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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추리 사립과학수사연구소

2009.08.14 07:56

idtptkd 조회 수:570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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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퇴근 전에 야근 말하지 마 - 인님


6시 정시 퇴근. 사립과학수사연구소는 사립 주제에 꽤나 성실하다. 인님은 간단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물리 전문은 자신이 수학적 계산까지 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에 대한 의문은 4초 정도만 하다 말았다. 이 사과수에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는 4명 뿐이다.


이번 것은 간단한 거였다. 의뢰인 말로는 이웃집 사람이 열받아서 자신의 차를 들이박았다는 주장. 이웃집 사람은 실수였다고 말했고, 이전에 있던 스파크 자국*이 났으니 실수였다는 말이었다.


*스파크 자국 : 자동차가 급정거하면서 길과의 마찰로 인해 타이어가 녹아서 생기는 자국.


둘 다 그냥 소송으로 가기에는 싫어서, 합의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가려야겠다는 말에 이 쪽으로 의뢰가 온 거였다. 인님은 사진과 차의 위치를 통해서 계산 중이었다.


솔직히 계산을 하면서도 의뢰인들이 이해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수식들을 들이대면 조용해지는 게 어태껏 의뢰인들의 특징이었다. 솔직히 인님의 취향은 물리학자답게 미지수를 줄여나가서 예측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짜증이 나서 미지수를 가득가득 넣어주고 있다. 미지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의뢰인들의 말은 반대로 줄어드는 걸 봐왔으니.


식은 다 끝나갔다. 인님이 마지막으로 펜을 찍고 나서 자신이 어째서 A4 3장씩이나 되는 식을 적어야 했었을까 한심함이 밀려왔다. 자신은 천재기 때문에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민간인 차원에서 ‘비오는 날, 게다가 그 짧은 복도에서 그 정도로 가속되어서 타이어 안 갈려요’라고 말하면 되는 일은 어째서!


시계를 보니, 5시 34분이다. 6시 정각 퇴근. 인님이 그래도 몇 가지 안 되지만, 사과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 10시 출근에 6시 퇴근이면 이 정도면 괜찮은 거다. 그런 거다. 그렇게 자신을 타일렀다. 물론, 그게 그렇게 좋다는 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정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일찍 퇴근해도 괜찮겠지. 저 문을 열고 수준이가 튀어나와서는 ‘인님아, 야근하자’라고 외치지만 않으면…….


“털컥”


“야이, 김수준!”


겨우 안 좋은 생각을 했을 뿐인데 정말로 문이 열리자, 인님이가 주먹을 열린 문 쪽으로 내질렀다. 문을 열고 들어온 문류안은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살짝 몸을 틀어서 피했다. 어쩌면 퇴근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예민해지는 인님이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기에 미리 긴장을 했을 지도 모른다.


문류안은 사과수에 막내인 주제에 가장 침착한 표정이었다. 인님이의 모습에 살짝 놀란 표정에서 평소의 자상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형, 아무리 그래도 주먹질을 너무하잖아요.”


“미안, 수준이인 줄 알고.”


인님은 그렇게 말했지만, 전혀 미안한 티가 없었다. 사실, 수준이었으면 그대로 때렸을테니까. 인님은 류안을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곁눈질로 봤다. 분명, 자신을 찾아왔으면, 그 목적이 있을텐데, 문류안은 말하고 있지 않는다.


솔직히 인님은 묻고 싶지도 않다. 빨리 집에 가버리고 싶은 생각만 가득하다. 하지만, 류안은 계속 인님의 주변을 살피면서 인님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다. 뭔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는 듯이.


“뭔데?”


결국 인님이 참지 못하고 류안에게 먼저 물었다. 문류안은 웃으면서 말했다.


“부탁을 전해 받았어요.”


“누구한테?”


“아, 보통은 ‘부탁이 뭐인지’를 묻지 않아요?”


류안은 살짝 쳐지고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약간은 귀엽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퇴근 시간에 가까운 인님의 눈에는 약 186cm짜리 다 큰 사내놈이 그러는 거에 불만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자기보다 작았던 주제에 지금은 자기보다 0.4c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느 쪽이 더 큰지는 묻지 않는 편이 인님에게 좋다. 아니, 인님에게만 물어보지 않으면 된다.


인님은 류안의 그 눈을 콱 손가락을 찔러버리고 싶었지만, 류안이 일을 못 하게 되면 그 일이 분할되면서 특히 악덕한 김수준의 일분배 원칙에 따라 자신이 다 뒤집어 쓸 거라는 걸 알기에 말았다. 정말이다. 인님에게 보통 수준의 도덕 논리는 통하지만, 도덕이 통하는 건 아니니까.


