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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 Fantasy Location *

2009.09.29 02:37

◈ÐÆЯΚ◈찰드 조회 수:679

extra_vars1 반란의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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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재산을 슬쩍 해 간 좀도둑 탁병선을 죽여주시오. -2만셀(2억 5천만원)]


 


바로 얼마전 돈 있는 집 학우를 괴롭히고 금품을 갈취해온 불량아 남, 녀를 처리해버린 여인이 들고있는 문서의 내용이었다. 그녀는 뚫어져라 그 문서를 내려다보더니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문서를 허공으로 휙 던졌다.


 


삭! 사삭!


 


검광이 번쩍이기를 두어차례. 문서는 조각조각 갈라져 바람에 의해 흩어져버렸다.


그렇다. 그녀는 정완에게 얼굴을 들키고 1년간 감금되어있었던 조승애였다.


 


‘탁병선이 누굴까?’


 


자신이 누구라고 밝힌바는 없으나 분명 의뢰자는 귀족일 것이다. 승애는 피식 웃었다. 살인청부업자를 잡아들여야겠다고 앞장서서 떠들어대더니, 결국 또 살인청부업자의 손을 빌리려 하는군. 그러나 탁병선이 누굴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일단 자신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의뢰자가 도둑의 이름을 알고 있으니 좀도둑질을 한두번 해온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자신이 이름을 모르다니. 도대체 어떤 녀석이길래.


 


승애는 잠시 녀석을 찾아보기 위한 이동 경로를 생각해보기로 하고 적당히 한 지붕 위를 골라 드러누웠다. 얼마전엔 그렇게 폭우를 쏟아대더니, 오늘은 달빛까지 유난히 밝다. 당장 구름한점 없는 하늘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달은 드러누운 승애의 몸의 윤곽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승애 특유의 가벼운 작업복(?) 밖으로 상당부분 노출되어 있는 승애의 살결은 달빛을 그대로 반사시키듯 반짝반짝 부드러운 윤기를 내뿜었다.


 


살짝 옆으로 돌아누우니 도시의 길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늦은 밤이라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골목. 성격이 살짝 변한 탓일까. 승애는 자신이 그런 거리를 바라보면서 잠깐이나마 쓸쓸함을 느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러한 골목에 인기척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나타난 것은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머릿결을 가진 소녀였다. 어두운 골목 안에서 달빛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가는 그 모습은 신비로우면서도 어딘지 귀신같이 보이기도 했다. 복장도 머리카락과 어울리게도 똑같은 흰색이었다. 로브 같으면서도 어깨와 앙가슴 부위를 시원하게 파버린 꽤나 노출도가 높은 희한한 로브였다.


 


“너냐?”


 


그림자로 완전히 가려져있던 한쪽 담벼락에서 갑자기 험상궂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걸음을 멈춘 소녀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저한테 볼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덩치 좋은 사내 3명 이었다. 가뜩이나 가녀린 소녀의 몸은 사내들의 바로 앞에 서게되자 더더욱 작아보였다.


 


“실력이 꽤 좋다고 하던데. 어때? 오늘은 우리와 협력해서 큰거 하나 건져보지 않겠나?”


 


“큰거라면...”


 


한 남자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꽤 고풍스러워 보이는 집을 가리켰다.


 


“우리 정보망에 의하면 저 집에는 패물상자를 따로 만들어 뒀다고 한다. 풍문만 정리해봐도 어마어마한 값어치가 있다고 하더군.”


 


“근데 보안이 상당해. 몰래 가지고 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


 


소녀가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죠?”


 


“네가 1차적으로 저 집을 습격해주면 된다. 아무거나 간단한거 하나 슬쩍 하면 분명 집안 사람들이 다 달려나와서 널 뒤쫓겠지. 그러면 우린 그 사이에 패물상자를 가지고 나오겠다. 어때? 할수 있겠나?”


 


“어렵진 않네요. 그러면 그렇게 했을때 제게 돌아오는게 뭐죠?”


 


한 사내가 교활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3명이고, 넌 1명. 그럼 총 4명이니까, 4분의 1을 주지.”


 


“좋군요.”


 


소녀가 즉시 행동을 개시하자, 그때까지의 다소곳한 품행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재빠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고양이와도 같은 몸놀림으로 담벼락 안으로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지켜본 승애의 눈이 커졌다.


 


‘빠... 빠른데?’


