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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해냈구나, 동국대!

2007.07.16 04:47

협객 조회 수:671 추천:1

짝퉁 교수 신정아.


 


 


 


어쨌든 여기서 난 학계의 권위 자체에 대해 질문을 해보고 싶다.


 


일단 하나의 짝퉁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만일 발견되지 않은 짝퉁도 있었더라면?


 


당연히 짝퉁에게 배운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짝퉁에게 배운 사람은 짝퉁이 아닐까?


 


스승의 학위가 짝퉁이면 당연히 제자의 학위도 짝퉁이다. 그 학위를 준 사람은 바로 짝퉁 스승이니까.


 


 


짝퉁이 하나 발견된 이상, 선대에도 짝퉁이 있었을지 모르는 일이고, 지금 가르치는 사람들 모두가 역사 어디선가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짝퉁으로부터 배운 짝퉁에게 배워서 짝퉁의 기준대로 점수를 매긴 짝퉁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간단히 말해서 난 학계 자체의 권위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묻는 것이다.


 


스승의 학위가 짝퉁인지도 모르는데, 어찌 자신의 학위는 짝퉁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며, 자신의 학위조차도 짝퉁인지 모르는데 어찌 자신이 타인에게 학위를 주는 권한을 행사할 자격이 있단 말이던가?


 


학계는 학위를 주는 일을 해왔다. 그런데 무슨 권리로 해왔을까?


 


간단하다.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줄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


 


그런데 학위를 받지 않고도 직간접적으로 학위를 주는 권한을 행사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학위를 받지 않은 사람에게서 받은 학위는 진짜 학위일까? 당연히 짝퉁 학위다. 따라서 그 사람 역시 직간접적으로 학위를 줄 권한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학계는 진리를 추구하는 곳이기에, 나는 대학 시절 사실 궁금했다. 날 가르치는 이 사람들을 가르친 사람들은 과연 진짜 학위를 가졌던 사람들일까? 과연 이 사람들이 내 스승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일까? 자격이 있다고 결정한 대학에서는 무슨 자격으로 결정하는걸까? 자격이 있다고 결정하는 대학이 결정할 자격이 있다고 결정하는 정부는 또 무슨 자격으로 결정하는 걸까?


 


난 그래서 질문해보고 싶다. 대체 학위라는 게 뭐냐고.


 


 


상권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시장 점유권 말이다.


 


"능력"과 "자격"은 다르다.


 


일부 기자들은 학벌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해댄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다. 운전면허 없다고 운전 못하나? 번호판 없다고 시동 못 거나?


 


운전 면허를 딸 운전 실력이 된다 하더라도 사회라는 곳은 터줏대감들에게 댓가를 치러야 하는 곳이다.


운전실력이 아무리 카레이서 뺨치게 뛰어나도 운전을 하기 전에는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그것이 사회가 돌아가는 체제다.


 


운전면허증 없이도 택시운전이건 대리운전이건 할 수 있다.


 


단지 하면 그것이 불법일 뿐이다.


 


번호판 없이도 시동은 걸 수 있다. 단지 번호판 없는 차량을 몰면 불법일 뿐이다.


 


사실 열쇠 없이도 전선을 뜯어서 연결 시키면 시동을 걸 수 있다고 알고 있다. 차 도둑들이 많이 쓰는 방법이라고 한다만.


 


손님 입장에서는 무면허 운전자에게 대리운전이나 택시운전을 맡기고 싶지 않을 것이고, 보행자 입장에서는 번호판 없는 차량의 뺑소니가 두려울 것이다.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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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예일대 박사 등 모든 학위가 가짜임이 밝혀진 신정아(여ㆍ35) 동국대 조교수의 임용 당시 임용택 현 이사장(영배스님)이 “자리를 걸고 책임지겠다”며 비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신 교수가 특채될 당시 임 이사장과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신 교수의 가짜 학위 의혹을 제기했다 도리어 지난 5월 29일 동국대 이사직에서 해임된 장윤스님(현 전등사 주지)은 헤럴드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으며 ‘이사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월 이사회 임원으로는 홀로 신 교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 때문에 재단과 마찰을 빚던 중 해임됐다. 그가 해임된 이후 학교 안팎에서는 ‘의혹을 덮는 처사’라는 비난이 있어 왔다.

