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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polarbearjmg 바하카프 9회

2009.10.21 13:19

영원전설 조회 수: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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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생각해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그 곳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이름만을 생각해 낸 건 의미가 없을지도.



 


  “흑빛고룡성채라니. 바스크는 그 곳이 어떤 곳인지나 아는 거야?”



 


  조금 머리가 아파와 잠시 머리를 흔드는데 피넬이 딱딱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글쎄.”



 


  “어이없어, 정말.”



 


  질린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가까이 있는 상자 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 정말 모르는 거야, 그 유명한 곳을?”



 


 머리를 흔들었다. 막연히 가봐야 할 곳이라는 곳 밖에는. 그리고..



 


  “바스크가 대충 뭐하다가 온 사람인지 대충 감이 잡히는 걸.”



 


  피넬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윽, 뭐야, 그렇게 기대하지 마.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니까. 흑혈광전에 대해 알면 누구나 기억상실증에 걸린 누마가 뭐하다가 그렇게 됐는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어. 확실할지야 난 모르지만.”



 


  “흑혈광전이란 건..”



 


  “드라코니아 제국이 열심히 몸 불리다 데바론, 벨후사핀, 그리고 마호르 연합군에 처절하게 박살난 전쟁이 그거야. 흑혈이란 드라코니아의 흑혈기사단을 칭하는 것이고. 이 기사단의 활약이 대단해서 그 전쟁을 그리 칭한다고 하는데, 오죽했으면 광전이라고 했겠냐만.”



 


  “.. 그렇다고 치지. 나와는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가?”



 


  “흑혈기사단의 4와 5사단은 모두 누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



 


  .. 이 다음 얘기가 그리 좋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생각난 걸까. 뭔가가 가슴속에서부터 올라오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기도 한데 아직 그 윤곽조차 떠 올리지 못한다.


  허나 피넬의 이야기에서 하나쯤 짐작이 가는 것은 있다.



 


  “그 드라코니아 제국이란 곳은 인간의..?”



 


  “누마들이 그런 걸 세울 정도의 인구도 없을테고, 글쎄, 옛날 옛적엔 몰라도 그럴 생각이나 있을까. 그래. 분명 드라코니아는 인간들이 세운 나라야. 근데 그 인간들의 나라에서 누마만으로 이루어진 기사단이 나왔어. 용병 같은 게 아니고 잘 훈련되고 무장한 누마들이 말야. 사단이라고 말하기엔 좀 적은 수지만 그 숫자만 투입해도 조그만 나라는 그 역사를 다한다는 말도 안 돼는 얘기야. 뭐, 어쨌든 기사단이란 게 그런 식이니까 3대국이 뭉쳐서 그렇게 짓밟은 거겠지. 그럼 누마들은 도대체 왜 그 제국의 기사단에 편입해 남의 나라, 아니, 전혀 관계없을 타 종족의 침략전쟁에 일조했을까?”



 


  “.. 좋은 이유였으면 하는군.”



 


  “이유 같은 게 있을 리 없지. 강제였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잡아와 정신을 유린해 오직 전장만을 추구하는 인형. 그게 드라코니아의 누마.”



 


  검은 폭풍이 진군한다. 갑옷과 무기가 쩔렁이고 그들이 밟는 대지는 자욱한 흙먼지를 토해낸다.



 


  “하지만 어린 누마들만을 가지고 연대를.. 아니, 대대라고 해야 되나. 하여튼 그 정도의 숫자를 만들 순 없다고. 누마들이 어디 가서 펑펑 쏟아져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들도 아이들이 납치당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도 않을 테니까. 어렸을 때부터 교육시킨다고 해도 원하는 대로 커가지도 않을 테고 거역하진 않을 까 불안하기도 했겠지.”



 


  그들의 얼굴에 핏기가 가신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건 전쟁도 뭐도 아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연금술과 마법을 조합한 정신세뇌.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꽤나 성과가 좋았나봐. 물론 누마에게 가는 부작용에 대해선 전-혀 생각도 안한 듯 하지만. 그쪽으로선 생각 할 필요도 없었겠지..”



 


  흙더미의 파도가 태양을 가린다.



 


  “... 성채는.. 해서.. ”



 


  .. 끈적하게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핏물이 사방에.



 


  “.. 이봐, 어이, 이봐, 바스크. 괜찮아?”



 


  눈을 몇 번 깜빡인다. 익숙해 졌다고 할까, 오늘 밤엔 특히 많이 보이지만 마치 병장기들이 부딪칠 때 터지는 강열한 불꽃마냥 기억의 파편들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곤 사라진다. 문제는 한번 지나간 파편들은 대부분 전혀 기억이 안 나고 스쳐지나가는 그 순간에 조차 자신이라는 존재와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 다는 것.


  .. 그러고 보니 그는 어떻게 갑자기 흑빛고룡성채라는 곳을 기억해 냈을까.



