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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yswichard * Fantasy Location *

2009.06.25 22:33

찰드 조회 수:784 추천:1

extra_vars1 반란의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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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데...’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국현과 병선이가 마주할때를 감시하던 탁씨는 이젠 당혹감을 감출수가 없어졌다. 도무지 이상한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병선이는 절대 없는 말을 할 아이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국현이의 행동은 그러한 낌새가 조금도 보이지 않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엿보던 자세를 접고 옥상 벤치에 다시 기대앉은 탁씨는 고민에 잠겨들었다. 병선이에게 다시 지금 상황에 대해 물어보아야 하는가? 어쩌면 그런걸 일부러 물어보는 것은 병선이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지?


옥상문이 다시 벌컥 열린다. 탁씨는 깜짝 놀랐으나 재범임을 알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노크좀 하고 들어오려므나!”


 


“옥상문에 노크를요?”


 


재범의 눈이 동그래지고, 탁씨는 자신의 말에 당황하더니 이내 피식 웃어버렸다.


 


“농담이다. 바람쐬러 나왔느냐?”


 


“아뇨. 탁씨 아저씨라면 이 시간에 반드시 여기서 오늘 밤에 갈 곳을 탐색중이실 것 같에서 올라와 본거죠.”


 


“...과연 너구나. 적절한 예측이었다.”


 


재범이 피식피식 웃으면서 탁씨 옆에 와서 앉았다.


 


“그런데 몹시 놀라시던데... 무슨 고민중이셨나요?”


 


순간 탁씨는 재범에게도 국현과 병선이의 분위기에 대해 물어볼까 생각했으나 곧 그만두었다. 지금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이 일을 발설할 수는 없다.


 


“실은, 어제 한탕 하다가 다른 도둑 길드로 보이는 녀석들을 만났었거든. 후환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던 차에 네가 들어온거지”


 


“아하... 그것, 예감이 안좋네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던 재범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에휴. 혹시라도 녀석들이 아저씨를 해코지 하려 하면 저희한테 말씀하세요. 조잡한 마법으로나마 싸움을 도와드리죠.”


 


“녀석! 싸울 생각부터 하는게냐?”


 


탁씨가 웃으며 핀잔을 주었고, 재범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말했다.


 


“도둑 길드 애들이 그렇게 친절한 애들은 아니잖아요.”


 


“하긴 그렇구나.”


 


재범이 다시 내려가고, 탁씨는 다시한번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으나 이미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노크소리.


옥상에서 탁씨가 아쉬워 했던 바로 그 소리는 지금 여기, 국현의 방에서는 어김없이 울려퍼졌다.


 


“경이냐?”


 


“아뇨, 재범입니다.”


 


조용한 동작으로 방 안에 들어온 재범은 약간 불만 섞인 눈으로 국현의 앞에 섰다. 국현은 그런 재범의 표정은 보지도 않은체 물었다.


 


“있더냐.”


 


“...네.”


 


국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불신증 말기 환자 같은 녀석... 20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가 이럴 수 있느냐?”


 


“길드장님.”


 


재범이 도저히 못참겠는지 입을 열었다.


 


“길드장님께서 병선이에게 하고 있는 태도는 저나 탁씨 아저씨 말고도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병선이를 불쌍히 여기셔서라도 그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네 이놈!”


 


국현이 드디어 언성을 높였다.


 


“내가 무엇을 했다고 너까지 건방지게 입을 놀리느냐! 설마, 10년 동안 딸 같이 키워온 병선이를 내가 어떻게 하기라도 한단 말이냐?”


 


“솔직히 안 그러셨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재범은 국현의 책상 위에 놓인 병선이의 초상화를 가리켰다.


 


“그렇다면 저 초상화는 왜 저렇게 물감이 흐트러져 있는 겁니까? 얼마나 손을 대었으면 그림이 저렇게까지 되느냔 말입니까!”


 


“닥쳐라!”


 


국현의 일갈과 함께 재범은 뭐에 맞았는지도 모르게 “콰광!” 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쓰러져버렸다. 국현은 무시무시한 음성으로 말했다.


 


“탁씨 녀석이 날 감시하는지를 추적해보라고 지시했더니만 네놈은 되려 길드장인 나를 핍박하려 하는구나. 마법사 길드는 절대 내쫒지 않는다. 그걸 알고 있겠지? 파면 당할 놈이 있으면 바로 소멸이다. 그렇게 되고 싶은가?”