 


이 동네에는 꽤나 실력 좋은 도둑들이 많군, 하며 턱을 짚고 흐음... 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승애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되면 왠지 자신들이 더 바빠질것 같다.


일은 삽시간에 처리되었다.


 


“도둑이야!”


 


당장 집안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소녀는 들어갈때보다 한층 더 빠른 동작으로 다시 담장을 넘어 도망나왔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지갑처럼 보이는 작은 물체가 들려져 있었다.


대문이 활짝 열리고 가족들이 달려나왔다. 그리고 승애는 그런 틈을 타 뒷마당 쪽의 담을 넘어 집안으로 침투해들어가는 그 사내들을 볼수 있었다.


 


‘아주 호흡이 잘 맞는군 그래. 이것이 도둑들의 세계인가.’


 


그 집안의 가족들은 소녀를 찾아 어두운 골목 안을 (도둑이야! 도둑, 도둑!) 해매고 다녔으나 소녀의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벌써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뒤였다. 상황을 지켜보던 승애는 다시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바로 그 집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아냐...’


 


승애는 마치 만만치 않은 적이라도 만난 것처럼 마른침을 삼켰다.


 


‘그냥 도둑이 아냐, 저 애. 분명 뭔가 유명한 녀석일거야.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도 빠를 수가 있는거지? 더구나, 도둑질 한 집 지붕 위가 가장 안전하다는 것은 또 어떻게 알고...’


 


승애가 심상치 않은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때 집의 뒤쪽을 힐끔 내려다본 소녀가 곧 지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사내들이 패물상자를 건져내 오는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가보자.’


 


이후 결과가 궁금해진 승애는 곧장 다른 집 지붕으로 이동했다. 과연 집 뒤에서는 소녀와 사내들이 패물상자를 열어보고 있었다.


 


“와... 죽이는데!”


 


사내가 군침을 흘렸다. 그러자 다른 사내가 그를 향해 뭔가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턱으로는 소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그럼...”


 


소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방금까지 엄청난 동작을 보여주고도 자신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것처럼 태연하기 짝이 없는 얼굴이었다.


 


“4분의 1을 주세요.”


 


“........”


 


갑자기 사내들이 소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잠시동안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다가 상당한 악을 품은 말투로 소녀에게 말했다.


 


“꼬마야. 감히 지금 우리한테 ‘요구’를 한거냐?”


 


“거래죠. 아까 4분의 1을 준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허허... 이년이...”


 


흔히 있는 상황이지. 승애는 사내들의 너무도 뻔한 반응에 배를 잡고 웃고싶어지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었다.


에그, 유치한 녀석들.


한 사내가 소녀의 가녀린 어깨를 턱 움켜잡았다.


 


“그럼 오늘 밤 우리랑 멋진 밤을 보내도록 하지. 그러면 4분의 1을 주마.”


 


“당신들은 나한테 거짓말을 한거군요?”


 


“이년 봐라!”


 


곧장 사내들은 소녀를 세 방향에서 둘러쌌고, 승애는 소녀를 도와줄까 하다가 그만두고는 이후 벌어질 소녀의 운명에 명복을 빌며 그냥 하늘을 향해 누워버렸다. 귀를 막고 싶어지는군. 잠시 후면 소녀의 고통과 쾌감이 뒤섞인 매우 음란한 신음소리가 들려올테지.


왠지 달빛도 어두워지는 기분이었다.


 




“응?”


 


한정완과 함께 순찰중이던 기병중 한명이 갑자기 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다른 기병이 그를 돌아본다.


 


“왜 그래?”


 


“...지금 무슨 소리 안들렸습니까?”


 


“소리?”


 


기병들이 걸음을 멈추자, 정완도 그들을 돌아보았다.


 


“도둑인가?”


 


“글쎄요. 도둑이 내는 소리 치고는 왠지 소란스러운듯 했습니다만...”


 


그 기병은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뭔가 부딪히는 소리와 여성의 짧은 비명소리가 다시한번 울려퍼진 것이다. 그 목소리를 들어보면 이제 겨우 10대 중반에 어린 소녀임에 틀림 없었다.


 


“성폭행?!”


 


“빌어먹을...! 다들 침착해. 포위진형으로 은폐이동 하라!”


 


정완과 5명의 기병들이 눈에 불꽃을 튀기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무슨 짓이죠!”