 


  “.. 미안하다. 잠시, 음.. 꽤나 상세하게 알고 있군.”



 


  그녀가 가늘게 눈을 뜨며 흘겨보다 이내 퉁명스런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여행 같은 거 생각하고 있다면 기본이야. 짐도 짐이지만 어디를 지나쳐야 목적지에 좀 더 빨리, 편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도착 할 수 있는지, 여행길에 무엇을 조심해야 하고 어디를 피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또 중간 중간에 마을과 도시들에서 식재료등도 조달해야 하고, 자세히 정도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폭넓게 알고 있어야 필요 이상으로 고생을 안 하지. 때문에 흑혈광전은 싫어도 알아야 할 지식이야.”



 


  눈에 물음표를 달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 전쟁, 꼭 알아야 되는 건가?



 


  “역시 안 듣고 있었어!!”



 


  캭 소리를 지르며 분노한다. 차라리 처음부터 중간에 못 들었다고 할 걸 그랬다.



 


  “.. 미안하다.”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나름 사과했으나 피넬은 이미 입에서 불을 뿜고 있다.



 


  “그.러.니.까! 바스크는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곳을 목적지로 정했는지 전-혀, 요-오만큼도 자각을 못하고 있어! 드라코니아 제국이 무너지고 나서 삼대국들이 얼마간 풍지 박살난 그 일대를 바로잡으려 나름대로 애썼다 하지만 주인을 잃은 다수의 마법 병기들이나 괴물들이 발광하고 누마들은 그들대로 오랫동안의 강제적인 세뇌에 미쳤는지 거의 짐승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변해서 여기저기 뒤집어엎는데다 설상가상으로 그 요란에 사람들은 정착할 곳을 잃어서 도적질산적질흉적질마적질화적질비적질등등등으로 먹고 사는 절대무법지대! 그게 옛 드라코니아 제국 중심부의 현실이야. 그런 곳을 목표로 힘차게 ‘자, 출발!’ 할까보냐!”



 


  “.. 그렇다 해도 내게 선택의 여지같은 건 없지 않나. 게다가 나 혼자 간다면 특별히 네게 가는 해는 없을 터.”



 


  "그야..!“



 


  성을 내며 피넬이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날카로운 소리가 공간을 찢었다. 동시에 찾아오는 극도의 공허함.


방안의 공기가 탁해진다.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장소에 대한 낯설음. 사면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몰려오는 불안감. 불과 수초 전만 해도 은신처라 생각했던 이곳은 전장으로 변모했다.



 


  “결계가 깨졌어.”



 


  피넬이 입술을 깨물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 그 남자인가?”



 


  “누구든지 간에 좋지 않아. 나름대로 꽤나 공들여서 세운 결계였다고. 저쪽에 제대로 배운 마법사가 있단 말이지. 정말, 무기광에 이번엔 마법사라니, 인기 좋네, 바스크.”



 


  “그다지 유쾌한 종류의 인기는 아니군.”



 


  주위를 둘러본다. 장소는 지하, 주위는 벽, 입구는 하나 뿐. 좋게 생각하자면 방어하기 좋은 곳이고 나쁘게 생각하자면 사면초가다.



 


  “.. 그래서, 그 결계라는 것은 결국?”



 


  “이곳을 숨겨주고 기억되지 않은 타인을 배제하며 결계가 뚫렸을 경우 신호를 보내주는 마법으로 구축한 방벽 같은 거야. 만드는데 한 달은 족히 걸렸는데 너무하네.”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 소음과 함께 공간이 약간 흔들렸다.



 


  “정말 쉽게도 들어오잖아! 좀 봐달라고!”



 


  “결계를 많이도 해 놨나보군.”



 


  “함정이야! 결계는 바깥문과 저 문 밖에 구축하지 않았다고! 이대로 가면..!”



 


  공간이 다시 한 번 뒤흔들린다. 고막을 뒤흔들었던 그 날카로운 소리가 다시 그 불쾌한 비명의 단말마를 토해낸다. 결계라는 틀을 잃고 무너지는 마나의 흐름은 이내 거센 파도가 되어 방안을 휘젓는다.


  동시에 하얀 로브의 인영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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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랜만입니다.  만 2년만에 돌아온 영원전설이라 합니다.  아직도 제가 아는 분들이 활동하고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이제 20대

중반을 치닫으니 현실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네요.  근래에 우연찮게 생각나서 한 번 들렸는데 아직까지도 추천을 달아주신 분들이

너무 고마워서 이제까지 조금씩 조금씩 썼던 걸 마저 올립니다.  아마도 이걸 꾸준히 쓸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아직까지도 읽

어주셨던 분들이 너무 고마워서...  연재가 얼마나 빠를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다시 하겠습니다 ㅜ_ㅜ  


p.s. 그나저나, 저 아직도 작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