 


“..........”


 


재범은 말 없이 국현을 노려볼 뿐이다.


 


“네놈은 감금이다. 소멸형을 내리기 전에 반성할 기회를 주마. 본인의 죄를 뉘우칠때까지 무기한 감금형에 처한다. 밖에 견경 있나!”


 


그리고 바로 문이 벌컥 열리면서 견경이 들어온다.


 


“부르셨나요?”


 


“이놈을 감금하라. 내 지시가 있을때까지 무기한으로 감금하라.”


 


“죄목은요?”


 


“길드장 능멸.”


 


“알겠습니다.”


 


견경은 재범을 내려다보더니 손을 한번 내저었다. 그러자 재범 몸 주변에 희미한 밧줄이 생겨나더니 삽시간에 재범을 결박지어버렸다.


 


“따라오너라. 달아날 생각을 했다간 바로 소멸임은 알고 있을게다.”


 


견경이 뒤돌아 나가고, 재범은 그때까지도 국현을 노려보고 있다가 포박줄이 견경을 따라가려고 몸을 죄어오는 통에 처참한 동작으로 끌려나가고 말았다.


 


 




저녁.


잠시 밖으로 나간 탁씨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병선은 자신의 방 문을 열고 들어선게 견연임을 알자 약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


 


“응, 병선아. 탁씨 아저씨 기다리니?”


 


병선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고, 견연은 문 쪽을 가리켰다.


 


“길드장님이 널 좀 보자는데.”


 


“...!”


 


병선의 눈이 커졌다. 대낮에도 만나기 싫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어두워지고 나서야 자신을 보자고 하는 것인가. 순간 병선의 몸이 떨려왔고, 견연은 그러한 병선의 반응에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러니? 어디 아파?”


 


“어... 언니...”


 


순간 병선은 와락 견연의 품으로 달려들더니 온몸을 사시나무 처럼 떨었다.


 


“나. 나 무서워...!”


 


“응? 얘, 얘. 무슨 일이야?”


 


견연이 당황하면서도 병선을 마주 안아주며 물었다.


 


“혹시, 낮에 재범이가 감금된것 때문에 그러니?”


 


“아... 아냐... 길드장님은... 길드장님은...”


 


견연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듯 마구 당황하며 병선이의 등을 토닥여 주었지만 병선은 좀처럼 진정이 안되는 듯 했다. 견연이 알기로 병선이가 이 정도로 발작(?) 증세를 보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 날 보는 눈이 이상해...”


 


“...이상하다니? 널 잡아먹기라도 한대니?”


 


“........”


 


병선이 차마 더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하자, 견연은 문득 떠오르는게 있었다. 어쩌면 병선이가 이러는게 낮에 재범이 감금된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견연의 표정에서 당혹스러움이 사라졌다. 대신 뭔가 굳은 결심을 한듯 살짝 병선이를 떼어놓더니 병선이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대충 짐작이 가. 병선아. 넌 일단 우리들을 믿고 길드장님 한테 가봐. 난 어떻게든 재범이를 만나보겠어. 걔라면 분명 뭔가 알고 있을거야. 그리고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되면 탁씨 아저씨도 불러서 바로 대책을 세울거야. 알겠니?”


 


“......”


 


한참을 망설이던 병선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너라.”


 


머뭇머뭇. 병선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매우 어렵게 옮기면서 국현의 방에 들어섰다. 일단 국현의 표정은 여느때와 다름없는 온화한 얼굴이었다.


 


“저번에 하려다 못했던 말이 있었음을 기억할게다.”


 


무슨 말인가 싶던 병선은 문득 전에 견연과 함께 성벽에 다녀왔을때 국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네...”


 


“그게... 너에겐 약간 충격적일수도 있는 말이라 이목이 많은 곳에서는 할 수 없었다만...”


 


의자에 앉아있던 국현이 슥 몸을 일으키자 병선은 자기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사실 네 친아빠는 탁씨 녀석이 아니란다.”


 


“...알고 있어요.”


 


거짓을 말할 줄 모르는 병선은 그대로 원래 알고 있었다고 대답해버렸다. 국현은 힘들게 꺼낸 말을 병선이 너무 담담하게 대답하자 놀란 눈을 했다.


 


“그래? 탁씨 녀석이 미리 말해버린 모양이구나.”


 


“네...”