그는 “내가 의혹을 제기하자 이사장이 ‘자리를 걸고 책임을 지겠다’며 신 교수 학위는 진짜라고 이사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해고되기 전날 신 교수와 임 이시장이 서울 조선호텔에서 함께 식사를 했으며 그때 결정적으로 뭔가 얘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는 장윤스님을 해임한 이유가 필동 병원 매입건을 검찰에 고발한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당시 고발에는 3명의 감사 전원과 5명의 이사가 참여했기 때문에 장윤스님 혼자만 해임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는 현재의 진상조사위에 대해서도 “계속 말을 바꾸고 있으며 거기서 밝혀질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2006년 12월 윤동천 서울대 교수에게서 ‘신 교수의 박사 논문이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다른 사람의 논문을 그대로 베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받았고 직접 이를 확인했으며 이후 예일대 졸업자 명단에도 없음을 최종 확인하고 정식 문제 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또 신 교수가 광주비엔날레 감독으로 결정되기 직전인 7월 초 직접 자신에게로 전화를 걸어 와 ‘해명하고 보여줄 게 있다’며 회유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생각해 보면 비엔날레 감독 선임 전에 (나를) 단속하려 했던 것 같다”며 “변호사와 상의했는데 만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해 내용을 우편으로 보내라고 했는데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교수에 대한 재단과 학교당국의 비호 의혹에 대해 이종옥 동국대 교수회장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신 교수가 2005년 임용될 때 예술대학 소속 교수들이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으며 오모 교수가 홍기삼 당시 총장을 만나 의혹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예술대학과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들은 신씨가 예일대에서 받았다는 학위가 가짜임이 확실하다고 보고 극구 채용에 반대했으나 학교 측은 이를 묵살하고 특채 임용을 강행했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동국대 학내에서는 학력 위조 의혹이 최소 두 번 이상 제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학교 측이 의혹을 파악하고서도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강화도=임진택 기자(taek@heraldm.com)




멋지다! 신정아, 통쾌하다! 신정아


[오마이뉴스 조은미 기자]
  

▲ 신정아 동국대 교수 ⓒ 연합뉴스 형민우  



광주 비엔날레 최연소 예술 감독에 빛나던 신정아 동국대 교수의 학위가 모두 가짜란다. 캔자스 대학? 다니다 말았다. 졸업도 안 했다. MBA? 경영대학원은 문턱도 안 갔다. 예일대학 박사? 예일대 역시 가지도 않았단다. 그게 끝이란다.

그렇다면? 그는 고졸이다. 고졸의 대학교수다. 고졸의 국제 행사 예술 감독이었다. 미술계에서 잘 나가는 큐레이터였다. 기획상도 받았다(2003년, <월간 미술> 전시기획부문 상). 이렇게 재밌을 수가?

뒤샹이 변기를 갖다 놓고 예술품이라고 말하자 변기가 예술품이 된 것처럼, 그도 종이 나부랭이 하나 보여주며 예일대 박사라고 말하자 박사가 됐다. 교수가 됐다. 국제적인 예술 감독이 됐다.

"나, 예일대 나온 박사야."

이 한 마디에 모두 넘어갔다. 엎드려 모셨다. 물론 그 속에 어떤 '후광'이 옵션으로 딱 달라붙어 있었는지야 모르지만.

그는 미국 유명대 '졸업장'이 곧 말이요 진리임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학계나 미술계에 필요한 건 능력이 아니었다. 졸업장이었다. 가만있어도 모두가 그 이름만 들으면 엎드려 차마 쳐다보지 못하는 그 광채로 빛나는 아이비리그 졸업장이었다.

그 빛이 얼마나 찬란한지, 그 후광에 모두가 눈멀고 귀멀었다. 납작 엎드리고 받들어 모셨다. 그 후광이 혹시 '쌍라이트'가 아니라 인공조명인지 의심하던 대학 이사 하나는 그 날로 잘렸다. 누가 감히 그 빛의 진위를 의심하랴? 누가 감히 아이비리그의 빛에 토를 달랴? '학벌'의 빛은 모든 것을 능가한다.

