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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 Fantasy Location *

2009.11.16 10:08

⊙ЯЁÐ⊙찰드 조회 수:688

extra_vars1 반란의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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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병선은 최근 또 한번 온드라의 게릴라 부대와 판타지 로케이션의 길드원들의 접전이 있었던 로미우 지방의 평야에 와 있었다. 웬만한 시체의 수거는 되어 있었지만 그게 완벽히 수거된 것은 아니어서 드문드문 남아있는 인간 파편에는 꽤 많은 수의 육식 동물과 몬스터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동물들이야 병선을 봐도 [사람인가 보다] 하는 표정(?)으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몬스터들은 확실히 [사람이다!]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 증거로 그들은 마치 디저트 후에 본 식사가 나온 것처럼 기뻐하며 달려들었고, 병선은 혼신의 힘을 다한 큰 마법 한방으로 간신히 이 사람고기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먹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슬슬 병선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육식동물들에게 기꺼이 몬스터 고기를 내준 병선은 작게 한숨을 쉬며 근처 숲 속의 개울을 찾기 시작했다.


개울 보다 더 좋은 호수가 보인다. 가만히 옷을 벗은 병선은 호수 안에 들어가 그 와중에 자신의 몸에 튄 몬스터들의 붉은, 더러는 시퍼런 피를 씻어낸다.


 


이럴때마다 병선은 살짝 쓸쓸한 기분이 든다. 어차피 혼자 숨어다니는 몸이니 뭐 언제는 쓸쓸하지 않겠느냐만은, 어릴적부터 엄한 일을 많이 당했던 병선은 사실 그런 느낌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러나 꼭 이렇게 개울이나 호수 등에서 몸을 씻을때만은 쓸쓸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이다.


아마도 마법사 길드 안에서 생활할때 견연 등과 함께 즐겁게 목욕을 하던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리라.


몸을 씻으며 물끄러미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어느사이 실팍하게 솟아있는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이런게 생기는구나. 병선은 괜히 신기해졌다.


견연이 우리 병선이 다 컷다며 장난스레 만지기도 하던 그 빈약하던 언덕이 언제부터 이렇게 내 눈에까지 보일 정도로 솟아오른거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으나 그 눈동자는 완전한 꼬마였던 시절의 자신이 그리워 당장이라도 젖어들어갈것 같다.


 


‘돌아가볼까...’


 


수십번도 더 했던 생각이다. 하지만 그리운 기억도 있지만 동시에 길드장과의 끔찍했던 기억도 있어 번번히 마음을 돌리던 그녀였다. 그러나 오늘은 또 한번 못된 도둑들, 그리고 살인청부업자에게 죽임을 당할 뻔한 뒤에 몸을 씻는 것이라 그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탁씨의 무덤을 스스로 부숴버릴때만해도 그녀는 무덤 속의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괴로웠던 과거를 잊고 당당하게 살아갈 것을 약속했었다. 마법사 길드를 나와서, 혼자의 힘으로 재물을 마련하고(도둑질도 혼자의 힘으로 얻는 것에 속한다면) 당당히 세상을 마주보며(법망은 예외지만) 아버지 처럼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게 되리라고 다짐했다.


 


순간 마음 속으로만 느껴지던 쓸쓸함이 병선의 얼굴 밖으로까지 퍼져나왔다.


 


히페인츠는 확실히 변하고 있었다. 탁씨가 좀도둑으로 능숙하게 법망을 피해다니며 언더그라운드의 많은 길드원들과 백성들을 사귀고 있을땐, 사실 히페인츠가 그만큼 공무원들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던 때라 가능했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통 정씨 가문의, 어리지만 당차기 이를데 없는 딸 정민이 다시 국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이제서야 참된 주인을 만났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대장군 김흥태와 그 밑에 기라성 같이 모여든 장군들과 궁성 기병들은 그 기강이 분명 예전 히페인츠와는 비교도 할수 없을 만큼 굳건했다.


 


힘들지 않을까.


 


탁씨가 살던 시대와는 분명 틀리다. 그점을 깨달은 병선은 몇번이고 큰 한숨을 내쉬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틀리지 않다. 실제로, 그때 한정완이 모른척 해주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검거되어 끌려갔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궁성 기병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분명 수도의 궁성경비대대의 일원이리라. 궁성 본관의 높으신 기병이 순찰 같은걸 하고 있을리는 없으니 경비대대 소속임이 분명했다.