 


국현이 한걸음 더 다가오자 병선은 어느새 벽에 등을 기대게 되었다.


 


“...? 왜 그러느냐?”


 


병선이 자꾸 물러나는 것을 보자 의아하게 물었고, 병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느덧 병선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국현이 몸을 숙이더니 병선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네가 까닭없이 날 경계하는게 이상하구나. 내가 두려운게냐?”


 


“.......”


 


이번에도 병선은 대답하지 못했고, 국현 역시 잠시 할말을 잃은듯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각, 재범이 감금되어 있는 감옥 창문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직 분한 감정을 삭히지 못하고 있던 재범은 창 밖의 기운을 느끼고는 캐스팅할 준비를 하며 몸을 긴장시켰다.


 


‘길드장이 보낸 자객이라도 돼나...?’


 


만일 그렇다면 재정신이 아닌것이 분명한 권국현의 권력에 맞서 대판 싸워볼 것을 다짐했으나, 뜻밖에도 창 밖에서 얼굴을 내민 사람은 견연이었다.


 


“...연이었구나.”


 


재범이 느낀 기운은 창문까지 날아오르기 위한 플라이 마법이었다. 견연은 재범의 모습을 보더니 짧게 혀를 찼다.


 


“감옥이 꽤 싸늘 하네. 괜찮니?”


 


“괜찮아 보여?”


 


견경에게 끌려왔던 탓인지 괜히 견연에게까지도 화가 나버렸다. 다시 감옥 바닥에 주저앉은 재범이 내던지듯 말했다.


 


“비서실장님이 보냈냐?”


 


“아냐.”


 


물론 비서실장이란 견경을 말하는 것이었고, 견연은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자 재범은 타오르는 눈으로 견연을 노려보았다.


 


“그럼 길드장이 보내서 왔구나? 나를 죽이라고 하든?”


 


“그런거 아냐. 내 말좀 들어봐. 오래 얘기 못한단 말야. 나 힘들어.”


 


플라이 마법을 계속 유지하면서 대화하려니 아직 어린 견연에게는 솔직히 무리였다. 힘도 별로 없는 손으로 감옥 창문을 잡아 조금이나마 날고있데 드는 힘을 줄이고 있는게 고작이다. 견연은 조금씩 숨이 참을 느끼면서 말했다.


 


“지금 길드장님이 병선이를 방으로 불렀어.”


 


“......!”


 


재범은 기어이 일이 터지려고 하는가 하는 생각에 입을 딱 벌렸다.


 


“왜?”


 


“이유는 몰라. 하지만 병선이의 반응을 보니까 뭔가 있는것 같에.”


 


재범은 다시 분한 표정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견연은 다급하게 물었다.


 


“넌 뭔가 알고있지? 나에게도 알려줘. 네가 오늘 감금당한거, 병선이 일과 관련이 있는거지? 그렇지?”


 


“...연아.”


 


재범은 여전히 타오르는 눈으로 다시 견연을 올려다보았다.


 


“길드장은... 병선이한테 흑심을 가지고 있어.”


 


“흑심?”


 


“분명해. 연아. 날 돕고싶다면 지금 당장 탁씨 아저씨와 함께 길드장의 방 근처로 가서 동태를 살펴줘. 만일 진짜로 병선이한테 무슨 짓을 한다면 반드시 막아야돼.”


 


“...역시 그랬구나. 병선이가 그토록 겁을 낸 이유를 알겠어.”


 


“네 엄마는 어떻게 할것 같니?”


 


견경의 이야기가 나오자 견연은 잠시 망설이더니 곧 입을 열었다.


 


“사태가 분명해지면 엄마한테도 이야기 할거야. 솔직히 길드장이 괜히 길드장은 아니잖아. 우리들 끼리 만으로는 어림도 없어.”


 


“그렇지도 않아.”


 


재범은 조금 얼굴을 펴면서 말했다.


 


“탁씨 아저씨는 네가 생각하는 것 만큼 약하지 않아. 네 엄마한테도 알리는 거야 당연하지만, 일단 탁씨 아저씨가 함께 계셔 주신다면 상대해 볼만 해.”


 


“...으, 응. 진짜? 역시 대단한걸.”


 


뭔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긴박한 사태는 견연에게 그러한 사사로운 궁금증을 허락하지 않았다. 냉큼 플라이 마법을 풀어 지상으로 돌아온 견연은 탁씨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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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