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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polarbearjmg 바하카프 10회

2009.11.08 23:54

영원전설 조회 수: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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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결계를 풀자마자 이아브 녀석이 질풍노도의 기세로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성급한 행동이라 치부하고 싶지만 막상 자신도 끌려가듯 방 안에 발을 놓는다. 사정없이 뛰는 자신의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다. 이 대륙에선 이제 보기 힘든 제 정신 박힌 누마다. 게다가 길드에 결속돼 있다면 백이면 백 그때의 전쟁의 포로. 또한 정신이 아직 남아있던 그 때의 누마들은 모두 청옥의 눈으로 넘겨졌다고 하니, 그들이 찾은 이 누마는 전쟁 이후 행방불명 됐던 그 녀석이 틀림없다.


흑혈광전에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바로 그 녀석이다. 놈을 도륙하기 위해 인생의 반을 투자한 그들이다. 가슴이 진정될 리 없다. 올 날이 왔다는 기쁨에 몸이 미세하게 떨린다.


물론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흑혈광전에서 악명을 떨쳤던 놈이다. 그 때의 놈이었다면 이 인원으론 생채기 하나 내지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 그 놈과 괴인의 싸움에서 유추하건데 지금의 그 놈은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님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해 볼만 하다. 어차피 이 날을 위해 살아왔던 몸이다. 이때가 아니라면 또 얼마나 긴 시간을 소비해야 다시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문제는 방 안이다. 여기까지 내려왔건만 목표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방안에 있는 사람은 오직 그들 뿐. 그 놈들이 있어야 했었을 자리엔 먼저 들어간 이아브만이 그 큰 덩치에 걸맞는 대검을 휘두르며 주위를 맹렬히 둘러보고 있을 뿐이다.



“어이, 무레이! 여기가 정말 맞는 건가?”



문 쪽으로 돌아보며 이아브는 그를 향해 매섭게 다그친다.



“너도 보지 않았나. 누마는 그 여자와 같이 있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땐 분명 이 방 안에 있었어.”



“그럼 대체 이 안 어디에 있다는 거야! 한번 그 눈깔로 주위 좀 둘러 봐라, 우리 말고 이 방안에 또 누가 있는지!”



안 그래도 날카로운 신경에 이아브의 짜증 섞인 투덜댐이 겹치니 인내심이 빠르게 고갈된다.



“입조심해라, 네놈. 참아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



동시에 작은 불꽃을 손위에 소환 했다. 불꽃은 마치 날벌레 마냥 그의 손 주위를 뱅글뱅글 돈다. 불빛으로 비쳐진 이아브의 눈이 약간 흔들린다.



“오루의 말대로 그 여자에게 새로 표식을 새기는 게 좋지 않았을까?”



급격히 악화되는 분위기에 개의치도 않고 제브가 불쑥 끼어든다. 그의 목에 그어진 상흔을 보자 오루를 반토막낸 그 괴물이 생각나 기분이 한층 더 더러워진다.



“지금 그렇게 말해봤자 소용없지. 그 여자가 이런 식으로 엮일 줄은 몰랐으니까.”



한 번 더 추적 주문을 읊조렸다. 조금 움직였지만 아직 이 건물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다. 자신 정도의 마법사에게 추적 마법을 각인당할 상대라면, 마나의 흐름과 미숙한 구성 정도만을 익힌 초짜. 개인식별이 가능한 결계와 함정 구성은 칭찬할 만하지만 애초에 그 정도는 견습마법사도 시간과 노력만 들이면 충분히 구축할 수 있는 수준의 마법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간파해 내지 못할 고위마법으로 이곳을 빠져나갔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 도시의 거리를 잘 아는 미숙한 마법사가 밀실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나 있을까?


뻔 한 얘기다.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지 않을까?”



퓨류히를 시켜 주변에 문 같은 것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말할 참에 바로 그 퓨류히가 말도 안 돼는 소리를 지껄인다. 덕분에 입가에 번지던 미소가 바로 얼어붙는다.