그 사건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보던 병선은 갑자기 그를 다시한번 만나고 싶어졌다. 궁성기병 한정완 하사 라고 했던가. 궁성으로 찾아가면 혹시라도 그를 만날 수 있을까?


 


궁성 주변이라도 한번 기웃거려 보자. 멀리서 알아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병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순찰 중 다른 기병들과 함께 있을때 그와 마주치게 된다면 정완만 곤란하게 만들 뿐 이었으나 아쉽게도 아직 병선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처음으로,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양아버지인 탁씨 이외의 사람에게 “만나고 싶다”는 느낌이 든 것이기에 괜히 다른 생각이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간절해져 버렸다.


수도의 가는 길에 오랜만에 견연 언니도 만나봐야지. 재범 오빠도 잘 있을까? 다른 길드원 분들은? 연쇄반응으로 마법사 길드 사람들도 오랜만에 보고싶어졌다.


다시 고개를 살짝 내리자 자신의 언덕도 언덕이지만 물에 비친 왠 예쁘장한 하얀 장발의 여자 아이도 함께 보인다. 무슨 행복한 일이 있는지 그 얼굴엔 미소가 스며들어있다.


 


촤아악.


 


거칠게 파도를 일으키며 호수에서 나온 병선은 마르지도 않은 자신의 나시 로브를 다시 걸쳤다.


 


 



“도대체 대장군님께서 너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신 게냐?”


 


소대장과 중대장이 나란히 앉아있는 가운데, 중대장실로 불려온 정완은 곧장 중대장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므로 정완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최근 궁성에서 가장 크게 잡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궁성에서 가장 큰거?”


 


중대장과 소대장이 잠시 서로를 마주보다가 다시 정완을 보며 물었다.


 


“온드라 멸망 계획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걸 왜 너에게 말한거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대장군의 결정이므로 그것까지는 정완이 모를 수도 있을거라 대충 생각한 중대장이 다시 물었다.


 


“그럼 그 계획은 어떤 계획이라더냐.”


 


진작부터 예상했던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정완으 거침없이 대답했다.


 


“아직 확정난것이 없고, 또 궁성 본관 안에서만 비밀리에 진행될 작전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아니 그럼 대체 뭐야.”


 


소대장이 답답하다는 투로 나섰다.


 


“그런것도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고, 대장군님이 너한테 대무를 신청했었단 말이냐?”


 


“실력을 테스트 해봐야겠다는 말씀 뿐이었습니다.”


 


“실력? 너의 실력 말이냐?”


 


“예.”


 


중대장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정완을 노려보는 가운데, 소대장이 다시 말했다.


 


“실력으로 치면 궁성에 장군님들이 많을텐데, 왜 하필 이 경비대대의 10중대 4소대의 부소대장인 너지?”


 


“말씀드렸듯, 모르겠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짐짓 귀찮은 표정으로 손을 내저은 중대장이 말했다.


 


“뭐, 우리 자랑스런 10중대의 신참 부사관의 실력을 알아봄으로써 중대 전체의 전투력을 파악해내려고 하신 거겠지. 뭐, 혹시라도 대장군과 대무를 했었다는 걸로 괜히 빠지지 말고, 한층 더 숙이고 다니도록 해라. 나가봐.”


 


“조화.”


 


정완은 그들이 대장군과 검을 나누어봤다는 것에 대해 크게 질투를 내고 있다는게 뻔히 보였으므로 역시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성의없이 경례를 하고 중대장실을 나오려는데 곧장 뒤쫓아나온 소대장이 정완을 불러세웠다.


 


“벌써부터 군기가 빠진거냐? 중대장님께 경례가 그게 뭐야!”


 


정완은 역시 별 반응도 보이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


 


“하루종일 대장군님 앞에 있었더니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듯 합니다.”


 


“뭐야? 그걸 지금 핑계라고 대는거냐?”


 


정완도 이제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런때만 되면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당해왔던 수모가 어떤 것이었는지 새삼 정확히 깨닫곤 했고, 그 뒤에는 어김없이 울분과 분노가 치솟았다. 당신들이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죽였어. 당신같은 사람들이 바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원수야.


 


애석하게도 정완은 아직 23세 였고, 그런 식의 울분 까지도 참고 견뎌낼 수 있는 정신력이 아직 없었다.


정완이 눈을 소같이 뜨고 소대장을 향해 돌아서려는 그 순간.


 


삐익. 삐이이익-.