 


소녀의 동작이 아무리 재빠르다고 해도 이렇게 가까이서 둘러싸여 있는데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사내의 거친 손에 붙잡혀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 그는 병선의 양 어깨를 눌러 눕힌 자세로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버릇없는 꼬마에게 벌을 주는거지. 헤헤... 우리가 누군지 알고 그렇게 건방을 떨었나?”


 


“노... 놓아주세요! 이 나쁜 사람들...!”


 


“헤헤헤... 귀엽게도 외치는구나. 어디 마음껏 저항해봐. 네가 목소리가 크면 저 도둑맞은 집 가족에게도 네 목소리가 들리게 되겠지? 우린 도둑을 잡았다고 하면 그만이고. 안그래?”


 


“......!”


 


생각지도 못한 협박이었다. 실제로 저들에게 모습을 보인건 소녀 뿐이었다. 이로써 소녀는 저항조차 할수 없는 약점을 사내들에게 잡혀버린 꼴이었다. 소녀의 얼굴에 절망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흐흐... 이거 먹음직 스럽네.”


 


“야. 난 그렇게 급한 생각 없으니까 망을 봐주지. 둘이 얼른 먹고 나머지만 나한테 넘겨.”


 


“알았어.”


 


망을 보겠다는 사내가 돌아서자, 당장 사내 두명이 소녀를 덮치며 그 하얀 나시 로브를 거칠게 벗기기 시작했다.


 


“꺄아아...!!”


 


바로 그 순간이다.


 


“커헉!”


 


갑자기 망을 보던 사내가 두 다리에서 피를 쏟으며 허물어졌다. 깜짝 놀란 두 남자는 소녀의 몸을 유린하려던 동작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확!


 


“걱정마. 곧 너도 알게 돼.”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기병 둘이 무서운 속도로 좌우에서 달려들어 망을 보던 남자의 두 다리를 찔렀고, 일을 진행중인 두 남자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마치 그 동작을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좌우에서 창이 하나씩 튀어나와 그들의 턱을 겨누었다. 턱을 베어버릴 듯이 압박해오는 창에 두 사내가 멈칫 하는 사이, 다시 한 기병이 도대체 어떻게 한건지 두 남자 밑에 깔려있던 소녀를 끌어안고 몸을 솟구쳐 사내들로부터 빼내어 버렸다.


 


5명의 기병이 정확하게, 거의 동시에 움직여 불과 2, 3초 만에 상황을 종료시켜 버린 것이다.


 


소녀의 음란한 소리를 감상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승애는 왠 둔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깜짝 놀라 다시 몸을 일으켜 현장을 내려다보았다. 도대체 언제 온건지 5명, 아니 6명의 기병들이 사내들을 완벽하게 제압해버린 상태였고, 소녀는 그중 한 기병의 품에 안겨 안전하게 빠져나와 있었다. 승애는 신기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오늘 참 대단한걸 많이 보는군. 스타디 영지로 와보길 잘했는걸.”


 


6명의 기병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기병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좀도둑이나 건지겠거니 했는데 이건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군... 강간범이라니.”


 


그리고 정완은 무서운 얼굴로 한 사내의 멱살을 잡을 듯이 손을 움직움직 거리며 말했다.


 


“네놈들이 제정신이냐? 도대체 뭣 때문에 저렇게나 어린 여자아이를 성폭행 하려 한 것이냐?”


 


“아, 악명 높은 도둑을 잡았을 뿐입니다. 오해입니다!”


 


한 사내가 일단 우겨보자는 심정으로 외치듯 말하자, 그 옆에 다른 사내가 기어이 발설하고 말았다.


 


“그, 그렇습니다. 저년은 바로, 저어기 저 집을 털었던 그 유명한 좀도둑, 탁병선 입니다!”


 


순간 승애의 눈이 두배로 커졌다. 탁병선? 지금 분명히 탁병선이라는 이름을 들은것 같은데? 승애는 잠시 자기 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방금 저 소녀를 막 벗기고 있었던건 어떻게 설명할거지?”


 


“그건... 붙잡으려고 몸싸움을 벌이던 도중에 우연히 그렇게 된 것입니다. 저, 저흰 오히려 도둑을 잡은 선량한 시민들입니다!”


 


“더 지껄이지 마! 그냥 베어버릴지도 몰라!”


 


두 사내의 목에 창을 겨누고 있던 기병이 이를 갈며 외쳤다.


