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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 Fantasy Location *

2009.08.28 04:51

◈ÐÆЯΚ◈찰드 조회 수:799

extra_vars1 반란의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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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실력이 괜찮아.”


 


마찬가지로 일(?)을 끝내고 방금 돌아온 듯한 한 남자가 기지로 들어서는 여인을 맞이했다. 바로 와딘 마을을 순방 중이던 귀족 유강권을 죽인 그 여인이었다.


남자는 짧게 나 있는 턱수염을 쓸며 다시 말했다.


 


“주변을 호위하던 사병들과 측근들을 단 한명도 다치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확하게 유강권을 갈라버리다니... 내가 사람은 잘 봤지.”


 


“그새 봤나요.”


 


여인이 톡 쏘는 듯한 목소리로 묻자 남자는 뜻모를 미소와 함께 부드러운 여인의 양 어깨를 짚었다.


 


“우리들은 다 지켜보잖아... 특히 너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크거든.”


 


“그래봐야 사람 죽이는 일인데. 마치 굉장한 사명감이 동반되는 일인양 말하지 마시죠.”


 


“훗...”


 


그리고 여인은 남자의 손을 뿌리치듯이 몸을 돌려 기지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극랑도 방금 돌아왔는데... 마침 너도 돌아왔구나. 수고했다.”


 


기지 안쪽 사령실. 이극랑이란 방금 기지 입구에서 여인을 맞이한 사람이다. 여인은 여전히 싸늘한 얼굴로 사령실 내 큰 책상에 앉아있는 중년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별거 아니더군요, 마스터.”


 


중년의 남자는 이곳 살인청부업 비밀기지의 마스터인 강성제. 그는 가만히 책상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여인에게 다가왔다.


 


“조승애.”


 


“.......”


 


여인은 말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다음 의뢰가 떨어졌다.”


 


“히페인츠에는 정말 누굴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군요.”


 


“어쩔 수 없어. 워낙 썩은 나라라서.”


 


그리고 의뢰서 한장을 던져주었다.


 


[도둑 주제에 근처 다른 도둑들 위에 군림하며 거만한 척 하길 즐기는 대도 신상수를 처단해 주시오. -40만 퍼셀-]


 


의뢰서의 내용이다. 승애는 슬쩍 눈을 들어 성제를 쳐다보았다.


 


“신상수라면...”


 


“수완이 좋은 대 도적이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만 믿고 다른 도둑들 위에 서려고 하는 모양이야.”


 


“결국 이런 청탁이 들어오는군요. 그런 대도를 죽이는건 좀 아까운데.”


 


“의뢰는 한 녀석은 상수에게 지배받기를 거부하던 한 도둑이다. 대체적인 정보는 녀석이 불었어. 신상수는 평소 라이기르 영지에 몸을 숨기고 있는 모양이다.”


 


“다녀오죠.”


 


그리고 승애는 성제가 더 말할 틈도 없이 사령실을 빠져나왔다.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성제는 허탈한 웃음과 함께 중얼거렸다.


 


“얼굴은 곱게 생겨가지고... 어쩌다 저런 표독스런 성격이 됐을까...”


 


 



임펠(Impel).


 


“10중대 전체 차렷!”


 


궁성 경비대대의 연병장 한가운데에선 10중대의 중대기병들이 모여있다. 구령대 위에는 대장군 김흥태 및 여러 장수들이 서 있고, 그 앞에는 한 기병이 서 있었다.


 


“아.”


 


간단한 제식이 끝나고 흥태가 눈 앞의 기병, 그리고 연병장에 열을 맞춰 서 있는 여러 기병들을 향해 말했다.


 


“새로이 10중대 4소대의 부소대장을 맞이하게 되어 기쁘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부소대장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겠다.”


 


흥태 앞에 서 있는 기병이 아무래도 신임 부소대장인 모양이었다.


 


“다들 잘 알다시피, 4소대 부소대장 백재민 중사는 온드라의 게릴라 부대와 싸울때 장렬히 전사한 바 있고, 그 후에는 한동안 부소대장이 없어 지휘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능한 신입 부사관이 부소대장으로 임명되니 10중대, 특히 4소대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새로운 생활을 맞이할 수 있게 될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흥태의 뒤를 이어 옆에 있던 4소대장이 장부 하나를 펼치더니 내역을 읽어나간다.


