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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개성중 사건, 조금 더 냉정한 시각으로 봅시다.

2005.10.14 08:53

알파a 조회 수:809

일단, 제가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 중 욕먹고 있는 사람의 대다수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처음 개성중에서 홍성인군이 죽은 사건에 대한 글을 봤을 땐 저도 이성이 싹 사라져버리더군요.

가해자 학생은 물론이고, 학교도, 선생도 모두 아주 죽일 놈 같았습니다.

게 중 제가 이성을 찾게 해 준 부분은

'다행히 지나가던 체육선생이 발견하고 119가 올 때까지 인공호흡을 하고 기다렸다고는 하나 이미 숨이 멎은 아이에게 119가 와야지만 이동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면 기다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택시로 백병원까지 1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20분 이상 지체되면서 피해자의 상황은 더 악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양호 교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양호교사는 양호만 하라고 있는 것입니까?'

여기였는데요.

개인적으로 지금 한창 응급처치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는 처지라 체육선생의 조치가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압니다.

갈비뼈가 나가고 폐가 손상될 정도로 상해를 입었으면 척추가 무사하리라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상태의 환자를 차에 싣고 병원으로 간다면 살 사람도 죽이는 꼴이 됩니다.

119에서 온다면 척추 손상을 입을 환자를 무사히 이송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옵니다.

그 정도의 외상을 입은 사람을 함부로 이송하려 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지식입니다.


그리고 제가 부산에 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백병원 위치를 아는데, 개성중에서 10분은 넘게 걸립니다.


그 상태에서 최선의 선택은 119를 부르고 응급처치를 해서 생명을 연장시키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법 구조상 일반인은 아무리 뛰어난 의료지식이 있더라도 응급처치 이상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덕에 학교에 제대로 된 장비가 있을 턱이 없죠.


백병원까지 승용차를 타고 이송시킨다해도, 아무리 큰 차라도 엠뷸런스가 아닌한은 인공호흡 시행 조차 상당한 무리가 있습니다.



백병원으로 바로 가지 않은 것이 성인이 아버님 말씀대로 운송 중 죽은 것으로 처리하려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설사 그런 의도가 아니더라도 그게 최선의 대책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이 일을 덮으려는 것..

이 것 역시 이 학교가 돈을 먹어서, 이 학교만 유난히 썩어서라고 보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주 인간말종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교장이었더라도 이 일은 은폐하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주위에 개성중 졸업하신 분이 있는데, 이 사건이 이렇게 퍼져 버리자 상당히 절망하고 부끄러워 하더군요.

모교는 영원히 바뀌지 못하는 겁니다.

졸업생들과 현재 재학생들에게 모교로 치욕을 당할 일을 없게 하려면, 은폐하는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아무리 일을 잘 처리해도 훗날 개성중? 하면 '아 그 살인 일어났던 학교'라는 인식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뭐.. 이건 100% 제 주관적인 입장이지만..

제가 개념이 썩어서 나라도 그렇게 했겠다..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교장이었다면 이 일을 덮으려고 별 수작을 다 부렸을 겁니다.

물론 실제로 교장이 좀 더 썩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이 이 상황에 부딪힌다면 비슷하게 대응하지 않을까 합니다.(저만의 생각일지 몰르지만요. 실제로 대부분의 학교가 이런 안 좋은 사고는 은폐를 하는 것으로 압니다.)

(물론 그 담임이란 작자의 글은 정말 어이없고 짜증이 났고 인간말종 같았습니다만.. 그게 진짜 그 담임이 쓴 글인지 정확히 믿을 수도 없는 거고요.)


그리고 가해자 학생의 부모가 학부모회 중책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니고, 판매업(이라면 가게가 아닐까요.)을 하고 있다고 학교에서 해명 팝업창이 떴었습니다.(물론 그게 진짜라는 보장은 없지만요. 하지만 이 해명을 의심하려면 피해자측의 말도 의심해야 공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지만 그걸 언급하는 네티즌들은 아무도 없더군요.

똑같이 뜬 팝업창 3개 중에, 여러 잘못된 루머에 대한 이 팝업창만 쏙 빠뜨리고 다른 두 개만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더군요.

전 도를 넘어서게 말도 안 되는 소문이 가득 떠도는 그 상황에서, 절대 하면 안 될 생각이지만, 혹시 진짜 재력가는 성인군의 부모님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해자 학생이 사건 후 학교에 나왔다는 것..

학교 홈피에 가면 뜨는 해명 팝업창에도 내용이 있지만, 가해자 학생은 그 후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학교측의 해명도 무조건 믿을 수 만은 없는 내용이라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제가 부산에 살아서 간혹 어떻게 중학교 소식도 듣고 그럽니다.

개성중 다니는 아이가 말하길, 그 동안에 최원의가 학교에 나오지는 않았다고 하더군요.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배신감마저 들더군요.