 


“그건 누가봐도 강간하려는 거였어. 저 애가 도둑인가 아닌가 하는건 둘째 치고, 일단 너희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다이렉트야. 일어나! 더러운 놈들.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저렇게 어린 아이를 함부로 건드려?”


 


그리고 다른 기병이 정완에게 말했다.


 


“더이상 입 섞어 말할 가치가 없는 놈들입니다. 바로 영주성으로 연행 하겠습니다.”


 


“응. 그렇게 해.”


 


기병 한명당 사내 한명씩을 붙들고, 다리를 찔린 사내는 이번엔 항문을 찔러 주겠다는 기병의 협박이 있자 부리나케 일어서서는 절뚝거리며 따라갔다. 그렇게 기병 세명이 사내들과 함께 사라지자, 남은 정완과 두명의 기병이 병선을 바라보았다.


 


“괜찮습니까?”


 


그녀를 구한 기병의 도움으로 곧 다시 원래의 몸가짐을 되찾은 병선은 두려운 눈을 하면서도 “일단” 고개를 꿉벅 해보였다.


 


“저... 고... 고마워요... 정말... 큰일나는줄 알았어요...”


 


“다친곳은 없습니까? 저희가 일찍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군요.”


 


“저... 부소대장님.”


 


한 기병이 정완에게 말했다.


 


“이 소녀가 정말 그 좀도둑 탁병선 이라면... 마찬가지로 붙잡아야 하는것 아닙니까? 최근에는 대신들이나 귀족들의 재물에도 많이 손을 댔다고 들었습니다만...”


 


“음...”


 


정완의 얼굴에 잠깐이지만 난처함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 심정은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승애도 마찬가지였다. 기병들은 반신반의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승애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소녀가 바로 탁병선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까 자신이 봤던 그 믿을 수 없는 동작들은 뭐란 말인가.


 


그러나 지금 탁병선을 저 기병들이 붙잡아간다면 탁병선을 죽이기가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다.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 병선을 조용히 바라보던 정완은 문득 고개를 가로저었다.


 


“탁병선이 아닌것 같다.”


 


“네?”


 


정완이 기병들을 돌아보며 나무라듯이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 너희들. 그 이름높은 좀도둑 탁병선이 이런 어린 소녀라고? 아무리 봐도 그저 힘없는 여자아이 일 뿐이잖나.”


 


“하지만 아까 그 범인들은...”


 


“아무렇게나 둘러댄 이름일테지. 탁병선 정도 되는 도둑의 이름을 들먹이면 우리가 놀랄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음... 확실히...”


 


잠시 소녀를 바라보던 기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이렇게 어린 소녀일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뭐... 탁병선이 당장 의심나는 사람을 모두 잡아다가 밝혀내야 할 만큼 중범죄자인 것도 아니고... 그럼 이대로 영주성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그래. 일단 그 사내놈들 일부터 처리하고, 다시 앞서 간 애들과 합류해서 계속 돌기로 하자.”


 


그리고 정완은 다시 고개를 돌려 병선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병선과 눈높이를 나란히 하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많이 놀라신 모양이군요,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요?”


 


“네... 아, 저... 네... 고... 고마워요...”


 


확실히 병선은 공포에 질려있었다. 방금 사내들에게 험한 일을 당할 뻔했던 탓도 있지만, 그 뒤에도 또 도둑임이 발각되어 기병들에게 체포될 뻔했던 상황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승애는 더이상 반신반의 할 필요가 없었다. 기병들은 병선을 바라보고 있는 정완의 표정을 보지 못했으나, 높은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승애에게는 정완이 기병들 몰래 병선에게 한쪽 눈을 찡긋 해보이는 것이 확실하게 보인 것이다.


 


“그럼, 앞서 연행해 간 그 범인들의 처분을 위해 저흰 먼저 가봐야겠습니다. 어두운 길목이라 위험하니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곧장 정완은 몸을 돌렸다. 말할것도 없이, 정완은 병선이 바로 그 도둑 탁병선 임을 눈치 챈 뒤였다. 분명 이 스타디 영지에 떠돌이 좀도둑 탁병선의 집이 있을리 없고, [집 까지 바래다 주어라] 라는 명으로 기병 한명을 붙이게 된다면 들통나버릴게 뻔하다. 그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정완은 일부러 남은 두 기병을 모두 이끌고 곧장 영주성으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병선이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길이 없었으나 승애는 여기서 또 한번 확신을 얻었다. 궁성 기병이 피해자인 어린 소녀를 저렇게 길에 그냥 내버려두고 간다고? 훗. 말도 안되는 소리. 승애의 눈은 예의 그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변해갔다.