 


“신임 부소대장 한정완 하사로 말하면, 라이기르 영지가 고향이며, 어릴때부터 경비대원 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잇고자 학문을 닦고 무술을 수련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아, 재작년 정석원 장군님의 주도 하에 열렸던 궁성 경비대원 모병 시험에 응시, 전체 1위로 대상 합격을 하였으며, 작년 부사관 학교에서마저도 다른 생도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성적으로 수석 졸업을 한 바 있다. 더더욱 판타지 로케이션 길드 길드장이 궁성으로의 등용을 추천한 바 있고, 국왕 전하와 대장군님 이신 김흥태 대장님께서 함께 이와같은 전적과 성적을 인정, 이제 자랑스러운 우리 4소대 부소대장으로의 임명을 결정하게 되었다.”


 


“오오오...!”


 


생각했던것보다 과거가 화려하자, 연병장에 모여있던 기병들 사이에서 감탄이 터져나왔다.


 


“입궁을 축하하네. 앞으로 잘 해보세.”


 


흥태가 손을 내밀자, 그 앞에 서 있던 신임 부소대장이 정중한 동작으로 마주 손을 내밀었다.


 


“하사 한정완!”


 


라이기르 영지의 영웅, 한원양의 아들이었던 바로 그 한정완 이었다. 어느덧 22살의 청년이 되어있던 한정완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 원양보다 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영지의 경비대원이 아닌 궁성 경비대원이 되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임명식이 끝나고, 일단 그날의 임명 절차를 모두 마친 정완은 기병 숙소에서 나와 임펠의 거리를 걸었다. 벌써 임펠의 거리를 본지도 1년도 더 넘어가건만, 라이기르 영지와는 또 틀린 수도의 거리는 좀처럼 익숙해지질 않는다.


 


자연히 걸음이 멈춰진 곳은 판타지 로케이션 길드 정문 앞이었다. 황수현이 타도 온드라를 외치며 설립한 이 길드는 현재 궁성에서도 우대가 대단하였다. 그만큼 온드라는 나라의 골칫거리였고, 그런 온드라를 견제하는 일을 전문으로 떠맡고 나선 판타지 로케이션 길드의 등장은 히페인츠로서는 엄청난 플러스였다.


때문에 길드 마스터인 황수현은 궁성의 장군들 사이에서도 꽤나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되어 있었다.


정문을 지키던 길드원 두명이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보고 터벅터벅 걸어와 앞을 막았다.


 


“누구십니까.”


 


“......”


 


이런것도 궁성과는 틀린 것중 하나. 궁성 기병들은 정확하게 두명이 동시에 창을 겨누지만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 길드원들은 그런 제식이 따로 없어 어슬렁 어슬렁 다가와 앞을 막아서는게 꼭 무슨 조폭 같다.


 


“궁성 경비대원 한정완 하사입니다. 길드 마스터는 지금 안에 있나요?”


 


“오... 정완님 이십니까? 어두워서 못 알아뵈었습니다.”


 


길드원들이 얼른 길을 비켜주며 말했다.


 


“안에 계십니다. 정연님도 함께 계실겁니다.”


 


“고마워요. 수고들 하세요.”


 


정완보다 6살이나 어린 정연도 정완을 따라 함께 수도에 올라와 있었다. 더 찾아볼 것도 없이, 길드 건물의 넓직한 정원에서 혼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정연이 보였다.


 


“오빠!”


 


정연은 정완이 보이자 반가운 얼굴로 벌떡 일어나더니, 똑바로 달려와 정완에게 폭 안겼다. 6살이라는 적지만은 않은 나이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엄마 아빠를 모두 잃은 정연에게 있어서 정완은 오빠이기도 하지만 거의 부모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역시 애정 가득한 얼굴로 정연을 가득히 품어안아준뒤 물었다.


 


“왜 혼자 있어? 수현이는?”


 


“으응... 안에 있긴 한데 좀 답답해서. 정원에서 밤공기나 쐴까 하고 나온거야.”


 


“응. 그래. 들어가자. 아니면 여기 계속 있을거니?”


 


“아니. 오빠랑 있을래. 난 그게 더 좋아.”