 


난데없이 경비대대 전체에 적색경보가 울려퍼졌다. 복도가 삽시간에 울긋불긋 해진다. 붉어졌다가... 다시 환해졌다가...


 


“뭐, 뭐지?”


 


소대장과 정완, 그리고 복도를 오가던 기병들이 당황해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가운데, 중대장실에서 중대장이 뛰쳐나오며 외쳤다.


 


“10중대 전체에 페스트 페이스(Fast Pace)를 발령한다! 페스트 페이스! 전 병력은 전투 준비하여 임펠의 서문으로 집결한다. 다시한번 말한다! 페스트 페이스! 전 병력 전투 준비하여 임펠 서문으로 집결!”


 


“페스트 페이스!”


 


“페스트 페이스!”


 


10중대 뿐이 아니었다. 경비대대 15개 중대 전체가 비상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하고 있었다. 만명 가까이 되는 기병들이 무기고 앞을 빠르게 일렬로 지나가면서 날렵하게 기병창 하나씩을 집어들고 곧장 서문으로 내달렸다.


 


“뛰어!”


 


정완의 소대인 10중대 4소대도 인원이 모이자 열을 맞출 것도 없이 긴급하게 서문으로 달려갔다. 온드라의 부대인가? 아니면 몬스터? 정완은 이를 악물고 페스트 페이스 라는 꽤나 드문 준비태세에 대해 온몸을 긴장시켰다.


저 멀리 서문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퀴에에엑!”


 


퍼벙!


 


갑자기 한줄기 괴성이 들려오면서 달려가던 기병들 한가운데 땅속에서 뭔가가 튀어올라왔다. 아니, 단순히 튀어오른 것이 아니다. 마치 자신의 위에 누군가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오르는 그 순간 한 기병의 상체를 정확하게 두쪽으로 갈라버렸다.


 


“아아악!”


 


사방으로 튀는 피. 기습을 받은 기병은 즉석에서 정수리까지 절반으로 갈라져버렸고, 주변에 있던 기병들이 크게 당황해서는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창들 거꾸로 잡아!”


 


순간 정완이 외쳤다. 그 외침을 들은 주변 기병들은 얼른 창날을 아래로 해서 거꾸로 잡았다. 그러나 워낙 병력이 많아 그 외침을 들은 기병은 얼마 되지 않았고, 다른 소대장이나 부소대장들은 아쉽게도 정완과 같은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다.


 


“놈들은 이미 들어와 있다! 땅을 조심해! 창 거꾸로 잡아!”


 


“창 거꾸로!”


 


한 기병이 황급히 창을 거꾸로 세워잡은 그 순간.


 


퍼벙!


 


“퀴에아악!”


 


그 기병의 몸을 두쪽으로 나눠놓을 목적으로 다시 튀어오른 몬스터는 땅을 향해있는 창날을 미처 보지 못하고 깊숙히 머리를 찔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는 이 대처로 목숨을 건졌지만 벌써 이 기습으로 수십명이 사망 내지는 중상을 입고 말았다.


서문에 이르기도 전부터 땅속에 숨어있는 몬스터들을 상대하느라 부대가 대 혼란에 빠져들자, 성문 위에 있던 기병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일부만 지상을 상대하고 전부 올라와 주셔야 합니다! 성문 밖에는 지금...!”


 


극심한 소란통에 어차피 그의 목소리는 묻히고 있었지만 그의 머리 쪽에서 짧지만 넓은 피의 파도가 터져나온 것으로 그 목소리는 완전히 멎어버렸다. 성벽 안쪽으로 힘없이 추락한 그와 함께 떨궈져 내려온 것은 스치기만 해도 중상을 입을 것 같아 보이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돌도끼였다.


 


“......?!”


 


이미 죽은 시체가 추락으로 인해 더더욱 기괴한 각도로 뒤틀려있는 것을 보자 이제 기병들은 안색이 새파랗게 되어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1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바로 눈 앞에서 동료 기병이 죽는 꼴을 수십차례나 봐버린 그들은 그냥 비명을 질러올리며 뒤로 돌아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았다.


 


“빌어먹을!”


 


그나마 사기가 남아있는, 정완을 포함한 기병들이 급히 성벽 위로 올라갔다.


 


“어우... 제기랄.”


 


성문 밖을 내다본 기병들은 잠시 할말을 잃어버렸다.


 


몬스터의 바다.