 


“하아...”


 


혼자 남겨진 병선은 공포감을 떨쳐버리려는듯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곧 바로 옆 건물 지붕 위로 올라가 드러누웠다. 달빛이 구경할만한 어린 사슴같은 몸매가 또 하나 늘...


반대로 승애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더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다.


 


“........!”


 


삽시간에 몸을 날려 땅에 내려선 승애는 곧장 병선이 올라간 건물 지붕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그 기척을 느낀 병선이 흠칫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바로 다음 순간, 달빛을 가리며 나타난 검은 실루엣이 더 잡담 할것도 없이 무서운 속도로 병선을 향해 검을 찔러왔다.


 


‘검?!’


 


놀라기부터 하려는 병선의 머리보다 생존본능을 가진 병선의 몸이 더 빨리 움직였다.


 


콰가각!


 


날쌔게 병선이 피해버리고, 덕분에 맨바닥을 찌른 승애는 즉시 몸의 중심을 잡아 병선을 마주 노려보며 대치상태에 들어갔다.


 


“역시 빠르군.”


 


“이번엔 또 누구시죠...? 아까 그 남자들과 한패인가요?”


 


“길게 잡담을 나눌 시간은 없어. 단답형으로 대답해주지. 아냐.”


 


“당신은 누구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사람.”


 


“...그래요? 그럼 이렇게 물어볼께요. 왜 날 죽이려고 한거죠?”


 


“넌 내 사냥감이니까.”


 


승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줄은 몰랐군, 탁병선... 네 활약은 아까부터 쭉 지켜보고 있었지.”


 


“....!”


 


병선의 눈이 커졌다. 이 여인은 자신이 탁병선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렇게 빠른 널 상대로 방심할 마음은 없어.”


 


“왜... 도대체 왜...”


 


병선은 연속적으로 공포스런 상황이 계속 터지자 결국 눈시울이 젖어들어갔다.


 


“왜 이렇게까지 날...!”


 


“도둑질도 적당히 했어야지... 특히 돈 많은 집 사람들은. 그들은 얼마든지 마음에 안드는 사람 있으면 우리한테 의뢰를 할 수가 있거든.”


 


“.......”


 


훌쩍이던 병선이 갑자기 적의를 가득 담은 눈초리를 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방이 죽은듯 고요한 새벽이라 그 목소리는 잔뜩 집중해서 병선을 지켜보고 있는 승애에게는 그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그러나 그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캐스트?!’


 


승애의 눈에 커졌다.


 


‘이녀석... 마법도 있었나!’


 


바로 검을 치켜들었으나 병선이 더 빨랐다.


 


“암광술(暗光術)”


 


콰광! 병선에게서 터져나온 괴상한 색깔의 빛덩어리는 피할 틈도 주지않고 승애를 덮쳤다.


 


“크악!”


 


그 기묘한 충격에 승애는 간신히 비참하게 나동그라질 뻔한 것을 버텨내었다. 아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바로 병선에게 돌격해 들어갔다.


직접 상대해보니 병선의 동작은 승애가 멀리서 눈으로만 보던 것 이상이었다. 날렵하게 승애의 검을 피한 병선이 되려 자기쪽에서 승애에게로 돌격해 들어왔다. 어느샌가 그 손에는 날카로운 단검이 들려져 있었다.


 


‘보통 내기가 아닌데...?!’


 


병선의 대거를 쳐낸 승애는 잠시 병선과 육탄전을 벌이면서, 자신 역시 계속 본 실력을 숨기면서 싸울만한 상대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다!’


 


순간적으로 병선과 거리를 벌린 승애는 검을 쥐지 않은 왼손을 치켜들었다. 그 팔뚝에 파지직 거리며 전류 뭉치가 생겨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병선 쪽에서 당황해버렸다.


 


‘마법?!’


 


“뇌격술(雷擊術)!”


 


병선을 향해 뻗어진 팔을 통해, 맞으면 매우 아플것 같아 보이는 전류 덩어리가 삽시간에 병선을 후려쳤다. 공격마법을 정통으로 맞고도 버텨낼 힘이 있었던 승애와는 달리, 병선은 보기에도 불쌍할 정도로 비참하게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그런 틈을 놓칠 승애가 아니었다.


 


“깔깔깔! 잘가라, 2만셀짜리!”