 


피식 웃어버린 정완은 행복한 얼굴로 자신의 팔을 끌어안는 정연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길드원들에게 정완, 정연 남매는 이미 믿을 수 있는 친숙한 친구가 되어있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길드 마스터가 벌써 정완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마스터. 정완님이 오셨습니다.”


 


정완 남매를 안내해 온 길드원이 먼저 수현의 방으로 들어가 보고하자, 수현은 역시 반가운 표정이 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그래? 들어오라고 해.”


 


“예.”


 


길드원이 나가고 곧 정완 남매가 들어섰다. 수현은 빙긋이 웃으며 앞에 있는 소파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고 남매가 앉자 바로 정완에게 물었다.


 


“소감이 어때?”


 


정완이 씁쓸하게 대답했다.


 


“좀 그렇다.”


 


“그럴줄 알았어.”


 


수현도 아쉬운듯 한숨을 쉬었다.


 


“너 정도 되는 애가 겨우 신참 부사관 이라니. 장군들도 너보다 못한 녀석들이 많을텐데.”


 


“......”


 


대강 상황 파악이 된다는듯 정연도 걱정스러운 눈으로 정완을 바라보았지만, 정완은 짐짓 기운차게 웃어보였다.


 


“그래도 어쩌겠어. 이미 내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여러번 들었고, 우리 아버지의 일도 내 눈으로 직접 본 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냐.”


 


“돈 많고 빽 있는 놈들이 낙하산 타고 내려와 중책에 앉는건 당연한거고,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은 출생에 가로막혀 마음껏 재능을 펴보지도 못하니 원. 이런건 얼른 바꿔야돼.”


 


“그만 해. 누구 듣는 사람 있으면 어쩌려고.”


 


정완이 주의깊게 말했으나 수현은 피식 웃어버렸다.


 


“여긴 괜찮아. 궁성보다는 보안이 강하니까.”


 


한 길드원이 가지고 들어온 시원한 차를 한모금 들이키려다 결국 꿀꺽꿀꺽 다 마셔버린 수현은 빈 잔을 그 길드원에게 내밀었다.


 


“한잔만 더 갖다 줄래요?”


 


“아, 예. 저기, 정완님과 정연님 께서도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십시오.”


 


“아뇨.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정연은 냉큼 입을 열려다 정완이 먼저 그렇게 말하자 깜짝 놀라서는 얌전해졌다. 정완이 먼저 다른 일을 물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궁성이 귀족 암살에 대한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는데.”


 


“일반 백성들 죽어나갈땐 눈 하나 깜짝 안하다가 살인청부업자들이 손 대는 규모가 커지니까 불안해진 거겠지.”


 


“살인청부업자라고?”


 


정완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살인청부업자의 짓이란 말이야? 단순히 원한에 의한 암살이 아니고?”


 


“원한에 의한 거라고 봐도 돼. 원래 살인청부업자가 누구 의뢰 받고 일하는 놈들이니까.”


 


“아아... 그렇군. 그런데 어떻게 살인청부업자의 짓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거지?”


 


수현이 조용히 말했다.


 


“우린 길드야. 궁성처럼 높은 놈들만 모이는 곳이 아니니까 귀족의 소문이건 천민의 소문이건 별의별 소식이 다 모이는 곳이지. 아마 마법사 길드도 살인청부업자 라는걸 알고 있을걸.”


 


“아하...”


 


정완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현이 다시 말했다.


 


“놈들의 특성을 알고 있다면 간단해. 수법이 굉장히 신속하고 정확하게 목표물만 제거하고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지. 목표를 제거하는 과정에 있어서 분명 호위대와도 충돌이 있을텐데 호위대 전원 사망 사례가 없어. 게다가 직접적인 원한에 의한 암살이라면 분명 흔히 그렇듯 [내 아버지의 원수! 죽어랏!] 비스무리한 대사라도 한마디 날릴텐데 그런것도 전혀 없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원한이 아니라는 말이 돼. 여기까지만 알면 벌써 청부업자의 짓이라는거, 정답이 나오잖아.”


 


“과연... 그렇구나.”


 


정연은 입을 딱 벌렸고 정완도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리고 마법사 길드도 그 정도 생각은 하고 있을테고?”


 


“그렇겠지. 머리 쓰는데에 있어서는 여기보다는 나을거 아냐.”


 


“그 생각은 결국 궁성만 못하고 있는 것이군.”