그가 그걸 증명했다. 또 정확히 이용했다. 그야말로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틈새 전략을 폈다. 미술계와 학계의 '학벌'이란 뻥 뚫린 틈을 그가 정확히 파고들었다. 그가 땄다던 MBA가 가짜라는 게 대수냐? 그가 보여준 능력은 MBA 저리 가라다. MBA가 대수냐? 한 번 하면, 고졸도 MBA보다 잘할 수 있다. 그가 보여줬다.

어쨌든 사람들은 이름 하나에 넘어갔다. '예일대'라니까 넘어갔다. 홀딱 넘어갔다. 국내 유수의 미술관이 넘어가고, 대학이 넘어갔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갔다. 의혹은 있어도, 검증은 없다. 학벌은 위대하다. 이 외국물 먹은 '간판'은 위대하다. 이 사건은 그가 보여준 한 편의 쇼다. 아니 '예술'이다.

피카소도 말했다. "예술은 우리로 하여금 진실을 깨닫게 만드는 거짓이다."

신정아, 그가 한 일이야말로 '예술'이다. '학벌'이란 간판'이나 따지는 미술계의 진실에 대한 퍼포먼스다. 그는 온 몸으로 '예술'했다.

그가 평소 비판했다던 학벌 위주 풍토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깟 학위가 별거냐? 고졸이 어때서? 미국 유명대 박사 아니어도 큐레이터 할 수 있다. 대학 강의만 잘한다. 그가 몸소 증명했다. 상도 받았잖나? 그게 그의 능력이 아니라면, 미술계가 이젠 상도 대학 졸업장 보고 준단 소리 아니겠나? 이처럼 기막히게 현실을 풍자하는 멋진 행위예술을 본 적 있나? 난 처음이다. 아니, 처음 같다.

그는 미술계의 황우석이 아니다. 그는 미술계의 서태지다. 음악계에 중졸 서태지가 있다면, 미술계엔 고졸 신정아가 있다.

그를 이제 전시기획자로 부르지 마라. 그야말로 예술가다. 진정한 아티스트다. 이건 단순 '사기'가 아니다. 진짜 예술이다. '학벌'에 목맨 우리 사회를 풍자하는 한 편의 '생쇼'다. 미술계와 학계가 총출동한 한 편의 대형쇼다.

멋지다, 신정아. 잘했다, 신정아. 속이 다 시원하다.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사설] 허영에 빠진 사회가 만들어 낸 사기극


뉴스와 화제의 초점은 단연 신정아 사건이다. 그녀의 행적은 놀랍고도 대담했다. 특히 그녀의 화려한 포장술이 혀를 내두르게 했다. 미국 캔자스 주립대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하고 이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예일대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냥 일류대학 유학파 박사가 아니고 미술과 경영학`사학을 다양하게 관통했다. 사실이라면 대단한 인재다.
그 다음은 그녀의 문화`지식 사회를 향한 거침없는 하이킥이다. 허우대만 멀쩡하고 속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지식사회와 그 관료적 시스템을 마음껏 유린했다. 사설 미술관은 그렇다 하더라도 국립 미술관, 유수의 대학, 아시아 최고를 지향한다는 비엔날레까지. 그뿐 아니라 속 허한 언론계까지 주무르고 비웃었다. 가히 문화지식 산업계의 장영자라 할 만하다.

학벌 지상주의, 외제 선호사상, 형편없는 검증 시스템 등 사회병리학적 다양한 지적과 분석이 있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문제의 핵심은 자기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화려함만 좇는 엘리트들의 허영과 위선이다. 외양에 집착해서 비싸고 화려한 것만 찾는 졸부들의 행태와 다를 바 없는 저급한 문화 지식인들, 이들의 무책임이 이런 사회 풍토를 만들었다. 그들은 정작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신진 엘리트 선발에 유능할 수가 없다. 부실한 기성 문화계가 또 다른 부실을 끌어들이는 법이다.

가짜 박사는 알게 모르게 무수히 많다. 어제도 괌에서 미국 대학의 가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의 도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가짜 비슷한 진짜들은 가짜를 구별해낼 수 없다. 진짜는 진짜답게 끊임없이 내실을 다져야 한다. 이것이 신정아 사건이 주는 교훈이다.