 


이 일격에 병선의 목을 가를 수 있다고 확신하며 내지른 소리였으나, 병선은 순간 죽을힘을 다해 옆으로 몸을 굴렸다. 덕분에 승애는 또 바닥을 내리치게 되었다.


 


“크윽...!”


 


저려오는 손목을 한차례 쩔쩔 흔들어낸 승애는 이를 갈며 절뚝거리며 일어서고 있는 병선을 노려보았다.


 


“놓칠것 같에?!”


 


다시 도약. 병선의 바로 앞까지 육박해와서 날쌔게 내리쳤으나 병선은 다시 단검을 들어 가까스로 승애의 검을 막아내었다. 승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너 보통이 아니구나. 그 상태에서 이걸 막아내?”


 


“.....제발...!”


 


병선의 애원하는 듯한 눈빛을 싹 무시하고 승애가 다시 검을 놀렸다.


 


“어디 언제까지 막아낼 수 있나 볼까!”


 


연달아 거칠다면 꽤나 거친 일이 터진 이후라, 병선에게는 계속해서 승애의 공격을 막아낼 체력이 없었다. 아니,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도 병선은 어디까지나 어린아이였으며, 승애는 살인청부업계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실력자라, 그 싸움은 처음부터 몹시 병선에게 불리한 싸움이었다.


 


카각!


 


거칠게 부딪히는 장검과 단검. 사용하는 무기 자체가 벌써 이야기가 되질 않는다. 실제로 승애의 검은 아직 쌩쌩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병선의 단검은 거의 톱날이 되어가고 있다.


옆으로 날아드는 승애의 검을 내리쳐 막은 병선이 순간 발을 헛디뎠다.


 


“헉...!”


 


‘빈틈!’


 


내리쳐진 자신의 검을 아예 한바퀴 돌리며 다시 병선의 머리를 내리친다.


 


“아학....!!”


 


기묘한 숨소리. 병선은 숨이 막히는 것도 무시하고 무리한 자세로 상체를 뒤로 빼었다. 덕분에 목이 날아가진 않았지만 대신 또다시 볼품없이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승애는 잡담 없이 바로 다시 찔러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병선이 노린게 있는 듯, 다시 승애쪽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설마?!’


 


“광력탄(光力彈)”


 


투캉! 빠른 속도로 병선의 손에서 쏘아져나간 빛의 탄환이 방어를 위해 세워든 승애의 검을 찔러들어갔다. 그 생각보다 강력한 타격에 승애는 몇발 뒤로 물러나게 되었으나 역시 가까스로 쓰러지진 않았다.


문제는 마법을 시전하고 곧바로 돌격해 들어오는 병선의 단검이었다.


 


“이게!”


 


잇소리를 내며 병선의 일격을 막아내긴 했으나 이미 병선은 단검으로 승애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성공시킬 생각을 버린 뒤였다. 승애가 막아내면서 기울어진 몸을 완전히 한바퀴 돌려, 혼심의 힘을 다해 승애의 상체를 걷어찼다.


 


“크악!”


 


이번엔 제아무리 승애라도 나자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재빨리 정신을 추스르고 일어나려 했으나 병선은 다시 캐스트 중이었다. 괴이하게도 그녀의 단검은 그녀의 가슴 높이에서 둥둥 떠있었다.


 


‘.....?!’


 


“기광도(奇光刀)”


 


순간 떠있던 단검이 엄청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승애는 다시한번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건 또 뭐야...!”


 


파앗!


단검이 정확히 승애에게로 날아가고, 승애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콰과과광!


 


그러나 문제는 폭발이었다. 단검만 피해서 반격을 준비하려던 승애는 예상하지 못한 그 폭발에 휩쓸려 몸 곳곳이 그을리고 말았다. 그것도 모자라 함께 터져나온 빛 때문에 또 한동안 눈이 부셔서 눈을 가리고 있어야했다.


잠시동안 눈의 고통과 몸 곳곳의 고통을 삭히고 있던 승애는 순간 아차 싶었다.


 


“네 이년...!”


 


욱 하며 병선이 있던 자리를 돌아보았으나 이미 병선은 그 자리에 없었다.


 


“..........”


 


망연자실.


 


승애는 도저히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음을 깨닫고 꽤 오랫동안 멍청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병선은 일류 살인청부업자로부터 성공적으로 도망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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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학♡


연재가 많이 느리군요 ^_^♡ (하트 치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