 


“.......뭐... 그런 셈이 돼나.”


 


수현이 허탈하게 웃어보였다.


 


“청부업자의 공적에 대해선 난 별 관심 없어. 최근 우리가 궁성과 함께 추진중에 있는 다른 일거리가 있어서 말이야.”


 


“다른 일거리? 어떤?”


 


정완이 되묻자 수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온드라 섬멸.”


 


“...뭣?”


 


생각보다 큰 일거리(?)에 정완의 표정에 긴장감이 떠오른다.


 


“온드라 섬멸?”


 


“응. 아예 멸망시켜버리려고.”


 


정연도 이미 들은바는 있었지만 정완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다시한번 듣는 원대한 계획에 자연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정완이 다시 말했다.


 


“어떤 계획이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건 없어. 나도 대장군님 한테만 말해둔 상태니까. 구체적인 방안은 대장군님이 결정 하시겠지. 얘기는 내가 꺼냈지만 더 적극적으로 의논에 응해온건 대장군님 이었으니까, 조만간 소식이 있을거야.”


 


“과연...”


 


정완이 부럽다는 눈으로 수현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크게 노는구나.”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 우리 길드는 바로 그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일어섰으니까.”


 


수현은 짐짓 사나운 눈을 하며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내 부모님 뿐만 아니라... 많은 히페인츠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그 인간 같잖은 놈들은... 반드시 내 손으로 처리한다. 그게 아직까지 내가 살아있는 이유야.”


 


 



라이기르 영지.


 


정완의 고향인 이곳엔, 전에 유강권 이라는 귀족을 노릴때와 같은 매서운 눈빛이 숨어있다.


살인청부업자 조승애.


대도 신상수를 처리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라이기르 영지로 숨어들어 관찰하기를 약 사흘. 가장 수상쩍은 건물 하나를 점찍어 두는데에 성공한 승애는 근처의 높은 건물 옥상에서 말 없이 그 건물 입구를 노려보고 있었다.


문득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과연 승애로군. 저 건물 어딘가에 신상수가 있다는걸 벌써 알아내다니.”


 


이극랑이다. 승애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딱 이틀만 밤 새서 지켜보면 알아요.”


 


“그것도 쉬운건 아닐것 같은데...”


 


무심코 뭔가 잔소리를 하려던 극랑은 곧 상대가 승애임을 알고는 관두기로 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이제부턴 어떻게 할 셈인가.”


 


“이쪽에서 신상수의 행동을 조종하면 되요.”


 


극랑의 눈이 커졌다.


 


“상수의 행동을 조종한다고?”


 


“건물 지하에는 상수의 비밀 창고가 있어요. 놈을 그리로 들어가게 만든다면 남의 눈에 안띄게 처리해버리기도 쉬워지겠죠.”


 


“하지만 어떻게 들어가게 만든단 말인가.”


 


승애가 비웃는 듯한 얼굴로 극랑을 돌아보았다.


 


“나보다 청부업 오래 했을텐데 별로 노련하진 않네요.”


 


“그렇다고 치고, 자네 계획을 들어보지.”


 


승애가 입을 열려다 문득 그 건물 입구에서 한 꼬마가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고개를 되돌렸다.


 


“직접 보여드리죠.”


 


그리고 곧 몸을 날렸다.


그 높은 건물에서 이 난간, 저 파이프 등을 차례로 밟고 지상에 착지한 승애는 가만히 그 꼬마에게 다가갔다. 그간의 관찰이 정확했다면, 이 꼬마는 분명 상수와 함께 있었던 적이 있는 꼬마다. 망을 보러 나온 것인지 아니면 상수의 심부름을 가는 것인지는 몰라도 지금은 그게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꼬마야.”


 


승애는 꽤나 험상궂은 어조로 꼬마를 불렀다. 꼬마는 깜짝 놀라고는 공포스러운 얼굴로 승애를 올려다보았다.


 


“여기에 혹시 신상수 라는 사람이 사냐?”


 


“어... 어... 아뇨. 누군데요?”


 


이런 대답이 나왔다면 이제는 확실하다. 승애는 없으면 말라는 식으로 고개를 돌렸고, 꼬마는 승애가 다른 곳으로 가려 하자 냉큼 몸을 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승애가 이제 건물 뒤쪽으로 이동하려 하자 역시 극랑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무슨 생각인가?”