정말 유별나고 특별하게 정직한 사람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피해자인 상황에서도 자기한테 유리한 증언을 한다는 것을 왜 잊었는지..


그리고 그 친구들의 오만불손한 행동은 정말 웃음밖에 나오지 않지만..

그 애들이 가해자 학생을 감싸돌게 하는 건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친구간의 우애와 사람간의 정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 풍토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 방법이 어이없고, 잘못됐고, 건방지기 짝이 없지만 그렇게 가르친 건 여러 책들과 앞 세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아닐까 합니다.

어릴 때 본 감동적인 이야기를 다룬 아동용 책 중에, 실수로 살인을 해버린 친구와 그 시체를 위험을 감수하고 숨겨준 사람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실수'라는 것에서 지금의 상황과 좀 다르지만, 아직 개념이 덜박힌 그 애들에게는 그게 멋진 친구간의 우정이고, 존경받을만한 일이고 엄청 폼나는 것일 수 있는 겁니다.

친지, 친구,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에서는 점수를 더 주고, 잘못은 감싸주는 사회 풍토가 그들의 행동을 통해 비약적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가해자 학생 친구들의 그 오만하고 당당한 태도는 우리 교육과 사회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의 네티즌들은, 해를 가한 쪽이 악(惡)이라고 해서 해를 당한 쪽이 꼭 선(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해를 당하고 하늘로 올라간 성인군이야 물론 '선'일 수 있지만, 해를 당하고 절망에 젖어 살아가는 그 가족이 선한 마음을 계속 간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요.

그 잃은 사람이 소중할수록, 악에 받쳐 조금 비뚤어진 방법으로든 복수하려고 하는 게 인간입니다.

피해자의 유족에 대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에 어긋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성인군 아버지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는 거 아닙니까..

저도 가해자 학생은 이름조차 불러주기 싫어 이제껏 이렇게 써 왔지만, 일단 현재의 사태로 역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가야중 졸업생을 생각해서라도 사실을 왜곡되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학교의 변론에 대해서는 욕만 하고 기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더군요.

그냥 무작정 '헛소리하네'라고 받아들이고..


유독 이 사건에 대해서는 다들 지나치게 이성을 잃어버리고 가해자학생이 만들었다는 소문이 도는 버디홈피만 보더라도 털끝만큼의 이성으로도 충분히 가해자 학생의 홈피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상황이었습니다만, 엄청난 수의 네티즌들이 그 엉뚱한 홈피의 낚시에 걸려 방명록에 욕을 올리고 있더군요.

'내가 성인군의 친구다'해서 올라오는 글들은 글쓴이가 사칭을 했음이 뻔히 보이는 글들도, 아주 쉽게 받아들이고 그걸 곧이 곧대로 믿더군요..


가슴에 불타는 감정이 없는 것은 인간이 아니겠지만, 누군가가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일수록 냉정한 눈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욕하고 쑥덕대기만 할 뿐 아무도 사실 확인을 시도하지 않는 악성 루머때문에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사람(연예인 외에도 무수히..)이 많았습니다.

허구성 루머가 돌 때마다 '그게 루머라면 이렇게 많은 네티즌들이 그렇게 알고 있겠어?'했지만, 매번 자세히 알아보면 허구성 루머가 맞더군요.


글의 초기에 제가 말했던 '그 사람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이런 것은 저만 그렇게 생각하고 냉정하게 생각해도 공감가지 않을 수도 있는 거겠죠.

하지만, 사실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모든 네티즌들이 숙지해야 할 개념이라고 봅니다.

가해자와 학교 측에 유리한 정보는 그냥 욕하며 지나가 버리고, 피해자 측의 증언이나 정보는 마음에 새겨 담는 것은 흡사 역사왜곡을 하는 일본의 면모를 보는 것 같습니다.(물론 그 의도와 이유가가 순수하냐, 썩어빠졌냐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홍성인군의 죽음을 추모하고, 초중생들이 불량을 동경하는 풍토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폭력 쓰는 게 자랑이고 멋있는 줄 압니다ㅡ.ㅡ 심지어는 가끔 고딩까지도 그런 무개념이.)

잘못한 사람에게 벌을 준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얼마든지 이런 상황이 더 발생할 수 있고 비슷한 상황들이 은폐되어 왔습니다.

불량을 동경하는 풍토를 무슨 수로 바꾸냐.. 해도..

사실 대학생 이상 가는 사람들도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 있지요.

'내가 학창 시절엔 좀 놀았지' '내가 학교 다닐 땐 주먹 좀 썼는데..'

.. 애들은 어른을 보고 배웁니다.

심지어는 교사들도 그런 게 자랑인 줄 아는 사람이 간간히 보입니다.

자기 자신과 주변부터 바꾸는 게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방지하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그깟 게 얼마나 영향을 준다고..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신이 그런 부패한 인식을 바꿔 준 한 사람이 혹시나 그런 사고를 칠 수 있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지루하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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