 


더이상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


 


성난 파도같이 서문 바깥의 평야를 완벽하게 덮고 있는 물결은, 그게 전부 몬스터였다. 이쪽은 경비대대가 총 출동하여 인원이 만명에 가깝건만, 그 수많은 기병들의 숫자가 초라해보일 정도로 몬스터들의 숫자는 천문학적인 것이었다.


 


“이... 이걸 다 어떻게 하라고?”


 


턱을 덜덜 떨고있는 한 기병이 그렇게 말했을때, 먼저 성벽위의 기병의 머리를 박살내어 놓았던 그 돌도끼가 다시 날아왔다. 이번엔 그 숫자가 한두개가 아니다!


 


“막아!!”


 


정완이 급히 외쳤으나 그 엄청난 걸 막으려드는 기병은 많지 않았다. 피하는게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이 돌도끼들을 막지 못한다면 성벽 안쪽으로 떨어진 돌도끼에 또다시 누군가의 머리가 박살나고 말 것이다. 정완은 이를 악물고 순간적으로 돌도끼의 옆면을 걷어 차 도로 성벽 바깥으로 떨궈버렸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병들이 그걸 그냥 피해버린 탓에, 어김없이 성벽 아래에서 또다시 머리가 반쪽으로 갈라지는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카아아아아!!”


 


꽃의 외형을 한 플라우리스들이 일제히 성벽 위를 향해 송곳니까지 달린 꽃봉오리를 펼쳤다. 앞으로 석달간은 꽃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것 같다.


 


투슉! 투슉! 투투투투...!!


 


스물스물 연기까지 피워올리는 타액들이 성벽 위 기병들에게로 날아왔다. 이번엔 돌도끼 처럼 피하기 좋게 알맞은 속도로 날아오는게 아니다.


 


“크악!”


 


“아아악!”


 


삽시간에 수십명의 기병들이 허물어졌다. 정완 역시 한대 정통으로 맞고 허리가 꺾여버리는 느낌을 받았으나 이를 악물고 자세를 바로잡아 두 팔을 치켜들었다.


 


“쏘는건 나도 할수 있다!! 플레임 에로우(Flame Arrow)!"


 


화아악! 그의 팔 주변에서 수십개의 불 덩어리가 폭발하듯 피어나오자 주변의 기병들이 입을 쩍 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마법?!”


 


“맙소사! 한 하사님!”


 


“한 하사! 자네...!”


 


정완은 그들에게 감탄할 시간이 있으면 빨리 뭐로든 반격할 생각을 하라고 고함을 질러주는 대신 거칠게 팔을 앞으로 뻗었다. 투화아아악! 수십개의 불의 화살이 몬스터의 바다 이곳 저곳으로 날아간다.


 


퍼버벙!


 


불의 폭발음을 등 뒤로 놓고 결국 성벽 위로 다리 다섯개의 광견병 걸린 개의 모습을 한 랜드로드와 그들의 친족이라 불리는 오거의 새끼 오글링 수십마리가 뛰어올라왔다.


 


“헉?! 이 높은 성벽을...?!”


 


“응전하라!”


 


그래도 정신을 차린 부사관과 장교들이 기병들을 독려하며 성벽 위로 뛰어오른 몬스터들의 퇴치를 명했다. 정완 역시 일단 눈 앞에서 달려드는 랜드로드의 배를 한창에 찔러 던져버리는 것으로 잠시동안 육탄전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멀리있는 약간 높은 언덕 위에서 임펠 서문의 그 어마어마한 광경을 보게 된 병선은 잠시동안 온 몸이 굳어버렸다. 그녀가 아직, 비록 16살 난 소녀이기는 하지만 저렇게 들판을 가득 메운 끔찍할 정도의 많은 몬스터들은 본 일이 없었다. 경악 반 울음 반 뒤섞인 얼굴로 미동도 못한채 그것을 바라보던 병선은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으나 그것은 단지 생각일 뿐, 실제로 그녀는 전혀 침착해질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일이...”


 


아스라히 보이는 성벽 위에는 성벽 위로 뛰어오른 몬스터들과 기병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으나 저래가지고는 저 몬스터들을 완전히 퇴치하는 것은 어림도 없어 보였다.


 


“아... 설마 저 속에 한정완 기병님도...”


 


물론 이 거리에서 기병들의 얼굴을 알아보기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하사의 신분이라면 분명 저런 대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것임은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당연한 것이다. 병선은 가까스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볼 수 있었다.


