로 위에 걸려 있는 소뿔로 된 활이었다. 손님을 위한 커피와 비스킷을 들고 온 나스루딘이 말했다.


“제 것은 아니랍니다. 제 외증조부가 이 일대에서는 유명한 사냥 광이어서요. 저것은 그분이 제 아버지께 선물하신 것이지요. 걱정일랑 접어두세요! 전 외가 사람들과는 달라서 미친놈처럼 당신의 모험에 뛰어들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의 한마디는 약간 아쉽군! 난 도전하는 사람을 사랑하거든.”


사과맛 비스킷을 씹어 먹던 소년이 손 사레를 쳤다.


“오! 이 키위 비스킷으로 참아주시겠어요? 전 건넛마을의 블루베리농장에 거미 몇 마리를 풀어놓는 걸로 충분히 제 모험심을 만족시키고 있답니다.”


자신의 커피 잔을 비운 나스루딘은 벽난로 위에 걸려 있던 담뱃대를 꺼내고, 연초를 꾹꾹 눌러 담았다.


“여행자님! 혹시 담배를 피우시길 원하시나요? 좋습니다. 우리 집은 비흡연자들을 우대해주진 않아요. 이 자그마한 방을 연기로 가득 채울만한 독한 것이 아니라면요!


그리고 자신의 담배에 부싯돌로 불을 붙이고, 몇 번 시험삼아 동그랗고 허연 담배연기를 내뱉어본 후에 그것을 넘겼다. 여행자는 부싯돌을 받아 자신의 담뱃대에 불을 붙였다. 신비롭게도 라즈니쉬의 담배연기는 하얀색이 아니라, 검은색이 되었다가 금새 파란색이나 빨간색, 심지어는 노란색으로도 바뀌었다. 집주인은 그 광경을 보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당신은 혹시 마법사였나요? 놀라워요! 내 생전에 노란색 연기를 뿜는 담배라는 건 본 적이 없어요!”


이 대목에서 소년은 굉장히 위트 있는 말을 하고 싶어 했다. 따라서 아주 잠깐 머릿속에 맴도는 몇 가지 참신한 단어들을 고민한 뒤 내뱉었다.


“마치 그건 당신의 놀라운 모험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요! 어때요? 재밌는 이야깃거릴 내게 조금 나눠줄 수 있나요?”


노란색 담배연기로 별모양을 그리던 이방인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요 맹랑한 친구를 보게! 이 호사스러운 대접에는 그럴 만한 꿍꿍이가 있었군 그래!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보잘것없는 늙은이일 뿐이야. 내게 집채만 한 사자나 머리 셋 달린 뱀들과 싸운 이야기는 슬슬 잊혀져가는 기억에 불과하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소년을 앞에 두고 늙은이는 반달모양으로 눈웃음을 지었다.


“대신 동쪽 산맥 너머에서부터 전해져오는 흥미로운 노랠 하나 불러줌세.”


이 오래되고 낡은 여행자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 동안 나스루딘은 목청을 가다듬는 그의 눈이 잠깐 검고 묘한 빛으로 번뜩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어떠한 열망 같기도 했고, 심한 장난을 치기 직전의 악동이 보여주는 그런 눈빛 같기도 했다. 사실 그 노래는 무척 길고 웅장한 것이어서 해가 중천을 지날 때나 되어서 끝나지 않을 만큼 길었으나, 모두 옮길 수는 없었으므로 가장 중요한 다음 대목만 소개하겠다.


 


 


...그때, 쫓기는 사슴의 무리가 멈추다.


그때, 소리 죽여 두발짐승은 숨었다.


여섯 왕과 열두 신하가 모였던 신전에 하늘을 떠받치는 산.


뱀도 아닌 것이 만가지 색의 비늘을 덮고,


사슴도 아닌 것이 여덟 갈래의 뿔을 지고,


사자처럼 표호하고 독수리처럼 날갯짓 하는,


머나먼 남쪽의 끝의 짐승보다도 거대한,


황금의 크리슈나가 날아오를 때.


그리고


정상의 화염은 곧 모든 것의 법이 되고


그 아래 만물은 경배하리라.


시작은 먼지바람의 노인으로부터


모든 끝은 은색 관의 사내아이로부터


용의 숨결은 또 다시 노래를 부르나니.


 


 


노래가 끝이났을 때, 해는 이미 저물기 시작해 창문 사이로 붉은 치맛자락을 슬그머니 드러내고 있었다. 소년은 아직 환상처럼 귓가에 맴도는 신비로운 노래에 심취해 있었고, 신비로운 노래를 선사한 늙은 라즈니쉬는 품에서 반짝이는 금빛 팬던트를 꺼내들었다.


“이건 그대를 인도할 용의 목걸이라네.”


목걸이를 나스루딘의 손에 쥐어준 뒤에 여행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체모를 놀라운 힘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훤히 열린 현관문 너머에서 그의 목소리가 소년에게 메아리 쳤다.


“스마이 산으로...!”


기어코 해가 지기 시작했다. 높은 서쪽 언덕 너머에 걸려서 스리슬쩍 사라지고 있는 해는 금세 하늘을 검게 물들이는데 한몫 거들었고, 이제 집 안에는 불빛이 없어선 안 될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스루딘은 불이 꺼진 담뱃대를 한손에 들고 소파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주위에 빛을 비출 만한 것이 필요로 해지자, 그제야 더듬더듬 등불을 찾기 시작했다. 느릿느릿한 손짓으로 서랍이며 찬장을 뒤적거리다가 몇 번 탁탁 하는 소리와 함께 거실엔 빛이 돌아왔다. 그리고 등을 밝힌 부싯돌로 소년은 다시 담뱃대에 불을 붙였다.


‘스마이 산으로...!’


망령된 늙은이가 외치고 간 마지막 한 마디가 뇌리에 들러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나스루딘은 연거푸 담배연기를 내뱉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여전히 들려 있는 이 이상한 목걸이를 한번 보고는 귀신들린 물건마냥 소파 위로 집어 던졌다.


“이건 멍청한 짓이야. 나스루딘.”


벌써 세 번째 연초를 담뱃대에 눌러 담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같은 말을 되뇌였다. 멍청한 짓이야. 나스루딘. 엘리사에서부터 밀로 삼촌까지! 아무런 준비 없이 모험심 하나로 떠난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던가. 낚싯대 하나를 짊어지고 최고의 낚시꾼이 되겠다던 밀로 삼촌이 고대한 살인고래에게 잡아먹혀 그가 가장 사랑하던 모자만이 고향땅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머리 여섯 달린 거인의 보물을 노리고 가출했다가 거인의 머그컵장식이 되어버린 외사촌 페일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호승심이나 혈기로 시작한 모험은 대부분 비극적으로 끝난다는 사실은 이미 버튼지방에서는 예외없이 굳어진 정설이었다. 나스루딘은 침착하게 자신을 달랬다.


“떠날 수 없어. 그건 미친 짓일꺼야.”


문득 소년의 눈에 반짝거리는 금색 목걸이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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