신정아, '가짜 이력' 빼곤 아무것도 몰라






미술계에선 ‘신정아 사건’이 터지자 새삼스럽게 그의 집안 배경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든든한 재력가의 집안이라는 말에서부터 아버지가 대학총장을 지낸 S씨가 아니냐는 등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무성하다. 심지어 재계 S씨의 딸일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그만큼 신씨가 미스터리 인물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미술계에선 K미술관 아르바이트생으로 출발해 큐레이터로 승승장구한 신씨에 대해 ‘가짜 이력’을 빼고는 제대로 아는 이가 없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명품을 즐겼던 신씨의 외형적 모습에서,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마저도 단지 대단한 집안 배경을 가진 인물 정도로 짐작만 할 뿐이었다.

K미술관과 S미술관에서 함께 일했던 인사들에 따르면 신씨가 자신의 신상을 언급한 내용들은 직원 MT 자리에서 신씨 자신이 흘린 이야기들이 전부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친이 안동에서 주유소를 경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산에서 주유소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이들도 있다. 어떤 것도 확인된 것은 없다.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매몰됐다는 얘기 정도가 전부다.

일각에선 신씨의 어머니가 사찰을 소유해 불교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현재로선 가장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신씨가 흘린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 한 미술계 인사는 “누구도 위와 같은 사실들을 명확히 아는 이가 없다는 사실이 더 아이러니컬하다”고 말할 정도다.

신씨를 이해하기 위해선 K미술관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와 큐레이터가 된 정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수석큐레이터로 있던 P씨와 관장의 불협화음을 비집고 신씨가 큐레이터로 입지를 굳혔다. 처세술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미술관 관장의 며느리가 된다는 풍문까지 나돌았다.

신씨가 S미술관으로 옮길 땐 수석큐레이터였던 J씨를 두 달간 집요하게 찾아가 임시직이라도 좋으니 채용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주변의 미술계 인사까지 동원해 청탁 공세도 펼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신씨는 K미술관과 S미술관의 터줏대감 큐레이터를 하차시키고 그 자리를 꿰찬 셈이 됐다.

편완식 문화전문기자 wansik@segye.com





만남과 이별



신정아

동국대 교수·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2006년 3월 30일 서울신문


이 세상에 이별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삶은 만남과 이별의 방정식 속에서 끝없이 반복된다. 어른이 되면 부모를 떠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해 자식을 낳고, 언젠가는 나이가 들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도 작고 큰 감정의 교차 속에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게 된다. 때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픈 이별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이렇듯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다. 나는 전시장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일년에 수차례씩 작품과의 만남과 이별을 한다.

벌써 9년차 큐레이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새로운 작품들을 맞이하면 낯설어하고, 일정 기간 전시를 끝내고 떠나는 작품들을 보면 마음이 왠지 쓸쓸하다.

사람들은 큐레이터를 마치 미술관의 ‘꽃’인 양 부러워하기도 한다. 많은 미술대학 여학생들은 내가 하는 일에 종사하고 싶어한다. 나는 추천을 해야 할지 뜯어말려야 할지 모르겠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다니고, 작가들을 만나고, 작품들을 만나고, 그것들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하며 나는 늘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전시기획을 시작할 즈음에는 작품들을 전시장에 반입하고 나서는 충분한 시간을 거친 후에 설치를 시작한다.

며칠동안이라도 작품과 친해지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마음을 터놓고 가까워지면 나는 그들과 서로 소통하며 또 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가 소개하는 미술과 친구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날마다 더 많은 미술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한달 또는 두달 후 전시기간이 끝나면 이제 이별을 해야 한다.

나는 전시장 곳곳에 배어 있는 나의 작품들과의 소통의 흔적들을 되돌아보며 못내 아쉬움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작고 섬세한 곳들까지도 마음속 깊이 꼭꼭 여며두고 그들을 떠나보낸다.

이 세상에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있는 것은 없을까? 얼마전 나는 할머니를 떠나 보냈다.

아주 어렸을 적 할아버지를, 그리고 유학시절 아버지를 떠나 보낼 때도 우리는 왜 이렇게 헤어져야 하는지 너무 속상했다.

할머니는 유난히 아버지를 닮은 나를 사랑해 주셨다. 부모님께 혼이 날 때에도, 내가 억지를 쓰며 떼를 써도 언제나 할머니는 내편이 되어 주셨다. 우리 작은 강아지는 누룽지를 좋아한다며, 일부러 냄비에 밥을 따로 해서 내 누룽지를 늘 따로 챙겨 두셨다. 언제나 나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할머니가 어느새 가녀린 모습으로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나는 왈칵 눈물이 치밀어 올라 목놓아 울기까지 했다.