 


‘저 정도의 대규모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은 육탄전 만으로는 불가능해. 마법사 길드의 도움이 있다면 큰 피해 없이 퇴치가 가능하겠지만...’


 


지금까지 마법사 길드에서 자라오면서 본 바, 단 한번도 나라로부터 좋은 말을 들은 적이 없는 마법사 길드가 저 전투를 도와주리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들은 몬스터들이 성벽을 넘어들어와 마법사 길드 건물 바로 앞까지 육박해오지 않는 이상 절대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거기까지 병선이 생각했을 때였다.


 


퍼버벙!!


 


갑자기 성벽 위에서 철포가 아닌 거대한 불덩어리가 화려한 모양으로 쏘아져나가 몬스터로 뒤덮힌 대륙 한가운데에 작렬했다. 그 공격에만 당장 몬스터 10여마리가 온몸에 화염을 뒤집어쓰고 나가떨어지는게 잘 보였다.


 


‘마... 마법? 마법사 길드가 나서기 시작했나?’


 


그러나 성벽 위는 온통 기병 뿐, 마법사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병선은 곧 생각을 바꿨다. 저토록 많은 인파(?) 속에 섞여있는 마법사가 이 거리에서는 잘 안보이는건 당연하다.


병선 자신도 엄밀히 말하면 마법사 길드 사람이었다. 아니, 평범한 길드원이 아니라 아예 그녀에겐 마법사 길드는 자신의 집이었다. 따라서 마법사 길드가 참전을 시작했다면 자신 역시 저 광경을 못본척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닐것이다.


더욱이, 저 속에는 자신이 만나고 싶어하던 한정완이 섞여 있을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병선은 임펠 성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서문 방향이 아니라 몬스터가 없는 남문 근처의 성벽으로. 지금 저 몬스터들의 눈에 띄었다간 내일 아침의 태양을 영영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가까히 갈수록 가차없이 쏘아대는 철포 소리와 사람, 혹은 몬스터의 비명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정신 없이. 병선은 귀를 막고 싶었지만 귀를 막은 채로는 빨리 달리기가 힘들어질 것이므로 꾹 참고 열심히 달려갔다.


어느정도 성벽이 가까워졌을 때였다.


 


“크르르르...?”


 


기어코 한 몬스터에게 발각된 것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무시무시한 돌도끼를 들고있는 거대한 덩치의 트롤이었다.


 


“트.... 트롤...?!”


 


“크아아아악!”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 근처를 돌아다니는 몬스터가 그 트롤 하나뿐 이었겠는가. 몰려온 몬스터가 수천인데.


병선은 더 속도를 내서 죽어라고 성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성벽을 뛰어오를 수는 있지만 그러려면 성벽 바로 앞에 붙어야 했으므로 지금은 그저 달리는 방법밖에 없다.


 


“카아아아!”


 


바로 뒤까지 육박해온 트롤이 돌도끼를 집어던졌다. 병선의 반사신경으로 그것을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그 바람에 힐끔 고개를 돌리게 된 병선의 눈에 보인건 추가로 달려오는 수십마리의 몬스터들이었다.


병선은 이를 악물었다. 성벽까지 도착하려면 결국 트롤에게 따라잡힐 것이다. 병선은 똑바로 서서 캐스팅에 들어갔다. 아예 여기서 한차례 공격으로 주춤하게 만들고 달아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광양술(光陽術)”


 


번쩍! 병선의 몸 전체에서 어마어마한 빛이 터져나왔다. 그 엄청난 빛은 당장 바로 앞의 트롤을 실명시켜버렸고, 저 멀리서 달려오던 몬스터들 조차 잠시동안 눈을 비비며 허우적거리게 만들 정도였다. 자신을 보던 몬스터들을 모조리 그 지경으로 만들어버린 병선은 곧바로 다시 손을 들어 트롤을 가리켰다.


 


“광폭술(光爆術)”


 


퍼벙! 트롤의 주변에 터져나온 빛의 폭발에 마구 휩쓸린 트롤이 기어이 저 멀리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거대한 덩치가 땅바닥에 대책없이 나뒹구니 그 타격음도 꽤 굉장했다. 그러나 트롤이 쓰러지는 것을 제대로 확인 할 겨를도 없이 병선은 다시 곧장 몸을 돌려 달려가, 기어이 성벽을 뛰어넘어 임펠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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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겜 내용이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