“김수준만 아니면 들어줘도 괜찮을 거 같아서.”


“아, 괜찮아요! 연우 형을 위한 부탁한 거니까요.”


인님은 조금 의문이었다. 김수준이라면 주변 사람 부려먹는 게 취미이자 특기이자 재능이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설연우는 언제나 머뭇거리는 녀석이었다. 인님과 수준보다 2살 어리고, ‘형’이라고 부르고 반말을 하지만 언제나 확신은 없었다. 솔직히, 지금 6살 차이 나는 문류안보다 더 어리게 생긴 설연우의 부탁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문류안과 친구 수준으로 놀면 놀았지, 형으로 명령하거나 할 타입이 전혀 아니다.


인님은 조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연우의 부탁이라면 뭔가 나쁜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연우 형이 ‘같이 야근’ 하재요.”


“…….”


순간 인님은 얼었다. 유치원 생에게는 집에 가기 위한 버스가 고장났을 때, 초중고학생들에게는 강제로 방과후 학교가 있을 때, 대학생에게는 교수님이 일요일에 보강을 잡았을 때, 대학원생에게는 학점 인증이 되지 않지만 기본 과목이라서 B+을 받아내야하는 과목이 생겼을 때, 그리고 직장인이게는 예상하지 못한 야근이 떨어졌을 때.


인님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문류안을 노려봤다. 원래 약간 성격 있게 생겼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인님이었다. 분명 잘 생긴 쪽에 속했지만, 민감하고 신경질 적일 듯이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래서 사람들은 많이 놀라지 않았지만. 문류안은 특유의 모든 걸 감싸는 미소를 보였다.


인님은 문류안을 찢어 죽이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다시 생각했다. 자신이 왜 생각하지 못 했을까? 김수준의 입에서는 거짓이 흘러나오고 문류안의 입에서는 충격적인 것들이 흘러나온다는 걸.


“그거 정말로 연우가 말했어?”


“아뇨.”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문류안은. 순간 인님은 자신의 귀를 잘라버리고 싶었다. 문류안이 한 말은 다시 기억해냈다. ‘연우형을 위한 부탁’이었다. 연우의 부탁이 아니었다! 제길!


인님은 그대로 어금니를 깨물었다. 젠장할, 김수준. 젠장할, 유약한 설연우. 젠장할, 쓸모없이 친절한 문류안!


“똑똑”


문류안과 달리 문을 미리 두드려서 안에 사람이 있나 확인할 사람은 사과수에 딱 한 명 뿐이다.


“설연우, 들어와.”


인님의 목소리를 상당히 낮아졌다. 그 탓에 연우도 문고리를 잡았다가 다시 놨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살짝 귀를 덮는 길이의 쳐진 느낌의 머리가 연우의 약한 느낌을 더 강조했다. 게다가 몸에 딱 붙는 옷은 절대 못 입는 녀석답게 사이즈는 M을 입어야할 놈이 XXL의 티셔츠를 입고 있다. 아무렇게나 흘러내리지만, 그래도 한 쪽 어깨에는 걸쳐있다. 문제는 그 흘러내린 티셔츠 아래도 어린애 같이 마른 어깨선과 쇄골이 보인다는 거다.


연우는 약간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물리분석실’이라는 패가 붙어있는 문을 닫았다. 시간은 정확히 5시 47분. 연우는 불안해하면서 인님이 예상하는 대로 말을 한다.


“저…… 인님이 형, 야근을 해야할 것 같아.”


살짝 눈을 내려깔았다가 고개를 살짝 비틀어서 인님을 쳐다본다. 어째서 저렇게나 불쌍하게 말을 할까! 연우는 작은 체구를 더 작게 만들려는 건지 불안해하는 어린애마냥 양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괜히 티셔츠를 만지작거렸다.


“김수준이 뭘 맡겼는데?”


“……강아지”


순간 인님은 귀를 의심했지만, 연우가 아무리 그래도 말을 못 하는 어린애까지는 아니니까 잘 못 들은 것 같지는 않았다. 인님이 약간 삐딱하게 쳐다보자 연우가 결국 손을 입에 갔다댄다. 또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다. 옆에서 류안이 연우의 손목을 가볍게 잡아 내린다. 그러자 연우가 자신의 행동을 알아채고는 조금 놀랬다가 뭔가 죄지은 표정을 한다.


“아무리 모든 의뢰를 받는 사과수지만, 강아지까지 돌봐야 해? 휴가철에 맡겨진 강아지 따위.”


“으응, 수준이형 말로는 수면제 성분이 발견되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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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만의 연재인지도 알 수가 없는ㅠ;;