“애초에 명령받은 대로 대기했어야 했잖아. 아무리 그 녀석일지도 모른다지만, 이렇게 우리끼리 치고나간 건 너무 경솔했어. 찾아 내봤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인가? 차라리 상부에 녀석의 행보를 보고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상부에 언제 보고하고 언제 사람을 모아서 언제 녀석을 찾아? 지금 이렇게 찾아낸 것도 행운인데, 이런 기회가 또 다시 올 것 같아?”



“두 번 말하게 하지마라. 대체 찾아서 뭘 어쩔 거냐고? 개죽음밖에 더 하겠어? 너희들이 무슨 이유로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난 그녀석이 뒤지는 꼴을 보기 위해 들어 왔다. 싸우기 위해 들어온 게 아니야. 게다가 일단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잖아? 둘로 나눠서 한 쪽은 상부에 보고하고 또 한 쪽은..”



“어이.”



이아브가 험악한 목소리로 퓨류히의 말을 가로 막았다.



“흘려들을 수 없는데, 그 말. 지금 우리들의 힘만으론 부족하단 소리 아냐? 네가 네 힘을 못 미더워 하는 거야 내 알바 아니지만, 네가 네 잣대만으로 개죽음이니 어쩌니 하는 건 무지하게 불쾌한데.”



“진심인가? 정말로 우리만으로 그 녀석을 죽일 수 있다고 믿는 거야? 네 그 무식하기만 한 검술론 그 녀석에게 가까이 가지도 못할 거다. 뒤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그 무식한 검술 맛 좀 볼 테냐, 네놈.”



이아브의 손이 그의 대검 자루에 향한다. 동시에 퓨류히 역시 자신의 품속에 있던 단검 두자루를 꺼냈다. 한숨밖에 안 나오는 상황이다. 지금 빨리 쫒아가도 모자란 상황에 별 헛짓거리들이나 벌이고 말이다. 어찌됐든 더 이상 시간지체도 용납이 안 되고 쓸데없는 인력소모는 더더욱 사양이다. 일단은 간단한 마법으로 두 놈을 적당히 조진다음에..



“여유가 넘쳐흐르는 군. 자기들끼리 싸울 정도의 정신머리가 있는 걸 보니.”



단숨에 두 연놈들에게 향했던 마법을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돌렸다. 본래 그 둘의 주의를 돌릴 목적의 무해한 주문이었지만, 그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살기에 대한 그의 공포가 영창한 마법에 표출돼 무서운 속도로 목표에 부딪혀 강렬한 빛을 일으킨다.


생각지도 못한 난리에 멍 때리는 놈들을 무시하고 제대로 된 마법을 읊조린다. 그 쇠를 긁는 듯 한 기분 나쁜 목소리는 잊을 수가 없다. 아까 영창한 그 엉성한 마법으론 그 놈에게 상처하나 남겼을 리 없다. 만약 그가 그 마법으로 약간이나마 당황했다면, 조금의 승산, 아니, 적어도 달아날 수 있는 시간이라도 벌 수가..



갑작스런 끔찍한 고통과 함께 주위에 요동치던 마나의 감각이 사라졌다. 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아래를 내려다본다. 뭔가 부자연스러운 것이 그의 가슴에 튀어나와 있다. 이건..



“다시 만나서 반갑다, 제군들. 헌데 사냥감 추적하는 기술이 형편없군. 덕분에 더 멀리 도망가 버렸잖아. 쓸모는 없을망정 방해라도 하지 말 것이지, 쯧쯧.”



서 있을 수 없다. 그의 폐가 공기대신 피로 가득 채워진다. 가슴은 물론이고 입에서도 새빨간 피가 쏟아진다. 시야가 희미해지고 몸의 감각조차 잊혀져간다.



“음? 어이, 그렇게들 떨지 마라.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너희들의 그 엿 같은 삶이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도움이 된다는 거다. 꽤나 헌신적이잖아, 응? 크크크..”



세상이.. 어두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