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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300을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연히 다들 지금쯤 돈을 아까워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300은 꽤 많은 욕을 먹고 있다. 왜냐고? 우선 스파르타가 무려 민주정(!!)을 하는 나라로 나온다. 1만 시민과 20만의 노예로 이루어졌다는 스파르타가 무려 민주정이다. 게다가 역사적으로도 스파르타는 전혀 민주정이 아니다. 그나마 아테네만이 민주정이었다. 무척이나 원시적인 민주정-_- 하지만 이 아테네마저도 노예제를 전제로 한 민주정이다. 그런데 스파르타 출신의 '그들의 전사'들이 하는 말이 가관이다. "자유!" 지랄한다. 브레이브 하트의 멜 깁슨의 프리덤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다른 느낌의 프리덤이다. 또 다른 대사를 들어볼까?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우짜라고? 니들은 자유를 지킨다는 놈들이, 자유를 수호한다는 놈들이 "20만의 노예"를 부려먹냐? 이건 그렇다고 치자. 당시에는 그런게 당연했으니까. 가장 발달된 아테네마저도 노예제를 기초한 민주정이었으니까 말이다. (이건 시민의 자유지 노예의 자유가 아니므로.)


 


그런데 이건 뭔 병신같은 짓인지, 이란(페르시아는 잘못된 명칭. 당시에도 모든 국가에서 이란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야만인이랜다. 그리고 감독이 그 대사에 맞추듯이 이란인들은 전부 지옥에서 막 올라온 언데드 같아 보인다. 심지어는 그나마 그걸 가리고 있는 검은 천마저 그들에게 그들이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마저 막아버린다. 할렐루야! 그들은 사탄의 자식이며, 야만인이며, 욕망덩어리의 병신들인 것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스파르타 전사들의 칼에 처참하게 땅바닥을 나뒹굴며, 흉측한 외모는 그 절망적이고 불쌍해야할 그들이 "원래 그래야만 했을 버러지"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스파르타의 전사들이 죽는 장면은 클로즈업 되면서 숭교한 순교가 되어 버린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 영상에 따르면, "동양 전사들은 흉측하고 버러지같은 존재. 하지만 백인은 죽어도 너무나 숭고하게 죽는 존재. 고로 백인 짱. 백인 이외에는 버러지얌."하는 말이나 다름 없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그리스가 무척 두려워했고, 단 한번도 전멸시켜 본 적 없는 이란 최고의 정예부대, 임모탈. 그들은 왜 그렇게 배때지에 칼을 박고 땅바닥에서 허우적거려야만 했나. 왜 빛조차 없는 그곳에서 그렇게나 죽어가야만 했나? 왜 그들은 협곡에서 방진을 짜고 있는 스파르타의 군대에게 닥치고 돌격을 해야만 했나? 그것은 그들이 추악하고 야만스런 "동양인"이며 "백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파르타의 군대는 백인임으로 죽어도 숭고한 희생이어야 하고, 강해야 한다는 관념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스파르타는 넓은 의미로 백인들이 만들어낸 추악한 "근대"이며, 그들의 이란은 넓은 의미로 백인들에게 지배당했던, 그래서 지금은 부랄 두쪽만 남은 불쌍한 "현재"이자, 언제나 깔아뭉개고 싶은, 자신보다 강했던 "과거"다. 딱 감이 오지 않는가? 이 영화는 백인들의 고대의 찬란했던 동방에 느꼈던 위압감을 해소하고 싶었고, 빛났던 자신들의 근대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소리다. 위험하도다. 인종차별주의가 사라졌다고 외치기는 하지만 버젓이 인종차별이 살아있는 미국에서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의 그 자체다. 이보다 더 모순적인 것이 어디 있을까?


 


또한 이 영화가 세계 최대의 전쟁 국가인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스파르타 왕비는 말한다. "파병을 해야 한다." 뭔가 2005년의 모 사건과 아귀가 딱 맞지 않는가?


 


1. 미국은 전쟁을 하고 있다.


 


2. 이 영화는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3. 영화에서 왕비는 파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4. 그 장소는 이란을 위시한 중동이다.


 


석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전쟁을 일으켰지만 오히려 골머리만 썩고 있다. 국내의 반전론도 치솟아오르고 있다. 그들이 외친다. "왜? 어째서 우리의 아들들이 죽어야만 했나?" 그런데 찬전론자들도 그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스파르타 왕비가 말한다. "파병을 해야 한다." 뭣때메 해야하나? 그러자 스파르타 전사들이 말한다. "자유를 위해서!" 이데올로기의 극한 대립이 끝난 지금, 뭣 때문에 자유를 외쳐야하나?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모두는 이미 자유를 누리고 있는 자유국가가 아닌가? 그런데도 이 영화는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있다. "그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이 필요하고, 그 전쟁을 이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병사가 필요하다. 그렇게 외치고 있는 미국이 만든 영화에서 그 법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분노해야만 했나? 그것은 아마도 영화 깊숙히 깔린 백인 우월주의와 버러지같이 죽어야만 하는 유색인종의 비애를 이 영화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디선가 본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즐겨야 한다. 하지만 너무 생각없이 즐긴다면, 우리는 그들의 언론플레이에 세뇌되어서 우리는 우리의 자신감을 잃고 줏대없는 갈대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만 여기서 글을 접겠다. 사실 매우 흥분해서 쓴 글이라 횡설수설한 점은 무척이나 미안하디.


 



P.S. - 홍성진이라는 놈 끝내주더라-_- 평론가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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