할머니 장례식은 꽃상여를 메고 전통방식으로 치러졌다. 하얀 명주옷을 고이 입은 채 입관한 할머니와 산소로 가는 긴 시간 동안 아름답고 슬픈 마음으로 할머니와 따뜻한 이별을 했다.

곡소리에 맞춰 달구질을 하는 동안 나는 새삼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이별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만남과 이별이 있으므로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지도 모른다.

이별이 있으므로 우리는 다시 만날 때에는 헤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만남의 소중함을 저버리고 서로 아우성 치고, 비방하며 억지 이별을 하기도 한다.

남을 가장 미워하는 사람은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며, 남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또한 가장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인연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나기도 하고, 만나고 싶지 않은데 만나게 되기도 하고…. 만남과 이별의 방정식. 나는 이제 다시 미술과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좀더 따뜻하고 행복한 미술을 선사하고 싶다.








[문화칼럼/신정아]‘동글동글과 납작 사이’의 한국美

  




작년 여름 동화 작가인 영국의 존 버닝햄이 서울에 처음 내한했을 때, 그는 한국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일본 사람들은 아주 납작(flat)하고, 중국 사람들은 동글동글(round)한 데 비해 한국 사람들은 뾰족한지, 아니면…?

며칠간의 서울 일정을 끝낸 작가는 “한국 사람은 ‘동글동글과 납작 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모나지 않고 아주 적당하지만, 흰색도 아니고 검정도 아닌 회색에 가까우며,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흐릿하지도 않은, 그렇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면이 넘치는, 어쩌면 납작한 일본과 동글동글한 중국, 그 사이에서 아주 실속 있는 민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단다. 그의 표현이 재미있었지만 정확한 지적에 순간 움찔하기도 했다.


얼마 전 뉴욕에 다녀왔다. 머무르는 기간이 마침 밸런타인데이 직전이어서 뉴욕타임스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여성이 남자친구에게서 가장 받고 싶은 밸런타인 선물은?’ 필자는 반지나 목걸이 등의 보석류나 속옷, 초콜릿 등의 선물을 예상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섹스’였다. 분주한 현대의 도시생활 속에서 물질적인 것보다는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뜻으로 읽혔다. 여러 문화가 섞인 혼성 문화 도시, 다국적 도시인 뉴욕이라는 지역적인 점도 반영됐을 것이다. 하지만 서구 사회의 자유롭고 솔직한 의사 표현이 발칙하고,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을 뻥 뚫리게 하였다. 또한 지극히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에서 아직 우리에게 나눌 수 있는 감정과 사랑이 있다는 것에 나는 또 한번 진지해질 수 있었다.


서울로 돌아온 나는 혹시 우리나라는 어떤가 찾아보았다. 나는 또 한번 놀라게 되었는데, 같은 질문에 대해 속옷도, 보석도, 섹스도 아닌 ‘상품권’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꼽혔다.


필자가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한국 현대미술의 특징이 뭐냐”고 물어올 때 참으로 난감해진다. 왜냐하면 한국 현대미술은 ‘동글동글과 납작의 사이’쯤에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광기가 넘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적이지도 않다. 뚜렷한 방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화롭고 소박하며 낙천적이다. 다만 경향적으로는 예술의 뿌리인 유럽보다는,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은 미국의 흘러가는 물줄기 위에 떠 있다.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은 ‘선’과 ‘형’에 있다고 더러는 말한다. 하지만 그 말만으로는 다른 나라 미술과 어떤 뚜렷한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흰색을 가장 좋아했다. 그것은 꾸미지 않은 천연미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연유로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더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나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는다. 예술은 순수함이나 자연미만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어서 그것을 잘 포장하고 각색해야 우리들 가슴속으로 파고들어와 울림을 주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꾸밈없는 성격으로, 지극히 인간적이고 순수한 그 무엇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급변하는 서양미술을 우리 나름대로의 색깔로 만들어 왔다. 이제 우리는 우리들의 물줄기를 스스로 찾아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에 관심을 가질 때다. 한국 미술의 정체성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옛것을 모범으로 새것을 창안해 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정체성’ 있는 한국 미술의 본모습이 아닐까 싶다.   --- 2006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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