 


승애가 조용히 말했다.


 


“저 꼬마는 분명 상수를 알아요. 내가 사나운 어조로 물어봤으니 이제 꼬마는 들어가면 상수에게 수상한 사람이 아저씨를 노리고 있다 라는 식으로 얘기하겠죠. 그러면 상수는 아지트를 들켰다고 판단하고 보물창고에서 가장 값 나가는 것만을 싸들고 아지트를 옮기려고 할거예요. 그때 보물 창고를 덮치면 됩니다.”


 


“과연.....!”


 


극랑이 감탄해 마지않으며 말했다.


 


“하수는 타이밍을 뒤쫓고, 중수는 타이밍을 노리고, 고수는 타이밍을 만든다고 하더니... 네가 바로 그렇구나.”


 


“이제 내쪽 걱정 할 필요 없으면 본인 할일로 돌아가시죠.”


 


그 말을 남기고 승애는 당장 봐두었던 반지하 창문으로 이동했다.


보물 창고로 들어가는 길도 그녀는 충분히 조사를 해두었다. 반지하 창문은 밖에서 보면 그냥 먼지만 쌓여가는 폐사무실로 보이지만, 그건 단순한 창문 위조일 뿐, 속은 상수의 보물창고가 틀림없다.


승애는 무턱대고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허술함을 보이진 않았다. 더구나 상수의 보물창고 라면 창문에 분명히 부비트랩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미리 가져온 판자를 앞으로 내밀고 창문을 연다. 물론 잠겨있었지만, 승애에겐 잠금쇠로 채워진 창문을 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투확!”


 


아니나다를까, 열려진 창문 사이로 뭔가가 빠르게 튀어나왔다. 판자를 방패로 하여 총알과도 같은 그 쇠뭉치를 막아내고, 승애는 검을 뽑아든채 창문안으로 바로 뛰어들어갔다.


 


“헉?”


 


가장 값 나가는 것을 챙기고 있던 상수는 창문으로 뛰어들어온 승애를 보고 기절초풍 할듯이 놀랐다.


 


“누... 누구냐?! 어떻게 여기에?”


 


“아까 그 꼬마가 친절하게 이 창문을 알려줬다면 믿겠나.”


 


“이... 익!”


 


상수는 손에 잡히는 날카로운 것을 승애에게 집어던졌으나 승애는 우습다는 듯이 검으로 그것을 옆으로 쳐내고는 돌격해들어갔다.


 


“아악!”


 


단칼에 상수의 목이 떨어졌다. 상수의 최후를 끝까지 지켜본 승애가 곧장 자리를 뜨려는 순간 정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충분히 예상한 일이다. 그 자리에서 꿈쩍 말아라!”


 


창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선 것은 다름아닌 궁성 기병들 이었다. 어떻게 라이기르 영지에 궁성 기병들이 돌아다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자신의 범행을 눈치 채고 매복해 있었다는 사실이 더더욱 모를 일이었다.


 


“칫...!”


 


승애는 다시 날렵하게 창문으로 빠져나갔다. 만일에 대비해 한 팔로 얼굴을 가린 체였다.


 


“놓칠것 같나?”


 


역시나 그 창문 바깥에는 라이기르 영지의 경비대원들이 포위한 채로 대기중이었다. 승애의 눈이 커지는 순간 위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움직이지마!”


 


그리고 동시에 터진 폭탄. 콰과과광!


폭발의 위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지만 연막탄의 효과는 상당했다. 그리고 연기가 차츰 사그러들 때에는 이미 승애는 그 자리에 없었다.


 


“빌어먹을...!”


 


창고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궁성 기병 부대의 우두머리는 혀를 찼다.


 


“...동료가 하나 더 있을줄은 미처 몰랐네.”


 


“부소대장님. 주변을 좀더 수색해보는건 어떻습니까?”


 


한 기병의 질문. 부소대장이라 불린 그는 기병을 돌아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워낙 잽싼 놈들이라 이 도시를 몽땅 들어내서 찾는다고 해도 헛일이다. 이미 이 도시엔 없을거야. 상수의 시체는 내가 직접 영주님의 성까지 옮기겠다. 두어명만 따라와.”


 


정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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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악 ;ㅅ; 13회는 과연 언제쯤?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